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손담비 : 얼마 전에 염색을 했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시원하지도 않고 아쉽다. 6개월 동안 향미로 살아서 그런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현장도 그립도 아직 생각이 난다.
10. 손담비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많았다. 대본을 보면서 인기를 어느 정도 예감했나?
손담비 : 대본을 읽으면서 잘 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라는 건 알았다. 대본이 너무 좋았다. 근데 향미의 인기가 이 정도로 뜨거울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사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이렇게 쓰시지’ 하고 감탄하면서 향미를 잘 소화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향미에게 열광해줄지는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10. 향미는 술집 여자의 딸로 태어나 술집 여자로 살았고, 편견 속에 상처 받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가여운 인물이다. 드라마에선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애착이 많이 갔을 것 같다.
손담비 : 향미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게 많아서 애착이 안 갈 수가 없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향미를 연기하기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향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연기 연습도 많이 했고 외모도 신경을 썼다. 그런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향미에 대한 연민도 생겼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10. 뿌리 염색을 하지 않아 지저분한 머리와 다 벗겨진 매니큐어 등 향미의 인생을 잘 표현한 부분이 방송 내내 화제가 됐다. 향미가 할머니 병원비를 대고 해외에 있는 동생 뒷바라지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캐릭터인데 향미의 가난을 제대로 보여줬다.
손담비 : 누가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뿌리 염색을 안 했다. 머리카락이 바스락 거리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탈색도 했다. 머리를 해주신 선생님은 처음에는 반대하시더라.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해도 되는데 너무 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셨다. 근데 나는 이왕 가는 거 확실하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다섯 달 전부터 염색을 하지 않고 뿌리가 자라도록 기다렸다. 촌스러운 향미를 구현하려고 예쁜 옷도 안 입었다. 색이 강한 옷들을 많이 입었다.
10. 립스틱이 지워지지 않게 입술을 뒤집고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딱 향미 같다는 평이 많았다. 차영훈 감독이나 임상춘 작가가 따로 주문을 했나?
손담비 : 대사에 입술을 대지 않고 마신다고 적혀있었다. 작가님이 그만큼 촘촘하게 쓰신다. 립스틱 지워지지 않게 입술을 뒤집고 마시는 건 내가 생각한 것이다. 작가님이 잘 써주셔도 표현하는 건 나라서 생각을 많이 했다. 보통 손담비 하면 화려한 모습을 많이 떠올리시지 않나. 기존에 내가 가진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라 생소했는데 연구하고 연기하는 재미가 있더라. 어떻게 하면 더 촌스럽고 못 살게 보일 수 있을까 연구하다 보니 연기도 재밌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10. 외적인 부분 말고 연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 궁금하다.
손담비 : 말투와 시선 처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향미는 모든 일에 빠삭하지만 맹한 척 느리게 행동하는 친구다. 말도 느릿느릿하게 한다. 내가 급한 성격이라 말이 빠르다. 대본 연습을 할 때도 말을 느리게 했다. 또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상대방을 보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표정도 없앴고 시선도 멀리 던졌다. 여러 인물 중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향미다. ‘이 사람이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다’를 보여줘야 해서 감독님, 작가님과 많이 상의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
10. 손담비는 향미 그 자체라는 평과 함께 인생 캐릭터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본인도 향미가 인생 캐릭터라 생각하나?
손담비 : 그렇다. ‘손담비 인생캐릭터 만났다’는 댓글이 정말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내가 진짜 인생 캐릭터를 맡았다는 게 실감이 됐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 것 같다. 내가 가수로 성공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들 ‘미쳤어’가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2장의 앨범이 실패했다. 가수를 포기할 때 쯤 ‘미쳤어’가 잘 됐다. 연기도 그렇다. 연기자로 전향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이제야 조금씩을 빛을 발하는 걸 보면 기회가 지금 찾아온 것 같다.
10. 동백을 맡은 공효진과 케미가 특히 좋았다.
손담비 : 동백과 향미의 이야기는 가슴 찡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공)효진 언니와는 실제로도 친한 사이라 우리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동백과 향미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보일지 고민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했다.
10. 공효진이 친한 언니지만 연기자로는 선배다. 향미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공효진이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면?
손담비 : 내가 대사를 외울 때 토씨 하나 안 틀리게 한다. 대사가 완벽하게 숙지돼야 그다음으로 넘어간다. 근데 (공)효진 언니가 너무 얽매이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하더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지 말고 좀 풀어보라는 조언을 했다. 언니 조언대로 연기를 하니까 다른 것들이 많이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향미가 아닌 다른 면들이 나오긴 하더라. 조언도 조언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끌어내 준다. 그래서 동백과 향미가 붙었을 때 감정 같은 것들이 잘 드러난 것 같다.
