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되는 것은 어렵다. 단순히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기가 어려워서, 그 직업 안에서 성공하기가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스타는 수치화할 수 없는 하나의 상징이다. 기준치 이상의 음반을 팔거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혹은 설문조사에서 과반수이상이 인정한다고 해서 스타라는 이름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론 극단적 수치가 그 자체의 상징성을 획득할 때도 있다. 1000만 관객 영화라는 것이 그렇다. 999만 명까지만 봤다고 해서 그 작품이 흥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1000만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이다. <해운대>를 통해 1000만 관객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민기는 이 지점에서 스타가 될 필요조건을 갖추게 된다.
스타성을 발로 찬 이미지로 스타가 되다
<10 아시아>가 이민기를 NO. 1으로 다뤘던 올해 초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당시 그는 인디영화 전문 상영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저예산 영화 <오이시맨>에 출연해 자신이 과거 드라마를 통해 만들어오던 불안정한 청춘에 서정성을 담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현재, 그는 올여름 최대 흥행작 <해운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역할인 정의로운 해상경비대원 형식을 연기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오이시맨>의 반대편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도 역시 어딘가 어설프고 미완인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가령 <오이시맨>에서 재영(정유미)이 만든 폭탄주를 마시다가 입에서 쏟는 모습과 <해운대>에서 희미(강예원)의 농담에 형식이 마시던 음료를 쏟는 모습은 다른 맥락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유사한 정서를 환기한다. 말하자면 그는 <오이시맨> 개봉 당시와는 전혀 다른 위치에 서있지만 그것은 그의 이미지나 연기 방식이 전혀 달라져서가 아니다. 이것은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과 KBS <얼렁뚱땅 흥신소>부터 어느 정도 일관되게 이어져오는 이민기만의 어떤 느낌을 대중 친화적으로 소비할 어떤 접점을 연출자가, 그리고 대중들이 발견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뚜렷한 자기만의 이미지와 대중적 소비, 이쯤에서 이민기가 이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인정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일종의 논리적 난관이 생긴다. 이민기가 자신만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스타성을 발로 차기 때문이다. 그가 미완의 청춘을 연기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스스로 “내가 원래 마이너하니까”라고 받아들여서다. 시나리오 속 인물의 삶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것만이 연기의 자연스러움을 높여준다고 믿는 그의 방법론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딘가 불안한 20대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연기할 수 있지만 그 역할에 익숙해지고 안주하는 순간 그는 한결 노련해지는 대신 실제의 불안정한 모습에서 벗어나게 되고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자체에 균열이 생긴다. 이 움싹 달싹할 수 없는 난관 안에서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해 소비시키는 스타의 길에 오르는 대신 “기복 있는 배우”의 길을 택했다. “아직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그걸 알게 되면 참 싫을 거 같다”는 그에게 있어 연기는 언제나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미지의 영역이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굳이 어려운 길로 가는 빛나는 청춘의 치기
때문에 심리적 연약함과 이기적 욕망이 공존하는 <10억>의 철희는 조금은 오락가락하는 감정의 불균일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가장 악역에 근접했을 뿐 아니라 가장 복잡한 내면을 가진,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에 도전했고 그 성공 여부에 대해 스스로 반성은 할망정 도전 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자신의 기복을 인정하고 실패 역시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20대에게 도전하지 못할 영역이란 없다. <해운대>의 대박과 <10억>의 실패, 그 다음 지점이 싱글도 아닌 1집 앨범 발매라는 것은 일관성 없는 선택 같지만 오히려 이민기라고 하는 거침없이 도전하는 청춘에게 있어서는 가장 일관적인 행보가 된다.
