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25회 MBC 월 저녁 7시 45분
‘서운대’ 출신이지만 ‘서울대’로 오인 받아 준혁(윤시윤)의 과외 교사가 되면서 본의 아니게 학력 위조범이 되어 버린 정음(황정음)은 실제 학교가 들통 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자신이 서운대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 무거운 세경(신세경)이나 단지 장난삼아 협박하는 집 주인 자옥(김자옥)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준혁의 방에 학생증이 든 지갑을 두고 나온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지붕 뚫고 하이킥>은 스릴러가 되었다. 게다가 4 더하기 3은 7이니까 그것과 ‘똑같은’ 40 더하기 30도 7이라고 대답하는 해리(진지희)의 IQ 검사 소식에 어린 시절 유난히 낮은 IQ 때문에 상처 받았던 보석(정보석)과 현경(오현경)은 심란하기 그지없다. 결국 서울대 출신인 척 하기 위해 지훈(최다니엘)에게 횡설수설 거짓말을 늘어놓은 끝에 학생증을 사수하려는 일념으로 2층에서 점프하는 정음과, 해리의 IQ가 세 자리 수임을 알게 되었던 순간 벅찬 감정에 눈물마저 고인 보석의 얼굴은 코미디를 넘은 페이소스를 담아낸다. 사실 시청자를 극에 몰입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수나 납치, 살인처럼 극단적인 상황이나 수십억 원을 쏟아 부은 스케일이 아니라 공감의 영역을 찾아내고 적절한 지점을 건드려 주는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학벌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에서, 서운대 출신임을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정음을 향해 “왜요 언니? 서운대 다니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라서요? 서울대 다니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이라서요?”라고 묻는 신애(서신애)의 대사에서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은 코미디이자, 드라마이자, 뉴스이며, 시사 프로그램이 된다.
글 최지은
<천사의 유혹> 첫 회 SBS 월 밤 8시 50분
8분 57초. SBS <천사의 유혹> 첫 회에서 주아란(이소연)이 결혼식 직전에 과거 스폰서 노릇을 한 듯한 인물(이효정)에게 납치당했다 벗어나고, 다시 그의 아내에게 쫓기다 결혼식장의 수영장 속으로 뛰어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렇게 김순옥 작가는 <천사의 유혹>이 <아내의 유혹>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사건으로 가득찰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는 첫 시퀀스 뒤에도 어린 시절 주아란 부모의 사고사, 신현우와 함께 있으면서도 남주승(김태현)과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 등이 끊임없이 이어질 만큼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를 들이 붓는다. 여기에 일일 드라마 시절보다 커진 스케일과 의외일 만큼 ‘때깔 있는’ 영상들은 기존 ‘막장 드라마’의 업그레이드를 선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대신 이 사건의 원인과 과정은 모두 최대한 빠르게 설명된다. 주아란 부모의 사고사가 신현우 아버지 신우섭(한진희)의 계략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신우섭이 죽은 사람들의 아이와 직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대충 사고사로 처리해”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주아란의 사주를 받은 가짜 기자가 비자금 비리를 빌미로 신우섭을 협박하는 것도 회사 로비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듣도록 이야기하는 짧은 대화로 처리된다. 물론 이런 전개는 <천사의 유혹>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욕망에 사로잡혀 주변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에 방해가 되면 죽이고, 복수를 위해서라면 사기 결혼도 마다하지 않으며, 불륜을 저지르고 싶으면 신혼여행지에서도 한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듣는 건 상황설정의 극단성 때문이 아니라, 그 설정들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첫 회부터 신현우가 주아란의 불륜을 발견하는 모습으로 끝맺음하며 시청자를 ‘낚는’데 전력을 다 하는 이 드라마가 욕망의 연쇄 작용만으로 지치지 않고 사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드라마가 아내의 복수에 이어 남편의 복수로 이어지는 것은 단지 <아내의 유혹>의 속편격이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더 많은 사건을 일으킬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글 강명석
