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특이한 사람들이 모인 홍대 인디 신에서도 남다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한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이하 불쏘클)이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정오, 그린 스테이지에 올랐다. 이른 시간임에도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은 불쏘클의 얼터너티브 라틴, 혹은 민속 그루브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렸고, “석 투더 봉 투더 아!(석봉아)”라는 곡 소개에서는 우레와 같은 환호를 쏟아냈다. 우주를 구성하는 3원소이자 연금술의 주재료인 불나방과 스타, 쏘세지를 제목에 차용한 것일 뿐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라는 밴드는 최근에야 지인의 제보로 알게 되었다”고 딱 잡아떼는 이들은 최근 정규 앨범 발매로 활동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콧수염이 녹아내릴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달변가 조카를로스와 과묵한 멤버들을 공연 직후 만났다. 정체불명, 그러나 너무나 흥미진진한 불쏘클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이른 시간인데도 관객들이 많더라. 오늘 공연은 만족스러운지.
조까를로스
: 관객 반응이 문제가 아니다. 일요일 아침이라니, 너무 취약한 시간에 공연이 잡혀서 고생을 좀 했다. 평소라면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말이다. 공연 장소보다도 시간대를 타는 스타일이다. 밤에 해야 컨디션이 좋다. 우리가 무대에서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사실은 눈앞에 뭐가 좀 안보여야 마음껏 할 수 있는 이유도 있다.

“불쏘클의 시즌 하나가 마감된 기분이랄까”

프로젝트 밴드의 성격이 짙어서 합주를 잘 안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무대에서 즉흥적인 연출이 많은데도 제법 호흡이 잘 맞더라.
조까를로스
: 앨범 녹음하고 페스티벌 준비하면서 합주를 좀 했다. 확실히 합주를 하니까 낫더라. 그걸 밴드한지 4년 만에 알았다! 합주를 하긴 해야겠다. 앞으로도.

다른 팀의 공연을 보기도 했나.
조까를로스
: 나는 첫날부터 계속 지산에 들어와 있었다. 어젯밤에는 ‘작스(베이스먼트 잭스)’ 형님들이 진리를 보여주시는 바람에 잠들 수 없었다. 공연에서도 말했지만, 무대에 서는 것 이상으로 페스티벌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다 같이 함께 놀았으면 좋았을 텐데…
유미 : 다른 사람들은 일이 있어서 대부분 오늘 공연 전에야 들어왔다.

작년 펜타포트에서는 밴드 구성도 더 간단했고, 무대가 아닌 바닥에 앉아서 공연을 했었다. 1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조까를로스
: 아, 그때도 멤버가 4명이나 갔었다. 가능한 인원을 다 동원한 것이었는데, 그 나름대로 눈높이가 맞아서 현장감 있고 좋았다. 이번에는 무대가 좀 더 넓어졌기 때문에 멤버 5명에 객원 2명을 더했다. 지난 1년간의 일이라면, 아무래도 앨범이 나왔다는 사실이 가장 큰 변화겠다. 그동안은 계획 없이 밴드 활동을 했는데 앨범을 만들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불쏘클의 시즌 하나가 마감된 기분이랄까.

“멤버들의 이름은 조까를로스가 지은 것”

앨범 작업이 공연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없나?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더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은데.
조까를로스
: 녹음과 공연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대에서 녹음을 재현할 수도 없는 일이고. 공연에서는 그 나름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사실 하루 하고 말 생각으로 하는 밴드다. 올해 다른 계획은 전혀 불투명하고, 이 이름으로 앨범을 내는 것도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그 말 나중에 번복하는 것 아닌가. (웃음)
조까를로스
: 그렇다. 허술하고 이상한게 우리의 콘셉트니까. 워낙 처음부터 ‘구라’를 많이 풀어서, 사람들이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 주는 것 같다.

24일 금요일 밤에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그런 말을 했었다. 좀처럼 없었던 방송 출연인데, 모니터 한 소감이 어떤지.
일동
: 으윽
김간지 : 아주 아주 손발이 오그라드는 방송이었다.
조까를로스 : 아무래도 녹화 현장이 공연장과 달리 생소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방송 출연 자체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걸 맞는 방송이 많지 않잖나. 한국에는 음악을 하기 위해 출연 할 수 있는 방송이 몇 개 없으니까.

방송에서도 그랬지만, 역시 멤버들의 네이밍이 화제다.
조까를로스
: 김간지는 본인이 직접 작명 했고. 카르푸황, 후르츠김, 유미 다 내가 지어 준 이름이다.

가명을 쓰는 것도 그렇고, 얼굴 공개를 꺼리는 것도 그렇고 정체를 감추는 이유가 있나?
조까를로스
: 다들 이 밴드 소속이라는 사실을 좀……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무대에서 워낙 뻘 짓을 많이 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고 사실 신비주의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잘 보면 굉장히 허술하다. 그게 우리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고.

