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케이고, 쿠도 칸쿠로, 니노미야 카즈나리, 이들 중 한 명만 있어도 그 드라마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이번 4분기 최고의 화제작인 <유성의 인연>은 무려 히가시노 케이고의 원작을 쿠도 칸쿠로가 각색하고 이를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연기한다. 미스터리계의 대부가 만들어낸 매력적인 원작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작법을 가진 천재 각본가가 맛을 더하고, 젊은 연기파 배우가 숨결을 불어 넣는 기적 같은 앙상블이 기획된 것이다. 그 결과 오랜만에 투 썸즈 업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 완성되었다.

평화로운 가족에게 찾아든 살인 사건

1993년 가을, 카나가와현의 항구도시 요코스카에 남편이 요리를 하고 아내가 서빙을 하는 작은 가게지만 간판 메뉴인 하야시라이스(하이라이스)만큼은 일품인 양식점 ‘아리아케’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 부부에겐 삼남매 아리아케 코이치(니노이먀 카즈나리), 타이스케(니시키도 료), 시즈나(토다 에리카)가 있었다. 어느 날, 세 사람은 사자자리 유성우를 보기 위해 늦은 밤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 나간다. 바로 그 시간, ‘아리아케’ 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모님이 누군가의 손에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졸지에 고아가 된 세 사람은 보육원에 맡겨지고 그 때부터 그들은 ‘어른이 되면 범인을 찾아내서 셋이서 죽여 버리자’는 약속을 가슴에 품는다.

2008년 여름, 어른이 된 세 사람은 기댈 곳 없는 세상에서 오직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이들은 시즈나가 사기를 당한 일을 계기로 공모 사기를 시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부모님을 죽인 용의자와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히가시노 케이고가 만들어 낸 <유성의 인연>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설정과 이야기지만 여기에 안주한다면 쿠도 칸쿠로가 아니다. 그는 원작자가 그려 낸 시니컬한 세계에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 테이스트’를 첨가해 진지함과 코믹함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특히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패러디 해 극 중 극으로 구성한 삼남매의 사기극 열전은 ‘역시 쿠도칸!’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유성의 인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원작 팬들로부터 원작을 망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거장들의 세계의 화룡점정, 니노미야 카즈나리

그리고 거장들이 손잡은 이 유례없는 세계에 마지막 눈동자를 찍는 이가 바로 니노미야 카즈나리다. 사실 니노미야의 연기력을 굳이 논하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지만 <유성의 인연>을 보고 있노라면 이 탁월한 배우에게 새삼 감탄하게 된다. 니노미야 스스로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작품 속에 녹아 들고 싶다” 라고 말하듯이, 언제나 자신을 버리고 인물 그 자체가 되는 그의 연기는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부모를 잃은 슬픔, 세상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서러움, 그리고 동생들을 향한 책임감, 이 모든 감정을 무표정한 얼굴 속에 숨긴 아리아케 코이치의 모습에 인기 아이돌 가수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흔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배꼽 잡는 코미디와 진지한 정극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쿠도 칸쿠로 표 <유성의 인연>에서 다소 거칠 수 있는 흐름을 유연하게 이어주는 것도 니노미야의 노련한 호흡이다.

이제 <유성의 인연>은 마지막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타이스케는 부모님이 살해되던 날 목격한 용의자, 토가미 마사유키(에모토 아키라)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시즈나는 토가미가 번창시킨 양식당에서 아버지의 그것과 똑같은 맛의 하야시라이스를 먹었다. 이렇듯 정황들은 하나같이 토가미가 부모님을 살해하고 아리아케의 하야시라이스 맛을 훔쳤음을 가리킨다. 하지만 토가미는 자신은 하야시라이스의 레시피를 샀을 뿐, 결코 부모님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이 따로 있는 걸까. 도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사실 원작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입장에서 마지막 회를 기다리는 마음은 결코 편치 않다. 이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의 결말이 지금까지 보아 온 그 어떤 드라마보다 충격적이고, 또한 말문이 막힐 정도로 서글프기 때문이다. 오직 범인을 찾기만을 애타게 바래온 삼남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때론 마주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진실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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