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종합병원 2>에서 응급 처치 중 사망한 환자가 과연 처치 부실에 의한 사망인지 아닌지를 두고 소송을 벌이는 소재가 방영이 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쪽에선 무책임한 의료 행위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게 작금의 의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하고, 한쪽에선 드라마가 애매모호한 설정으로 의료진들을 매도하고 있노라고 비난한다. 산행 중 추락 사고로 이송된 환자의 기도 확보가 절실했으나 기관절개에 자신이 없는 응급의학과 수련의가 망설이는 사이 환자가 사망했고, 이 사실을 눈치 챈 보호자들이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결과라며 병원 측을 고소한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하더라도 환자 측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응급실 수련의는 그 상황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도착하기 전, 자신 없는 시술이라도 되든 안 되든 일단 메스를 잡았어야 옳았을까?
의사-환자가 아니라, 의사 VS 환자?
돌아가신 내 친정아버님께서 중환자실에 계실 때, 기관절재를 해야 할 일이 생기자 담당의는 늦은 시간 나를 호출해 기관절개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한 뒤 서류에 사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응급수련의에게 책임을 묻는 설정이 옳은 것인가 싶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나 MBC <뉴하트>를 비롯한 여타 메디컬드라마에서 흔히 보여준 에피소드들처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놓인 수련의가 임의로 시술을 해 다행히 성공 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겠지만, 못했다고 비난 받을 일은 아니지 않을까. 수련의는 말 그대로 수련의일 뿐이거늘, ‘해냈다’와 ‘못했다’의 문제이지 ‘안 했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건 요즘 <종합병원2>를 보며 느끼는 불편함이기도 하다. <종합병원2>의 큰 줄기는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나 아버지를 의료사고로 잃자 의사들에게 적대감을 갖고 의료전문변호사가 되고자 다시 의대에 진학한 정하윤(김정은)이 외과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실제 의사들의 모습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의사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의사들의 모습에 혼란을 그리는 정하윤의 모습이 방송됐고, 이번 기관 절개 에피소드 역시 그런 정하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정하윤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응급실 의료 정보를 빼내 환자 보호자 측 변호사에게 전달, 갈등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정하윤의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수련의의 행동은 충분히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물론 환자 가족들 입장에서야 수련의의 행동이 야속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런 감정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기관 절개를 하지 못한 수련의의 행동은 오히려 의료 시스템을 유지한 행동일 수도 있다. 정하윤이 진정 잘못된 의사들을 벌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 공격 대상은 의료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나 시스템을 악용하는 의사들이었어야 하지 않을까.
정하윤 양, 좀 더 성장해주세요
감정적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단지 환자가 시술을 받지 못해 죽었다는 이유로 자신 역시 불법을 저지르며 환자 측을 옹호하려는 정하윤의 캐릭터를 이해 하기는 어렵다. 물론 <종합병원 2>이 그런 정하윤이 바뀌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하윤과 그 반대편이 팽팽하게 맞설 때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눈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황을 파악해 오히려 잘못하지 않은 사람까지 피해를 주는 정하윤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어렵다.
사실 병원 응급실을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이들은 개운치 않은 느낌에 불만을 갖게 된다. 나만 해도 시아버님이 타계하셨을 때 수련의 한 명이 나와 “이미 사망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총총히 사라지고, “뭔가 조치라도 좀 해봐야 되는 게 아니냐”며 사정사정 했던 간호사가 “숨이 붙어 계셔야 뭐든 하죠” 하더니 나와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른 간호사와 키득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에 기분이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아버지를 도맡아 간호하던 다른 간호사는 내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어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이렇듯 환자 측에서는 자신의 입장 따라 감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와, 그들을 재단할 수 있는 법조인의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의료계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지금 정하윤의 행동은 의사와 변호사 사이라기 보다는 온전히 환자 쪽에만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하윤과 <종합병원 2>모두 조금은 더 이성적이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의사-환자가 아니라, 의사 VS 환자?
돌아가신 내 친정아버님께서 중환자실에 계실 때, 기관절재를 해야 할 일이 생기자 담당의는 늦은 시간 나를 호출해 기관절개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한 뒤 서류에 사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응급수련의에게 책임을 묻는 설정이 옳은 것인가 싶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나 MBC <뉴하트>를 비롯한 여타 메디컬드라마에서 흔히 보여준 에피소드들처럼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놓인 수련의가 임의로 시술을 해 다행히 성공 했다면 칭찬받아 마땅하겠지만, 못했다고 비난 받을 일은 아니지 않을까. 수련의는 말 그대로 수련의일 뿐이거늘, ‘해냈다’와 ‘못했다’의 문제이지 ‘안 했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건 요즘 <종합병원2>를 보며 느끼는 불편함이기도 하다. <종합병원2>의 큰 줄기는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나 아버지를 의료사고로 잃자 의사들에게 적대감을 갖고 의료전문변호사가 되고자 다시 의대에 진학한 정하윤(김정은)이 외과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실제 의사들의 모습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의사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의사들의 모습에 혼란을 그리는 정하윤의 모습이 방송됐고, 이번 기관 절개 에피소드 역시 그런 정하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정하윤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응급실 의료 정보를 빼내 환자 보호자 측 변호사에게 전달, 갈등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정하윤의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수련의의 행동은 충분히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 물론 환자 가족들 입장에서야 수련의의 행동이 야속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런 감정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기관 절개를 하지 못한 수련의의 행동은 오히려 의료 시스템을 유지한 행동일 수도 있다. 정하윤이 진정 잘못된 의사들을 벌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 공격 대상은 의료 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나 시스템을 악용하는 의사들이었어야 하지 않을까.
정하윤 양, 좀 더 성장해주세요
감정적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단지 환자가 시술을 받지 못해 죽었다는 이유로 자신 역시 불법을 저지르며 환자 측을 옹호하려는 정하윤의 캐릭터를 이해 하기는 어렵다. 물론 <종합병원 2>이 그런 정하윤이 바뀌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하윤과 그 반대편이 팽팽하게 맞설 때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눈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상황을 파악해 오히려 잘못하지 않은 사람까지 피해를 주는 정하윤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어렵다.
사실 병원 응급실을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이들은 개운치 않은 느낌에 불만을 갖게 된다. 나만 해도 시아버님이 타계하셨을 때 수련의 한 명이 나와 “이미 사망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총총히 사라지고, “뭔가 조치라도 좀 해봐야 되는 게 아니냐”며 사정사정 했던 간호사가 “숨이 붙어 계셔야 뭐든 하죠” 하더니 나와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른 간호사와 키득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에 기분이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아버지를 도맡아 간호하던 다른 간호사는 내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어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이렇듯 환자 측에서는 자신의 입장 따라 감정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와, 그들을 재단할 수 있는 법조인의 입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의료계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지금 정하윤의 행동은 의사와 변호사 사이라기 보다는 온전히 환자 쪽에만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하윤과 <종합병원 2>모두 조금은 더 이성적이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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