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끼나 감수성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겠다. (웃음)
장윤주 : 어머니는 지금도 그런다. 니가 언니들하고 다르게 회사원이 되거나 할 거 같지는 않았다고.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뒀다고. 그런데 지금은 시집 갈 생각도 안한다고 걱정하시고. (웃음)
“풋풋하고 소박한 음악이 좋다, 가사도 중요하고”
어린 시절에는 어떤 아이였나. 모델이 되기 전에도 주목받지 않았을까 싶은데.
장윤주 : 평범했다.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다만 어렸을 때부터 좀 조숙했던 건 있었던 거 같다. (웃음) 중학교 때 선생님이 방학 동안 연습장 한 권을 채워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거기에 낙서를 하든 일기를 쓰든 채워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 때 나는 영화 감상문을 썼다. <레옹>, <가을의 전설>같은 작품들. 특히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서는 사흘 동안 울었다.
왜?
장윤주 : 나한테 <포레스트 검프>는 검프의 여자친구 이야기였다. 검프도 불쌍하지만, 그 여자친구야말로 불쌍한 영혼 아닌가. 둘 다 서로 외면받고, 사회와 분리된 인간들이다.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부분들을 서로에게 이해받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게 애틋하고 가슴 아픈데, 결국 그렇게 이별해야 하는 감정이 너무 아팠다. 특히 검프의 여자친구는 스스로 이별을 선택하고 홀로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왜 가고 난리야”하면서 펑펑 울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나.
장윤주 : 그런 건 없었고, 언니들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언니가 둘인데, 언니들 따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공일오비나 전람회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었으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몇 년 일찍 그런 음악들이나 분위기에 익숙했던 셈이다.
언니들의 영향이 당신의 음악 취향에 영향을 끼친 건가. 당신은 미니홈피에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 폴을 좋아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장윤주 : 한창 음악을 많이 들을 때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음악을 알고 싶은 욕심 때문에 CD를 1주일에 10장 이상 사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가 들어서 편안한 음악만 듣는다. 너무 어렵고, 힘들고 강한 것 보다는 편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풋풋하고 소박한 음악이 좋다. 장르를 얘기하자면 포크나 재즈 같은. 그리고 가사가 중요하고.
“사람들이 장윤주라는 사람의 속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미니홈피에 ‘듣는 음악을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썼던 게 기억난다. 당신도 그렇다고 할 수 있나.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면 좋아하는 음악처럼 담담하게 사람을 관찰한다는 느낌이 든다.
장윤주 : 그런 편이다. 외국에 나가서 많이 촬영하다 보니까 그런 게 생긴 거 같다. 저 사람은 예쁘다, 저 사람은 마음이 어떻다 이런 식으로.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담담하게, 조금은 쓸쓸하다는 생각도 드는 글과 사진을 남기는데, 그 밑에는 “퍼가요~”같은 댓글들이 쭉 달리더라. (웃음)
장윤주 : 그래서 주변에서는 요즘에는 미니홈피 하지 말라고 한다. 좀 더 생산적인 걸 하라고. 나는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미니홈피를 이용하기는 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앨범이 그런 첫 번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음악이 당신의 정서나 모델 활동, 그리고 음악이나 사진에 대한 경험 같은 것들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된 것 같다.
장윤주 : 나는 우울하면 글을 쓰고 싶고, 생각이 너무 많을 때는 곡을 쓰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날 보면서 ‘미친 몸매’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사람들이 장윤주라는 사람의 속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거라면 성공한 건지도 모르겠다. ‘love song’의 가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모델 장윤주가 ‘쿨하지 않은 소녀’라는 표현을 쓰다니. (웃음)
장윤주 : ‘Love song’은 앨범을 다 만들고 나서, 뭔가 아쉬워서 더 넣은 곡이다. 아주 솔직하게 쓴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어떤 평론가는 그러더라. ‘love song’이 분위기를 깼다고. (웃음) 그런데 그게 내 마음이다.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징징대고 짜증내고. 아홉을 주면 열을 바라고. 그런 게 여자의 마음 같기도 하고. 나나 다른 여자들이나 결국 똑같으니까.
“나중에는 아이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당신에게는 여러 명의 내가 있는 거 같다. (웃음)
장윤주 : 내 별명이 다중이다. (웃음)
모델로서 표현해보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나. 모델은 피사체로서의 당신이 두드러진 일인데.
장윤주 : 얼마 전 <엘르>의 사진작가가 내한 했는데, 그 분이 나를 찍은 것에 대해 “피천득의 수필에 나올 것 같은 여인을 찍었다”라는 표현의 기사가 나왔다. 그런 느낌이 좋다. 그리고 카렌 구뜨라고, 부모가 한국인이고, 모델이자 아티스트가 있다. 미국에서 살았고,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는데, 남편이 사진작가인 장 폴 구뜨다. 장 폴 구뜨가 카렌 구뜨를 모델로 ‘서울여왕’이라는 작품을 찍었는데, 우리조차 미처 알지 못한 한국의 트레디셔널한 부분을 멋지게 표현했다. 그런 느낌을 내고 싶다. 데뷔하자마자 내가 카렌 구뜨와 닮았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듣기도 했고. (웃음)
그러면 서른이 된 당신이 보여주고 싶은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은 뭔가.
