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작, 꽃미남, 신선한 캐스팅. 그룹 에이트는 이 세 가지 조합으로 MBC <궁>, KBS <꽃보다 남자> 등의 히트작을 배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탐나는 도다>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탐나는 도다>는 일본으로 가던 중 사고로 제주도에 표류하게 된 잉글랜드의 꽃미남 귀족 윌리엄과 제주도 해녀 버진의 사랑을 그린 작품. 이밖에 조선시대판 꽃미남 선비 박규, 일본인 꽃미남 얀 가와무라 등 <꽃보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작품 내내 잘생긴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룹 에이트는 <꽃보다 남자>에서 이민호를 캐스팅한 것처럼 윌리엄에 프랑스 출신의 배우 황찬빈(본명 피에르데포르트)을 캐스팅하는 등 이번에도 신선한 얼굴을 대거 캐스팅했다.

제주도 사투리를 마스터하게 만든 촬영과정

하지만 <탐나는 도다>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캐스팅보다는 오히려 제작 과정 그 자체다. <탐나는 도다>는 1년여 전부터 제작을 시작, 현재 대부분의 촬영 분량을 마쳐놓았다. 그만큼 꼼꼼하게 준비한 덕에 서우는 전혀 하지 못했던 수영과 제주도 사투리를 충분히 배울 수 있었고, 제작 발표회에서 하이라이트로 보여준 제주도의 풍광들은 공들여 찍은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룹 에이트로서는 흥행에서는 성공했지만 졸속에 가까운 제작 과정으로 숱한 비판을 받았던 <꽃보다 남자>의 아쉬움을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과연 그룹 에이트가 <탐나는 도다>로 그들만의 브랜드를 확실하게 다녀 나갈 수 있을까.

제주도의 명랑해녀 버진, 서우
서우는 <탐나는 도다>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을 듯한 배우다. 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수영을 전혀 못하는 상황에서 수영을 배워야 했고, 그 와중에 제주도 사투리를 배워야 했기 때문. “원래는 드라마에서 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는 것으로 설정 돼 있었는데 대본 리딩 이틀 전에 제주도 사투리를 살리는 걸로 바뀌었다. 그 때부터 제주도가 고향인 서태화 선배에게 찾아가 제주도 사투리를 배웠다”고. 하지만 이런 고생 덕에 <탐나는 도다>에서는 제주도의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천방지축 해녀 버진의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 할 수 있었다.

잉글랜드에서 온 금발의 꽃미남 윌리엄, 황찬빈
“언어보다 연기가 어려웠다”는 황찬빈은 본명이 피에르 데포르트인 프랑스인. 2007년부터 한국에서 모델로 활동했고, KBS에서 명절 특집으로 방영했던 <미남들의 수다>에 출연한 것이 눈에 띄어 <탐나는 도다>에 캐스팅됐다. 이 때문에 제작발표회의 많은 기자들은 황찬빈에게 언어 문제를 질문했지만, 꾸준히 한국어를 배웠던 탓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실제로 황찬빈의 한국어는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본으로 가던 중 사고로 제주도에 떨어진 잉글랜드 윌리엄보다는 훨씬 능숙해 보였다. 황찬빈은 <탐나는 도다>에서 서우와 멜로 연기를 보여줄 예정. “서우, 임주환, 그리고 감독님 등 모든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를 언제나 믿고 도와준 것에 감사드린다.”

너무 잘나서 자기 밖에 모르는 선비 박규, 임주환
“많은 부담감을 떠안고 간다.” 임주환은 기자들에게 첫 인사로 주연작에 대한 부담감을 말했다. 첫 주연작인 <탐나는 도다>가 그만큼 자신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는 “처음엔 (<탐나는 도다>에) 될 거라고 생각 안했다”고 생각했을 정도. 임주환이 주연으로서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가 연기하는 박규는 “너무 잘나서 모든 사람들이 내 밑에 있고, 좋은 건 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명문가 자제인 신분과 능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하지만 왕의 특명을 받고 거짓 귀양살이를 하게 된 제주도에서 버진과 윌리엄을 만나며 예상치 못한 인생을 살게 된다. “<탐나는 도다>를 보시는 분들이 저 배우들이 가능성 있는 신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좋겠다.”

악의 축, 조선 최대 상단의 행수 서린, 이승민
이승민이 연기하는 서린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 조선 최대 규모의 상단을 이끄는 행수로, 상단을 키우기 위해 제주도를 일본에 넘길 계략을 꾸민다. 한마디로 드라마의 갈등을 끌어올리기 위한 악역. 이 때문에 “지금까지 명랑하고 쾌활한 역을 많이 했던” 이승민은 서린을 연기하기 만만치 않았다고. “사람의 내면에는 다양한 면이 있으니까, 내면에 있는 못된 성격을 끄집어내면서 서린을 연기하는 중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에 비해 가장 늦게 캐스팅 돼 남들 1년 찍은 분량을 급하게 소화하해야 했다. 촬영 들어가기 1주일 전에 원작을 읽고 서린 역에 맞는 의상과 스타일을 고민하느라 고생했다.”

일본 출신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상인 얀 가와무라, 이선호
얀은 윌리엄의 친구로, 일본 출신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상인. 그래서 <탐나는 도다>에서 일본어, 영어, 네덜란드어를 모두 써야 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이선호는 “영어는 그래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미국에서 살아서 괜찮았는데, 다른 언어들은 대본을 달달 외울 수밖에 없었다”고. 원작에서 얀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만큼 중성적인 매력이 부각된 캐릭터이지만 <탐나는 도다>에서는 이선호의 외모에 어울리도록 캐릭터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이선호가 원작과는 다른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했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관전 포인트
<탐나는 도다>는 주말 저녁 8시에 편성됐다. 젊은 시청자층을 노리는 20부작 미니시리즈로서는 예외적인 편성으로, 그만큼 KBS <솔약국집 아들들>처럼 이미 탄탄한 시청자층을 가진 주말 연속극과 힘겨운 경쟁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윤상호 감독은 “주말 드라마는 스토리에 앞서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정서와 사건들로 끌고 간다고 생각한다. <탐나는 도다> 역시 캐릭터가 부각 돼 있고, 전형적인 미니시리즈보다는 연속극과 미니시리즈의 중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고마운 결정 아니었나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탐나는 도다>가 시청자들의 성향이 뚜렷한 주말 저녁 시간대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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