10.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2007년 가수로 데뷔해 ‘미쳤어’ ‘토요일 밤’ 등 히트곡을 남겼다. 가수 활동 계획은 없나?
손담비 : 사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 전 음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댄스곡을 받았고,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향미를 만나면서 발매를 미뤘다.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10. 가수 컴백을 미루면서까지 ‘동백꽃 필 무렵’에 ‘올인’하게 한 향미의 매력은?
손담비 : 향미 자체가 매력이 있지 않나. 향미 인생에 드라마가 있고, 나중에는 향미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타당성도 있다. 맹하지만 촉이 살아있는 캐릭터라 상징하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연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도전하고 싶었다. 사실 손담비가 왜 향미를 했을까 의아해 하는 분이 많았다. 주연 같은 조연도 아니고 조연에 가까운 캐릭터다. 그런 것을 포기하며 왜 향미를 했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더라. 내게는 캐릭터가 중요하고 캐릭터가 주는 의미가 중요하다. 나만 연기를 잘하면 드라마와 좋은 시너지라 날 거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
10. 애처로운 캐릭터라 다음 작품에선 사랑 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겠다.
손담비 : 로맨스를 한 번도 못 해봤다. 다 짝사랑이었다. 그래서 (공)효진 언니한테 매일 부럽다고 했다. ‘용식이(강하늘 분)한테 사랑 받잖아. 그게 최고지’라고 했다. (웃음)
10. ‘동백꽃 필 무렵’이 결손 가정, 미혼모 등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다뤘고,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주제로 편견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던진 작품이다. 향미는 동백과 함께 편견 속에 사는 인물을 대표했다. 향미를 연기하며 느낀 바가 다를 것 같다.
손담비 : 편견의 집약체가 향미다. 물망초라는 술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결손가정이라 손가락질을 당하며 사랑과는 먼 사람이 된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세상 밖에 나가지 못하고 움츠리고 사는 걸 연기하면서 참 씁쓸했다. 그런 걸 콕 집어 주시는 작가님을 보면서 편견과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셨다는 걸 느꼈다. 향미는 나 자신이었기 때문에 편견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10. 향미의 이야기 말고도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면?
손담비 : 동백의 엄마 정숙(이정은 분)의 이야기. 이정은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딸을 버렸지만 버린 게 아니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었고, 평생을 불쌍하게 살아온 딸을 위해 결국 사망보험금을 남긴다. 정숙을 보면서 엄마가 딸한테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공감했다. 작가님이 정말 마음 아프게 잘 쓰시니까 나도 엄마가 나오는 장면마다 울었다. 엄마가 생각이 나 문자도 남겼다.
10. 드라마도 잘 됐고 캐릭터도 인기가 있어 상 욕심도 날 법하다.
손담비 : 당연히 있다. 주시면 감사하게 받겠다. 이번에 ‘KBS 연예대상’ MC를 하는데 잘해서 좋게 봐주시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하하.
10.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후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을 것 같다.
손담비 : 2, 3년의 공백이 있었는데 그때 연기를 포기할까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연기를 접고 가수를 할까 생각도 했는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나에게 맞는 캐릭터를 아직 못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꿈이 연기자였다. 연기를 꼭 하고 싶었던 나의 꿈이었기 때문에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 한 번쯤 내게 맞는 캐릭터를 하면 된다는 꿈을 품고 버텼다.
10.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손담비 : 엄정화 선배님 같은 연기자. 가수와 연기자 사이에서 어떤 틀에 구애 받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엄정화 선배님은 가수를 해도 엄정화, 연기를 해도 엄정화이지 않나.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나아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10.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손담비 : ‘동백꽃 필 무렵’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대중에게 손담비를 ‘연기하는 손담비’로 각인시킨 작품인 것 같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가수와 배우 손담비의 혼선은 없을 거 같다. 연기자 손담비로만 생각을 해주실 것 같아 그것만으로 큰 기쁨이다. 힘을 얻어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향미를 보고 처음 한 생각은 ‘연기하기 어렵겠다. 근데 하고 싶다, 욕심난다’였어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어서 머릿결도 부스스하게 만들고 뿌리염색도 하지 않았어요. 6개월이 넘는 시간을 그냥 향미로 살았어요. 진짜 인생 캐릭터를 만난 거죠.”10.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끝났다. 촬영을 마친 기분은?
