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눈물을 참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을 참고 있던 눈은 떨리고 있었고, 입은 터져 나오는 오열을 참느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MBC
글 강명석
<남자이야기> KBS2 월-화 밤 9시 55분
“우리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요.” 채도우에게 넘어갔다고 여겨졌던 명도시 농업벤처 조합원들은 김신의 편에 서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시대에도 지켜야할 어떤 가치를 이야기하던 ‘옳은’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남자이야기>에서 느껴지던 묘한 불편함의 정체일지도 모르겠다. 김신은 농업벤처 사람들을 돕는 이유에 대해 “그 자식(채도우)이 향하는 곳마다 당신들처럼 어리석고 약한 사람들만 있어서”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것은 진실에 가까울 것이고, 김신이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측은지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리석고 약해서 강자에게 밟힐 수밖에 없는, 그래서 그들을 도와줄 영웅의 출현을 기다려야 하는 존재들이라면 사실 어떠한 희망도 없다. 그들을 지배하는 사람이 채도우에서 김신으로 바뀔 뿐 근본적으로 바뀌는 건 없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언제라도 채도우의 휘하가 될 수 있다. 농업벤처 사람들이 김신의 말을 경청하고, 김신은 그들을 계도할 존재로 본 것을 사과하는 장면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항상 여유만만하던 채도우가 공권력과 결탁해 김신 일당을 검거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자신만의 왕국을 꿈꾸는 자에게 사람들이 누군가의 지도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과 권리에 대해 각성하는 것만큼 위협적인 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우리 곁을 떠나간 영웅에게 절대적 아우라를 부여하는 게 아닌, 그가 가르치려 했던 가치를 우리 스스로의 행동으로 피워내는 것일지 모르겠다.
글 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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