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게 없는 뮤지컬인 것 같아요. 메시지 전달이나 감동 같은 것 없구요. 어지럽고 힘든 요즘, 공연장에 오셔서 스트레스 풀고 그냥 음악을 즐기시면 됩니다.” 극중 주유소 사장 역으로 출연하는 한성식의 발언처럼, 10년 전 IMF 당시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뮤지컬로 부활한다. 3월 10일 백암아트홀에서는 10년만에 스크린에서 무대 위로 장소를 옮긴 <주유소 습격사건>의 프레스 콜이 열렸다. 방송인 이금희의 사회로 진행된 프레스 콜에는 김달중 연출가, 손무현 음악감독 이하 최재웅, 이율, 문종원, 이신성을 비롯한 16명의 배우들이 참석하였다.

“10분이면 다 끝나는 스토리로 100분의 쇼를 만들자는 게 콘셉트”

<주유소 습격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라면을 먹다가 ‘그냥’ 주유소를 털었던 노마크, 딴따라, 무대포, 뻬인트 4명의 주인공이 주유소에서 보낸 하룻밤을 그린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음악으로 소통하는 딴따라가 전체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또한,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표현하기 위해 앙상블들의 B-boy 무대나 25~30번의 퀵체인지를 진행하는 멀티맨들의 모습 등을 통해 공연성을 높였다. 하지만 연출가의 말대로 “10분이면 다 끝나는 스토리”를 110분의 쇼로 탈바꿈한 과정에서 생긴, 좁은 극장을 과하게 채운 요소들과 인물들은 관객들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로 변질될 위험이 있어 보인다. 남자들로 이루어진 <헤드윅>, <쓰릴 미> 등의 김달중 연출가의 전작만큼이나 이번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도 극중 ‘거칠녀’역을 맡은 김영옥을 제외하고 모든 배우가 남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가 군필자라서 살짝 예비군 훈련장 같은 느낌”이 난다는 뮤지컬 <주유소 습격사건>은 3월 12일부터 3개월 동안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시크한 야구 천재 노마크, 최재웅
꼴통 4인방을 선동하여 사건의 발단을 만든 장본인으로, 무심한 듯 시크한 성격이지만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앙상블 배우 중 한명이 맡고 싶은 배역으로 꼽기도 했던 이 캐릭터는, 모든 캐릭터를 아우르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여전히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으며 내키는 대로 인생을 던지는 노마크는 2007년 <쓰릴 미>와 <샤인>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최재웅이 캐스팅 되었다. “영화 속 이성재씨의 노마크와 무대위의 노마크가 달리 보여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냥 고민하지 말자고 연습 중간에 놔버렸다. 그런데 고민을 하지 않고 했더니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더라.”

“노래 끊기면 죽는다” 딴따라, 이율
한시도 쉬지 않고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기타연주 흉내를 내는 등 활발해 보이는 성격 이면에 피해의식에 젖어 신경질적인 성격도 지닌 인물이다. 영화배우 강성진이 맡았던 이 역은 데뷔작 <쓰릴 미>를 통해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이율이 맡으며, 4인방 중 가장 화려한 의상과 헤어로 관객들의 눈을 먼저 사로잡는다.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주말에도 합니다 / 유부남도 합니다 / 소극장에서 합니다 / 습한 날도 합니다 / 격정적으로 합니다 / 사랑합니다 / 건강하세요’라는 재치 있는 7행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화려한 의상 덕분에 극에서 굉장히 활발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4명의 꼴통 중 가장 신경질적인 캐릭터이지만, 마냥 신경질적인 모습으로만 보이기보다는 맺고 끊음이 정확한 시크한 캐릭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여전히 한 놈만 패는 무대포, 문종원
‘大한민국’이라고 적힌 각목을 필수아이템으로 늘 휴대하고, 세상에서 무식하다는 말을 제일 싫어하지만 말 그대로 무대포 정신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 속 유오성이 미련하면서도 순진한 무대포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 역은 <노트르담 드 파리>, <맨 오브 라만차> 등에 출연했던 문종원이 맡는다. 실제로 반삭한 헤어스타일이 극중 험상궂은 인상 탓에 수많은 오해를 받는 억울한 무대포 인생에 잘 어울린다. “이 헤어스타일은 사실 3~4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데, 역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식해 보이지만 무식만이 아닌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그림 외에는 세상 어느 것에도 무관심한 뻬인트, 이신성
원작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뻬인트 역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만, 늘 카메라를 휴대하며 사진을 찍는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배우 유지태가 맡아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이 역은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관객들을 만나온 이신성이 맡았다. 짧고 베이지색으로 빛나던 영화 속 헤어스타일이 긴 머리의 돈 주앙 스타일로 바뀌어 딴따라 역으로 혼돈하기도 한다고. “사실 사진은 핸드폰 사진 외에는 찍어본적이 없다. DSLR카메라는 여기서 처음 만져봤는데, 관객 분들을 많이 찍어야 되는 역할이라서 계속 동료들과 연습중이다. 실제로 공연 중에 찍은 사진들은 <주유소 습격사건> 홈페이지에 올라갈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
이 작품에는 특별히 ‘해프닝 존’이라는 좌석이 마련된다. 공연장 앞줄 좌석을 개조하여 배우들의 등장과 퇴장, 그리고 수많은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무대연장의 공간이다. 실제로 뻬인트 역을 맡은 이신성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관객들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고, 언제 어느 곳에서 배우들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100분의 쇼를 만들자는 게 콘셉트”라는 김달중 연출가의 얘기처럼, 이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 ‘해프닝 존’의 예매는 필수처럼 느껴진다. 또한, <주유소 습격사건>은 요즘 뮤지컬계에서 대세처럼 느껴지는 ‘무비컬’이다. 3월에만 해도 <주유소 습격사건>,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원작으로 한 <마이 스케어리 걸>, 3번째 앵콜을 맞이하는 <라디오 스타>들이 무대에 오른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졌지만, ‘무비컬’ 자체의 매력이 아직 관객들에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인 지금, 10년 만에 부활하는 이 작품이 관객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자못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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