지난 21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향미 역을 맡은 손담비의 말이다. ‘동백꽃 필 무렵’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20.7%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손담비가 연기한 향미는 술집 ‘물망초’ 마담의 딸로 태어나 가족과 세상에게 버림받고 상처 가득한 삶을 살다 간 인물이다. 손담비는 지저분한 염색 머리, 다 벗겨진 매니큐어로 궁핍한 삶을 표현했고, 멍한 시선 처리와 의뭉스러우면서 덤덤한 표정, 느릿한 말투 등으로 향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손담비의 세심한 캐릭터 분석과 연기는 향미의 인생을 더 가엽게 만들었고, 시청자들이 동정하고 사랑하게 했다. 철저히 향미로 산 손담비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손담비 : 얼마 전에 염색을 했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시원하지도 않고 아쉽다. 6개월 동안 향미로 살아서 그런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현장도 그립도 아직 생각이 난다.
10. 손담비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많았다. 대본을 보면서 인기를 어느 정도 예감했나?
손담비 : 대본을 읽으면서 잘 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라는 건 알았다. 대본이 너무 좋았다. 근데 향미의 인기가 이 정도로 뜨거울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사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이렇게 쓰시지’ 하고 감탄하면서 향미를 잘 소화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향미에게 열광해줄지는 생각도 안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10. 향미는 술집 여자의 딸로 태어나 술집 여자로 살았고, 편견 속에 상처 받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가여운 인물이다. 드라마에선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애착이 많이 갔을 것 같다.
손담비 : 향미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게 많아서 애착이 안 갈 수가 없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향미를 연기하기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향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연기 연습도 많이 했고 외모도 신경을 썼다. 그런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향미에 대한 연민도 생겼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손담비 : 누가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뿌리 염색을 안 했다. 머리카락이 바스락 거리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탈색도 했다. 머리를 해주신 선생님은 처음에는 반대하시더라.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해도 되는데 너무 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셨다. 근데 나는 이왕 가는 거 확실하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 다섯 달 전부터 염색을 하지 않고 뿌리가 자라도록 기다렸다. 촌스러운 향미를 구현하려고 예쁜 옷도 안 입었다. 색이 강한 옷들을 많이 입었다.
10. 립스틱이 지워지지 않게 입술을 뒤집고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딱 향미 같다는 평이 많았다. 차영훈 감독이나 임상춘 작가가 따로 주문을 했나?
손담비 : 대사에 입술을 대지 않고 마신다고 적혀있었다. 작가님이 그만큼 촘촘하게 쓰신다. 립스틱 지워지지 않게 입술을 뒤집고 마시는 건 내가 생각한 것이다. 작가님이 잘 써주셔도 표현하는 건 나라서 생각을 많이 했다. 보통 손담비 하면 화려한 모습을 많이 떠올리시지 않나. 기존에 내가 가진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라 생소했는데 연구하고 연기하는 재미가 있더라. 어떻게 하면 더 촌스럽고 못 살게 보일 수 있을까 연구하다 보니 연기도 재밌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열심히 할 수 있었다.
10. 외적인 부분 말고 연기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 궁금하다.
손담비 : 말투와 시선 처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향미는 모든 일에 빠삭하지만 맹한 척 느리게 행동하는 친구다. 말도 느릿느릿하게 한다. 내가 급한 성격이라 말이 빠르다. 대본 연습을 할 때도 말을 느리게 했다. 또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상대방을 보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표정도 없앴고 시선도 멀리 던졌다. 여러 인물 중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향미다. ‘이 사람이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다’를 보여줘야 해서 감독님, 작가님과 많이 상의하면서 준비를 많이 했다.
10. 손담비는 향미 그 자체라는 평과 함께 인생 캐릭터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본인도 향미가 인생 캐릭터라 생각하나?
손담비 : 그렇다. ‘손담비 인생캐릭터 만났다’는 댓글이 정말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내가 진짜 인생 캐릭터를 맡았다는 게 실감이 됐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 것 같다. 내가 가수로 성공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들 ‘미쳤어’가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2장의 앨범이 실패했다. 가수를 포기할 때 쯤 ‘미쳤어’가 잘 됐다. 연기도 그렇다. 연기자로 전향한 지 5년 정도 됐는데 이제야 조금씩을 빛을 발하는 걸 보면 기회가 지금 찾아온 것 같다.
10. 동백을 맡은 공효진과 케미가 특히 좋았다.
