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이 ‘성균관 스캔들'(2010) ‘구르미 그린 달빛'(2016)에 이어 ‘청춘 사극’의 새 역사를 썼다. 여장 남자, 과부촌 등 독특한 소재에다 실제 역사(인조 반정)와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김소현 장동윤 강태오 등 청춘 배우들과 정준호 윤유선 김태우 이승준 이문식 등 베테랑 배우들의 시너지로 풋풋하면서도 묵직한 ‘청춘 사극’을 완성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조선로코-녹두전’ 마지막회는 동주(김소현 분)가 칼에 맞고 죽을 위기에 처한 녹두(장동윤 분)를 살리기 위해 율무(강태오 분)의 곁에 남는 것으로 시작됐다.
피를 많이 흘린 녹두는 목숨이 위태로웠고, 이를 본 동주는 스스로 율무 앞에 나타났다. 동주는 “나리께서 휘두른 칼에 맞아 죽었다고 해주십시오. 그리해주신다면 제가 나리 곁에 있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율무는 “내 곁에 있겠다는 게 뭘 뜻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그 어디에도 가게 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숨겨 가둘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동주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율무는 동주의 제안대로 광해(정준호 분)에게 가짜 시체를 보여주며 “강물에 휩쓸려간 시체를 찾았다”고 거짓말했다. 중전(박민정 분)은 그 시체가 녹두가 아님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동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율무는 “기다릴 테니 마음을 다오. 마음은 필요없다는 말은 내 위선이었다.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진심으로 내게 오너라. 바라는 건 그것 뿐”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동주는 “그리하겠다고 거짓으로 약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리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진심은, 연모하는 마음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라고 차갑게 외면했다.
동주는 불을 켜고 잠들었다. 동주의 방에 들어온 율무는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껐다. 하지만 동주는 꺼진 불을 보고 녹두를 떠올렸다. 녹두는 동주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늘 불을 켜줬고, 불을 끄지 않는 녹두를 떠올린 동주는 오열했다. 율무는 동주의 흐느낌을 들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울다 잠든 동주는 빛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녹두는 불을 밝혔고, 깬 동주를 보고 “어두운데서 뭐해. 불도 안 켜고”라고 웃었다. 동주는 죽지 않은 녹두를 보고 놀랐고, 그런 동주를 보고 녹두는 “돌아오겠다고 약조했잖아. 늦어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동주는 기뻐하며 녹두를 안았다. 율무는 두 사람이 도망친 것을 알았지만 도망가도록 쫓지 않았다.
과부촌 사람들은 섬에 새로운 마을을 세웠고 녹두와 동주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며 살았다. 두 사람은 드디어 혼례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다. 하지만 거센 바람이 불고 병풍이 쓰러지는 등 혼례식은 아수라장이 됐다. 녹두는 망친 혼례식에 서운해했고 동주는 “혼례식 같은 거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달랬다. 녹두는 “너한테 다 해주고 싶었다. 못했던 것들 포기했던 것들 전부. 그래서 네가 아픈 기억보다 행복한 기억이 훨씬 더 많아지게 가락지도 주고 신랑 각시 돼서 평생 같이 살 거라는 맹세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주는 “여기서 하면 된다”며 꽃을 꺾어 꽃반지를 만들었다. 동주는 “녹두야. 너와 함께 하는 날이 내내 아름다운 꽃길일 거라 생각 안 해.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주저앉아 울고 싶은 날도 있을 거다. 근데 너랑 기꺼이 기쁘게 견딜 거야 어떤 일도”라며 반지를 끼워줬다. 녹두는 “웃으며 나도 기꺼이 기쁘게”라고 화답하며 반지를 끼워줬다.
감동한 녹두를 보던 동주는 “난 꽃반지가 제일 예쁘더라”며 손등에 입을 맞췄다. 녹두는 “나 혼례식에서 하려던게 남았다”고 말하며 동주의 허리를 안았고 진하게 입을 맞췄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을 알콩달콩 살았다. 녹두는 중전(박민정 분)과 몰래 편지를 주고 받았고, 동주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9년 후 율무는 반정을 일으켜 광해를 쫓아냈다. 광해는 “왔느냐. 과인보다 영리한 줄 알았건만 제 발로 왔구나”라고 말했다. 율무는 “그러게 저를 왜 그냥 두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광해는 “널 그냥 두지 않으면 아무 죄도 없는 아들을 두 번씩이나 죽인 아비가 되는 것이니”라고 대답했다. 율무는 광해에게 ‘동짓달 열아흐레’가 진짜 생일임을 알려줬다. ‘동짓달 열아흐레에 태어난 왕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은 광해의 아들 녹두가 아닌, 율무였다. 광해는 율무에게 “외로울 것”이라고 했지만 율무는 용상에 앉아 미소를 지었다.