“라틴음악을 선택한 것은 초반에 악기 세팅이 간단해서”

마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라틴음악을 표방하기 위함인가.
조까를로스
: 마초적인 것들을 안 좋아한다. 한국 사회가 유교가 깊숙하게 뿌리내린 문화가 만연해 있지 않나. 그런 답답하고 권위적인 것들에 대한 반감으로 마초를 내세우고 있다. 음악적으로 라틴음악을 선택한 것은 초반에 악기 세팅이 간단해서 그렇게 간 거고, 실제로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아주 두서없다. 꼭 라틴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나리수 : 사실 우리나라 노래들 안에 라틴 음악의 흔적은 계속 있어왔던 코드다. 쌈바쌈바쌈바쌈바. 춤을 추고 있는 그대!
까르푸 황 : 그것도 있다. 보고 싶은 어얼 구울-

사람들이 이 밴드를 잘 기억하는 이유 중에는 독특한 가사의 몫도 크다. 작사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조까를로스
: 작사 과정을 공개하자면, 나는 가장 먼저 제목을 정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 제목을 일단 후렴구에 넣어서 반복한 다음에 나머지 부분의 내용을 수습하는 식이다. 전형적인 후크송의 법칙인 거다. 사람들은 인디 밴드는 뭔가 아주 독특하고 인디스러운 것을 할 거라고 기대를 하지만, 우리는 그 선입견에 대항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요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방식을 채택했다. 생각해 보라. 원더걸스가 우리 노래를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유빈아 너는 떡을 썰고, 나는 글을 쓰련다아-

그 노래 ‘석봉아’는 가사를 굉장히 광범위하게 수습했더라,
조까를로스
: 밑천이 떨어진 거지. 원래는 석봉아! 하는 메인 테마를 정하고 그 정도 선에서 내용을 넣으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다른 테마를 많이 더하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조 까를로스, 당신은 제법 유능한 화가 아닌가.
조까를로스
: 음. 그건 또 그냥 하는 일이고. 밴드 안에서 나는 음악을 하는 조까를로스 일 뿐이다. 그런 얘기는 다음 기회에.

스카. 자메이카의 토속 리듬과 미국의 리듬 앤 블루스, 그리고 관악 편성이 추가되면서 만들어진 이 흥겨운 음악은, 같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레게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한 장르다. 9인조 브라스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는 이런 스카를 연주하는 뮤지션이다. 9인조 편성이 조금 과하다 싶지만 리듬 파트의 토대 위에 빈틈없이 꽉 채운 브라스 세션을 듣고 있으면 어째서 그들이 몇 번의 멤버 교체 가운데서도 이런 대규모 인원을 유지하는지, 왜 그들이 스카에 빠져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카의 매력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오직 공연, 또 공연이라는 그들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만났다. 다음은 9명의 멤버 중 리더 최철욱(트롬본), 이석율(보컬 및 퍼커션), 서재하(기타), 오정석(트럼펫)과 공연 전 진행한 인터뷰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참가는 이번이 처음인 걸로 안다.
최철욱
: 전부터 한 번 오고 싶던 무대다. 록으로는 가장 큰 규모의 페스티벌 중 하나니까. 예전부터 관객 입장으로서 공연 보러 온 적도 있고, 작년엔 카피머신의 세션으로도 왔다. 그 때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스카는 재즈와 록의 정수를 다 가졌다”

이런 대형 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 특별히 재밌는 면이 있나.
서재하
: 그렇다. 우선 출연하는 밴드들을 보면 다 재밌다. 또 우릴 불러준 것도 고맙고, 열심히 할 자신도 있고.
최철욱 : 우리는 멤버가 많지 않나. 한 사람마다 널찍하게 공간을 차지하고 동선을 만들며 공연을 한다는 게 참 재밌는 거 같다.
오정석 : 결국 공연은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일단 큰 페스티벌에 온 사람들은 놀려고 작정하신 분들이라 분위기도 훨씬 좋고 열광적이다.

특히 펜타포트는 ‘방방’ 뜨는 분위기로 따지면 최고인 페스티벌이다.
최철욱
: 그렇긴 한데 작년에 참여했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도 굉장했다. 그쪽 분들도 정말 ‘방방’ 뛰었다. 발밑에 트램펄린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물론 자라섬엔 재즈라는 이름이, 펜타포트엔 록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페스티벌을 즐기러 온 마인드에 이미 뛰며 즐길 에너지가 잠재된 것 같다.

하지만 말했듯 분명 장르가 다르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재즈와 록을 이름에 내건 페스티벌에 모두 참가하는 셈이다. 당신들의 스카는 어디에 더 가깝다고 보나.
최철욱
: 곡의 형식이나 연주 플레이를 보면 분명 재즈의 형식이 많다. 하지만 공연할 때 내면의 에너지랄까, 마음가짐에는 록의 정신이 자리 잡은 거 같다.
오정석 : 스카는 재즈나 블루스에 기반 하는데 록 역시 블루스에서 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스카에도 록큰롤적인 곡이 많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기 때문에 록은 록, 재즈는 재즈라고 나누는 것도 어려울 거 같다.
서재하 : 멤버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거 같다. 나 같은 경우엔 재즈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특히 과거 스카의 대선배들이 연주한 걸 들어보면 완전히 재즈다.

