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어린아이 팔뚝만한 강아지다. 그러나 KBS <결혼 못하는 남자>의 상구는 누구보다 힘이 센 강아지다. 홀로 서울 생활을 하는 유진(김소은)의 둘도 없는 가족인 상구는 주변 사람들에게 냉정하기 짝이 없는 건축가 재희(지진희)의 마음을 열어준 첫 친구가 되었고, 이제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도 흔들어 놓고 있다.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는 강아지 상구와 이 강아지는 물론, 많은 스타견들을 길러낸 애견 교육 전문가 이웅종 소장을 만났다. 눈빛만으로도 개들을 제압하는 ‘상구 아버지’ 이웅종 소장이 털어 놓는 상구의 비밀들, 그리고 20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그의 애견 인생을 공개한다.

KBS <결혼 못하는 남자>의 상구가 요즘 화제다. 상구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이웅종 소장
: 애견 훈련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방송이나 영화, 광고에 출연하는 개들의 에이전시도 겸하고 있어서 ‘1박 2일’에 출연하는 상근이를 비롯해서 방송이나 영화, 광고에 출연하는 개들의 70% 정도를 우리가 관리하고 있다. 제작진이 먼저 원작 드라마에 출연하는 퍼그와 비슷한 개를 문의해 왔고, 여러 마리가 오디션을 봤다. 처음부터 설정이 치와와였던 건 아니었는데, 연기가 가능한 개들 중에서 상구가 가장 깜찍하고 행동이 자연스러워 채택이 된 거다.

“사실 상구는 오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일단 상구는 생김새부터가 너무 예쁘다.
이웅종 소장
: 잘생겼지. (웃음) 사실은 얘가 100% 치와와 순종은 아니다.

그 외에도 실제 상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
이웅종 소장
: 수컷이고 이제 3살 정도 되었다. 훈련소에서 부르는 본명은 고도리다.

고도리를 출연 준비 시키면서 원작 드라마도 참고를 했나.
이웅종 소장
: 원작에 나오는 개의 연기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 했다. 솔직히 우리 고도리가 전체적인 연기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부분적으로는 카리스마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불쌍한 연기, 화난 연기, 좋아하는 연기가 참 적시적소에 맞아 들어가서 기특하게 생각한다.

그런 미묘한 표정연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욱 고도리의 연기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현장에서 어떻게 컨트롤 하는 건가.
이웅종 소장
: 대본을 보고 미리 훈련 교육을 시키는데 시선을 잡을 때는 먹이를 이용한다. 눈앞에 보이는 먹이가 움직이면 시선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개가 좋아하는 사람이 근처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지면 불안해하면서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연출된다. 현장에서는 소리가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주로 동작으로 지시를 내린다.

연출하기 어려운 장면은 어떤 것이 있나
이웅종 소장
: 개들이 가만히 앉아 있거나 잠이 든 모습을 연기 시키는 게 사실 어렵다. 상구가 아파서 입원하는 대목에서는 실제로 고도리가 잠이 들었을 때 그 모습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개는 사람과 달라서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시킬 수가 없다. 먹기 싫은 것을 먹게 하려면 그 한 장면을 위해 미리 놀아주고, 장난을 치면서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켜놓아야 한다. 사실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운 거지.

극 중의 상구는 오이를 좋아하는 설정인데, 고도리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웅종 소장
: 야채를 조금씩 먹는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육포를 훨씬 더 좋아하지. 하지만 개들은 경험한 것은 다시 하게 되어 있다. 미리 준비하고 훈련을 시켜 놓으면 가능하다.

배수로 철망을 뛰어 넘는 장면도 미리 훈련 된 것인가
이웅종 소장
: 소형 견들은 발이 빠지거나 하기 때문에 실제로 배수로 철망을 싫어하기 마련이다. 개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 앞에 있으면 피하거나 껑충 뛰어 넘어 버리는데 그 장면을 포착을 잘 해낸 거지.

“상근이는 이제 차 타는 것을 즐기는 수준”

조재희 역을 맡은 지진희와 발로 장난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인데, 연기를 같이 하는 배우들과의 적응 훈련은 어떻게 했나.
이웅종 소장
: 고도리의 주특기가 두 발로 서서 차렷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발을 가져다 대면 자신의 발을 살짝 올려주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상구의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고도리 같은 경우는 늘 조카가 데리고 다니고, 집에서 사람과 생활을 같이 하는 개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거부반응이 크지 않고, 사회성 훈련이 잘 되어 있다. 배우가 바뀌어도 잠깐 놀아주면 금방 경계를 풀고 가까워지는 장점이 있다.

보통 드라마에서 개들은 소품처럼 등장하는데 그치지만, 상구는 극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을 직접 이끌어가야 한다. 대본의 그런 부분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나
이웅종 소장
: 대본에서 우리가 주로 체크하는 부분은 동물 학대에 관한 것들이다. 개가 연기할 수 없는 장면에 대해서는 거절을 한다. 물론, 이 드라마의 상구 같은 경우는 따뜻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견에 대해서 보다 좋은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지 모르겠는데, 사회적으로 유기견이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상구의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 개는 이럴까’ 생각만 하지 말고 올바른 훈련의 방법을 배워갔으면 좋겠다. 무조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개를 기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나가면서 의견이 반반이더라. 보기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저렇게까지 개를 훈련시켜야 하나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바로 그 점에 대해 묻고 싶었다. 훈련 역시 학대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웅종 소장
: ‘1박 2일’에서 상근이가 한창 인기를 얻을 때는 장시간 이동하는 것에도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다. 그렇지만 현장에 도착해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이제는 상근이가 차 타는 것을 즐기는 수준이다. 개들은 생각보다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사람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즐거웠다면 다시 그 일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개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행동을 할 때 주인이 사랑해주고 예뻐 한다는 표현을 해주면 처음에는 싫어하던 행동이라도 결국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예컨대, 상구가 두발로 서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건 인위적으로 시킨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개가 보여주는 행동이다. 기분이 좋다거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표현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스타의 자질을 타고나는 개들이 있는 것 같다.
이웅종 소장
: 물론이다. 훈련소에서 기가 막히게 잘 하다가도 낯선 환경에 가서 상당히 불안해하거나 어쩔 줄 몰라가는 개들이 많다. 반대로 훈련할 때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가도 촬영장에서 완전히 바뀌어서 즐기는 개들도 많다.

