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34회 MBC 밤 9시 55분보종(백도빈)의 1승, 김유신(엄태웅)의 1승. 그리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무술 비재를 앞두고 화랑들은 모두 긴장한다. 마치 ‘드래곤 볼’의 천하제일무술대회처럼 모든 소년 만화의 로망이기도 한 무술 경연대회인 비재, 게다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눈치 챈 비담(김남길)이 참가를 선언하면서 판세는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하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선덕여왕>의 시작 전부터 화제의 중심 혹은 근처에 있었던 ‘최종병기’ 김춘추(유승호)의 첫 등장을 위한 레드 카펫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멀미에 약하고 말은 무서우니 내리겠다고 떼를 쓰는 주제에 살인미소로 사람을 홀리는 소년 김춘추의 서라벌 컴백이라니, “춘추가 곧 올 거래. 나 설레고 걱정돼”라고 중얼거린 덕만의 대사는 아마도 전국 모든 이모들의 마음일 것 같다.

MBC 밤 11시 10분 TV는 때때로 타임머신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도 타임머신이 될 수 있는 놀라운 나라에 살고 있다. 과거 ‘보안사’라는 명칭으로 이름을 날렸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 소속된 군인이 민간인을 미행하고 촬영하며 사생활을 감시하는 것은 80년대가 아니라 현재의 일이다. 지난 8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부활되었다고 주장하며 기무사 소속 대위가 소지했던 동영상 촬영 테이프와 미행의 기록을 공개했다. 평범한 정당 활동가, 약사, 그림책 작가 등 20여 명의 사생활이 여기 담겼다. 오늘 에서는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 외에도 2PM 재범을 팀 탈퇴에까지 이르게 한 논란과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되짚어본다. 한 줄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상 우리의 사생활은 보장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스타 더 시크릿> 첫회 MBC 에브리원 밤 12시일개 민간인의 사생활도 없는 나라에 스타의 ‘시크릿’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이미 온 국민이 사이좋게 공유하고 있는 스타의 사생활은 새로울 건 없어도 언제나 무난한 볼거리다. 그래서 첫 회의 주인공은 과거마저 우월해서 신의 부재를 실감케 하는 김태희다. ‘그’ 얼굴로 중학교 3년 연속 전교 석차 1등에 3년 내내 전 과목 만점을 기록했다니 성적 지상주의건 외모 지상주의건 비판하기 구차해질 정도지만 그래도 김태희와 동창이 아니었다는 것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데뷔 전 학원 전단지에서조차 미모를 과시했던 김태희의 사진을 보기 위해 오늘 밤 채널을 고정할 예정이라면 부모님은 미리 들어가 주무시게 하자.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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