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 봉하에 지다’ MBC 화 밤 10시 55분
아들은 눈물을 참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을 참고 있던 눈은 떨리고 있었고, 입은 터져 나오는 오열을 참느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MBC 의 ‘바보 노무현 봉하에 지다’는 그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의 얼굴로 시작하면서, 그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얼굴들을 보여준다. 아들은 눈물을 참고 있고, 한 측근은 인터뷰를 하다 결국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은 그들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보여준 뒤에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3일, 미디어는 그의 서거에 관한 수많은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 3일 동안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보다 더 많은 ‘인간 노무현’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수많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방송에서도 떠난 사람에 대한 예와 절차를 갖춰 그를 추모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 것은 그 뛰어난 취재력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알고 있었던 한 사람의 죽음에 진심어린 묵념을 할 수 있는 감수성 때문이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에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 사람이 살아생전 보여준 인간적인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흘러 보내는 의 시선은 아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3일장’이었다. 편히 가시길. 그리고 이 시간들이 지나면 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진실을 위하여 나아갈 수 있기를.
글 강명석

<남자이야기> KBS2 월-화 밤 9시 55분
“우리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요.” 채도우에게 넘어갔다고 여겨졌던 명도시 농업벤처 조합원들은 김신의 편에 서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대에도 지켜야할 어떤 가치를 이야기하던 ‘옳은’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남자이야기>에서 느껴지던 묘한 불편함의 정체일지도 모르겠다. 김신은 농업벤처 사람들을 돕는 이유에 대해 “그 자식(채도우)이 향하는 곳마다 당신들처럼 어리석고 약한 사람들만 있어서”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것은 진실에 가까울 것이고, 김신이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측은지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리석고 약해서 강자에게 밟힐 수밖에 없는, 그래서 그들을 도와줄 영웅의 출현을 기다려야 하는 존재들이라면 사실 어떠한 희망도 없다. 그들을 지배하는 사람이 채도우에서 김신으로 바뀔 뿐 근본적으로 바뀌는 건 없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언제라도 채도우의 휘하가 될 수 있다. 농업벤처 사람들이 김신의 말을 경청하고, 김신은 그들을 계도할 존재로 본 것을 사과하는 장면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항상 여유만만하던 채도우가 공권력과 결탁해 김신 일당을 검거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자신만의 왕국을 꿈꾸는 자에게 사람들이 누군가의 지도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과 권리에 대해 각성하는 것만큼 위협적인 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우리 곁을 떠나간 영웅에게 절대적 아우라를 부여하는 게 아닌, 그가 가르치려 했던 가치를 우리 스스로의 행동으로 피워내는 것일지 모르겠다.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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