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런웨이>는 2004년 미국 브라보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톱디자이너를 꿈꾸는 도전자들이 매주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면 디자이너와 패션계 인사, 셀러브리티 등 심사위원들이 신랄한 비판을 곁들여 한 명을 탈락시키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우승자는 상금과 함께 뉴욕 패션위크에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젊은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창의적인 의상만으로도 흥미로운 <프로젝트 런웨이>는 수퍼 모델 출신 하이디 클룸과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교장을 지낸 팀 건의 진행에 힘입어 지난 해 시즌 6까지 제작되며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2월 7일 첫 방송된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프로젝트 런웨이>의 포맷을 정식 구매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쇼의 한국판을 만들면서 제작진은 어떤 고민을 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이우철 프로듀서를 만나 런웨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지난 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이하 <프런코>) 4회가 방영됐다. 제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인가.
이우철 : 총 10회 가운데 9회까지는 촬영을 마쳤고 편집은 6회 정도까지 되어 있다. 마지막 10회는 계속 촬영을 하는 중이다. 파이널에 들어간 디자이너 세 명이 각자 열 두 벌씩 의상을 만들어서 4월 초에 열리는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서고, 또 런웨이 심사를 거쳐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내용이 10회에 들어간다.
“미국의 10분의 1 수준 제작비는 밤샘 작업으로 때웠다”
<프런코>가 처음 기획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리고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이었나.
이우철 : 작년 4월쯤 준비를 시작했다. 마지막 회가 방송되면 꼭 1년이 되는 셈이다. 나중에 ‘바이블’이라 불리는 제작 가이드북을 받아보고 안 거지만, 미국에서도 그 제작진들이 1년 내내 <프로젝트 런웨이> 하나에만 매달린다. 우리가 그 때 제일 처음 했던 일은 ‘디자이너들이 과연 이틀 내로 옷을 만들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거였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으니까. 패션업계 종사자들로부터 “가능하다”는 의견을 듣고 프로그램 포맷을 구입하게 된 거다.
‘바이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7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현지 제작진들이 꼼꼼하게 전달했다고 들었다. <프로젝트 런웨이>의 포맷을 그대로 따르는 게 조건이었나?
이우철 : 그렇지는 않다. “이런 포맷을 유지해 주면 좋겠다”는 정도였지 크게 제약을 둔 점은 없다. 이를테면 MC와 심사위원들은 패션업계 종사자여야 하고, 권위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던가 하는 거다. 조건이라기 보단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미국, 한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프로젝트 런웨이>를 만들 때마다 각각 비용과 상황이 다르니까 중요한 건 어떻게 현지화를 시키느냐라고 생각한다.
미국판의 10분의 1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제작비나 시스템, 기술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이우철 : 결국은 인건비를 어떻게 줄이느냐의 차이가 크다. 미국 같은 경우는 촬영이 끝나면 PD가 편집을 하지 않고 담당 스태프들에게 넘기지만 우리는 PD가 그걸 다 한다. 촬영팀 같은 경우도 정해진 노동시간만 일하고 끝을 내지만 우리나라는 24시간 밤을 새워 찍는 식이다.
의상 제작과정 같은 걸 그렇게 쉬지 않고 찍나?
이우철 : 거의 풀(full)로 찍는다. 아침에 출연자들이 일어날 때 숙소에 들어가 찍고, 작업실에서도 계속 카메라 들이대고, 작업 끝나고 숙소 들어갈 때 또 찍고. 출연자들도 한 달 합숙을 했지만 연출팀도 거의 그렇게 지냈다. 그래도 촬영 팀이 워낙 미국판을 좋아해서 카메라 구도를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일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조명 팀도, 그림 하나를 주면 “이런 기기는 우리나라에 없다”면서도 어떻게든 비슷한 걸 만들어 주셨다. 다들 전문가들이니까 재미있게 일했다. 9회 촬영 끝나고 나서는 다들 런웨이 세트에 올라가서 기념사진도 한 장씩 찍었다. (웃음)
미국 판은 각 출연자들의 음성을 따로 녹음할 수 있는 기기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어 아쉬워한다고 들었다.
