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MBC 월 밤 11시 10분
토크쇼의 재미를 균질하게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불세출의 진행자가 등장하지 않고서야, 토크쇼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출연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주 장동건 같은 특급 스타를 모시거나, 부활의 김태원 같은 은둔 고수를 발굴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획과 포맷이다. 그런 점에서 <놀러와>는 그동안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연예인 그룹과 자체적인 기획을 통해 그룹 지은 연예인 집단을 적절히 배치하여 프로그램의 재미를 비교적 고르게 맞춰나가는 편이었다. 특히 연예 리포터 기획이나, 소녀시대를 카라와 함께 출연 시키는 발상은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참신한 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시아의 출연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미 오래 전에 녹화했음이 틀림없는 ‘A형 특집’은 진부할 뿐 아니라 제작진 스스로도 그 기획의 당위성을 납득하지 못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방송이었다. 출연자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웃어주는 리액션 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으며,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내고자 노력하는 유재석의 멘트와 달리 자막은 계속해서 이것이 비과학적인 이야기임을 주지 시켰다. 큰 재미없이 산만하가까지 한 진행 속에서 몰입을 강요하는 동시에 방해하는 기묘한 이날 방송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름 아닌 맞춤법이 틀린 자막이었으니, 이야기로 귀를 사로잡는 프로그램 특유의 재미를 잃었다는 것에 대한 더 이상의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글 윤희성

<세계 테마기행> EBS 월-목 저녁 8시 50분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태국 여행기. 어제 시작된 <세계 테마기행: 태국편 4부작>의 제1부는 삶의 대부분을 강가에서 보낸 환갑의 아저씨가 드넓은 바다를 만난 이야기였다. 태국 서부의 바닷가에는 ‘맹그로브’라는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숲이 ‘바다의 원시림’이라 불리는 것은 나무가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인데, 뿌리의 산소호흡 덕분에 바닷물은 정화되고 갯벌은 기름지게 된다. 맹그로브가 이롭게 하는 것은 바다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맹그로브 숲속에 수상가옥을 지어 살고, 가늘고 단단한 가지는 베어다가 화력 좋고 향기로운 숯으로 쓴다. 그중에서도 섬진강 시인이 만난 최대 수혜자는 꼬막 잡는 어부였다. 맹그로브 덕분에 갯벌은 한 사람이 하루에 꼬막 1,700kg씩을 퍼내도 끄떡없는 화수분이 되었고, 부드럽고 찰진 갯벌 덕분에 어부는 결혼도 하고 자식도 키우며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화면은 조명을 충분히 쓰지 못해 거칠었고 김용택의 내레이션은 조금 서툴렀지만,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사람이 욕심 내지 않아도 자연은 스스로 모든 것을 내어주며 생태계를 평화로이 다스린다는 것. 무슨 꿍꿍이인지 기계도 아닌 강을 ‘정비’하겠다며 자연을 괴롭힐 궁리에 여념 없는 무리들은 그 메시지를 못 듣는 것일까, 듣고도 귀를 막는 것일까. 왜 우리는 자연에 대한 모범답안을 남의 땅에서 찾아야 할까. 답답한 노릇이다.
글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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