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말하겠다. 만약 이 기사에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비교 평가하는 별점 혹은 스코어 카드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대감을 지금 자리 그대로 바닥에 놓아두길 바란다. <10 아시아>의 이번 포커스는 단지 각각의 페스티벌을 자신의 입장에서 잘 놀다온 두 개 시선이 써내려가는 가감 없는 기록일 뿐이다. 대신 두 개 현장 모두를 가보지 못했거나, 한 쪽만 가느라 다른 한 쪽의 풍경이 궁금했던 록 팬들에겐 각 페스티벌의 스케치와 헤드라이너 및 국내 뮤지션 인터뷰가 좋은 선물이 될 거라 믿는다.
솔직히 말해보자. 지난 5월 14일 공개된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의 2차 라인업에서 오아시스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의 패배를 직감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지. 이미 1차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위저의 이름만으로 3년 동안 쌓아올린 펜타의 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오아시스는 말하자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처럼 모든 걸 종결짓는 최종병기와도 같았다. 이후에도 지산은 3차에선 스타세일러, 4차에선 젯의 합류를 알렸고, 3년 동안 대한민국 대표 록 페스티벌로 군림해온 펜타에 대한 우려는 극대화됐다. 결과적으로 말해 올해의 펜타는 망하지 않았다. 심지어 역대 펜타 중 유일하게 손해 보지 않은 장사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우리에게 제기하는 문제는 펜타의 패배를 예상한 오판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록 페스티벌이라는 문화 행사를 마치 국가대표 축구 대항전과 같은 승패의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그랜드민트와 펜타 사이의 지산 vs 좀 더 록킹한 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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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은 펜타와 그랜드민트 사이의, 아마도 펜타에 더 가까울 지점에 토대를 세웠다. |
물론 지산 측은 “후지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펜타 측은 “이미 인천시와 모든 날짜를 협의한 상태에서 갑자기 지산의 일정이 통보되는 통에” 같은 날짜에 행사를 치루며 두 페스티벌이 티켓 판매 시장에서 경쟁 관계가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날짜라 국내 뮤지션을 공유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펜타와 지산의 포지셔닝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앞서 말했듯 펜타와 가장 먼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그랜드민트조차 상당부분 펜타와 라인업이 겹친다. 그것은 이들 행사가 음악적으로 차이만큼이나 공통분모도 상당히 크다는 걸 뜻한다. 록페스티벌을 표방하는 펜타와 지산은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많은 라인업을 공유해야 마땅하지만 그것이 날짜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선 섭외 가능한 뮤지션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페스티벌의 색깔에 어울리는 멤버만을 골라 라인업을 짜야한다. 이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펜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펜타다워지고, 지산은 단 한 번의 행사만으로 자신이 벤치마킹한 후지 록 페스티벌의 포지션에 펜타보다 더 근접할 수 있었다. 즉 둘은 서로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해주게 된다. 오아시스와 스타세일러, 위저와 같은 얼터너티브/모던록 계열의 밴드들이 초청되고, 요조나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록킹하기보단 잔잔한 느낌의 뮤지션들이 참여한 지산과 달리 펜타의 해외파 헤드라이너는 뉴 메탈 신의 거장 데프톤즈였고, 국내 뮤지션 중에선 럭스와 노브레인처럼 소위 날뛰는 밴드들이 메인급으로 활약했다. 물론 지산에도 크래쉬가 있었고, 펜타에도 W&Whale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의 차이는 분명한 편이다. 비록 금전적 문제로 포기했지만 펜타가 섭외하려던 또 하나의 해외 밴드가 뉴 메탈 신을 대표하는 콘이었다는 건 그래서 상징적이다. 실제로 펜타를 주관하는 (주)아이예스컴의 이상원 본부장은 “헤비하고 록킹한 밴드들로 페스티벌의 색깔을 맞춰보려는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록페스티벌은 국가대표 축구 대항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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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는 헤비하고 록킹한 밴드들로 페스티벌의 색깔을 맞춰보려는 의도가 있었다. |
하지만 이러한 산업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음악 페스티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악이다. 어디는 몇 만 명이 들고, 어디는 시의 지원을 얼마나 받는지도 중요한 문제지만 결국 음악 페스티벌을 평가할 가장 큰 기준은 어떤 뮤지션을 섭외해 어떤 취향을 만족시켜줄 수 있느냐이다. 그것은 젯의 ‘Are You Gonna Be My Girl’의 명랑함이 좋아 지산에 갔거나,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보다 부활의 ‘사랑할수록’이 좋아 펜타를 선택한 팬들 각각의 마음 속 대차대조표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문화 행사는 축구 대항전이 아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은 지산과 펜타,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들이 자신의 포지션 안에서 관객에게 서로 다른 만족을 선사하는 과정일 것이다. 때론 어깨를 들썩이며, 때론 헤드뱅잉과 슬램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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