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가 오늘 16일 저녁 7시, 부천시민회관에서 개막해 11일간의 판타스틱한 축제를 시작한다. 피 튀기는 슬래셔 무비나 좀비와 뱀파이어, 살인마들로 대표되는 PIFAN은 늘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는 상영작들로 국내 어느 영화제보다도 강렬하다. 그래서 장르영화 팬들에게는 성지 순례와도 같은 필수 코스지만 한 떨기 수선화 같은 소녀들이나 시각적 충격에 취약한 관객들에게는 기피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PIFAN에는 잔인하지 않아도, 온가족이 함께 보아도 매력적인 영화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PIFAN을 알뜰살뜰 준비해온 박진형, 권용민 두 프로그래머가 <10 아시아> 독자들에게 선혈이 낭자하지 않지만 PIFAN의 정수를 담은 6편의 영화를 추천한다.<어웨이데이즈> (상영섹션: 오프 더 판타스틱)
영국, 2009, 105분, 감독: 팻 홀든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회사원 카씨는 도시를 원정하며 축구단을 응원하는 전형적인 훌리건 집단인 ‘팩’을 만나면서 삶의 새로운 활력을 경험한다. 그러나 팩은 단순한 응원단이 아니라 상대편 응원단을 주먹과 흉기로 제압할 정도로 폭력적인 갱단이다. 80년대 대처 정권 시기 영국의 보수적이고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삶의 권태와 무료함과 훌리건이라는 집단 폭력의 형태를 대비시키면서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품.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리게 한다.
<노도> (상영섹션: 월드판타스틱시네마)
스페인, 2008, 94분, 감독: 엘리오 키로가
위태로운 결혼생활의 회복을 위해 시골집으로 이사한 프란체스카의 가족. 그러나 이 평화로운 집에 한 소녀의 흔적이 계속 발견되면서 프란체스카는 공포에 빠진다. 소녀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 프란체스카는 2차 대전과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베일에 쌓여있는 뉴스영화 <노도>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링>, <장화홍련> 등 소위 ‘유령소녀’는 전 세계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영화의 공식보다는 스페인 영화 특유의 신비로운 감수성이 돋보이는 영화.
<볼케이노 트윈의 모험> (상영섹션: 패밀리 판타)
뉴질랜드, 2009, 91분, 감독: 조나단 킹
<반지의 제왕>으로 일약 전 세계 SFX 판타지 영화의 기수로 명성을 알린 최고의 SFX 프로덕션인 웨타 스튜디오(WETA studio)가 선보이는 신작 SFX 액션 어드벤처. 초능력을 가진 두 남매가 화산 아래 숨어있는 에일리언 괴물을 무찌른다는 전형적인 스토리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버금가는 완벽한 특수효과와 뉴질랜드 특유의 화려한 스펙터클로 무장했다. 남녀노소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시원 통쾌한 영화로, 신비한 남자 미스터 존스로 등장하는 뉴질랜드 출신의 연기파 배우 샘 닐의 모습도 반갑다.
글 박진형
<나도 스타가 될꺼야> (상영섹션: 패밀리 판타)
영국 2008년, 93분, 감독 : 제이미 제이 존슨
‘주니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명한 가수와 많은 명곡을 배출한 유럽 최대 음악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청소년 버전이다. 로테르담에서 열렸던 2007년 본선에는 유럽 17개국의 아이들이 참여했는데, 영화는 이들이 본선보다 더 치열했던 지역 예선과 혹독한 연습을 거쳐 본선 무대에 올라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을 성실하게 따라간다. 스타가 되기 위해, 가수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인 못지않은 실력과 끼로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들의 모습은 흥겹기도 하고 아름답게도 느껴진다.
<장기수의 브론슨의 고백> (상영섹션: 오프 더 판타스틱)
영국, 2008년, 92분, 감독 : 니콜라스 윈딩 레폰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죄수를 다룬 흥미롭고 대담한 영화.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은 34년 이상을 감옥에서 살았던 마이클 피터슨의 일대기이다. 주인공이 극장의 청중을 바라보며 자기 인생을 술회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브론슨>은 대단한 집중력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브론슨의 피비린내 나는 일대기는 역설적으로 그에 대한 연민을 품게 만들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폭력의 동기와 원인, 혹은 인간이 인간을 가둬두는 행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브론슨을 연기하는 톰 하디의 놀라운 연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놓쳐선 안 될 영화.
<헐리웃과 맞장뜨기: 호주 B무비의 세계> (상영섹션: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미국/호주, 2008년, 102분, 감독 : 마크 하틀리
<헐리웃과 맞장 뜨기>는 ‘오즈플로이테이션’이라 명명하는 1970, 80년대 호주 장르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연출과 각본을 쓴 마크 하틀리는 수년에 걸친 사전 조사를 통해 비평가들로부터 저속하고 불쾌한 영화로 낙인이 찍힌 폭력과 섹스로 점철된 영화들을 정리했다. 공포영화에서 웨스턴, 액션, 에로, 코미디 등 수 많은 영화들의 주요 장면들과 그 영화들의 주역인 감독과 배우들의 입을 빌어 흥미로운 제작 뒷이야기와 당시를 회고한다. 무엇보다 대다수 듣도 보도 못한 영화들의 하이라이트 모음이 우리에게 주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글 권용민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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