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더 유명해진 느낌이다. TV 프로그램이나 CF에서도 자주 볼 수 있고.
장윤주
: 에이, 아니다. 내가 가는 교회에서도 애들이 “쟤 누구더라?”하는 식으로 보는데 뭘. (웃음)

아니다. 인터뷰하기 전에 주위 여자들에게 당신에 대해 말하니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그래서 당신에게 무엇이 궁금한지 말해보라고 했는데…
장윤주
: 몸매 얘기? (웃음)

“이 앨범을 만드는 데 7년이 걸린 셈”

물론 그 얘기도 있었다. (웃음)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런 걸 물어봤다. 그 몸매에, 또래 여자들보다 인정도 받고, 앨범도 냈는데 이런 사람에게 과연 콤플렉스가 있냐는 거다.
장윤주
: 왜 없겠나. 다만 콤플렉스를 앞에서 오픈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밖에서 보여지는 부분들 때문에 그렇게 보는 거 같은데, 나도 콤플렉스는 많다. 사람들이 단순히 내 직업을 생각하면서 “너는 우리 마음 모를 거야”, “너는 연예인이니까” 이런 식의 시선을 보낼 때가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내게도 치유받지 못하는 상처나 남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자존심 상하는 일들이 있다.

당신의 앨범은 그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서 만든 것 아닌가. 당신을 모델로 아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었다면 이런 음악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꼭 메이크업을 지운 얼굴을 드러낸 것 같은데.
장윤주
: 어떤 평론가들은 내가 되게 영리하다고도 하더라. 하지만 나한테 이 앨범은 말 그대로 메이크업을 지우는 작업 같은 거였다. 모델로 사진을 찍을 때도 내추럴하게 하는 게 더 힘들다. 모델은 모든 움직임에서 각을 잡는 사람들이니까. 늘 스타일을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을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게 힘들다. 오래 전부터 메이크업을 지운 내 모습이 더 아름답기를 갈망했고, 이 앨범은 그런 나를 위한 작업이다. 하루 아침에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전문적으로 음악 공부를 한 건 스물 두 살부터였으니까, 7년이 걸린 셈이다.

2년 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처음이라 미숙해서 다른 뮤지션과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2년 뒤에 전 곡을 작사, 작곡한 앨범을 냈다.
장윤주
: ‘fly away’하고 ‘martini rosso’가 디지털 싱글로 나오면서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주변에서 앨범을 내자고 했다. 그래서 다른 뮤지션하고 함께 작업했는데, 이게 내 음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욕 얻어먹으면서 (웃음) 뒤집어 엎었다. 그 다음부터 내가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서 시간이 걸렸다. 전곡을 내가 다 쓰고 싶었던 게 크다.

작곡뿐만 아니라 프로듀싱도 직접 했다.
장윤주
: 명반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톤으로 이어지지 않나. 나도 그렇게 일관된 분위기의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직접 프로듀싱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데 프로듀싱을 해보니까 너무 힘들더라. 노래에만 신경 쓰고 싶은데 프로듀서를 하면 녹음 스케줄 잡고, 마이크는 뭘 써야 할지까지 결정해야 하니까. 2집에서는 작곡하고 편곡은 내가 해도 프로듀싱은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싶다.

“나 혹은 누군가에게 편지 쓰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함께 작업한 뮤지션들이 정재형이나 정재일처럼 음악계에서도 손꼽히는 뮤지션들인데, 프로듀서로서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나.
장윤주
: 힘든 부분이 많았다. 내 색깔을 내고 싶어서 프로듀싱을 하는 건데 현실적으로는 부딪치는 부분이 많으니까. 내 머릿속에 있는 사운드가 있는데, 그걸 못 맞추는 경우에는 계속 내 고집을 피워서 싸움이 일어났다. 내가 이런 성격의 소유자였나 싶을 정도로 내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물고 늘어졌으니까. 그러다 “서울에서 음악하려면 그런 건 포기해야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맡길 건 맡기자는 생각도 하게 됐고.

당신의 음악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듣는 입장에서는 어떤 순간들을 조용히 기록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장윤주
: 어떤 분은 내 일기장 같다는 말도 하더라. 그런데 나는 일기장 보다는 편지 같은 느낌으로 썼다. 내가 그대에게, 혹은 나에게. 편지 쓸 때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는 느낌이 있으니까. 가사도 편지 쓰듯 썼고. 누군가 내 음악을 들으면 기분 좋으면서도 슬프다고 했는데, 내 감성 자체가 우울하고 약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장윤주는 이른바 패셔니스타다. 쿨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당신은 혼자 있을 곳이 필요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윤주
: 나는 스타가 되는 욕심이나 바람은 없다. 그러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더 많고. 나는 실제로도 옥탑방에서 살고, ‘옥탑방’이라는 곡에서 ‘저 옥탑방이 나를 반길까, 반기지 않고 밀어낼까’라는 가사를 쓰기도 했다. 내가 그런 혼자만의 공간에 있는 게 나를 발전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하는 일과 너무 다른 공간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 옥탑방이 나의 감성을 만들어낸 공간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외롭고 힘들 때 바깥에 나가기보다 나의 작은 공간에서 내 감수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풀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안으로 파고 들면서 일을 하면 피로해지지 않나. 하는 일과 내면이 아주 상반된 성격인데.
장윤주
: 맞다. 사람들은 “너 나이가 들어서 그래”라고도 하는데 (웃음), 그런 얘기도 맞긴 할 거다. 예전에는 시끌시끌한 곳에 가는 걸 좋아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데 가면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가스펠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집안 전체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으로 알고 있다. 그런 집안 분위기와 모델로서의 생활, 그리고 당신의 감수성이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장윤주
: 내 어머니는 내가 모델 하겠다고 할 때부터 1년 정도 교회에서 기도를 하며 말렸다. 지금도 새벽 예배 나가서 기도를 하신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얼마나 걱정이 됐었겠나. 그런 쪽으로 가면서 유혹도 많을 것이고, 눈만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서 어머니는 지금도 내가 힘들다고 하면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격려를 해주신다. 그런 집안 분위기가 내가 너무 멀리 가지 않게 붙잡아 줬다.

앨범에서도 그런게 느껴진다. 당신의 음악적인 바탕은 홍대 인디 신의 포크와 유사한데, 정서적으로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Dream’은 왠지 성가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장윤주
: 분명히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가대를 하기도 했었고. 그래서 아마도 가스펠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다.

그런 생활이 당신의 정서에 중요한 부분 아닌가? 인기 모델이면서도 일요일에는 늘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것들이 어떤 균형을 이루는 것 같다.
장윤주
: 진짜? 그렇게 봤다면 정말 고맙다. 솔직히 나에게도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 모델 일 하면서 술도 엄청 마시고, 매일 클럽 가서 놀고. 그런데 그 생활을 몇 년씩 하다 보니까 이런 생활만으로는 나의 정신적인 갈증을 채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아니지, 분명히 삶의 무게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단단히 마음 먹고 교회에서 속된 말로 빡센 종교 교육을 받았다. 그 때를 계기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사실 그걸 받을 때 1년 정도는 너무 힘들었다. 교회 생활과 나의 직업적인 생활이 너무 다르니까. 그런데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까 날 잘 아는 친구들도 “너가 이제 균형이 잡힌 거 같아”라는 말을 해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럴 때일수록 나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힘들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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