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설명 : 남자 옷
이제 평범한 여성들 또한 남성복과 여성복 사이의 경계 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다 다양한 룩, 좀 더 멋진 룩을 위해 남자들의 옷장을 정복할 준비가 된 여성들을 위한 남자 옷 사용 설명서.


1) 말 그대로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옷.
2) 남자들이 입는 옷에서 영감을 받아 남자 옷처럼 만든 여자 옷, 혹은 여자 옷을 이용해 남성적인 실루엣으로 연출하는 매니시 룩과는 다른 개념임.
3) 밤을 함께 보내고 맞은 아침 남자의 셔츠를 걸쳐 입고 침대를 빠져 나오는 수많은 여배우들과 그녀들을 벤치마킹한 현실 속의 여자들이 남자 옷 활용의 대표 주자.
4) 남자보다 기골이 장대한 여자, 여자보다 가녀린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여자들의 남자 옷 활용이 보다 잦아짐.

1) 제품 특징
① (허리선을 잘록하게 디자인하거나 가슴 부분을 더 부풀리는 등 귀여움과 여성성을 강조하는 여성복과 달리) 직선적인 실루엣.
② (웬만한 여성들은 여성복 매장에서 경험할 수 없는) “어머, 이건 나한테 커도 너무 크네” 식의 발언이 가능하게 하는 넉넉한 사이즈.
③ (무뚝뚝한 여성들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스팽글, 코사주 등 조악하고 세세한 장식이 배제된) 단순한 디자인.

2) 주의해야할 유사품
여자보다 더 가녀린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옷은 남자 옷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인 “아니, 옷이 너무 크잖아!”의 즐거움을 줄 수 없을뿐더러 자칫하면 ‘이제 남자 옷마저 작단 말인가…’ 식의 열패감에 빠지게 할 수 있으므로 진정한 ‘남자 옷’이라고 할 수 없음. 그런 긴급 상황을 막기 위해 ‘오종종한’ 남자들이 많은 일본 브랜드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 것. 대신 뚱뚱한 이들에겐 희망의 땅, 미국 브랜드를 가까이 할 것.

3) 특장점
① 남동생이나 오빠, 남자 친구의 옷장에서도 ‘득템’이 가능함. 단, 그들은 “3장에 3만 9900원, 잭 필X 링클 프리 정장 바지” 등의 애호가일 확률이 높으므로 옷장을 무작정 습격하지는 말 것.
② 남자 옷 M을 입었는데 놀랍게도 딱 맞을 때, 매장 점원에게 “아휴, 우리 오빠는 살을 빼라고 제가 그렇게 핀잔을 줘도 안 뺀다니까요?” 식으로 둘러대며 XL 사이즈를 살 수 있음.
③ 남자 옷을 잘만 활용하면 ‘로우-키 룩’, 무심한 매력이 철철 흘러넘치는 룩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음.

4) 사용법
① 남자 옷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즈와 실루엣. 사이즈가 넉넉해 보여야 하고, 실루엣은 기본적으로 직선적이어야 함. 다시 말해 어정쩡한 사이즈는 남자 옷을 입지 않은 것만 못한 효과를 낼 수 있음(더 뚱뚱해 보이고 둔해 보일 수 있음). 고로 남자 미국 브랜드에서도 헐렁한 옷을 찾기 힘든 여성이라면 이태원 ‘큰집 전문점’ 활용을 권장함(필자 또한 그곳에서 구입한 허리 42인치 사이즈 면바지 활용 중).
② 베이직한 아이템을 선택할 것. 셔츠, 카디건, 면바지, 재킷 등 가장 기본이 되는 아이템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을 선택할 것.
③ 색다른 느낌을 연출하고 싶다면 남자 옷에 여성적인 분위기의 액세서리를 매치할 것. 커다란 남자 셔츠를 원피스처럼 입고(역시나 이태원 큰옷 전문점에서 구입 가능) 벨트를 매거나 진주 목걸이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그 예. 남자 바지 또한 커다란 사이즈로 선택한 다음 밑단을 둥둥 걷어 올리고 허리에 벨트를 매서 허리선을 쪼글쪼글하게 만들면 마크 제이콥스 쇼에 나온 것 같은 하렘 팬츠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음.
④ 그러나 남자 옷 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액세서리는 무심하고 지적인 포스. 키가 큰 데다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탓에 남자 옷을 즐겨 입었다는 캐서린 헵번이나 <애니 홀>의 다이안 키튼을 벤치마킹할 것.

글. 심정희 ( 패션디렉터)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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