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를 만큼 더운 날씨지만, 신활의 집이자 사무실인 본드 팩토리의 큰 유리창 밖으로 내다본 한낮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했다. 청춘도 그렇다. 그 시절을 지날 때는 모든 일이 어렵고 괴롭기만 하지만, 이것을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보노라면 그만큼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은 없다. 청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포착하는 이윤정 감독의 MBC <트리플>이 5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아직 대중적인 반응이 뜨겁지는 않지만 마니아들은 이미 이윤정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과 독특한 캐릭터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여섯 명의 배우들을 6월 24일, 홍대 앞의 촬영장에서 만났다. 경력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마음속의 열정만은 똑같이 펄펄 끓고 있는 세 커플과의 짧은 인터뷰를 공개한다.

출연진 중에서 가장 선배 격이다. 시청률이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은데.
이정재
: 잘 모르겠다. 수목 드라마 시청률이 평균적으로 월화에 비해 조금 덜 나오는 것 같기는 하다. 드라마들이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시청자들이 수목에 다른 일들을 좀 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여러 원인들이 맞물리다 보니까 전체적인 시청률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시청률에 상관없이 우리끼리는 좋다고 찍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이정재
: 그게 문제다. (웃음) 시청률이 안 좋으면 분위기가 좀 안 좋아야 정상인데, 자기들끼리는 좋다고 찍고 있으니까. 드라마 초반은 인물 소개와 작품 색깔 안내를 하면서 재미있는 요소들 위주로 진행이 되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좀 더 진지해지고 갈등구조가 드라마틱해진다.

연기로서 첫 데뷔작인데 소감을 밝히자면?
민효린
: 하루의 캐릭터가 밝다보니 항상 톤이 업되어 있다. 그런 점들이 다른 인물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을 했었는데 다행히 녹아들고 있는 것 같다. 방송을 보면 부족한 부분만 보인다. 자책하면서 보고 있다. 하루가 하는 행동이 흔히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집에 불을 낸다던가 하는 모습에 하루의 진실을 담아야 하는 게 어색했다.

하루와 활의 관계가 남매임에도 불구하고 애정 전선이 예고되어 있다. 어떻게 전개 될 것 같은가.
이정재
: 직접적인 러브신이 나오는 건 아니다. 하루가 고3이니까. 개인적으로 촬영 전에 감독님께 물어 봤는데 감정적으로는 진하게 갈 거라고 하시더라.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걱정 반, 궁금함 반이다. 이야기적으로는 맺어지지 않는 사랑이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재미가 있다. 동생이 옆에 와서 잘 때 설렌다든가 내가 꿈틀꿈틀 하는 이 감정은 뭐지? 그런 느낌을 살려야 할 것 같은데 아이디어가 아직 없다.

앞으로 감정이 깊어지면 항상 발랄하던 하루도 진지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건가.
민효린
: 어릴 때 사촌 오빠를 좋아하고 그러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오빠를 좋아만 하다가 오빠가 결혼을 했었다는 과거를 알고, 그 상대가 코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감정이 더더욱 깊어지게 된다. 코치님에 대해서도 이 사람은 누굴까. 어떤 사람이길래 우리 오빠와 결혼을 했을까 궁금해 하게 되고.

90년대 트렌디 드라마의 대표작인 <느낌>에 출연 했었는데, 2000년대 대표적인 트렌디 드라마 메이커인 이윤정 감독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느끼는 차이점은 있는지 궁금하다.
이정재
: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이유가 없지 않나. 그 사람이 무엇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다. 그 점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느낌>에서도 내가 우희진 씨를 좋아할 때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그 외피를 감싸고 있는 나머지 요소들, 이를테면 연출이나 배우가 달라서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거라고 생각 한다.

그러고 보니, <느낌>에서도 결국 남매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랑에 좌절 하는 인물이었다.
이정재
: 그러게, 팔자려니 해야지 뭐. (웃음)

“해윤은 실제 이선균이 욱하는 것까지 똑같다”

주변의 반응은 어떤지.
이선균
: (윤)계상이랑 같이 시청자 게시판 같은 걸 보는데 ‘왜 이렇게 없지?’ 그런다. (웃음) 아직은 반응이 그렇게 뜨겁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장가를 가서 그런지 개인 사이트에 글도 많이 줄었고. (웃음)

이윤정 감독과 벌써 세 번째 작품인데, 계속해서 비슷한 역할을 맡는 것 같기도 하다. 흔들리는 여자에게 매달리는 인물들 말이다.
이선균
: 사랑의 아픔을 겪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도 있겠다. 그렇지만 한성(커피프린스 1호점)과 동경(태릉선수촌)은 수동적이고 참는 사람들이라면 해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캐릭터다. 분명한 차이는 존재한다. 세 인물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 감독님의 연출 트루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상희와 해윤의 쿨한 연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되나.
이선균
: 오늘, 내일 방송분에서 내가 삐진다. 얘(김희)는 쿨하게 나오려고 하는데, 나는 토라지는 거다. 대본에 따르면 내가 프로포즈도 하고, 감정적으로 깊이 들어가 힘들어 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국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는 모른다.

