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또 일본이랑 붙는 거야? 대체 이게 몇 번째인 거야?
정확히 말하면 다섯 번째. 이번 결승전까지 포함해서 한국이 치른 총 경기 수는 아홉 경기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라면서 아홉 경기 중 다섯 경기가 일본과의 싸움이니 세상의 반은 일본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지.

대체 어떤 경기 방식이기에 그런 식인 거야? 기사 보면 돈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흥행 때문에 일부러 우리랑 일본이랑 붙이는 거야?
흠… 돈과 흥행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긴 어려운데 그렇다고 고의적으로 한일전을 만드는 건 아니야. 그보단 돈과 흥행 때문에 만든 이상한 경기 방식이 기막히게도 한국과 일본의 만남을 부른 거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아냐?
아우, 이것 참 복잡한데. 그럼 내가 말하는 걸 머릿속으로 잘 그리면서 들어봐? 보통 토너먼트라고 하면 한 팀 이기고 나서, 역시 다른 팀을 이기고 올라온 팀하고 붙는 거잖아. 그려져? 오케이. 만약 4팀 중 1, 2위 팀을 가려야 한다고 치자. A라는 팀이 B를 이기고 올라오고, C가 D를 이기고 올라와서 A랑 C가 붙었어. 이 때 결국 A가 이겼다고 치자. 만약 보통의 토너먼트라면 A가 1위, C가 2위겠지? 이해가? 오케이. 그런데 올해 WBC는 이게 조금 달라. 아니 많이 달라. 보통의 토너먼트라면 B랑 D는 그냥 떨어진 거잖아. 그런데 WBC는 패자부활전 제도가 있어서 B랑 D가 붙어. 토너먼트에서 처음에 졌던 두 팀 말이야. 그 두 팀이 패자부활전을 벌인다고. 그런데 아까 A랑 C 중 A가 이겼다고 가정했지? 그럼 이긴 A는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이고, 진 C는 B와 D 패화부활전의 승자와 붙는 거야. 만약 B와 D의 경기에서 B가 이겼다면 B와 C가 붙는 거지. 그러면 그 중 이기는 팀이 있겠지? 그럼 그 팀도 다음 라운드 진출 확정이야. 여기까진 이해돼?

아악, 어려워.
그러니까 토너먼트 첫 게임에서 이긴 A랑 C를 승리조라고 하고, 진 B와 D를 패자조라고 하자. 이 때 패자부활전을 하면 당연히 패자조 안에서 해야겠지? 그런데 1, 2위 팀이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데 A랑 C가 이미 1, 2위를 차지한다면 패자부활전의 의미가 없잖아. 그래서 승리조의 패자와 붙는 거야. 말하자면 승리조의 패자와 패자조의 승자가 붙는 거지. 이 경기의 승자가 승리조의 승자와 함께 1, 2위를 차지하는 거야.

그럼 승리조의 승자가 1위고, 다른 한 팀이 2위인 거야?
그게 정상이겠지? 그런데 그래서 WBC가 정상이 아니란 거야. 어차피 두 팀의 다음 라운드 확정이 정해졌다면 1, 2위의 순위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뿐더러 당연히 연속으로 두 번 이겼던 승리조의 승자, 아까로 치자면 A가 1위인 게 가장 합리적이겠지. 그런데 이놈의 WBC 경기는 이 두 팀이 다시 순위 결정전을 치루는 거야. 만약에 승리조의 패자였던 C가 패자조의 승자와 붙어서 이겼다고 치자. 그럼 그냥 A가 1위고, C가 2위라고 치면 되잖아. 그런데 A랑 C랑 붙여서 굳이 1, 2위를 가리는 거야. 이게 실제 WBC 1라운드 A조의 상황이었고, A는 일본, C는 한국이야. 순위결정전이 없었으면 그냥 2번만 붙어도 됐을 팀이 4번이나 붙은 거지.

그런데 그거랑 흥행이랑은 무슨 상관인데?
이렇게 비합리적인 운영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한일전이라는 흥행 카드를 자주 만들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있거든. 실제로 WBC 사무국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불만에 대해 ‘흥행을 위해서는 두 나라가 감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니까. 한일전을 가장 재미있게 보는 나로서는 인정하기 싫지만 미국의 돈벌이 계획에 한국과 일본이 놀아나는 것일 지도 몰라.