이우철 : 미국에서 온 프로듀서에게도 거기에 대해 의논했는데 웃으면서 “한국 시스템에 맞춰서 하라”고 하더라. 우리도 처음에는 카메라에 내장된 마이크로 작업하는 모습을 찍으면서 멘트를 땄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들리고 잡음이 많아서 그 다음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긴 막대 달린 붐 마이크로 음성을 따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사람이 들고 하는 거다 보니까 두세 시간도 아니고 24시간 촬영에서는 무리였다. 심지어 천장에 달린 전등에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일일이 테이프로 붙여서 올려놔 봤는데 더 별로라는 의견이 있어서 빼버리고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몸에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부착하는 걸 선택했다.
“심사에 제작진이 관여하는 건 전혀 없다”
미국 스타일의 리얼리티쇼를 한국판으로 만들 때는 정서적인 차이 같은 것도 고려해야 했을 것 같다.
이우철 : 우리나라 대부분의 리얼리티 쇼는 연출이 개입되거나 연예인들이 출연해 상황에 따른 순발력을 발휘하는 편인데 미국에서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쇼는 상황을 극한으로 만들어서 히스테리와 스트레스를 유발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식이다. 우리는 출연자들 휴대폰을 다 반납 받아 보관하고 숙소에는 컴퓨터도 없고 TV만 잠깐 볼 수 있는 정도였다. <프로젝트 런웨이> 시즌 4의 출연자이고 <프런코> 1회에 나왔던 빅토리아 홍의 말에 의하면 미국은 더 심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방송으로 표현될 때의 차이는, 미국인들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집단주의가 발생한다. 끼리끼리 놀고, 집단과 집단이 충돌한다. 그래서 편집할 때, 미국은 에피소드 별로 끊는 편인데 우리는 드라마처럼 스토리텔링을 가져가면서 편집하는 편이다. 그래서 계속 보게 만들려는 건데…혹시 낚시인가? (웃음)
해외 유학파부터 동대문에 자기 가게를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경력과 캐릭터를 지닌 출연자들은 어떻게 선발했나.
이우철 : 공모를 보고 서류를 제출한 지원자가 5백여 명, 거기서 2백 명 정도를 골라서 면접으로 추린 뒤 다시 실기를 보고 선발한 끝에 최종 14명의 디자이너를 뽑았다. 사실 <프로젝트 런웨이>의 상징이 하이디 클룸과 팀 건이라고들 하지만 결국 이 쇼의 주인공은 디자이너들일 수밖에 없고,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그들이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중요했다.
14명 출연자 대부분의 미모도 뛰어나고 연예인 못지않은 캐릭터도 눈에 띄는데, 디자이너로서의 실력과 리얼리티쇼에서의 캐릭터 중 어느 쪽이 더 기준이 되었나.
이우철 : 50대 50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캐릭터가 중심이었고 심사위원들이 본 건 실력이었을 거다. 그런데 결국 그 14명이 선발된 데는 ‘열정’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파리에서 날아온 분도 있고, 일을 하다가 온 분도 있고, 캐나다에 사는 김재민 씨 같은 경우는 실기시험을 보러 오기 힘드니까 웹캠을 통해 우리에게 실기 장면을 보여주었을 정도다.
1회에서 탈락한 계한희 씨 같은 경우 오디션 영상에서부터 눈에 띄는 흥미로운 캐릭터였는데 결국 “재미를 위해서 나를 떨어뜨렸다”는 말을 했다.