장윤주 : 앞으로도 음악을 잘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이 앨범을 상품으로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어떤 형태가 됐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면서 타인과 많은 걸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그리고 지금은 소녀의 마음, 여자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나중에는 아이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장윤주 : 어머니는 지금도 그런다. 니가 언니들하고 다르게 회사원이 되거나 할 거 같지는 않았다고.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뒀다고. 그런데 지금은 시집 갈 생각도 안한다고 걱정하시고. (웃음)
“풋풋하고 소박한 음악이 좋다, 가사도 중요하고”
어린 시절에는 어떤 아이였나. 모델이 되기 전에도 주목받지 않았을까 싶은데.
장윤주 : 평범했다. 재밌는 부분도 있었고. 다만 어렸을 때부터 좀 조숙했던 건 있었던 거 같다. (웃음) 중학교 때 선생님이 방학 동안 연습장 한 권을 채워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거기에 낙서를 하든 일기를 쓰든 채워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 때 나는 영화 감상문을 썼다. <레옹>, <가을의 전설>같은 작품들. 특히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서는 사흘 동안 울었다.
왜?
장윤주 : 나한테 <포레스트 검프>는 검프의 여자친구 이야기였다. 검프도 불쌍하지만, 그 여자친구야말로 불쌍한 영혼 아닌가. 둘 다 서로 외면받고, 사회와 분리된 인간들이다.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부분들을 서로에게 이해받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게 애틋하고 가슴 아픈데, 결국 그렇게 이별해야 하는 감정이 너무 아팠다. 특히 검프의 여자친구는 스스로 이별을 선택하고 홀로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왜 가고 난리야”하면서 펑펑 울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나.
장윤주 : 그런 건 없었고, 언니들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언니가 둘인데, 언니들 따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공일오비나 전람회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었으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몇 년 일찍 그런 음악들이나 분위기에 익숙했던 셈이다.
언니들의 영향이 당신의 음악 취향에 영향을 끼친 건가. 당신은 미니홈피에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 폴을 좋아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장윤주 : 한창 음악을 많이 들을 때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음악을 알고 싶은 욕심 때문에 CD를 1주일에 10장 이상 사고 그랬는데, 지금은 내가 들어서 편안한 음악만 듣는다. 너무 어렵고, 힘들고 강한 것 보다는 편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풋풋하고 소박한 음악이 좋다. 장르를 얘기하자면 포크나 재즈 같은. 그리고 가사가 중요하고.
“사람들이 장윤주라는 사람의 속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미니홈피에 ‘듣는 음악을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썼던 게 기억난다. 당신도 그렇다고 할 수 있나.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면 좋아하는 음악처럼 담담하게 사람을 관찰한다는 느낌이 든다.
장윤주 : 그런 편이다. 외국에 나가서 많이 촬영하다 보니까 그런 게 생긴 거 같다. 저 사람은 예쁘다, 저 사람은 마음이 어떻다 이런 식으로.
그런데 당신은 그렇게 담담하게, 조금은 쓸쓸하다는 생각도 드는 글과 사진을 남기는데, 그 밑에는 “퍼가요~”같은 댓글들이 쭉 달리더라. (웃음)
장윤주 : 그래서 주변에서는 요즘에는 미니홈피 하지 말라고 한다. 좀 더 생산적인 걸 하라고. 나는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미니홈피를 이용하기는 하는데,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앨범이 그런 첫 번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음악이 당신의 정서나 모델 활동, 그리고 음악이나 사진에 대한 경험 같은 것들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된 것 같다.
장윤주 : 나는 우울하면 글을 쓰고 싶고, 생각이 너무 많을 때는 곡을 쓰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날 보면서 ‘미친 몸매’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사람들이 장윤주라는 사람의 속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거라면 성공한 건지도 모르겠다. ‘love song’의 가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모델 장윤주가 ‘쿨하지 않은 소녀’라는 표현을 쓰다니. (웃음)
장윤주 : ‘Love song’은 앨범을 다 만들고 나서, 뭔가 아쉬워서 더 넣은 곡이다. 아주 솔직하게 쓴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어떤 평론가는 그러더라. ‘love song’이 분위기를 깼다고. (웃음) 그런데 그게 내 마음이다.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징징대고 짜증내고. 아홉을 주면 열을 바라고. 그런 게 여자의 마음 같기도 하고. 나나 다른 여자들이나 결국 똑같으니까.
“나중에는 아이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당신에게는 여러 명의 내가 있는 거 같다. (웃음)
장윤주 : 내 별명이 다중이다. (웃음)
모델로서 표현해보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나. 모델은 피사체로서의 당신이 두드러진 일인데.
장윤주 : 얼마 전 <엘르>의 사진작가가 내한 했는데, 그 분이 나를 찍은 것에 대해 “피천득의 수필에 나올 것 같은 여인을 찍었다”라는 표현의 기사가 나왔다. 그런 느낌이 좋다. 그리고 카렌 구뜨라고, 부모가 한국인이고, 모델이자 아티스트가 있다. 미국에서 살았고,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는데, 남편이 사진작가인 장 폴 구뜨다. 장 폴 구뜨가 카렌 구뜨를 모델로 ‘서울여왕’이라는 작품을 찍었는데, 우리조차 미처 알지 못한 한국의 트레디셔널한 부분을 멋지게 표현했다. 그런 느낌을 내고 싶다. 데뷔하자마자 내가 카렌 구뜨와 닮았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듣기도 했고. (웃음)
그러면 서른이 된 당신이 보여주고 싶은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은 뭔가.
장윤주 : 앞으로도 음악을 잘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이 앨범을 상품으로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어떤 형태가 됐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면서 타인과 많은 걸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그리고 지금은 소녀의 마음, 여자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나중에는 아이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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