그런데 네 말대로 한국이랑 일본 중 어느 한 팀이 먼저 떨어지면 그 계획대로 될 수가 없는 거잖아. 미국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가 잔뜩 있는 팀들도 많다며.
그건 그래. 1라운드에서의 대만과 중국은 그렇다고 쳐도, 2라운드에서의 쿠바나 멕시코 같은 팀은 우리나 일본이 져서 떨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팀이지. 4강에서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일본이 미국을 꺾은 건 이변이라면 이변이고.

그런데 그런 예상을 깨고 우리나라랑 일본이 계속 붙은 거 아냐?
그렇긴 한데 사실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나는 게 그렇게 이상한 그림은 아니야. 물론 야구의 종주국은 역시 미국이지. 하지만 미국에 이어 프로야구리그를 출범한 두 번째 나라가 일본, 세 번째가 우리야. 아마추어 야구의 최강자 쿠바와 미국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베네수엘라 같은 팀보다 한국이 강하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한국 야구가 변방이라는 건 어불성설이지.

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우리나라 선수들과는 받는 돈이 다르다며.
다르지. 이번에 우리나라에 10 대 2로 지는데 큰 공헌을 했던 베네수엘라 투수 카를로스 실바는 4년 계약에 4800만 달러, 그러니까 연봉 12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160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고, 이날의 승리투수인 기아 윤석민은 1억 8000만 원을 받는 선수야. 물론 실바의 경우 한국에게 깨지기 전에도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실력에 비해 연봉이 너무 높다는 얘길 듣긴 했지만 어쨌든 연봉으로 따지면 상대가 안 되는 건 사실이지.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이긴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우선 상식적으로 인간의 육체인 이상, 연봉을 100배 받는다고 실력이 100배 좋을 수는 없겠지. 그리고 연봉이란 건 결국 시장의 문제니까. 경제 시간에 배운 거 있지? ‘가격을 결정하는 건 수요와 공급이다.’ 200만 원짜리 루이비통 가방이 5만 원짜리 가방보다 40배 비싸지만 40배의 수납능력을 가진 건 아니잖아. 단지 시장에서 루이비통 가방을 공급하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200만 원이란 가격을 적정선으로 잡는 것뿐이지. 그런 것처럼 메이저리그처럼 큰돈이 움직이는 시장에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돈을 받는 거야.

그러니까 연봉에 정비례해서 잘하는 건 아니란 거지?
그렇지. 이해가 빠르네. 그리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야구는 포드 시스템처럼 분업이 확실한 게임이라 팀워크가 무척 중요해. 뛰어난 장점이 있는 팀보단 단점이 없는 팀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지. 이번 WBC에 출전한 한국팀은 후자에 가깝지. 투지? 물론 투지도 중요하지. 그런데 야구라는 게 그냥 열심히 뛴다고 되는 건 아니거든.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팀워크가 있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읽을 줄 아는 감독이 좋은 전술을 짜니까 성적이 좋을 수밖에. 그냥 무조건 악착스럽게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게임 말아먹기 딱 좋지.

그럼 한국은 야구를 잘 하는 거야?
응, 잘해. 물론 세계적으로 야구를 하는 나라가 축구를 하는 나라보다 적고, 그래서 올림픽에서도 이제 볼 수 없지만 그 사실이 한국이 야구 강국이라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고 생각해. 이치로가 지난 WBC 때 ‘나는 (한국과 대만이)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겠다’라고 했다가 욕은 욕대로 먹고, 우리나라에 2연패 하면서 망신은 망신대로 당했거든. 물론 일본은 야구 강국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그딴 소리는 들을 필요가 없는 강국이야.

아, 그 얘기 들으니까 이번 결승 한일전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힘이 될 수 있을까?
글쎄? 우선은 져도 박수쳐줄 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 응원을 시작하면 좋겠어. 그러고 나서 TV를 볼 수 있다면 보면서 응원하는 방법이 있겠지? 회사라 어렵다고? 그럼 인터넷은 할 수 있지? 그렇다면 승리의 염원을 담아… 응원 리플을 다는 건 어때?

사진제공_ WBC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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