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KBS 연예대상에서 여자 코미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할 당시, “피부 트러블 때문에 화장을 하지 못한다. 20대 여성이 화장을 못해 예뻐 보일 수 없어 슬퍼하기보단, 개그맨이 분장을 못해 더 웃길 수 없다는 것에 슬픔을 느끼는 개그맨이 되겠다”라는 그녀의 진솔한 수상 소감은 박지선이 개그계의 샛별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주었다. 20대 여성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피부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동시에 개그우먼에 대한 애정을 가진 박지선의 태도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감의 웃음을 일으킨다. 여성들은 ‘연애술사’처럼 여성의 가려운 부분을 콕콕 집어내면서 그것을 거침없는 코미디로 소화하는 박지선의 모습에서 예쁘지는 않지만 당당하고 씩씩한 박지선의 매력을 발견하게 됐다. 게다가 자신을 ‘멋쟁이’라고 말하며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부터 녹화 중 에피소드까지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는 그녀의 블로그는 팬들이 그녀를 편안한 친구처럼 느끼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박지선은 편안하고 잘 웃기는 여자만은 아니다. 박지선의 블로그에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듣고, 새로 산 음반을 조심스레 자랑하는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이 있다. 그래서, 박지선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 이런 테마를 정했다. ‘섹시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밴드 뮤지션들’을 추천 받았다. 그리고, 심사숙고 끝에 그녀가 말했다. “참, 쉽지 않네요.”
“Maroon5를 너무 좋아해요. 작년에 내한 공연이 있었잖아요. 거기에 가려고 티켓까지 샀었는데, 결국 불행히도 <개그콘서트> 녹화 때문에 갈 수가 없었어요. 으윽. 그래서 저에게는 한이 서린 음악이랍니다.” 박지선이 첫 번째로 추천한 음악은 Maroon5의 데뷔 앨범, 그 중에서도 ‘this love’다. 버릴 곡 하나 없이 훌륭한 앨범이라고 박지선이 극찬 했듯, 팝적인 멜로디와 펑키한 리듬까지 수용한 Maroon5의 음악은 2003년 당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저는 이 밴드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해요. 깔끔하면서도 섹시하잖아요. 그러면서도 그루브가 느껴져요. 처음 앨범을 듣는 순간 생각했었다니까요. 이거, 대박이다!”
박지선이 두 번째로 선택한 목소리는 Coldplay의 크리스 마틴. 섬세하고 감성적인 그의 목소리는 서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게 휘몰아치는 Coldplay의 멜로디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집에 있을 때는 늘 음악을 틀어 놓거든요. 그래서 이젠 엄마도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를 구분 하시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엔 ‘Yellow’가 나오니까 ‘걔다, 걔!’ 그러시더라구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보컬의 목소리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거든요. 그래서 음악만 듣고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는 그런 보컬이 좋아요. 그런 점에서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는 독보적이잖아요. 성대에 시그니처 마크를 새겨 놓은 것처럼 듣는 순간 마음이 알싸해지는 느낌이랄까. 특히 저는 ‘the scientist’를 부를 때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가 정말 좋아요. 담담하게 부르는 것 같지만 아주 귀를 파고들어요. 마성의 목소리죠.”
U2, Maroon5, 제이슨 므라즈까지, The Script가 데뷔 했을 때 평론가들은 그들의 음악을 수식하기 위해 수많은 인기 뮤지션들을 언급했다. 선배들의 덕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절히 소화한 아일랜드 출신의 The Script가 발표한 동명의 앨범은 지난해 최고의 데뷔 앨범으로 손꼽혔으며 각종 차트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요 근래 굉장히 빠져 있었던 앨범이에요. 저는 주로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거나, 주변에 음악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을 받아서 듣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The Script는 제가 찾아서 들었던 음악이라서 더 애착이 가요. 특히 ‘The Man Who Can`t Be Moved’는 가사가 드라마틱해서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에요. 물론, 움직일 수 없는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전달해주는 보컬의 목소리도 인상적이구요. 전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발성이 섹시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작년 한 해, 영국 차트를 석권한 The Ting Tings는 디스코 팝과 개러지 록, 키치적인 정서와 로 파이의 감수성이 기묘하게 섞인 특유의 음악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이들은 박지선이 선택한 음악들 중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보컬을 맡은 밴드다. “솔직히 밴드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잘 알지는 못해요. 그런데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흥겹고 신나는 분위기에 반하게 되었어요. 보컬 목소리가 어딘가 그웬 스테파니 같은 인상을 주는데 쨍하면서도 귀엽고, 섹시한 느낌이더라구요. 사실, 누구나 그렇듯이 저 역시 이성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위안을 얻는 편이에요. 그래서 보통 남성 보컬이 있는 밴드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The Ting Tings의 목소리는 워낙 선명해서 쉽게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리고 두 사람이 뚝딱뚝딱 노래를 만들고 음악 활동을 해 나가는 것 차제로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팀 같구요.”
“그러니까 저는… 넬을 정말 좋아하는… 빠순이에요! 음반도 전부 다 갖고 있고, 팬 카페도 가입했고, 공연도 갔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박지선이 선택한 마지막 음악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라는 넬의 오버그라운드 2집
“저도 그렇게 살거에요. 깔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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