이우철 : 재미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남겨 놨겠지, 그걸 위해 떨어뜨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거라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리얼리티 쇼에서 심사라는 건 가장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제작진이 관여를 하다 보면 힘들어진다. 심지어 나도 심사를 하는 셈 치고 점수를 매겨 봤는데 매번 틀렸고, 제작진들끼리 모여서 내기도 해 봤지만 결국 한 사람도 못 맞췄다. (웃음)
MC 이소라의 진행에 대한 비판도 있다. 말투가 딱딱하고 “런웨이를 떠나셔도 좋습니다” 같은 멘트가 어색하다는 반응인데.
이우철 : 우리가 이소라 씨에게 주문한 건 기존의 친근한 이소라 씨 캐릭터 대신 좀 더 냉정하고 권위적인 느낌으로 포장을 해 보자는 거였다. 워낙 웃음이 많은 성격인데 마지막 심사 때 웃음을 터뜨리거나 하면 엄숙한 분위기가 깨질 테니까 그것도 조심해야 했고. 어차피 지금은 촬영이 끝난 부분이고 앞으로는 한 번 더 신경을 써야겠지만 어찌 됐든 이소라 씨가 비판받는 데 있어서는 제작진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2회 오프닝 때 참가자들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14명의 디자이너들을 선발하고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우철 :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처럼 연출을 가미하지 않고 그냥 카메라를 들이대더라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이 어린 출연자들 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나이가 좀 있는 출연자들은 초반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카메라가 찍고 있으면 반대쪽으로 등을 돌리고, 따라가면 또 몸을 돌렸다. (웃음) 디자이너도 결국 자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린 출연자들이 좀 더 눈에 띄는 면이 있다.
3회에서 컬러 이름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한 김재민 씨는 그런 면에서 눈에 띄는 출연자다. 그런 솔직한 태도가 디자이너로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이우철 : 사실 우리가 전문적인 프로그램 색깔을 띠려면 그런 부분은 빠졌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편집을 하면서 고민을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김재민 씨의 캐릭터는 깊게 생각 안 하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캐릭터니까 그게 용인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회당 60분짜리 테이프를 100권 정도 찍는데, 그 가운데서 각자의 캐릭터를 잡아 나가려고 노력한다.
오디션 영상에서 약간 철없는 캐릭터로 나왔고 4회와 5회에서 다른 디자이너들과 갈등이 생기는 최혜정 씨도 인상적인 출연자 가운데 하나다.
이우철 : 최혜정 씨는 면접 봤을 때 한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얼굴은 예쁜 분이 4차원도 아니고 6차원에 가까운 생각으로 계속 멘트를 하는 거다. (웃음) 이런 캐릭터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촬영에 들어가니 말수가 너무 없었다. 우리는 리얼리티 쇼니까 억지로 어떤 모습을 요구할 수는 없고, 그냥 평소의 그 사람 캐릭터에 맞춰 특징을 잡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절정은 아무래도 누군가의 탈락 순간인데, 제작진들은 그 결과를 언제 알게 되나?
이우철 : 디자이너들이 과제를 가지고 나와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는 동안은 제작진도 모른다. 그리고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을 들여보내는데, 거기서 잠시 끊고 알려 준다. 런웨이에 카메라가 7대 있는데 그걸로 풀샷과 디자이너들과 심사위원들을 다 잡아야 하니까 누구를 먼저 담아야 할지를 미리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대략, 디자이너들이 알기 30분쯤 전에 제작진들이 결과를 알게 된다.
최종 탈락자와 생존자가 발표될 때의 스튜디오 분위기는 어떤가.
이우철 : 조용하다. 아무 소리도 안 난다. 게다가 1회 같은 경우는 탈락자 발표 직후에 2회의 오프닝을 찍어야 하는데 세 시간 동안 촬영을 못 했다. 디자이너들이 제일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게 1회 탈락이다 보니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2회 오프닝을 보면 다들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정말 해 보고 싶다”
매회 어떤 과제를 맡기고 어떤 게스트를 부르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다.