율무가 반정을 일으켜 왕이 됐고 중전이 섬으로 온다는 편지를 받은 녹두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하지만 그 곁을 동주가 지키며 마음을 토닥였다. 두 사람은 중전을 기다리며 모래사장에 앉았다. 동주는 “날 마음에 들어하실까”라고 고민했고, 녹두는 “날 살린 게 너야”라며 “네가 나랑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기다리겠다고 그랬잖아. 그 말이 몇 번이고 날 살렸어”라고 고백했다.
동주는 “나는 너랑 행복하게 살 거야. 오래오래 평생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와서 울어. 좋은 일 있으면 같이 웃자. 지금처럼”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 큰 일은 여자가…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조선로코-녹두전’은 2014년 연재돼 네이버 웹툰 최고 평점을 받았던 혜진양의 웹툰 ‘녹두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과부촌에 숨어든 여장 남자, 녹두가 가진 출생의 비밀, 전녹두와 동동주의 관계 등 원작의 독특한 설정에 손을 대지 않았다. 차율무와 과부촌의 무월단, 열녀단 등 원작에 없는 캐릭터들만 추가하면서 원작의 팬들을 만족시켰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코믹, 로맨스, 액션,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입체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어갔다. 일반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인 ‘고구마'(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스토리)도 없었다. 출생의 비밀, 복수의 이유, 인물의 꼬인 관계 등을 질질 끌지 않고 빨리 해결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인물들의 능동적인 성격도 극의 재미를 높였다. 보통 여성 캐릭터는 연약하고 보호받는 이미지로 그려지만 ‘녹두전’은 그렇지 않았다. 동주를 중심으로 무월단의 행동대장 쑥(조수향 분), 과부촌을 지키는 열녀단 등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극의 중심을 잡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했다.
과부들로 이뤄진 무월단은 검술에 능했고, 생사를 무릅쓰고 생명을 구했다. 지아비를 잃고 소외된 여인들 도우며 ‘걸크러시’ 매력을 뽐냈다. 그들은 “여인이라고 숨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으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냈다. 주인공 동주도 능동적인 캐릭터였다. 비밀을 안고 숨으려 하지 않았고 진실과 마주했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지도 않았다. 복수를 위해 직진했고, “널 구하러 전쟁터라도 뛰어들게”라며 오히려 남자 주인공에게 감동을 줬다. ‘조선로코-녹두전’은 방송 내내 기존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틀을 깼다는 호평을 받았다.
◆ 김소현X장동윤X강태오, 청춘 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력
아역 배우 시절부터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던 김소현의 진가는 ‘조선로코-녹두전’에서도 증명됐다. 동주는 겉으로는 밝고 당차지만, 속으로는 상처와 외로움을 품고 있어 감정 변화의 폭이 컸던 캐릭터. 김소현은 동주의 감정을 좋은 연기로 보여줘 시청자가 공감하고 이해하게 만들었다. 동주의 슬픔, 분노, 그리움 등 모든 감정을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담백하게 표현했다.
특히 김소현의 연기력이 가장 빛났던 회차는 4회. 동주에게 그네는 아픔이고 그리움이었다. 김소현은 그네를 타며 과거에 행복했던 가족을 떠올리며 슬퍼하다 스스로 일어나 아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내딛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잘 표현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아니고 마냥 미소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눈물을 머금고 예쁘게 웃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희망적으로 연기했다.
장동윤은 드라마 초반 비교적 어려웠을 여장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냈다. 새침한 표정은 물론 억지스럽지 않은 높은 목소리로 ‘여장한 녹두’를 어색하지 않게 완성했다. 또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부터 카리스마, 분노, 동주를 향한 애틋한 사랑 등 극 중 캐릭터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풋풋한 장동윤의 연기는 김소현과 또 다른 느낌을 줬다. 특히 장동윤의 케미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빛났다. 녹두가 여장을 했을 때는 청순하고 소녀 같은 분위기의 케미를 뽐냈다. 남자인 율무와도 은근히 설레는 분위기까지 형성하며 미소를 자아냈다. 본래 모습인 남자일 때는 두근거리는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극했다.
