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은 한창 물이 올랐다. ‘자유여행’에서 여자 가발을 쓰고 혼자 여행길에 나선 이승기는 말 그대로 ‘빵빵 터졌’고, 세 명씩 나눠진 두 팀에게 10만원씩 나눠준 뒤 돈을 덜 쓴 팀이 승리하는 ‘10만원의 행복’을 보여준 ‘휴양림’편은 ‘1박 2일’식 두뇌게임과 반전이 가득했던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그리고 최근 6명의 외국인과 함께한 ‘외국인 특집’은 12명의 전 세계 청춘(과 중년)들이 모여 모두가 꿈꾸는 여행의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패턴의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방송 3년째에 접어드는 지금 다큐와 예능, 여행과 웃음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내고 있는 ‘1박 2일’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1박 2일’의 나영석 PD와 왠지 ‘섭섭해 보이는’ MC몽, 은지원, 이수근에게 그들의 ‘버라이어티 정신’에 대해 물었다.

요즘 갈수록 고생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빗속에서 구르고, 외국인들 여행안내하고.
MC 몽
: 버라이어티 정신이라는 단어가 나온 뒤부터 모든 게 변했다. 정말 얻어걸린 단언데, 그게 이슈가 되면서 밥 먹을 때도 버라이어티 정신이다.
나영석 : 호동이 형이 그 단어에 꽂힌 것 같다. (웃음)
이수근 : 차라리 언제 덜 힘들었느냐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은지원 : 난 덜 힘든 적은 없었다.

“이젠 서로의 성격이나 취향, 취미까지 다 안다”

갈수록 제작진이 더 괴롭히지 않나? (웃음) 요즘 나영석 PD가 툭하면 게임 하자고 하고, 협상 하자고 하는데.
이수근
: 그래도 요즘엔 낫다. 이젠 제작진도 이게 사람이 할 만한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 처음엔 우리끼리 이러다 누구 쓰러지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했었다.
나영석 : 협상을 의도한 건 아니다. 한두 번 호동이 형이 항의를 하다 그게 재밌어지니까 뭐만 하자고 하면 계속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 친구들도 덩달아 그러고. 이젠 뭘 얘기해도 곧이곧대로 하는 게 없다.

갈수록 스태프와 두뇌 싸움을 하는 것 같다. 월드컵에 관한 문제를 낸다고 하니까 곧바로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해서 남아공의 수도를 예상하지 않았나. 결국 답은 틀렸지만. (웃음)
MC 몽
: 두뇌싸움 보다는 워낙 친해져서 그렇다. 이젠 감독님이 무전기로 어떤 문제를 낸다고 하면 그 문제를 거의 다 맞춘다. 어떤 문제를 낼지 어느 정도 알게 된다.

출연자들끼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휴양림에 가는 동안 10만 원을 아껴 쓰는 내기를 했을 때는 서로의 의도를 꿰뚫고, 마지막까지 엎치락 뒷치락했다.
MC 몽
: 서로 성격이나 취향, 취미까지 다 아니까. 이젠 “이 사람이 생각할 때 딱 이 수준일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친밀감이 뚜렷해진 시점이 있나. 요즘 들어 그런 이심전심이 더 눈에 띈다.
은지원
: 멤버들끼리 각각 팀을 만들면서부터였던 거 같다. 섭섭당이나 OB, YB 같은 것들. 팀을 짜서 같이 있다 보니까 서로 맞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됐다.
이수근 : 3대 3이나 2대 2같은 식으로 나눠지면서 서로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됐다. 누구하고 팀을 짜면 어떤 분위기라는 걸 다 알게 되니까.

그래서 요즘 ‘1박 2일’의 내용이 바뀌는 것 같다. 여행 도중에 서로의 팀웍을 맞춰보는 게임이나 미션이 자주 나온다. 꼭 어드벤처 게임 같기도 하고.
나영석
: 표면적인 이유는 어디 가는 동안 수근 씨만 운전을 해서였다. 그러면 1, 2시간은
열심히 방송분량 만들지만 토크 거리 떨어지면 나머지는 자고, 수근 씨는 운전한다. 그래서 아이디어 짜낼 거리를 만들어보라고 그렇게 해봤다. 트럭도 태우고, 후진 차도 태워주고.
은지원 : 그래서 요즘 잠이 줄었다. (웃음)

“사실 요즘엔 별 준비 없이 출연자들을 믿고 맡기는 편”

표면적 이유라고 했는데, 또 다른 이유가 있나?
나영석
: 이 친구들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여행할 때 그냥 가라고 하면 아무리 날고 기는 예능인도 할 얘기 없으면 잔다. 그래서 미션을 이용해서 뭔가 만들어 낸다. 이젠 각자 상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생겼으니까. 그래서 믿고 던진다. 특히 최대한 이기고 싶거나 뭔가 가질 수 있는 걸 할 때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이기면 뭘 준다고 하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웃음)

