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앙지검 본관 앞, 한국 방송작가협회와 지상파 구성작가 협의회 회원들은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MBC 의 광우병 보도 관련 수사 중 김은희 작가의 사적인 이메일을 검열 및 공개한 것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 중앙지검 측은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실을 내어주지 않았고, 기자회견은 본관 앞에서 진행됐다. 김은희 작가를 수사 중인 검찰과 조선일보를 고소한 법무법인 덕수의 윤천우 변호사는 이 날의 풍경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아무런 제재가 없던 일에 이런 제재가 가해진다는 것이 당황스럽다.”

“이메일 공개는 개인의 생각까지 검열하는 것”

누구나 사용할 수 있던 기자회견실을 누군가는 사용할 수 없다. 모두에게 보장되던 이메일의 보안을 누군가는 보장 받을 수 없다. 검찰은 김은희 작가의 7년 치 이메일을 조사하고, 그 중 일부를 공개했으며, 일부 언론은 이메일 내용을 바탕으로 김은희 작가가 반정부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천우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가 “사생활의 비밀과 양심의 자유, 수사를 위한 수단의 적절성, 법의 균형 등 과잉금지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메일 공개가 사생활 침해인 것은 물론, 이메일의 내용을 통해 방송 내용의 적법성을 판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윤천우 변호사는 “누구나 사석에서는 어떤 말이나 할 수 있는데, 그걸 수사의 근거로 삼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왜곡 보도 문제는 방송된 내용의 팩트를 따지면 될 뿐, 이메일 공개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윤천우 변호사가 검찰을 비밀 침해죄와 고소인의 인권 침해로 인한 직무유기로, 김은희 작가를 비난한 사설을 실은 조선일보를 명예 훼손죄로 고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방송작가 협회 이금림 작가는 “엄연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생각까지 검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이메일 공개는 김은희 작가가 실질적으로 이중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은희 작가는 자신의 사생활이 언론에 노출됐고, 일부 언론의 비난에 시달리며 수사 이외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짊어진 상황이다. 검찰이 확정되지 않은 혐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할 때, 당사자가 얼마나 큰 압박감에 시달리는지는 한 달도 채 안 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윤천우 변호사는 수사 중인 검찰을 고소해 승소한 전례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러면 검찰의 지금 행동은 전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례 없었던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진다. 그것이 지금 2009년 서울 중앙지검 앞의 풍경이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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