손담비 : 동백과 향미의 이야기는 가슴 찡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공)효진 언니와는 실제로도 친한 사이라 우리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동백과 향미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보일지 고민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했다.
10. 공효진이 친한 언니지만 연기자로는 선배다. 향미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공효진이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면?
손담비 : 내가 대사를 외울 때 토씨 하나 안 틀리게 한다. 대사가 완벽하게 숙지돼야 그다음으로 넘어간다. 근데 (공)효진 언니가 너무 얽매이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하더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지 말고 좀 풀어보라는 조언을 했다. 언니 조언대로 연기를 하니까 다른 것들이 많이 나왔다. 내가 생각했던 향미가 아닌 다른 면들이 나오긴 하더라. 조언도 조언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끌어내 준다. 그래서 동백과 향미가 붙었을 때 감정 같은 것들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손담비 : 사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 전 음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댄스곡을 받았고, 녹음을 하고 있었는데 향미를 만나면서 발매를 미뤘다.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10. 가수 컴백을 미루면서까지 ‘동백꽃 필 무렵’에 ‘올인’하게 한 향미의 매력은?
손담비 : 향미 자체가 매력이 있지 않나. 향미 인생에 드라마가 있고, 나중에는 향미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타당성도 있다. 맹하지만 촉이 살아있는 캐릭터라 상징하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연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도전하고 싶었다. 사실 손담비가 왜 향미를 했을까 의아해 하는 분이 많았다. 주연 같은 조연도 아니고 조연에 가까운 캐릭터다. 그런 것을 포기하며 왜 향미를 했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더라. 내게는 캐릭터가 중요하고 캐릭터가 주는 의미가 중요하다. 나만 연기를 잘하면 드라마와 좋은 시너지라 날 거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
10. 애처로운 캐릭터라 다음 작품에선 사랑 받는 캐릭터를 하고 싶겠다.
손담비 : 로맨스를 한 번도 못 해봤다. 다 짝사랑이었다. 그래서 (공)효진 언니한테 매일 부럽다고 했다. ‘용식이(강하늘 분)한테 사랑 받잖아. 그게 최고지’라고 했다. (웃음)
10. ‘동백꽃 필 무렵’이 결손 가정, 미혼모 등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다뤘고,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주제로 편견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던진 작품이다. 향미는 동백과 함께 편견 속에 사는 인물을 대표했다. 향미를 연기하며 느낀 바가 다를 것 같다.
손담비 : 편견의 집약체가 향미다. 물망초라는 술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결손가정이라 손가락질을 당하며 사랑과는 먼 사람이 된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세상 밖에 나가지 못하고 움츠리고 사는 걸 연기하면서 참 씁쓸했다. 그런 걸 콕 집어 주시는 작가님을 보면서 편견과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셨다는 걸 느꼈다. 향미는 나 자신이었기 때문에 편견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10. 향미의 이야기 말고도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면?
손담비 : 동백의 엄마 정숙(이정은 분)의 이야기. 이정은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딸을 버렸지만 버린 게 아니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었고, 평생을 불쌍하게 살아온 딸을 위해 결국 사망보험금을 남긴다. 정숙을 보면서 엄마가 딸한테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공감했다. 작가님이 정말 마음 아프게 잘 쓰시니까 나도 엄마가 나오는 장면마다 울었다. 엄마가 생각이 나 문자도 남겼다.
손담비 : 당연히 있다. 주시면 감사하게 받겠다. 이번에 ‘KBS 연예대상’ MC를 하는데 잘해서 좋게 봐주시면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하하.
10.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후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을 것 같다.
손담비 : 2, 3년의 공백이 있었는데 그때 연기를 포기할까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연기를 접고 가수를 할까 생각도 했는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나에게 맞는 캐릭터를 아직 못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꿈이 연기자였다. 연기를 꼭 하고 싶었던 나의 꿈이었기 때문에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 한 번쯤 내게 맞는 캐릭터를 하면 된다는 꿈을 품고 버텼다.
10.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손담비 : 엄정화 선배님 같은 연기자. 가수와 연기자 사이에서 어떤 틀에 구애 받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엄정화 선배님은 가수를 해도 엄정화, 연기를 해도 엄정화이지 않나.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나아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10.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손담비 : ‘동백꽃 필 무렵’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대중에게 손담비를 ‘연기하는 손담비’로 각인시킨 작품인 것 같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가수와 배우 손담비의 혼선은 없을 거 같다. 연기자 손담비로만 생각을 해주실 것 같아 그것만으로 큰 기쁨이다. 힘을 얻어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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