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아, 헉! 팽. 샥-” 방문을 열고 들어선 대성(맹상훈)이 울고 있는 영옥(김미경)을 발견하고 놀라는 상황이 다섯 글자로 요약된다. 리허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만한 감정이나,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정확한 약속이다. <사랑해, 울지마>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세트장. 김사현 감독과 스태프들은 저마다 ‘매의 눈’으로 배우들을 주시하며 조명과 카메라의 구성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한다.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동선을 구성해야 하건만, 김사현 감독은 원하는 앵글을 위해 ENG 카메라를 넣자고 스태프들을 설득하고, 몇 번이나 배우들의 위치를 바꾸며 고민을 거듭한다. ‘미니시리즈 같은 일일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감독님의 지시를 각자의 대본에 빼곡히 기록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하다.
얼핏 공부방 같아 보이는 세트장에서 유일하게 빈손으로 뛰어 노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영민의 아들 준 역을 맡은 김진성이다. 여덟 살이라는 김진성은 실제 자신의 애완견이자, 극 중에서 영민으로부터 선물 받은 강아지 똘똘이와 함께 세트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술래잡기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가도 제 차례가 되면 개구쟁이 같은 얼굴은 순식간에 의젓해서 더 애잔한 준으로 변하고, 언제 외웠는지 대사는 술술 막힘이 없다. 어른 한명 몫을 해 내는 것 같아 이것저것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네, 근데 우리 이모네 강아지는 얼룩 무늬구요. 학원 선생님네 강아지는 똘똘이보다 백배는 무거워요.” 오직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는 순진한 천성. 시청자들을 울리는 아역 배우의 연기는 훈련이나 교육이 아니라 드라마 찍는 일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그 거짓 없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얼핏 공부방 같아 보이는 세트장에서 유일하게 빈손으로 뛰어 노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영민의 아들 준 역을 맡은 김진성이다. 여덟 살이라는 김진성은 실제 자신의 애완견이자, 극 중에서 영민으로부터 선물 받은 강아지 똘똘이와 함께 세트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술래잡기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가도 제 차례가 되면 개구쟁이 같은 얼굴은 순식간에 의젓해서 더 애잔한 준으로 변하고, 언제 외웠는지 대사는 술술 막힘이 없다. 어른 한명 몫을 해 내는 것 같아 이것저것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네, 근데 우리 이모네 강아지는 얼룩 무늬구요. 학원 선생님네 강아지는 똘똘이보다 백배는 무거워요.” 오직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는 순진한 천성. 시청자들을 울리는 아역 배우의 연기는 훈련이나 교육이 아니라 드라마 찍는 일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그 거짓 없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오늘 현장의 한마디 : “영민이만 잘하면 일찍 끝나요”
“준아, 밥 먹었어?” 이정진은 세트장 뒤에서 만난 김진성을 친아들처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무릎을 꿇은 채로 준을 끌어안는 장면을 연습하다가도 문득 “이거, 비 올 때 준이 안았던 그 자세잖아!”라며 새삼스럽게 준과 영민의 지난날을 회상한다. 살갑게 친하지는 않지만 애틋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아직 낯이 익지 않은 부자간의 서먹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다. 그러나 제 순서가 끝나자 김진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씩씩한 걸음으로 쌩하니 달려 나가 버리고, 세트 안에 홀로 남은 이정진은 손에 든 두꺼운 대본을 내려다볼 뿐이다. “오늘 영민이만 잘하면 일찍 끝나겠어요. 그런데… 대사가 많아가지구요.” 스스로에게 용기와 좌절을 번갈아 안겨주는 이정진은 그날 무사히 촬영을 마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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