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역지사지’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말에 서툰 유진 박은 모를 테지만 어머니께서는 무슨 뜻인지 잘 알고 계시지 싶네요. 살다가 열 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입장 바꿔 차근차근 곱씹어보면 그다지 화날 일도, 미워할 사람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MBC <기분 좋은 날> ‘유진 박 심경 고백’을 통해 확인한, 아드님 유진 씨가 그간 한국에서 겪었다는 일들은 아무리 역지사지를 적용한다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천지더군요. 전도유망한 한 청년 음악가가 이를테면 ‘새우 잡이 배’에 버금갈만한 착취를 무려 1년 이상 당해왔다는 얘기잖아요. 대명천지에 그 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거늘 엄연한 법치국가인 이 나라가 어찌 그리 무심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또한 어머님을 비롯한 주변 분들은 어째서 유진 씨를 그처럼 방치해두었던 걸까요. 하기야 마이클 잭슨도 자신의 주치의에게 살해당했다고 밝혀진 마당이니 그나마 그만하길 다행으로 여겨야 할는지 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수만도 못한 인간들이 요즘 왜 이리 많답니까.
그래요, 제일 마음 아픈 건 어머니라는 걸 잘 압니다
지난겨울 유진 박이 한 모텔에 감금되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는 기사를 봤어요. 수사 결과가 석연치 않긴 했지만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를 지방 소재의 모텔 방에 감금해둔다는 게 워낙 당치 않은 일인지라 소속사 간의 갈등이 빚은 해프닝쯤으로 가벼이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연예인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 소속사를 옮길 때쯤이면 음해성 기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곤 하거든요. 게다가 유진 박을 아끼는 지인들이나 후원자들이 상당 수 되리라 믿고 있었기에 홀로 그런 핍박을 받고 있을 리 없다 여긴 거죠. 그런데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처지에 삼류 연예인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온갖 폭언과 심지어 수시로 폭행까지 당했다는 것이 정녕 사실이더군요. 몇몇 인터뷰에서 “그 문제에 대해 애기하고 싶지 않다. 난 음악에만 관심이 있다”며 애써 답을 피할 때와는 다르게 어머니 앞에서 “심하게, 죽을 만큼 맞았다”라며 오열하는 유진 박의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모질 수 있는지, 개념 없는 인간들이 얼마나 기구절창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번 사건이 또 한 번 증명했지 싶네요. 만약 네티즌들의 구명 운동이 없었다면,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합쳐 유진 박을 구해내자!’고 공연장 앞에서 외쳐준 팬들이 없었다면 아드님은 과연 어찌 되었을지,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그런 황망한 일을 겪었음에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팬들에게 고마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유진 박은 참으로 맑은 사람이더군요. 또한 공연을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유진 박을 위해 작은 공연이나마 주선해준 현 소속사를 고맙게 여기시는 어머니도 순수한 분이시고요. 사실 악덕 기획사에게 아들을 맡기고 믿거니 내버려두신 어머님을 무모하다 비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순수한 분이시기에 전 소속사가 설마 그 정도의 악질일 줄은 짐작조차 못하셨던 것 같아요. 더구나 안타깝게도 아들이 조울증까지 앓아 온지라 기나긴 뒷바라지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셨을 만도 하고요. 그동안 밝히기 어려운 사연은 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저 행복한 음악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솔직히 가슴 아프기로 치면 어머니를 따라올 이가 어디 있겠어요. 허지만 버거우시더라도 앞으로 다시는 유진 박을 혼자 한국으로 보내지 마셨으면 합니다. 어머니께는 물론 할아버지 앞에서 흐느끼며 하소연하는 아드님을 보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직 절실하더라고요. 물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팬만 만나면 아기처럼 좋아하는 유진 박이지만, 한국에서의 유진 박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았거든요. 반면 뉴욕에서는 백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린 첫 번째 앨범를 자랑하기도 하고, 거리에 아로새겨져 있는 뉴욕 타임스의 유진 박 극찬 기사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쾌활하고 즐거워 보였어요. 