상구 덕분에 치와와가 많이 사랑받는 것 같더라. 상근이가 인기 있을 때 그레이트 피레니즈가 유행했던 것처럼.
이웅종 소장
: 방송이라는 게 참 재미난 것이 어떠한 견종이 뜨게 되면 인기가 불티가 난다. 치와와는 원래 소심하고 까칠한 면은 있지만 주인의 마음을 잘 알고 작은 몸집이 귀여운 견종이라 사랑을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개를 기를 때는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 귀여움이 앞섰다가 막상 키워보니 대소변, 미용, 먹이, 운동 등 챙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으니까 몰래 개를 버리거나 훈련소 앞에 놓고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애완용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같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동물에게도 예절 교육이 필요한 거고.

“문제견들은 보통 주인에게 문제가 있다”

SBS <동물농장>에서 애견 예절 교육 코너에 오랫동안 출연해 오고 있다. 등장만 해도 개들이 긴장하던데, 동물들이 느끼는 카리스마가 있는가보다.
이웅종 소장
: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열이다. 개가 나에게 복종하고 순응하게 만들기 위해서 먼저 기 싸움을 하는 것인데, 개가 나를 탐색하는 동안 물러서지 않고 버티다보면 결국은 개가 꼬리를 내리게 된다. 유기견의 대부분이 문제견이고, 문제견들은 보통 주인에게 문제가 있다. 주인의 잘못된 생각을 고치고 서열을 바로잡아주면 개들의 행동이 교정되는 법이다.

방송을 보면 풍선이나 거울을 사용하기도 하던데.
이웅종 소장
: 소품을 이용한 교정은 일시적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들이 영리한 동물이라 금방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방식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보다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소품을 이용하게 되면 주인이 직접 벌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개와 주인의 관계유지에는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신문지를 말아서 개를 야단치는데, 이것은 실제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위협하는 주체가 주인인 이상, 개는 결국 주인을 공격하게 되거나 극도로 겁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개들의 문제점을 귀신처럼 잘 찾아내던데, 언제부터 애견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이웅종 소장
: 처음에는 나도 무조건 개를 예뻐하던 사람이었다. 시골에 살면서 잡종개들을 키우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아키다 순종을 한 마리 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강아지 번식업을 아르바이트로 하려고 했었지. 진돗개, 세퍼트가 5~10만 원 하던 시절에 용돈 모은 것을 털어서 무려 50만 원짜리 개를 5만 원 깎아서 샀었다. 강아지 다섯 마리가 태어났는데, 팔 수가 없는 거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아무리 정성을 다해서 키워도 소용이 없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개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경규 씨가 유기견을 주제로 한 영화 제작 상담을 하기도”

처음에는 번식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인가.
이웅종 소장
: 그렇지. 그런데 군대에서 군견 훈련을 담당했는데, 그때 개 훈련에 완전히 빠져버린 거다. 그 당시만 해도 애견 훈련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도 상당히 반대가 많았고, 개 키우러 가는걸 보고 보신탕 키우러 간다고 했었다. “훈련하러 갑니다, 기술 배우러 갑니다” 말씀 드려도 젊은 놈이 제대하고 할 짓이 없어서 보신탕 먹이러 가냐고 계속 말리셨다. 그게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개를 훈련하고 교육시키는 것 외에도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웅종 소장
: 진돗개에 애착이 많아서 진도 현지에서 개들의 예절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국제 공인견으로 인정을 받았는데도 사회성이 부족해서 다른 개들이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진돗개의 단점을 훈련을 통해 해결하고 싶다. 개를 통한 매체 치료에도 관여를 하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애견 문화와 관련한 상담을 해 온다. 최근에는 유기견 보호 시설을 확충하고 싶다고 하길래, 애견 공동 운동장 확보가 우선이라고 조언을 해 줬다. 개를 버리지 않는 것이 우선이지, 버린 개를 수용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결국은 안락사를 시키는데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개그맨 이경규 씨가 유기견을 주제로 한 영화 제작을 위해 상담을 해 오기도 했다.

다각도로 개와 인간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색 중인 것 같은데, 결국 어떤 개가 행복한 개라고 생각하나.
이웅종 소장
: 행복을 추구하는 개념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마음대로 자연스럽게 풀어주면 물론 개가 행복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개를 풀어놓으면 다른 개들과 마찰이 생기거나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개가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평가 할 수 없으니 사실상 개의 행복은 주인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게 중요한 거다. 다만,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데 내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도 예절 교육을 받고 수십 년간 공부를 하듯이 개도 최소한의 공부를 통해 주인과 함께 행복해 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애견훈련의 달인 이웅종 소장님의 수제자 상구와 상근이의 깜찍한 모습들은 내일 GOGO 10에서 공개됩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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