강태오가 맡은 율무는 웹툰 원작에 없던 새로운 인물. 하지만 극의 반전과 긴장감을 높이는 중요 요소였다. 동주만 바라보는 다정한 남자인 줄 알았던 그가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임이 밝혀졌을 때는 그 반전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태오의 연기도 율무 시절과 능양군임을 밝힌 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따뜻하고 다정한 눈빛 대신 왕위를 위한 집착과 욕망으로 가득 찬 눈빛을 드러냈다. 살벌하고 싸늘한 표정, 감정을 찾을 수 없는 눈빛으로 능양군의 잔인한 성격을 연기했고 탁월한 강약 조절 연기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지난 25일 방송된 ‘조선로코-녹두전’ 마지막회는 동주(김소현 분)가 칼에 맞고 죽을 위기에 처한 녹두(장동윤 분)를 살리기 위해 율무(강태오 분)의 곁에 남는 것으로 시작됐다.
피를 많이 흘린 녹두는 목숨이 위태로웠고, 이를 본 동주는 스스로 율무 앞에 나타났다. 동주는 “나리께서 휘두른 칼에 맞아 죽었다고 해주십시오. 그리해주신다면 제가 나리 곁에 있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율무는 “내 곁에 있겠다는 게 뭘 뜻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그 어디에도 가게 하지 않을 것이다. 평생 숨겨 가둘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동주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율무는 동주의 제안대로 광해(정준호 분)에게 가짜 시체를 보여주며 “강물에 휩쓸려간 시체를 찾았다”고 거짓말했다. 중전(박민정 분)은 그 시체가 녹두가 아님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동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율무는 “기다릴 테니 마음을 다오. 마음은 필요없다는 말은 내 위선이었다.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진심으로 내게 오너라. 바라는 건 그것 뿐”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동주는 “그리하겠다고 거짓으로 약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리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진심은, 연모하는 마음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라고 차갑게 외면했다.
동주는 불을 켜고 잠들었다. 동주의 방에 들어온 율무는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껐다. 하지만 동주는 꺼진 불을 보고 녹두를 떠올렸다. 녹두는 동주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늘 불을 켜줬고, 불을 끄지 않는 녹두를 떠올린 동주는 오열했다. 율무는 동주의 흐느낌을 들었지만 애써 외면했다.
울다 잠든 동주는 빛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녹두는 불을 밝혔고, 깬 동주를 보고 “어두운데서 뭐해. 불도 안 켜고”라고 웃었다. 동주는 죽지 않은 녹두를 보고 놀랐고, 그런 동주를 보고 녹두는 “돌아오겠다고 약조했잖아. 늦어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동주는 기뻐하며 녹두를 안았다. 율무는 두 사람이 도망친 것을 알았지만 도망가도록 쫓지 않았다.
동주는 “여기서 하면 된다”며 꽃을 꺾어 꽃반지를 만들었다. 동주는 “녹두야. 너와 함께 하는 날이 내내 아름다운 꽃길일 거라 생각 안 해. 오늘처럼 예상치 못한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주저앉아 울고 싶은 날도 있을 거다. 근데 너랑 기꺼이 기쁘게 견딜 거야 어떤 일도”라며 반지를 끼워줬다. 녹두는 “웃으며 나도 기꺼이 기쁘게”라고 화답하며 반지를 끼워줬다.
감동한 녹두를 보던 동주는 “난 꽃반지가 제일 예쁘더라”며 손등에 입을 맞췄다. 녹두는 “나 혼례식에서 하려던게 남았다”고 말하며 동주의 허리를 안았고 진하게 입을 맞췄다. 부부가 된 두 사람을 알콩달콩 살았다. 녹두는 중전(박민정 분)과 몰래 편지를 주고 받았고, 동주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율무가 반정을 일으켜 왕이 됐고 중전이 섬으로 온다는 편지를 받은 녹두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하지만 그 곁을 동주가 지키며 마음을 토닥였다. 두 사람은 중전을 기다리며 모래사장에 앉았다. 동주는 “날 마음에 들어하실까”라고 고민했고, 녹두는 “날 살린 게 너야”라며 “네가 나랑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기다리겠다고 그랬잖아. 그 말이 몇 번이고 날 살렸어”라고 고백했다.