아무래도 믿고 기댈 수 있는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오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더구나 친구 밥과 함께 나선 양로원 봉사 뮤직 테라피가 환자들에겐 물론 유진 박 자신의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죠? SBS <뉴스 추적>‘유진 박의 진실’에서 임상심리 전문가도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했고, 공연 관계자들도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장돌뱅이에 불과할 뿐이라 단언했으니 우리나라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돌아오지 마세요. 다시 전성기적 실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팬들은 세계적인 음악가 유진 박보다는 행복해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유진 박을 기다리는 걸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그래요, 제일 마음 아픈 건 어머니라는 걸 잘 압니다
지난겨울 유진 박이 한 모텔에 감금되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으나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는 기사를 봤어요. 수사 결과가 석연치 않긴 했지만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를 지방 소재의 모텔 방에 감금해둔다는 게 워낙 당치 않은 일인지라 소속사 간의 갈등이 빚은 해프닝쯤으로 가벼이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연예인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 소속사를 옮길 때쯤이면 음해성 기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곤 하거든요. 게다가 유진 박을 아끼는 지인들이나 후원자들이 상당 수 되리라 믿고 있었기에 홀로 그런 핍박을 받고 있을 리 없다 여긴 거죠. 그런데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처지에 삼류 연예인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온갖 폭언과 심지어 수시로 폭행까지 당했다는 것이 정녕 사실이더군요. 몇몇 인터뷰에서 “그 문제에 대해 애기하고 싶지 않다. 난 음악에만 관심이 있다”며 애써 답을 피할 때와는 다르게 어머니 앞에서 “심하게, 죽을 만큼 맞았다”라며 오열하는 유진 박의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모질 수 있는지, 개념 없는 인간들이 얼마나 기구절창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번 사건이 또 한 번 증명했지 싶네요. 만약 네티즌들의 구명 운동이 없었다면, ‘한 사람 한 사람 힘을 합쳐 유진 박을 구해내자!’고 공연장 앞에서 외쳐준 팬들이 없었다면 아드님은 과연 어찌 되었을지,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그런 황망한 일을 겪었음에도 누굴 원망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팬들에게 고마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유진 박은 참으로 맑은 사람이더군요. 또한 공연을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유진 박을 위해 작은 공연이나마 주선해준 현 소속사를 고맙게 여기시는 어머니도 순수한 분이시고요. 사실 악덕 기획사에게 아들을 맡기고 믿거니 내버려두신 어머님을 무모하다 비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순수한 분이시기에 전 소속사가 설마 그 정도의 악질일 줄은 짐작조차 못하셨던 것 같아요. 더구나 안타깝게도 아들이 조울증까지 앓아 온지라 기나긴 뒷바라지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셨을 만도 하고요. 그동안 밝히기 어려운 사연은 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저 행복한 음악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솔직히 가슴 아프기로 치면 어머니를 따라올 이가 어디 있겠어요. 허지만 버거우시더라도 앞으로 다시는 유진 박을 혼자 한국으로 보내지 마셨으면 합니다. 어머니께는 물론 할아버지 앞에서 흐느끼며 하소연하는 아드님을 보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아직 절실하더라고요. 물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팬만 만나면 아기처럼 좋아하는 유진 박이지만, 한국에서의 유진 박은 그다지 행복해보이지 않았거든요. 반면 뉴욕에서는 백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린 첫 번째 앨범
더구나 친구 밥과 함께 나선 양로원 봉사 뮤직 테라피가 환자들에겐 물론 유진 박 자신의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죠? SBS <뉴스 추적>‘유진 박의 진실’에서 임상심리 전문가도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했고, 공연 관계자들도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장돌뱅이에 불과할 뿐이라 단언했으니 우리나라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 돌아오지 마세요. 다시 전성기적 실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팬들은 세계적인 음악가 유진 박보다는 행복해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유진 박을 기다리는 걸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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