이우철 : 출연자 선발 후 두 달가량의 기간이 있었다. <프로젝트 런웨이>를 모르는 출연자들이 아닌 만큼 어떤 미션이 나올지 그 사이 다들 고민하고 있을 터였고, 그러면 우리는 그 고민을 역으로 계산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머리싸움이다. ‘한국적인 디자인’이나 ‘한복 원단으로 의상 만들기’처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과제를 넣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14 명 디자이너들의 실력 자체는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한다. 9회까지의 미션이 지금과 같은 순서로 구성되지 않고 다르게 구성되었다면 탈락자와 우승자가 상당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사전제작인 만큼 결과에 대한 보안 유지도 중요할 것 같은데 출연 조건에 어떻게 되어 있나?
이우철 : 결과가 중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안 유지에 대한 서약서를 쓴다. 미국은 배상금이 100억 정도인데 우리는 거기서 0을 하나 뺐다. (웃음) 물론 완전한 보안 유지는 어렵다는 것도 알고 루머도 돌지만 사실 그건 배상금보다 서로간의 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시즌 2를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하고 싶나.
이우철 : 시즌 1을 만들면서 미숙하다고 생각했거나 지적받은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 일단 내가 의상 제작 과정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복식사 책도 샀다. (웃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롭고 강렬한 캐릭터들이 또 나오느냐 하는 거다. 소위 말하는 ‘천재’도 있으면 좋겠고,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디자이너가 세계적으로도 활약하게 된다면 우리로선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일 거다. 그런 재미들이 시청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점일 것 같다. 가능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재미를 주는 게 케이블 채널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또 지상파에서 하지 못하는 걸 케이블에서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프런코>는 한국 케이블 프로그램과 리얼리티 쇼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였던 것 같다. 앞으로 혹시 욕심나는 또 다른 쇼가 있나.
이우철 :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정말 해 보고 싶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도 있고 그 한 회를 위해 6개월 동안 제작진들이 거기에만 매달려야 하고, 또 그만큼 유명한 모델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정말 욕심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 런웨이>에서는 누군가 정말 입고 싶어 하는,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프런코>의 디자이너 가운데 “내가 입을 옷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나?
이우철 : 물론이다. 정말 내가 갖고 싶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다. 그게 누구인지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비밀이지만. (웃음)
지난 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이하 <프런코>) 4회가 방영됐다. 제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인가.
이우철 : 총 10회 가운데 9회까지는 촬영을 마쳤고 편집은 6회 정도까지 되어 있다. 마지막 10회는 계속 촬영을 하는 중이다. 파이널에 들어간 디자이너 세 명이 각자 열 두 벌씩 의상을 만들어서 4월 초에 열리는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서고, 또 런웨이 심사를 거쳐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내용이 10회에 들어간다.
“미국의 10분의 1 수준 제작비는 밤샘 작업으로 때웠다”
<프런코>가 처음 기획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리고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이었나.
이우철 : 작년 4월쯤 준비를 시작했다. 마지막 회가 방송되면 꼭 1년이 되는 셈이다. 나중에 ‘바이블’이라 불리는 제작 가이드북을 받아보고 안 거지만, 미국에서도 그 제작진들이 1년 내내 <프로젝트 런웨이> 하나에만 매달린다. 우리가 그 때 제일 처음 했던 일은 ‘디자이너들이 과연 이틀 내로 옷을 만들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거였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으니까. 패션업계 종사자들로부터 “가능하다”는 의견을 듣고 프로그램 포맷을 구입하게 된 거다.
‘바이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7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을 현지 제작진들이 꼼꼼하게 전달했다고 들었다. <프로젝트 런웨이>의 포맷을 그대로 따르는 게 조건이었나?