그렇다면 킹스턴 루디스카는 과거의 선배 스카 밴드에 비해 좀 더 록킹한 편인가?
이석율
: 그런 면모가 보이는 곡이 있긴 하다. 흔하진 않지만. 나도 공연할 때 그런 곡이 나오면 동작부터 달라진다.

“팀 멤버가 9명이지만 연주가 하나라도 빠지면 허전”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멤버가 취향적으로 스카라는 장르를 공유할 거 같다.
이석율
: 그냥 밴드가 하고 싶어서 펑크 밴드를 하다가 현재의 멤버들을 알게 됐고, 보컬을 하고 싶단 마음에 킹스턴 루디스카에 들어갔다. 스카 펑크는 알아도 스카는 모를 때였는데 형들이 추천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조금씩 스카의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최철욱 : 나 같은 경우엔 역순으로 스카를 들었다. 스카 펑크를 듣다가 스카를 듣고, 그러다 재즈로 회귀하는. 말하자면 역주행인 거지.

스카라는 음악 형식 때문에 멤버가 굉장히 많은데 그만큼 합주를 맞추기 어렵진 않나.
최철욱
: 우리 팀 멤버가 9명이지만 연주가 하나라도 빠지면 허전하다. 그건 한 명 한 명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데 그런 역할을 맡기까지가 어려웠던 거 같다. 록이라면 어떤 유명한 밴드 이름을 대면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설명이 되는데 스카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 과정이 어려웠지, 사실 모이고 이 안에서 놀다보니 어려울 건 없는 거 같다.

하나하나의 소리가 중요하단 건데 그만큼 악기의 특성이 살아있는 녹음을 원할 거 같다.
이석율
: 그보단 아날로그적인 사운드, 완전 옛날의, 음질은 조금 듣기 그렇지만 따뜻한 사운드를 녹음해보고 싶다. 옛날 스카나 레게 밴드를 들어보면 톤이나 이런저런 면에서 정말 어떻게 가능한지 싶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서재하 : 쉽게 말해 녹음을 한 방에 가고 싶다는 얘기다. 우리 모두 그런 걸 바라고 있고.
오정석 : 스카에선 한 방에 가고 호흡과 팀워크가 묻어 나오는 그런 스타일이 좋은 거 같다. 외국에서 빈티지한 느낌으로 녹음한 곡을 듣다 보면 너무 좋다. 심지어 틀리기까지 한다. 그런 게 인간적이고 참 좋다. 그러면서도 팀워크, 사운드 전체의 질감은 좋다.

이번 펜타포트가 그런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최철욱
: 그래서 많이 틀리려고 한다. 하하하. 퓨전 재즈에서 현란한 테크닉이 나오다 ‘삑사리’가 나오면 좀 그렇지만 스카의 브라스 파트에서 살짝 ‘삑사리’가 나오면 그냥 웃는다. 그게 스카의 장점인 거 같기도 하다.
서재하 : 내가 내는 ‘삑사리’는 모두 의도되고 계산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하하.

“관객들이 안 노는 건 밴드 책임이다”

그런 것이 스카의 매력일 텐데 아직 스카가 낯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스카의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최철욱
: 처음엔 그저 신나기만 한 것 같은데 더 듣다 보면 가슴이 짠한 면도 있다. 희로애락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공연에 와서 그런 걸 느끼고 가면 좋겠다. 그냥 희로애락 중 하나만 택해도 좋고. 어떤 록 공연을 보면 관객에게 안 논다고 막 뭐라고 그러는데 놀기 싫은데 어쩌나. 감상하고 싶으면 감상하게 둬야지.
오정석 : 관객에게 안 논다고 뭐라 할 게 아니라 관객을 놀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건 관객 책임이 아니라 밴드 책임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호응 담당인 석율 씨가 할 말이 좀 있을 거 같은데.
이석율
: 예전엔 사람이 없고 호응이 없으면 나도 처졌는데 이젠 형들 조언도 듣고 계속 하다보니까 오히려 그런 게 더 재밌다. 사람들이 안 놀면 더 놀게 해줄 수 있도록 내가 더 뛰고, 그러면서 재미를 느낀다.

그러면서 이제 홍대에서 상당히 인지도 있는 밴드가 되었다고 보는데 스스로도 느끼나.
서재하
: 작년엔 펜타포트에 와서 세션하고 밥 먹고 갔는데 이번엔 공연을 하지 않나.
오정석 : 음악 들으시는 분들이 이제 스카라는 장르를 좀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최철욱 : 결국 우리와 스카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건 공연뿐이다. 좋은 곡을 만들고 좋은 공연을 해서 좋은 뒤풀이까지 가는, 그런 서클 안에서 살고 싶다.

뒤풀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올해 장기하 인터뷰를 하는데 당신들 단독 공연 뒤풀이에 갔다가 아침까지 마시고 나왔다더라.
최철욱
: 우리가 기하를 많이 챙겨준다. 아직 조금 덜 뜬 것 같지만.

그럼 좀 더 밀어줄 생각이 있나?
최철욱
: 이제 혼자 알아서 잘 하고 있다. 우리나 좀 도와주면 좋겠다. 하하하.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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