그래서 스스로 연기자로서의 자의식을 지운 채 뮤지션이라는 새 옷을 입고 ‘고민에 밤을 새우고 사랑도 하고 싶은데, 이만큼이나 왔는데 모르는 게 더 많아’(‘영원한 여름’)라고 노래할 때, 이민기는 모델이나 연기자 혹은 뮤지션이라는 범주로 쉽게 분류할 수 없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다. 스스로 정체되지 않는 삶을 사는 젊음인 동시에 그런 정서를 어디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대변하는 청춘의 아이콘이.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지만 스타와는 다르다. 스타가 인기의 좌표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아이콘은 정체성의 좌표 위에서 만들어진다. 즉 그는 1000만 관객이라는 흥행의 토대 위에서 슈퍼스타가 되길 바라는 대신, 그 흔치 않은 기회를 외면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앞으로의 이민기에게 기대하는 것은 또 한 번의 대박을 낼 것인지가 아닌, 앞으로 수없이 경험할 성공과 실패 안에서도 과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가이다. 그것은 어쩌면 스타가 되고 인기를 유지하는 것보다 어려운 길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가, 굳이 어려운 길을 향해 걷는 치기야말로 스타의 그것보다 밝은, 청춘의 가장 빛나는 부분인 것을.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스타성을 발로 찬 이미지로 스타가 되다
<10 아시아>가 이민기를 NO. 1으로 다뤘던 올해 초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당시 그는 인디영화 전문 상영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저예산 영화 <오이시맨>에 출연해 자신이 과거 드라마를 통해 만들어오던 불안정한 청춘에 서정성을 담아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현재, 그는 올여름 최대 흥행작 <해운대>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역할인 정의로운 해상경비대원 형식을 연기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오이시맨>의 반대편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도 역시 어딘가 어설프고 미완인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가령 <오이시맨>에서 재영(정유미)이 만든 폭탄주를 마시다가 입에서 쏟는 모습과 <해운대>에서 희미(강예원)의 농담에 형식이 마시던 음료를 쏟는 모습은 다른 맥락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유사한 정서를 환기한다. 말하자면 그는 <오이시맨> 개봉 당시와는 전혀 다른 위치에 서있지만 그것은 그의 이미지나 연기 방식이 전혀 달라져서가 아니다. 이것은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과 KBS <얼렁뚱땅 흥신소>부터 어느 정도 일관되게 이어져오는 이민기만의 어떤 느낌을 대중 친화적으로 소비할 어떤 접점을 연출자가, 그리고 대중들이 발견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뚜렷한 자기만의 이미지와 대중적 소비, 이쯤에서 이민기가 이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인정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일종의 논리적 난관이 생긴다. 이민기가 자신만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스타성을 발로 차기 때문이다. 그가 미완의 청춘을 연기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스스로 “내가 원래 마이너하니까”라고 받아들여서다. 시나리오 속 인물의 삶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것만이 연기의 자연스러움을 높여준다고 믿는 그의 방법론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딘가 불안한 20대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연기할 수 있지만 그 역할에 익숙해지고 안주하는 순간 그는 한결 노련해지는 대신 실제의 불안정한 모습에서 벗어나게 되고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자체에 균열이 생긴다. 이 움싹 달싹할 수 없는 난관 안에서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해 소비시키는 스타의 길에 오르는 대신 “기복 있는 배우”의 길을 택했다. “아직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그걸 알게 되면 참 싫을 거 같다”는 그에게 있어 연기는 언제나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미지의 영역이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굳이 어려운 길로 가는 빛나는 청춘의 치기
때문에 심리적 연약함과 이기적 욕망이 공존하는 <10억>의 철희는 조금은 오락가락하는 감정의 불균일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가장 악역에 근접했을 뿐 아니라 가장 복잡한 내면을 가진,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에 도전했고 그 성공 여부에 대해 스스로 반성은 할망정 도전 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자신의 기복을 인정하고 실패 역시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는 20대에게 도전하지 못할 영역이란 없다. <해운대>의 대박과 <10억>의 실패, 그 다음 지점이 싱글도 아닌 1집 앨범
그래서 스스로 연기자로서의 자의식을 지운 채 뮤지션이라는 새 옷을 입고 ‘고민에 밤을 새우고 사랑도 하고 싶은데, 이만큼이나 왔는데 모르는 게 더 많아’(‘영원한 여름’)라고 노래할 때, 이민기는 모델이나 연기자 혹은 뮤지션이라는 범주로 쉽게 분류할 수 없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다. 스스로 정체되지 않는 삶을 사는 젊음인 동시에 그런 정서를 어디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대변하는 청춘의 아이콘이.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지만 스타와는 다르다. 스타가 인기의 좌표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아이콘은 정체성의 좌표 위에서 만들어진다. 즉 그는 1000만 관객이라는 흥행의 토대 위에서 슈퍼스타가 되길 바라는 대신, 그 흔치 않은 기회를 외면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앞으로의 이민기에게 기대하는 것은 또 한 번의 대박을 낼 것인지가 아닌, 앞으로 수없이 경험할 성공과 실패 안에서도 과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가이다. 그것은 어쩌면 스타가 되고 인기를 유지하는 것보다 어려운 길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가, 굳이 어려운 길을 향해 걷는 치기야말로 스타의 그것보다 밝은, 청춘의 가장 빛나는 부분인 것을.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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