‘서운대’ 출신이지만 ‘서울대’로 오인 받아 준혁(윤시윤)의 과외 교사가 되면서 본의 아니게 학력 위조범이 되어 버린 정음(황정음)은 실제 학교가 들통 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자신이 서운대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 무거운 세경(신세경)이나 단지 장난삼아 협박하는 집 주인 자옥(김자옥)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준혁의 방에 학생증이 든 지갑을 두고 나온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지붕 뚫고 하이킥>은 스릴러가 되었다. 게다가 4 더하기 3은 7이니까 그것과 ‘똑같은’ 40 더하기 30도 7이라고 대답하는 해리(진지희)의 IQ 검사 소식에 어린 시절 유난히 낮은 IQ 때문에 상처 받았던 보석(정보석)과 현경(오현경)은 심란하기 그지없다. 결국 서울대 출신인 척 하기 위해 지훈(최다니엘)에게 횡설수설 거짓말을 늘어놓은 끝에 학생증을 사수하려는 일념으로 2층에서 점프하는 정음과, 해리의 IQ가 세 자리 수임을 알게 되었던 순간 벅찬 감정에 눈물마저 고인 보석의 얼굴은 코미디를 넘은 페이소스를 담아낸다. 사실 시청자를 극에 몰입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수나 납치, 살인처럼 극단적인 상황이나 수십억 원을 쏟아 부은 스케일이 아니라 공감의 영역을 찾아내고 적절한 지점을 건드려 주는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학벌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에서, 서운대 출신임을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정음을 향해 “왜요 언니? 서운대 다니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라서요? 서울대 다니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이라서요?”라고 묻는 신애(서신애)의 대사에서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은 코미디이자, 드라마이자, 뉴스이며, 시사 프로그램이 된다.
글 최지은
<천사의 유혹> 첫 회 SBS 월 밤 8시 50분
8분 57초. SBS <천사의 유혹> 첫 회에서 주아란(이소연)이 결혼식 직전에 과거 스폰서 노릇을 한 듯한 인물(이효정)에게 납치당했다 벗어나고, 다시 그의 아내에게 쫓기다 결혼식장의 수영장 속으로 뛰어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렇게 김순옥 작가는 <천사의 유혹>이 <아내의 유혹>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사건으로 가득찰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는 첫 시퀀스 뒤에도 어린 시절 주아란 부모의 사고사, 신현우와 함께 있으면서도 남주승(김태현)과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 등이 끊임없이 이어질 만큼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를 들이 붓는다. 여기에 일일 드라마 시절보다 커진 스케일과 의외일 만큼 ‘때깔 있는’ 영상들은 기존 ‘막장 드라마’의 업그레이드를 선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대신 이 사건의 원인과 과정은 모두 최대한 빠르게 설명된다. 주아란 부모의 사고사가 신현우 아버지 신우섭(한진희)의 계략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신우섭이 죽은 사람들의 아이와 직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대충 사고사로 처리해”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주아란의 사주를 받은 가짜 기자가 비자금 비리를 빌미로 신우섭을 협박하는 것도 회사 로비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듣도록 이야기하는 짧은 대화로 처리된다. 물론 이런 전개는 <천사의 유혹>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욕망에 사로잡혀 주변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에 방해가 되면 죽이고, 복수를 위해서라면 사기 결혼도 마다하지 않으며, 불륜을 저지르고 싶으면 신혼여행지에서도 한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듣는 건 상황설정의 극단성 때문이 아니라, 그 설정들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첫 회부터 신현우가 주아란의 불륜을 발견하는 모습으로 끝맺음하며 시청자를 ‘낚는’데 전력을 다 하는 이 드라마가 욕망의 연쇄 작용만으로 지치지 않고 사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드라마가 아내의 복수에 이어 남편의 복수로 이어지는 것은 단지 <아내의 유혹>의 속편격이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더 많은 사건을 일으킬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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