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와 제인 오스틴 등의 고전 작품은 시대극으로도 많이 만들어졌지만, 이야기를 현대로 옮긴 버전도 다수 제작됐다. 그런데 유난히도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배경이 된 시대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아무리 ‘엔터테인먼트’라고는 하지만, 종교를 소재로 하는 것 자체가 창작자에게 부담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NBC의 새로운 시리즈 <킹스> (Kings)는 놀랍고 신선하다. <킹스>는 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현재 미국과 비슷한 길보아 왕국 (Kingdom of Gilboa). 한시도 평안하지 못한 길보아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가드 왕국 (Kingdom of Gath)과 전쟁 중이다. 형들과 함께 참전 중이던 젊은 군인 데이빗 셰퍼드 (성서의 다윗왕)는 적군에 포로로 잡힌 전우들을 구출하기 위해 혼자 적진에 숨어 들어간다. 성서처럼 거인은 아니지만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가드 왕국의 탱크를 부순 후 탈출한 데이빗은 영웅이 된다. 탱크 앞에 맨손으로 서 있는 데이빗의 사진이 종군기자 친구 덕에 신문에 대서 특필된 것은 물론, 구출한 전우 중 하나가 길보아 왕국의 왕자 잭 벤자민 (성서에서 다윗의 친구 요나단, 세바스찬 스탠)이었기 때문이다.
길보아 왕국,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군주제이며, 상당히 종교적이고, 미신적이기까지 한 길보아 왕국은 30여 년간 사일러스 벤자민 왕 (성서 중 고대 이스라엘의 1대왕인 사울, 이안 맥쉐인)이 통치하고 있다. 계산이 빠른 왕은 데이빗을 홍보담당 대위로 진급시켜 ‘국민 영웅’이 된 그의 인기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왕국의 상징인 나비가 모여들어 데이빗의 머리 위에 마치 왕관처럼 내려 앉는 모습을 본 후 그를 자신의 왕좌를 차지하려는 라이벌로 인식하게 된다. 시골 출신 데이빗의 갑작스러운 유명세는 왕자 잭에게는 질투심을 유발하지만 왕국 전체의 의료보장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공주 미셸 벤자민 (성서 중 미갈, 앨리슨 밀러)은 데이빗의 강직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과연 데이빗이 정치적인 알력과 질투, 배반으로 가득한 성 안에서 언제까지 자신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킹스>는 성서를 바탕으로 한 것도 눈길을 끌지만, 뭐니 뭐니해도 HBO 시리즈 <데드우드>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였던 연기파 배우 이안 맥쉐인의 연기가 눈에 띈다. 워낙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배우긴 하지만, 사일러스를 연기하는 맥쉐인을 보고 있자면, 꼭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맥쉐인을 필두로 숙청된 라이벌 왕국의 왕 베스퍼 역을 맡은 브라이언 콕스, 길보아 왕국의 재정을 좌지우지 하는 사일러스의 처남 윌리엄 크로스 역의 딜란 베이커, 왕국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목사 에프램 사뮤엘스 역(성서 속 예언자 겸 판관인 사무엘)의 이몬 워커 (HBO의 <오즈>), 라이너스 애브너 장군(성서 속의 아브넬) 역의 웨스 스투디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열연한다. 가수는 노래를,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는 실로 감격스러운 환상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도 시청률은 무섭다
왕국 사이의 전쟁과 길보아의 웅장함 등을 잘 보여준 2시간짜리 파일럿 에피소드는 1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 후 에피소드에도 평균 400만 달러가 소요되고 있다. 이 같은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NBC 측은 대규모 보험사인 ‘리버티 뮤추얼’로부터 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스폰서를 받았다. 그러나 ‘리버티 뮤추얼’ 측은 거액을 지원하는 대신 대본 사전 검사는 물론, 대사 중 일부를 수정하는 등의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평론가들은 저조한 시청률을 내고 있는 이 시리즈가 생존하려면 성서에서나 볼 수 있는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한편 동성애 인권보호 단체들 중 일부는 게이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플레이보이처럼 행동하는 왕자 잭의 역할을 무척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이들은 성서 속의 다윗왕과 요나단 왕자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선 연인 관계라는 학설이 나온 마당에 잭이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아버지 사일러스로부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는 충고 겸 협박을 받는 설정,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악당으로 묘사되는 것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길보아 왕국,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군주제이며, 상당히 종교적이고, 미신적이기까지 한 길보아 왕국은 30여 년간 사일러스 벤자민 왕 (성서 중 고대 이스라엘의 1대왕인 사울, 이안 맥쉐인)이 통치하고 있다. 계산이 빠른 왕은 데이빗을 홍보담당 대위로 진급시켜 ‘국민 영웅’이 된 그의 인기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왕국의 상징인 나비가 모여들어 데이빗의 머리 위에 마치 왕관처럼 내려 앉는 모습을 본 후 그를 자신의 왕좌를 차지하려는 라이벌로 인식하게 된다. 시골 출신 데이빗의 갑작스러운 유명세는 왕자 잭에게는 질투심을 유발하지만 왕국 전체의 의료보장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공주 미셸 벤자민 (성서 중 미갈, 앨리슨 밀러)은 데이빗의 강직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과연 데이빗이 정치적인 알력과 질투, 배반으로 가득한 성 안에서 언제까지 자신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킹스>는 성서를 바탕으로 한 것도 눈길을 끌지만, 뭐니 뭐니해도 HBO 시리즈 <데드우드>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였던 연기파 배우 이안 맥쉐인의 연기가 눈에 띈다. 워낙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배우긴 하지만, 사일러스를 연기하는 맥쉐인을 보고 있자면, 꼭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에 맥쉐인을 필두로 숙청된 라이벌 왕국의 왕 베스퍼 역을 맡은 브라이언 콕스, 길보아 왕국의 재정을 좌지우지 하는 사일러스의 처남 윌리엄 크로스 역의 딜란 베이커, 왕국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목사 에프램 사뮤엘스 역(성서 속 예언자 겸 판관인 사무엘)의 이몬 워커 (HBO의 <오즈>), 라이너스 애브너 장군(성서 속의 아브넬) 역의 웨스 스투디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열연한다. 가수는 노래를,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는 실로 감격스러운 환상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도 시청률은 무섭다
왕국 사이의 전쟁과 길보아의 웅장함 등을 잘 보여준 2시간짜리 파일럿 에피소드는 1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 후 에피소드에도 평균 400만 달러가 소요되고 있다. 이 같은 제작비를 감당하기 위해 NBC 측은 대규모 보험사인 ‘리버티 뮤추얼’로부터 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스폰서를 받았다. 그러나 ‘리버티 뮤추얼’ 측은 거액을 지원하는 대신 대본 사전 검사는 물론, 대사 중 일부를 수정하는 등의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평론가들은 저조한 시청률을 내고 있는 이 시리즈가 생존하려면 성서에서나 볼 수 있는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한편 동성애 인권보호 단체들 중 일부는 게이지만 이 사실을 숨기고 플레이보이처럼 행동하는 왕자 잭의 역할을 무척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이들은 성서 속의 다윗왕과 요나단 왕자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 사이를 넘어선 연인 관계라는 학설이 나온 마당에 잭이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아버지 사일러스로부터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는 충고 겸 협박을 받는 설정,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악당으로 묘사되는 것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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