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축제인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8일,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기자 시사회와 함께 16일까지 9일에 걸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70개국 355편의 초청작과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44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영화제는 개막작이 예매 1분 35초 만에 매진되고, 폐막작 <바람의 소리> 역시 8분 10초 만에 매진되며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 대중의 관심을 증명했다.

사실 지난해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故 최진실 죽음의 여파로 조금 침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보통 스타들의 전시장으로 인식되기 마련인 영화제의 분위기를 좀 더 창작자와 관객의 소통 쪽으로 균형을 잡았던 영화제였고, 올해 역시 그런 소통의 기회가 다양하게 준비되었다.

배우, 감독 할 것 없이 더욱 풍성해진 관객과의 만남

우선 올해 최대 흥행작의 감독과 주연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국가대표> 무대인사와 <해운대> GV가 눈에 띈다. 아직 개봉하지 않았지만 이들 흥행작 못지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국작품 <카페 느와르>, <집행자>, <페어 러브> GV와 <파주> 야외 무대인사 역시 놓칠 수 없는 행사다. 한미일 3국 최고의 스타가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은 트란 안 홍 감독의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가 참석하는 오픈토크 역시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사람들의 북적임보다는 술 한 잔 없이도 영화 자체에 집중하는 담담한 대화가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는 ‘아주담담’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박찬옥, 이송희일을 비롯한 감독들이 참여하는 ‘No. 2’나 트란 안 홍 감독의 ‘나는 배우와 함께 간다’, 허진호, 류장하, 최동훈 감독이 모이는 ‘최선의 동료들’이 눈에 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예상하지 못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필리핀 독립영화의 선두주자들’ 같은 섹션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역시 부산 국제 영화제의 가장 큰 매력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대 아시아 영화인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아시아 영화의 창’을 통해서는 중국의 <난징! 난징!>, 일본의 <공기 인형> 등을 볼 수 있으며 역시 주목받는 아시아 신인 감독을 소개하는 ‘뉴 커런츠’를 통해 박찬옥 감독의 <파주> 등을 만날 수 있다. 단편 및 다큐멘터리 등, 명칭 그대로 관객의 영화적 시야를 넓혀주는 와이드 앵글은 작년부터 경쟁부문을 한국에서 아시아로 확장하면서 출품 편수도 많아지고 수준 역시 높아졌는데 올해 역시 이런 경향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직된 정치적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경계도시 2>와 <외박>이나 에이즈에 걸렸지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사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안나의 길> 등이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변천사를 한 눈에, 유현목 감독 추모전

국내외 거장의 마스터피스를 만날 수 있는 회고전과 특별전도 어김없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제의 학술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PIFF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진행되는데, 70년대 청춘의 반항적이면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그린 <바보들의 행진>의 하길종 감독 회고전 ‘하길종, 새로운 영화로 향한 꿈’과 한국 영화의 역사를 언급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오발탄>의 유현목 감독 추모전 ‘한국 영화의 고고학’은 그 자체로 한국 영화의 변천사를 드러내는 섹션이다.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콩 느와르의 장인 조니 토(두기봉) 특별전 ‘도시무협, 조니 토의 작품세계’나 호러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 특별전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아로 걸작선’은 놓쳐서 안 될 보물창고다. 특히 영화제 특별 행사인 마스터 클래스 ‘나의 인생, 나의 영화’를 통해서는 앞의 두 감독을 비롯한 지아장커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직접 만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이 브리핑에 담긴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모저모는 실제 행사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영화제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즐기기 위해서는 부산의 공기를 직접 마시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은 이들을 위한 차선책은 앞으로 9일 동안 <10 아시아>가 앞으로 전할 부산의 다양한 표정을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글. 부산=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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