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이민정. 이름이 너무 흔해서 민영이나 민경이로 헷갈려들 하신다. 이참에 하재경으로 개명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1982년 2월 16일생. <꽃보다 남자>에서 어르신들을 제외하고 나면, 내가 제일 연장자다. 역할이 까불까불해서 그런지 나이차를 많이 실감하지 못한다고들 해 주셔서 다행이다.
성악을 몇 년 동안이나 공부했었다. 독창대회도 자주 나갔고. 어렸을 때는 (맞잡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당기는 것을 반복하며) 동요대회도 나갔었다. 난 민망했는데, 엄마가 어찌나 성화를 부리시던지. 하하.
피아노도 오랫동안 쳤다. 체르니 교본은 다 배웠고, 쇼팽이나 모차르트는 지금도 악보를 주면 한 달이면 마스터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창때는 콩쿨 출전도 자주 했었다.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부 1기로 입학했다. 과 선배가 없어서 동기들끼리 정말 친하고 애틋하게 지냈다. <개그야>에 출연 중인 황제성, 그 친구가 내 동기다.
친구들하고 자전거 타고, 공원에 가서 피자 시켜먹는 걸 좋아한다. “**공원 다리 밑으로 갖다 주세요.” 해 놓고 기다리면 된다. 치킨도 그렇게 시켜 먹는다. 아, 봄이 왔으니까 곧 놀러갈 것 같다.
영화 <아는 여자>에 출연한 건, 사실 즉흥적이었다.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갔는데 장진 감독님이 대사를 한 줄 읽으라고 하셔서… 헤어, 메이크업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황이었다. “핸드 헬드 카메라 무겁겠다! 우와! 이나영 되게 예쁘다!” 그랬던 기억 밖에 없다. 하하하.
장진 감독님의 연극 <택시 드리벌>에도 출연 했었다. 김석훈 선배가 주인공이었던 <사랑과 우연의 장난>에도 출연했다. 재미로만 따지면, 사실 무대가 더 좋은 것 같다.
<꽃보다 남자> 오디션을 보고나서 걱정이 많았다. 내가 하이틴 드라마에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그 전에 출연했던 MBC <있을 때 잘해>나 <깍두기>는 선생님들과 함께 녹화해서 분위기가 조용했고, 워낙 길기도 했다. 그래서 짧고 통통 튀는 작품을 하고 싶더라. 어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에너지가 그립기도 했고. 하하하.
확실히 <꽃보다 남자>를 하고 나니까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 그 전에는 ‘어디서 봤는데’하는 정도의 눈빛이었는데, 이제는 털모자 쓰고 목도리 두르고 빵을 사러가도 눈만 보고도 다 난 줄 알더라. 속으로 정말 놀랐다.
구준표 – 금잔디를 지지하는 팬들이 악플도 많이 남긴다. 특히 귀여운 척 하지 말라는 리플이 많은데, 어쩔 수 없다. 대본에 ‘애교를 떨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슈렉의 고양이처럼’이라고 쓰여 있단 말이다. ‘준표야, 아아앙’ 그렇게.
중국어 대사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다. 한 단어씩, 천천히, 감정을 넣어서 따로 녹음한 것을 이천 번도 넘게 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중국어 대사로 잠꼬대까지 했다더라. 녹화 전에 “꼼짝마!”하는 대사를 중국 사람들한테 했더니 중국말로 대답을 하더라. 이제 됐다, 싶었다.
영화 <청춘 스케치>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겪는 방황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써 본적도 있다. 물론, 완성은 못했지만. 하하하.
우리 엄마가 정말 미인이시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광고 모델 윤정 씨랑 닮았다고들 한다. 그런데 엄마는 <꽃보다 남자>를 보면서 말도 안 된다고 그러시더라. 오히려 드라마에 빠져 드는 쪽은 아빠다. 하하하. 모든 걸 다 갖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뭐든지 다 해주는 모습이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그러시더라.
곧 영화 <팬트 하우스 코끼리>가 개봉한다. 어린 친구들은 보면 안 될 텐데. 여피족들의 방황 이야기다. F4라고 하기에는 오빠들이 다들 70년대 출생이라서…. 으하하. 감독님이 하버드 다니셨다고 하던데, 역시 좀 천재 같으시다. 영상이 굉장히 특이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
며칠 있으면 영화 <백야행> 촬영에 들어간다. 원작 소설을 읽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10대 때 나는, 20대가 되면 내가 번 돈으로 내 생활을 영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자마자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60만 원 정도 벌었는데, 반은 내가 쓰고, 반은 엄마 드렸었다. 막 큰소리치면서. 하하하.
30대가 되면, 좀 더 여우가 되어 있을 것 같다. 20대 때 열정과 욕심만으로 완성하지 못한 일들을 관록으로 채워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아, 이쪽 일을 할수록 느끼지만 여우가 돼야 한다. 난 아직 좀 멀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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