운이 좋은 소년이 있다. 어릴 때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돈을 벌기 시작하자 포터블 게임기가 갖고 싶었으며, 연기를 하려고 마음먹을 무렵에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학생 역할을 맡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년은 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에서 무뚝뚝한 고등학생 준서를 연기 했고, 제 힘으로 PSP를 샀으며, MBC <맨땅에 헤딩>에서는 축구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처음에는 스포츠 드라마인 줄 알고 축구선수 역할을 맡아서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골키퍼더라구요. 원래 전 골키퍼는 한 번도 안했었는데……” 살짝 볼멘소리를 하더니 이내 농담을 선언하듯 웃음이 터진다. 작은 얼굴 안에 예리한 펜으로 그려 넣은 것 같은 이목구비가 파스텔처럼 번진다. 이런 미소를 타고나다니, 정말로 운이 좋은 소년이다.
호기심이 발화하는 눈망울을 가진 소년
그러나 소년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은 행운을 앞질러 시작되는 노력의 힘이었다. 모델이 되고 싶었을 때 그러했듯이, 배우가 되고 싶어진 소년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마음에 열심히 연습을 하고 준비를 했다. “욕심은 많은데, 조급하지는 않아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죠? 그렇지만 진짜 그래요.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걸 하는데 욕심을 내려구요.”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았다. 대본을 붙들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기본,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센스와 재치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미팅에 가면 ‘철판 깔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오는 태도도 형들한테서 배웠어요. 예전에는 ‘이정도만 하자’ 했었는데, 매번 아쉽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잘하는 형들한테 ‘어떻게 그렇게 하세요?’하고 물으면 잘 가르쳐주시거든요. 그러면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아-’하고 듣는 거죠.”
배운다는 것은 곧,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는 겸손함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홍종현은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긍정적으로 보면”이라는 말로 주변을 설명했다. 드라마 시청률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미션을 주듯 애드리브를 만들 기회를 주는 너그러운 감독님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사를 슬쩍 던지면 곧바로 받아치면서 연습으로 들어가는” 윤호형을 만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큰 행운이다. 공중파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인 만큼 스스로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는데도 정확한 모니터링 대신 마냥 칭찬만 해주시는 부모님 얘기를 하며 머쓱해 하다가도 “솔직히, 저라도 제 아들이 방송에 나오면 (박수를 치며) 잘한다 잘한다, 그럴 것 같긴 해요”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제법 야무진 속내를 가진 사내
긍정의 힘을 통해서 홍종현이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이다. 그래서 모델 일도, 배우 일도 모두 다 해내고 싶지만 이 욕심 많은 소년에게도 주어진 시간은 하루에 딱 24시간뿐이다. “촬영 때문에 일기도 며칠 빼 먹었어요. 이번 가을 컬렉션 패션쇼는 하나도 참여를 못하는데…… 아예 안 볼려구요.” 너스레 속에 차마 숨겨지지 않은 야무진 꿈이 굳이 긍정적으로 보려하지 않아도 보기 좋게 빛이 난다. “경쟁심은 항상 있죠. 내가 더 많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그런 류의 경쟁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제법 속 깊은 소리도 할 줄 아는 소년은 지금 또 다른 배움을 꿈꾸고 있다. “대학에 가려고 준비중이예요. 그냥 대학 생활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꼭 졸업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지만 경험은 다양할수록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때 기억들이 다 너무 좋아서요. 하하하.” 스스로 자라는 법을 알고 있는 소년은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어떤 의심도 불안도 두지 않는다. 그 무정형의 에너지가 제 모습을 찾는 날, 우리는 그를 만나 운이 좋은 시청자가 될 것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호기심이 발화하는 눈망울을 가진 소년
그러나 소년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은 행운을 앞질러 시작되는 노력의 힘이었다. 모델이 되고 싶었을 때 그러했듯이, 배우가 되고 싶어진 소년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마음에 열심히 연습을 하고 준비를 했다. “욕심은 많은데, 조급하지는 않아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죠? 그렇지만 진짜 그래요.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걸 하는데 욕심을 내려구요.”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았다. 대본을 붙들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기본,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센스와 재치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미팅에 가면 ‘철판 깔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오는 태도도 형들한테서 배웠어요. 예전에는 ‘이정도만 하자’ 했었는데, 매번 아쉽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잘하는 형들한테 ‘어떻게 그렇게 하세요?’하고 물으면 잘 가르쳐주시거든요. 그러면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아-’하고 듣는 거죠.”
배운다는 것은 곧,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는 겸손함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홍종현은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긍정적으로 보면”이라는 말로 주변을 설명했다. 드라마 시청률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미션을 주듯 애드리브를 만들 기회를 주는 너그러운 감독님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사를 슬쩍 던지면 곧바로 받아치면서 연습으로 들어가는” 윤호형을 만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큰 행운이다. 공중파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인 만큼 스스로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는데도 정확한 모니터링 대신 마냥 칭찬만 해주시는 부모님 얘기를 하며 머쓱해 하다가도 “솔직히, 저라도 제 아들이 방송에 나오면 (박수를 치며) 잘한다 잘한다, 그럴 것 같긴 해요”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제법 야무진 속내를 가진 사내
긍정의 힘을 통해서 홍종현이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이다. 그래서 모델 일도, 배우 일도 모두 다 해내고 싶지만 이 욕심 많은 소년에게도 주어진 시간은 하루에 딱 24시간뿐이다. “촬영 때문에 일기도 며칠 빼 먹었어요. 이번 가을 컬렉션 패션쇼는 하나도 참여를 못하는데…… 아예 안 볼려구요.” 너스레 속에 차마 숨겨지지 않은 야무진 꿈이 굳이 긍정적으로 보려하지 않아도 보기 좋게 빛이 난다. “경쟁심은 항상 있죠. 내가 더 많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그런 류의 경쟁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제법 속 깊은 소리도 할 줄 아는 소년은 지금 또 다른 배움을 꿈꾸고 있다. “대학에 가려고 준비중이예요. 그냥 대학 생활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꼭 졸업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지만 경험은 다양할수록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때 기억들이 다 너무 좋아서요. 하하하.” 스스로 자라는 법을 알고 있는 소년은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어떤 의심도 불안도 두지 않는다. 그 무정형의 에너지가 제 모습을 찾는 날, 우리는 그를 만나 운이 좋은 시청자가 될 것이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