상희라는 인물은 눈에 띌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았나.
김희
: 상희와 나의 가치관은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가 다시 친구가 되는 것이 용납 안 되는 사람이라서 몰입하기 힘든 것 같다. 그렇지만 털털한 점이랄지, 상희와 비슷한 모습도 많이 있다. 가능한 내가 갖고 있는 부분들을 상희에 담아서 연기하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어려워진다.

신인으로서 그 정도면 자연스럽게 연기 하고 있다.
김희
: 솔직히 (선균)오빠 덕이 제일 큰 것 같다. 무엇보다도 연기에서는 호흡이 중요하지 않나. 90% 이상 오빠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오빠는 같이 있으면 상대방을 돋보이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사람이다. (순간 남자 배우들 야유) 그리고 감독님이 평소 내가 하고 다니는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을 상희라는 인물에 다 반영해 주셨다.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 주시니까 자연스러워 질 수 있는 것 같다.

유치한 질문이지만, 실제로 각자의 이상형에 가까운 인물은 누구인가.
이선균
: 상희다. 개인적으로 웃긴 여자를 좋아한다. 현실의 나는 쿨하게 나오면 더 쿨하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웃음)
김희 : 조군(해윤)이랑 계속 붙기도 하지만, 조군은 늘 여자를 곁에서 친구처럼 가족처럼 챙겨주는 사람이라서 좋다. 가끔 너무 뭐라고 해서 좀 그렇지만. (웃음) 극 중에서 조군이 잔소리 하는 모습이 많아서 오빠가 스스로 아줌마 같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건 그 여자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니까.

실제로 이선균과 해윤이 비슷한 점이 많은가 보다.
윤계상
: 똑같다! 그냥 그 사람이지. 욱하는 것까지 똑같다. (좌중 웃음)
이선균 : 너, 왜 그래!

“사랑은 잘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수인이 뺏고 싶다”

방송이 시작되었는데, 소감은 어떤가.
윤계상
: 너무 재미있는데, 왜 시청률이 잘 안 나올까.
이하나 : 초반 촬영을 할 때 KBS <이하나의 페퍼민트>와 드라마, 영화, 스케이트 연습을 한꺼번에 병행 할 때라 많이 힘들었다. 우려했던 대로 만족스럽지 못한데, 갈수록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윤계상
: 지금까지 무거운 작품을 주로 해 왔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밝은 역할이라 좋다고들 하신다.
이하나 : 남자 캐릭터들이 너무 멋있다고, 그 회사에 나도 다니고 싶다고들 한다. (웃음) 진짜다. 앞에 있는 기자님도 끄덕끄덕 하시지 않나.
윤계상 : 아, 진행 병이 또 도졌구나. 하지 말라고 했잖아. (웃음)

극이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데 수인만 늘 우는 장면이다. 몰입이 더 힘들 것 같다.
이하나
: 당연히 드라마 안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그렇다면 그런 역할은 누군가 해야 하고, 그걸 내가 맡았다면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물론 수인의 입장이 사람들의 공감 없이 무조건 울고 있는 장면들이 있어서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앞의 이야기가 있으니까 잘 해보려고 한다.

감정적으로도 힘들지만 인물 자체가 사랑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내면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하나
: 시청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여 주실까 걱정을 많이 하기는 했다. 감독님이 지금은 우울하고 많이 어두운 인물이지만, 결국 수인이가 불사조처럼 날아오를 거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만 철썩 같이 믿고 있다. (웃음) 그렇게 마냥 복잡한 인물도 아니고, 사랑을 떠나서 하루와 선수와 코치로서의 우정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현태는 평소 윤계상의 이미지와 많은 부분 비슷해 보인다.
윤계상
: 비슷하다. 정말 마음껏 놀고 있다. 현태가 밝은 캐릭터니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현태의 상황에 맞춰서 마음 놓고 자유롭게 놀자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감독님도 캐스팅 할 때부터 현태와 내가 비슷하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친구의 아내를 뺏는 역할인데, 이해 할 수 있는지.
윤계상
: 나도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면서 사랑을 하는 게 어려워진다. 그런데 현태가 그 정도의 표현을 할 정도로 좋아한다면 그건 정말로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뺏고 싶을 뿐이다! (웃음)
이정재 : 에잇, 나쁜 놈!

사진제공_ MBC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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