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지애 스타일로 인사 할까요? (콧소리 내며) 안녕하세요.” 지난 19일 MBC <내조의 여왕>이 끝났다. 하지만 김남주는 여전히 천지애로 살아가는 듯 했다. 지난 20일 김남주와 오지호가 MBC 일산 드림센터에서 드라마로서 보기 드물게 <내조의 여왕> 종영 기자 간담회를 가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내조의 여왕>이 준 흥겨움은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여전한 듯 했다.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게 행복했다는 두 배우의 유쾌한 뒤풀이를 공개한다.

마지막회에 시청률 30%를 넘겼다. 지금 소감은.
오지호:
제작 발표회 때 32%까지 갈 거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만큼 잘 됐다. 이렇게 큰 사랑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특히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김남주 :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 한 17%나 20% 정도를 생각했는데 큰 사랑에 너무 감사하고, 오지호에게 특히 감사한다. 오지호가 나하고 나이 차이가 있어서 부담이 있었을 텐데, 누나를 믿고 따라 와줘서 고맙다. 사실 드라마가 안 됐다면 모든 책임은 주연인 내게 돌아오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었다. 많은 관심과 사랑에 너무 감사드리고, 굉장히 아쉽지만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시원하게 간다. (웃음)

“작가와 종방연 때 진상 한 번 떨어보자고 의기투합”

천지애를 보내는 기분이 어떤가.
김남주:
3개월 동안 여왕으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아직도 21회 대본이 왜 안나올까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와 어제 통화했는데, 작가도 21회 대본을 구상중이라고 말 하더라. 작품을 끝내는 게 너무 섭섭하니까 작가와는 종방연에서 술 마시고 울면서 진상 한 번 떨어보자고 했다. (웃음) 이런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김남주에게 내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남주:
천지애 같은 방식의 내조는 아니다. 진정한 내조란 남편을 무조건 돕기 보다는 남편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인 김승우가 밖에 나가면 아침이 되기 전까지는 전화를 안 한다. (웃음) 나나 남편이나 서로 알아서들 하는 편이라 잔소리를 덜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안 하는 게 내조 같다.

지금과는 다른 캐릭터로 성공했다. 다음에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김남주:
악역을 하고 싶다. <내조의 여왕>에서도 온달수가 물에서 은소현을 구해주는 신이 있는데, 그 때 내 얼굴 표정이 들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찍더니 다시 찍자고 하는 거다.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스태프가 내 얼굴이 너무 무섭게 찍혔다고 하더라. (웃음) 나에게 그런 표정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악역을 하고 싶기도 하고, 멜로도 하고 싶다. 결혼하고 나니까 감정이 더 풍부해진 것 같다.

오지호는 특히 코미디 쪽에 시청률이 높은 것 같다.
오지호:
내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멜로 할 때는 시청률이 한 없이 추락할 때도 있다가 코미디는 또 잘 되고. 그래서 코믹 멜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완전한 멜로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웃음)
김남주 : 오지호는 너무 완벽하게 생겨서 부담스럽다 (웃음). 가까이서 보면 이 남자 단점이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눈 코 입 잘 생기고, 키도 크고 심지어 말 근육이다. 이런 완벽한 외모 때문에 오히려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코미디가 섞이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

서로 실제 모습과 극중 캐릭터가 비슷한가.
오지호:
김남주는 카리스마가 있다. 이 분이 눈빛이 갑자기 무서울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럴 때면 조용히 있는다. (웃음) 천지애도 그런 카리스마가 있는 게 비슷하다. 아마 온달수가 잡혀 사는 게 그런 카리스마 때문은 아닐까.
김남주 : 오지호는 온달수와는 다르다. 착하고 순수한 건 똑같지만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다. 선후배들도 잘 챙기고.