이우철 : 그렇지는 않다. “이런 포맷을 유지해 주면 좋겠다”는 정도였지 크게 제약을 둔 점은 없다. 이를테면 MC와 심사위원들은 패션업계 종사자여야 하고, 권위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던가 하는 거다. 조건이라기 보단 조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미국, 한국,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프로젝트 런웨이>를 만들 때마다 각각 비용과 상황이 다르니까 중요한 건 어떻게 현지화를 시키느냐라고 생각한다.
미국판의 10분의 1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제작비나 시스템, 기술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이우철 : 결국은 인건비를 어떻게 줄이느냐의 차이가 크다. 미국 같은 경우는 촬영이 끝나면 PD가 편집을 하지 않고 담당 스태프들에게 넘기지만 우리는 PD가 그걸 다 한다. 촬영팀 같은 경우도 정해진 노동시간만 일하고 끝을 내지만 우리나라는 24시간 밤을 새워 찍는 식이다.
의상 제작과정 같은 걸 그렇게 쉬지 않고 찍나?
이우철 : 거의 풀(full)로 찍는다. 아침에 출연자들이 일어날 때 숙소에 들어가 찍고, 작업실에서도 계속 카메라 들이대고, 작업 끝나고 숙소 들어갈 때 또 찍고. 출연자들도 한 달 합숙을 했지만 연출팀도 거의 그렇게 지냈다. 그래도 촬영 팀이 워낙 미국판을 좋아해서 카메라 구도를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일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조명 팀도, 그림 하나를 주면 “이런 기기는 우리나라에 없다”면서도 어떻게든 비슷한 걸 만들어 주셨다. 다들 전문가들이니까 재미있게 일했다. 9회 촬영 끝나고 나서는 다들 런웨이 세트에 올라가서 기념사진도 한 장씩 찍었다. (웃음)
미국 판은 각 출연자들의 음성을 따로 녹음할 수 있는 기기를 사용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어 아쉬워한다고 들었다.
이우철 : 미국에서 온 프로듀서에게도 거기에 대해 의논했는데 웃으면서 “한국 시스템에 맞춰서 하라”고 하더라. 우리도 처음에는 카메라에 내장된 마이크로 작업하는 모습을 찍으면서 멘트를 땄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들리고 잡음이 많아서 그 다음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긴 막대 달린 붐 마이크로 음성을 따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사람이 들고 하는 거다 보니까 두세 시간도 아니고 24시간 촬영에서는 무리였다. 심지어 천장에 달린 전등에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일일이 테이프로 붙여서 올려놔 봤는데 더 별로라는 의견이 있어서 빼버리고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 몸에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부착하는 걸 선택했다.
“심사에 제작진이 관여하는 건 전혀 없다”
미국 스타일의 리얼리티쇼를 한국판으로 만들 때는 정서적인 차이 같은 것도 고려해야 했을 것 같다.
이우철 : 우리나라 대부분의 리얼리티 쇼는 연출이 개입되거나 연예인들이 출연해 상황에 따른 순발력을 발휘하는 편인데 미국에서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쇼는 상황을 극한으로 만들어서 히스테리와 스트레스를 유발해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게 하는 식이다. 우리는 출연자들 휴대폰을 다 반납 받아 보관하고 숙소에는 컴퓨터도 없고 TV만 잠깐 볼 수 있는 정도였다. <프로젝트 런웨이> 시즌 4의 출연자이고 <프런코> 1회에 나왔던 빅토리아 홍의 말에 의하면 미국은 더 심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방송으로 표현될 때의 차이는, 미국인들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집단주의가 발생한다. 끼리끼리 놀고, 집단과 집단이 충돌한다. 그래서 편집할 때, 미국은 에피소드 별로 끊는 편인데 우리는 드라마처럼 스토리텔링을 가져가면서 편집하는 편이다. 그래서 계속 보게 만들려는 건데…혹시 낚시인가? (웃음)
해외 유학파부터 동대문에 자기 가게를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경력과 캐릭터를 지닌 출연자들은 어떻게 선발했나.
