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인터뷰 중이거든. 미안하다.” 인터뷰 도중 윤종신은 자신을 보고 사인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예능 늦둥이’가 별명 아닌 별명이 될 정도로 오락 프로그램에서 성공한 윤종신의 넓어진 대중적인 인지도를 실감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윤종신은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의 어떤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가수였던 그는 처음에 ‘음악 토크쇼’를 내세웠던 ‘라디오 스타’의 이미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라디오 스타’가 부각시킨 첫 번째 뮤지션이기도 하다. 윤종신에게 ‘예능 늦둥이’와 뮤지션을 오가는 그의 삶, 그리고 ‘라디오 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예능인 활동이 더 바빠졌다 (웃음)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도 출연하는데.
윤종신:
<태희혜교지현이>는 <논스톱4>를 같이 했던 권익준 감독이 하는데, <논스톱 4> 끝나면서 다음에 시트콤을 무조건 같이 하기로 약속했었다. 내가 <논스톱 4>로 예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기도 했고. 그리고 조금 무리하면 할 수 있는 스케줄이라. (웃음)

“김구라는 첨병, 정환이는 거들고, 나는 깐죽대고, 김국진은 맥을 잡고”

<논스톱 4>가 당신의 예능 늦둥이(웃음) 캐릭터가 생긴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 전과는 다른 이미지로 나오면서 걱정은 안 됐었나.
윤종신:
나는 그게 예능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가면 재미없다. 만약 내 노래 속의 내 이미지를 시트콤에서도 보여줬다면 식상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가사 속에서는 여리지만 (웃음) 실제 생활은 밝으니까.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너무 희화화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윤종신:
처음에는 마음이 좀 급했었다. 사람들 반응이나 내 이미지에 대해 신경도 쓰였고. 하지만 <논스톱 4>도 방송 될 때는 저게 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조금씩 달라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짧아도 2012년, 어쩌면 2014년이나 2015까지 보고가야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반대로 내 이미지란 없다고 생각한다. 내 이미지라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보면 생기는 거니까.

그런데 예능은 음악과 다르게 말 그대로 매일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게 당신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나.
윤종신:
생활 자체는 똑같다. 나는 여전히 좀 게으르고, 이번 앨범 노래 제목처럼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룬다. (웃음) 그런데 음악은 내가 게으르면 결국 내 음반이 늦게 나오는데, 예능은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 그래서 매니저가 깨우면 그냥 간다. (웃음) 오히려 마음은 더 편한 게 있다. 예능은 익숙해지면 그 시스템에 몸을 맡기면 되니까.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 같은 경우는 연예인으로서 내 인지도에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 전까지는 내 음악팬 말고는 나를 밤 11시에 좀 센 얘기하는 아저씨(웃음)로 아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꼬마 아이들까지 날 아니까.

‘라디오 스타’도 처음부터 편했나. (웃음) 형식도 없고 MC도 없는 토크쇼였는데. 제작진이 뭐라며 섭외하던가.
윤종신:
약간 B급, 아니면 모든 분야에서 1등급은 아니고 그 다음 등급 정도의 사람들의 토크쇼라고 했다. 여운혁 CP는 내가 그나마 고급스러운 사람이라고 날 넣었다고 하더라. (웃음) 나도 이런 사람들이 모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시청자들이 왠지 측은하게 봐주지 않을까(웃음)하는 생각도 했고. 주류만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누구하나 리더 없이 아웅다웅하는 걸 보는 거니까.

처음엔 누가 메인 MC가 되느냐를 두고 경쟁했었다. 이런 토크쇼 분위기에 어떻게 적응했나.
윤종신:
자연스럽게 됐다. 김구라나 신정환은 게스트를 물어뜯는 쪽이니까 나나 김국진은 정리를 해준다. 그리고 나는 사람을 관찰하고 말을 듣다 받아치는 버릇이 있다. 그런 점에서 김구라는 너무 좋다. 소스 투성이거든. (웃음) 던지는 말 하나에도 심술도 있고 욕심도 있고 배려도 담겨 있다. 김구라의 말에서 물어뜯을 게 너무 많다. (웃음) 그런 식으로 역할과 캐릭터가 만들어진 게 중요했다. 김구라가 첨병 역할을 하고 정환이가 거들고, 나는 깐죽대고(웃음), 김국진은 맥을 잡고.