“시즌2에선 천지애가 태봉 씨와 진짜 사귀는 건 어떨까”

시즌 2를 원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다시 출연할 건가.
오지호:
드라마가 잘 되면 시즌 2 얘기가 나오곤 하는데, 계획을 갖고 만들었으면 좋겠다.
김남주 : 배우들이 다 나온다는 조건으로 온달수가 사장이 된다든가, 아니면 천지애가 태봉 씨와 진짜 사귄다든가. 아니면 시즌 2에서 파격적으로 온달수와 은소현이 결혼하고, 태봉이와 화자가 결혼하든지. (웃음)

실제로 허태준과 온달수가 옆에 있다면 누굴 선택하겠나.
김남주:
그래서 내가 김승우를 선택했다. 둘의 장점을 섞은 게 김승우다. (웃음) 달수는 우유부단한 부분이 있어서 실제 천지애라면 조금 짜증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순수하게 자신의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마음에 든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마지막 회에 출연했는데,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
오지호:
원래 노홍철 씨는 그 신에 출연할 계획이 없었다. 인턴사원 면접을 보는데 수염 기르고 염색한 캐릭터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런데 노홍철 씨가 촬영장에 온 거다. 그리고 나서 계속 제작진에게 같이 넣어달라고 졸라서 넣었다. 그래서 윤상현 씨가 노홍철 씨의 턱을 잡는 애드립을 했다. (웃음)

극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나 대사는.
오지호:
마지막 신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김승우 선배에게 “참 좋으신 분이셔”라고 하는 거. 그게 명대사다. (웃음) 워낙 좋은 장면들이 많이 기억에 남아 좋다.
김남주: 나는 ‘토사구땡’이라고 말하는 거. (웃음) 그 전까지는 상황 자체가 코믹해서 이런 대사가 자연스러웠는데, 토사구땡은 상황 자체가 너무 심각한데 그런 말이 나오는 거여서 찍을 때 NG가 너무 많이 났다. 얼마 전에 했던 ‘막장불입’도 마찬가지고. 그 심각한 상황에서 천지애의 캐릭터를 살려내는 작가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기 인생에서 전환점을 마련해준 작품이다”

두 사람에게 <내조의 여왕>은 어떤 의미인가.
오지호:
연기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초반에 보여준 코미디는 이전에 보여준 느낌과 비슷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김남주: 예전에는 내가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많다는 소리를 들었지 않나. 그게 8년 동안 CF에서의 이미지로 더 굳어져서 연기자라기보다는 CF배우 같다는 얘기가 많았다는 것도 안다. <내조의 여왕>은 내가 다시 연기자로 돌아올 수 있었던 작품이다. 연기 생활을 하면서 내 캐릭터가 그림으로 그려지고, 팬들이 나를 모델로 한 쿠키를 만들 걸 봤다. 내가 출연한 드라마가 이런 식의 화제를 모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남주는 가정에 돌아가면 뭘 하고 싶나.
김남주:
내가 없는 3개월 동안 아이들이 무슨 습관이 생겼는지 철저하게 파악해야할 것 같다. (웃음) 촬영하면서 점점 날씨가 좋아져서 “지금 우리 애들을 데리고 나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아이들과 주택가라도 한 바퀴 돌아달라고도 했다. 촬영하면서는 아이들이 읽는 책도 못 바꿔 줘서 그것도 굉장히 걱정스러웠다. 아이들에 게 너무 미안하다. 쉬면서 육아에 많이 신경 쓰고 싶다.

<내조의 여왕>은 마지막에 모든 사람이 각자의 행복을 찾는 내용으로 끝났다. 두 사람에게 인생의 행복이란.
오지호: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드라마가 끝난 직후에 집에 있으면 정말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가 끝났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다 끝났는데 여전히 사람들이 드라마를 이야기하고, 기자 간담회를 열어서 이런 질문을 하고. 이런 모든 상황이 기분 좋다.
김남주: 내 인생의 첫 번째 행복은 결혼과 아이를 가진 것,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었다. 그런데 좋은 작품을 만나서 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면서 두 번째 행복이 찾아왔다. 그런데 결과까지 좋아서 세 번째 행복까지 얻었다. 그래서 가끔은 약간 불안하다. 사람이 계속 일이 잘 되다 보면 불안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요즘에는 하나님께 감사와 부탁의 기도를 한다. 내 일에 대해 감사하고, 아이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부탁한다. 가끔 하나님에게 협박도 한다. 하나님이 주셨으니까 무조건 책임지시라고. (웃음)

사진제공_ MBC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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