이우철 : 공모를 보고 서류를 제출한 지원자가 5백여 명, 거기서 2백 명 정도를 골라서 면접으로 추린 뒤 다시 실기를 보고 선발한 끝에 최종 14명의 디자이너를 뽑았다. 사실 <프로젝트 런웨이>의 상징이 하이디 클룸과 팀 건이라고들 하지만 결국 이 쇼의 주인공은 디자이너들일 수밖에 없고,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그들이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중요했다.
14명 출연자 대부분의 미모도 뛰어나고 연예인 못지않은 캐릭터도 눈에 띄는데, 디자이너로서의 실력과 리얼리티쇼에서의 캐릭터 중 어느 쪽이 더 기준이 되었나.
이우철 : 50대 50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캐릭터가 중심이었고 심사위원들이 본 건 실력이었을 거다. 그런데 결국 그 14명이 선발된 데는 ‘열정’이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 파리에서 날아온 분도 있고, 일을 하다가 온 분도 있고, 캐나다에 사는 김재민 씨 같은 경우는 실기시험을 보러 오기 힘드니까 웹캠을 통해 우리에게 실기 장면을 보여주었을 정도다.
1회에서 탈락한 계한희 씨 같은 경우 오디션 영상에서부터 눈에 띄는 흥미로운 캐릭터였는데 결국 “재미를 위해서 나를 떨어뜨렸다”는 말을 했다.
이우철 : 재미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남겨 놨겠지, 그걸 위해 떨어뜨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거라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리얼리티 쇼에서 심사라는 건 가장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제작진이 관여를 하다 보면 힘들어진다. 심지어 나도 심사를 하는 셈 치고 점수를 매겨 봤는데 매번 틀렸고, 제작진들끼리 모여서 내기도 해 봤지만 결국 한 사람도 못 맞췄다. (웃음)
MC 이소라의 진행에 대한 비판도 있다. 말투가 딱딱하고 “런웨이를 떠나셔도 좋습니다” 같은 멘트가 어색하다는 반응인데.
이우철 : 우리가 이소라 씨에게 주문한 건 기존의 친근한 이소라 씨 캐릭터 대신 좀 더 냉정하고 권위적인 느낌으로 포장을 해 보자는 거였다. 워낙 웃음이 많은 성격인데 마지막 심사 때 웃음을 터뜨리거나 하면 엄숙한 분위기가 깨질 테니까 그것도 조심해야 했고. 어차피 지금은 촬영이 끝난 부분이고 앞으로는 한 번 더 신경을 써야겠지만 어찌 됐든 이소라 씨가 비판받는 데 있어서는 제작진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2회 오프닝 때 참가자들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14명의 디자이너들을 선발하고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우철 : 우리나라도 이제 미국처럼 연출을 가미하지 않고 그냥 카메라를 들이대더라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이 어린 출연자들 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나이가 좀 있는 출연자들은 초반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카메라가 찍고 있으면 반대쪽으로 등을 돌리고, 따라가면 또 몸을 돌렸다. (웃음) 디자이너도 결국 자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린 출연자들이 좀 더 눈에 띄는 면이 있다.
3회에서 컬러 이름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한 김재민 씨는 그런 면에서 눈에 띄는 출연자다. 그런 솔직한 태도가 디자이너로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이우철 : 사실 우리가 전문적인 프로그램 색깔을 띠려면 그런 부분은 빠졌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편집을 하면서 고민을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김재민 씨의 캐릭터는 깊게 생각 안 하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캐릭터니까 그게 용인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회당 60분짜리 테이프를 100권 정도 찍는데, 그 가운데서 각자의 캐릭터를 잡아 나가려고 노력한다.
오디션 영상에서 약간 철없는 캐릭터로 나왔고 4회와 5회에서 다른 디자이너들과 갈등이 생기는 최혜정 씨도 인상적인 출연자 가운데 하나다.