동주는 “나는 너랑 행복하게 살 거야. 오래오래 평생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와서 울어. 좋은 일 있으면 같이 웃자. 지금처럼”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 큰 일은 여자가…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조선로코-녹두전’은 2014년 연재돼 네이버 웹툰 최고 평점을 받았던 혜진양의 웹툰 ‘녹두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과부촌에 숨어든 여장 남자, 녹두가 가진 출생의 비밀, 전녹두와 동동주의 관계 등 원작의 독특한 설정에 손을 대지 않았다. 차율무와 과부촌의 무월단, 열녀단 등 원작에 없는 캐릭터들만 추가하면서 원작의 팬들을 만족시켰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코믹, 로맨스, 액션,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입체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어갔다. 일반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인 ‘고구마'(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스토리)도 없었다. 출생의 비밀, 복수의 이유, 인물의 꼬인 관계 등을 질질 끌지 않고 빨리 해결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인물들의 능동적인 성격도 극의 재미를 높였다. 보통 여성 캐릭터는 연약하고 보호받는 이미지로 그려지만 ‘녹두전’은 그렇지 않았다. 동주를 중심으로 무월단의 행동대장 쑥(조수향 분), 과부촌을 지키는 열녀단 등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극의 중심을 잡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했다.
과부들로 이뤄진 무월단은 검술에 능했고, 생사를 무릅쓰고 생명을 구했다. 지아비를 잃고 소외된 여인들 도우며 ‘걸크러시’ 매력을 뽐냈다. 그들은 “여인이라고 숨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으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냈다. 주인공 동주도 능동적인 캐릭터였다. 비밀을 안고 숨으려 하지 않았고 진실과 마주했고, 사랑을 위해 희생하지도 않았다. 복수를 위해 직진했고, “널 구하러 전쟁터라도 뛰어들게”라며 오히려 남자 주인공에게 감동을 줬다. ‘조선로코-녹두전’은 방송 내내 기존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틀을 깼다는 호평을 받았다.
◆ 김소현X장동윤X강태오, 청춘 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력
아역 배우 시절부터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던 김소현의 진가는 ‘조선로코-녹두전’에서도 증명됐다. 동주는 겉으로는 밝고 당차지만, 속으로는 상처와 외로움을 품고 있어 감정 변화의 폭이 컸던 캐릭터. 김소현은 동주의 감정을 좋은 연기로 보여줘 시청자가 공감하고 이해하게 만들었다. 동주의 슬픔, 분노, 그리움 등 모든 감정을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담백하게 표현했다.
특히 김소현의 연기력이 가장 빛났던 회차는 4회. 동주에게 그네는 아픔이고 그리움이었다. 김소현은 그네를 타며 과거에 행복했던 가족을 떠올리며 슬퍼하다 스스로 일어나 아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내딛는 모습을 가슴 아프게 잘 표현했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아니고 마냥 미소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눈물을 머금고 예쁘게 웃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희망적으로 연기했다.
장동윤은 드라마 초반 비교적 어려웠을 여장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냈다. 새침한 표정은 물론 억지스럽지 않은 높은 목소리로 ‘여장한 녹두’를 어색하지 않게 완성했다. 또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부터 카리스마, 분노, 동주를 향한 애틋한 사랑 등 극 중 캐릭터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풋풋한 장동윤의 연기는 김소현과 또 다른 느낌을 줬다. 특히 장동윤의 케미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빛났다. 녹두가 여장을 했을 때는 청순하고 소녀 같은 분위기의 케미를 뽐냈다. 남자인 율무와도 은근히 설레는 분위기까지 형성하며 미소를 자아냈다. 본래 모습인 남자일 때는 두근거리는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극했다.
강태오가 맡은 율무는 웹툰 원작에 없던 새로운 인물. 하지만 극의 반전과 긴장감을 높이는 중요 요소였다. 동주만 바라보는 다정한 남자인 줄 알았던 그가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임이 밝혀졌을 때는 그 반전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태오의 연기도 율무 시절과 능양군임을 밝힌 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따뜻하고 다정한 눈빛 대신 왕위를 위한 집착과 욕망으로 가득 찬 눈빛을 드러냈다. 살벌하고 싸늘한 표정, 감정을 찾을 수 없는 눈빛으로 능양군의 잔인한 성격을 연기했고 탁월한 강약 조절 연기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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