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MBC, SBS 오전 10시고민했다. 출근을 할까 말까. 이 실업난의 시기에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귀한 직장에 감히 지각을 감행하고, 응원전이 한창일 잠실구장으로 달려갈 뻔 했다. 운동이라면 줄넘기도 서투른 몸이지만, 베이브 루스 다음으로 유명한 메이저리거는 박찬호라고 생각하고 있는 머리지만, 오늘만큼은 온통 몸과 마음이 야구 생각뿐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적의 금메달을 일궈낸 한국 야구 대표팀이 드디어 오늘 WBC 결승 경기를 치른다. 멕시코와 베네수엘라를 물리치고, 일본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세계의 야구팬들은 정교한 수비와 드라마틱한 적시타, 그리고 기기묘묘한 발재간에 놀라며 한국 야구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재미있게 해서 즐거운, 잘해서 더 즐거운 한국 야구팀이 절치부심 와신상담으로 무장했을 일본을 만나 어떤 대결을 펼치게 될지, 직접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아, 오늘 김태균은 ‘김우승’이라는 새 별명을 얻을 수 있을까?

<1대 100> KBS2 밤 8시 55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면, 퀴즈에서 우승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운명적으로 우승이 정해진 사람에 한해서 말이지만. 그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희망을 품기 마련. 혹시 내가 우승의 운명을 띄고 태어난 사람은 아닌가,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오늘 자신의 운명을 테스트할 사람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이다. 최근 KBS <꽃보다 남자>에 소이정의 바람둥이 아버지로 출연하기도 했던 그는 도전에 중독되기라도 한 듯, 오늘은 퀴즈왕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의 도전에 맞서는 100인 군단으로는 <개그 콘서트>에서 ‘성공시대’를 통해 점잖고 품위 있는 개그를 선보이고 있는 유상무, 유민상, 변승윤과 이들과 대조적으로 언제나 위기일발의 모습인 박성광이 출연한다.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최후의 1인이 되어야 5천만 원의 상금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잔인한 진실’인 셈이다.

<피구의 제왕> 채널 CGV 밤 10시
아직도 승부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분들은 이 영화를 관람하며 마음을 진정시키자. 피구의 왕이 통키라면, 피구의 제왕은? 그 주인공을 가려내기 위해 치열한 피구 리그가 시작된다. 작은 체육관을 운영하던 피터(빈스 본)는 경영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화이트 굿맨(벤 스틸러)이 경영하는 거대 휘트니스 센터에 체육관이 인수합병 될 위기에 놓인다. 이 절체절명의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피구 리그에서 우승해 상금을 획득해야만 한다. 오합지졸을 이끌고 대의를 위해 정신력으로 무장해 숙적과의 결승에 도달하는 영화의 줄거리는 어디서 많이 보던 플롯 같다고 느끼겠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피구의 제왕>에서 정말 매력적인 사람은 착하고 똑똑한 피터가 아니라 무식하고 사악한 화이트 굿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05년 MTV 영화제에서 최고 악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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