이우철 : 최혜정 씨는 면접 봤을 때 한 시간 반 동안 쉬지 않고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얼굴은 예쁜 분이 4차원도 아니고 6차원에 가까운 생각으로 계속 멘트를 하는 거다. (웃음) 이런 캐릭터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촬영에 들어가니 말수가 너무 없었다. 우리는 리얼리티 쇼니까 억지로 어떤 모습을 요구할 수는 없고, 그냥 평소의 그 사람 캐릭터에 맞춰 특징을 잡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절정은 아무래도 누군가의 탈락 순간인데, 제작진들은 그 결과를 언제 알게 되나?
이우철 : 디자이너들이 과제를 가지고 나와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는 동안은 제작진도 모른다. 그리고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을 들여보내는데, 거기서 잠시 끊고 알려 준다. 런웨이에 카메라가 7대 있는데 그걸로 풀샷과 디자이너들과 심사위원들을 다 잡아야 하니까 누구를 먼저 담아야 할지를 미리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대략, 디자이너들이 알기 30분쯤 전에 제작진들이 결과를 알게 된다.
최종 탈락자와 생존자가 발표될 때의 스튜디오 분위기는 어떤가.
이우철 : 조용하다. 아무 소리도 안 난다. 게다가 1회 같은 경우는 탈락자 발표 직후에 2회의 오프닝을 찍어야 하는데 세 시간 동안 촬영을 못 했다. 디자이너들이 제일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게 1회 탈락이다 보니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2회 오프닝을 보면 다들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정말 해 보고 싶다”
매회 어떤 과제를 맡기고 어떤 게스트를 부르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다.
이우철 : 출연자 선발 후 두 달가량의 기간이 있었다. <프로젝트 런웨이>를 모르는 출연자들이 아닌 만큼 어떤 미션이 나올지 그 사이 다들 고민하고 있을 터였고, 그러면 우리는 그 고민을 역으로 계산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머리싸움이다. ‘한국적인 디자인’이나 ‘한복 원단으로 의상 만들기’처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과제를 넣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14 명 디자이너들의 실력 자체는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한다. 9회까지의 미션이 지금과 같은 순서로 구성되지 않고 다르게 구성되었다면 탈락자와 우승자가 상당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사전제작인 만큼 결과에 대한 보안 유지도 중요할 것 같은데 출연 조건에 어떻게 되어 있나?
이우철 : 결과가 중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안 유지에 대한 서약서를 쓴다. 미국은 배상금이 100억 정도인데 우리는 거기서 0을 하나 뺐다. (웃음) 물론 완전한 보안 유지는 어렵다는 것도 알고 루머도 돌지만 사실 그건 배상금보다 서로간의 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
만약 시즌 2를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하고 싶나.
이우철 : 시즌 1을 만들면서 미숙하다고 생각했거나 지적받은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 일단 내가 의상 제작 과정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복식사 책도 샀다. (웃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롭고 강렬한 캐릭터들이 또 나오느냐 하는 거다. 소위 말하는 ‘천재’도 있으면 좋겠고,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디자이너가 세계적으로도 활약하게 된다면 우리로선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일 거다. 그런 재미들이 시청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점일 것 같다. 가능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재미를 주는 게 케이블 채널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또 지상파에서 하지 못하는 걸 케이블에서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프런코>는 한국 케이블 프로그램과 리얼리티 쇼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였던 것 같다. 앞으로 혹시 욕심나는 또 다른 쇼가 있나.
이우철 :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정말 해 보고 싶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도 있고 그 한 회를 위해 6개월 동안 제작진들이 거기에만 매달려야 하고, 또 그만큼 유명한 모델도 많이 필요하겠지만 정말 욕심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 런웨이>에서는 누군가 정말 입고 싶어 하는,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프런코>의 디자이너 가운데 “내가 입을 옷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나?
이우철 : 물론이다. 정말 내가 갖고 싶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다. 그게 누구인지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비밀이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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