그만큼 출연자들을 믿는다는 건가.
나영석
: 좀 많이 믿는 편이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실내에서 뭘 하겠다고 레크레이션하고 소품도 준비했는데, 이제는 일단 믿고 본다.
이수근 : 요즘 제작진들이 준비 너무 안한다. 예전엔 트럭에 한 가득이었는데…
MC 몽 : 이제는 그냥 까나리밖에 없다.
나영석 : 그래서 출연자들은 힘들지 모르겠지만 (웃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방송 분량이 안 나오게 한다. 한 시간이건 두 시간이건 그냥 둔다. 그게 고통스럽긴 할 거다. 하지만 결국엔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고, 그게 살면 반응이 뜨겁다. 그래서 불안 불안 하면서도 그냥 던져놓고 두고 본다.

나영석 PD말처럼 요즘은 각자 알아서 만들어나가는 부분이 많다. 이승기처럼 혼자 가발 쓰고 여행을 하기도 하고.
은지원
: 그 때 승기가 되게 부담이 많았다.
이수근 : 승기는 매주 로또 맞는 거 같다. 웃기는데도 멋있다.
은지원 : 말꼬투리 잡아 개그로 승화하는 건 이승기가 짱이다.
나영석 : 지원 씨 말이 맞다. 순발력이 진짜 좋다. 그냥 시청하는 분들은 몽이나 수근 씨가 웃기는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멘트에 대한 순발력이 좋다.
MC 몽 : 어떨 때 보면 호동이 형이랑 만담하고 있다.
이수근 : 궁금한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엉뚱하기도 하고.

역시 이승기는 요즘 물이 올랐나 보다. (웃음) 그런데 요즘 다들 혼자 있는 상황이 많은데, 부담은 안 되나?
MC 몽
: 처음엔 되게 불안했다. 그런데 어쨌건 혼자서 숭어 잡아오라고 하고, 시청자 투어해서 한 팀씩 맡으라고 하니까 어쨌든 하게 된다. 그러면서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

“열심히 하다 보면 제작진들이 편집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이수근은 외국인 단과 단 둘이 여행을 해야 하기도 했다. 어떻게 방송 분량을 만들었나.
이수근
: 그냥 가면 밋밋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무슨 길인지 물어봐서 여기가 영화에서 아리랑을 불렀던 장소라고 하면 내가 뭘 해야할 지 감을 잡게 된다. 바로 춤을 추고, 그러면 옆에 있는 단도 즐거우니까 따라하게 된다.
은지원 : 예전에는 누군가 낙오되면 남은 사람들이 걱정했는데, 이제는 “알아서 할 거야 냅둬” 이런다.

그런 게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MC 몽
: 혼자 떨어지게 되면 뭐든 해야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몰두한다. 숭어잡이가 걸렸을 때는 숭어를 잡아서 5명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잡다 보면 제작진들이 영상과 편집과 음악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나영석 : 그건 나도 궁금했던 부분이다. 대체 무슨 심정으로 그런 걸 찍나? 지원이는 사승봉도에 혼자 떨어졌을 때 무슨 생각이었나?
은지원 : 복수심으로 버텼다.
MC 몽 : 진짜 복수심이 생긴다. 어쩔 때는 다 부숴버리고 싶다. (웃음)

팜스테이 편에서 촬영분량을 만들려고 뭘 고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저 사람들은 버라이어티 정신이 본능이 됐구나 싶었다.
은지원
: 그게 프로그램을 하면서 계속 진화하는 거 같다.
이수근 : 맞다. 연예인들은 다들 그런 순발력이 잠재돼 있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는데, ‘1박 2일’은 오래 하다 보니까 뭘 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런 감각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 같나. 은지원이 ‘무릎 팍 도사’ 패러디에서 김C에게 “여자에게 하는 것만큼 (리액션) 잘하면 돼”라고 하는 거 보고 순발력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나영석
: 요즘 저 친구는 물이 올랐다. (웃음) 그리고 다들 맡고 있는 역할이 나눠져 있다.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이수근은 막힐 때 게임 잘 만들고, MC몽은 어느 상황에서나 카메라만 돌면 리액션을 열심히 하고, 지원이는 전투병기다. (웃음)
은지원 : 그리고 호동이 형이 말하는 그 ‘예능의 정석’이 진짜 도움이 된다. 농담 같지만, 그 말들에 진짜 예능의 정석이 있다.
이수근 : 진흙탕을 보면 굴러라. 그게 다 맞는 말이지. (웃음)
MC 몽 : 나뭇잎 던지기 같은 게임은 사실 말도 안 되는 건데, 호동이 형하고 있다 보면 그렇게 찾아서 하게 된다.

인터뷰. 위근우 (eight@10asia.co.kr)
인터뷰.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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