“예전에는 1인 MC의 시대였다면 요즘은 PD의 시대”

‘라디오 스타’는 그런 맥을 잡기 굉장히 어렵지 않나. 정신없을 정도로 서로 토크를 받아치는데. 토크는 어떻게 준비하나.
윤종신:
작가진이 준비한 질문은 다 소화하긴 한다. 그런데 그 질문도 누가할지 정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투닥투닥 하기도 하고. 나머지는 전부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게 요즘 흐름이기도 하다. 장르는 다르지만 ‘패밀리가 떴다’도 웃기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러 간다고 생각하고 찍으니까. 내가 얘들하고 사는 사람이다 생각 안 하면 풀어갈 수 없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토크쇼인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보나.
윤종신: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지금까지 예능 프로그램은 MC의 시대였다고 본다. 아우라가 강한 MC 1명이 프로그램을 리드했다. 그런데 이제는 PD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본다. ‘라디오 스타’에서 우리는 정말 막 떠든다. 그걸 재밌게 꾸미는 건 PD의 해석과 편집이다. 그만큼 PD의 연출과 기획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토크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메인 MC도 없고, MC와 게스트의 경계도 없다. 그래서 정신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만큼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토크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센 발언들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윤종신:
이 시스템이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서 그럴 거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스타일 중에 더 납득이 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완전히 사라질 것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시행착오 중이라 변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라디오스타’식 토크가 <명랑히어로>로 확장됐다. <명랑히어로>는 출연자들 숫자가 더 늘어났는데, 해보니 어떤가.
윤종신:
더 재밌다. 나는 ‘라디오 스타’나 <명랑히어로>가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토크에서 어떤 결론을 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계속 떠들면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이 있다.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소녀시대의 수영의 외모를 놀렸는데, 그 때 수영이 털털하게 받아치면서 오히려 더 호감이 된 사람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명랑히어로>의 초창기 시사 토크에 대한 향수가 있다.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고 본다. 그런데 아직은 시사 문제를 다룰 때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뮤지션으로서 ‘라디오 스타’에서 음악을 그렇게 다루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김건모와 옥주현이 당신의 가창력을 놀린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윤종신:
나 두 사람하고 되게 친하다. (웃음) 가창력이라는 건 다들 관점이 다른 것 아니겠나. 어떤 사람에겐 최고의 목소리가 어떤 사람에겐 최악이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걸 재밌게 말하는 게 ‘라디오 스타’다. 서로의 취향에 대해 재밌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닐까. 내가 씹혀주면서 웃음도 주고. (웃음)

‘라디오 스타’에서 좀 더 그런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나. ‘라디오 스타’는 원래 음악 토크쇼였는데. (웃음)
윤종신:
사실 요즘 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악 얘기가 나오면 노코멘트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음악 얘기가 나오면 다뤄야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희화화 시켜야 하니까. 아무리 농담으로 해도 다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런 음악 이야기는 라디오처럼 음악을 중심에 놓고 재미를 곁들일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라이브가 있는 음악 버라이어티 쇼가 생기면 좋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의 뮤지션 이미지와 예능인 이미지를 함께 생각한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그에 대한 걱정은 안 들었나.
윤종신:
모든 사람들 얘기가 다 맞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내 음악이 더 이상 애절하지 않다고 듣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예능을 하고 이미지가 바뀐 다음 나에 대해 느껴지는 게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당연하다고 본다.

실제로 음악도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전과 다르게 더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윤종신:
맞다. 예전에는 이별 속에 내가 있었는데, 이제는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덜 슬프다. 그걸 인정하고 만들었다.

생활의 변화 때문인가. 이젠 음악과 예능을 함께 하니까.
윤종신:
음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다른 분야를 하면서 오히려 음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음악에만 매달리니까 음악에 부담도 느끼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음악이 내가 살면서 가져가야할 삶의 리듬이 됐다는 걸 깨달았다. 앨범을 위해 비장해지는 대신 순간순간의 감성을 잃지 않고 음악으로 발표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는 툭툭 던지듯 싱글들을 발표해볼까라는 생각도 한다. 음악을 하기 위해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살면서 음악을 만드는 거다. 오히려 요즘 더 음악이 고프다. 예능 스케줄이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하루 이틀은 짬이 나는데, 그 때는 계속 곡을 쓰게 된다.

뮤지션으로서의 당신에게 <라라라>는 어땠나.
윤종신:
<라라라>는 얼마 전에 빠지게 됐다. ‘라디오 스타’ 멤버들이 모두 빠진다. 멤버 각자의 스케줄 문제도 있었고. 지금의 PD가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이야기가 잘 묻어나길 바랐는데, 그러기엔 토크 시간이 충분치는 않았다.

음악 프로그램과 토크쇼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지는 않나. 그러면 당신의 뮤지션과 예능인의 삶이 결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윤종신:
라이브가 있는 음악 버라이어티 쇼가 생기면 좋겠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대선배님들이 나오면 분위기부터 경직되지 않나. 그 분들도 음악을 바탕으로 재밌게 토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매개체가 되고 싶다.

마지막 질문. 윤종신에게 ‘라디오스타’란.
윤종신:
예능이란 신도시에 내가 묵게 된 작은 여관. 그런데 그 여관에서 살면서 일이 다 잘 되는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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