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박기웅: 요즘 드라마 촬영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근무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밤샘 촬영이 많지 않아 잠도 푹 자서 체력적으로 굉장히 좋은 상태다.
10. 2013년 단막극 ‘상놈탈출기’ 이후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했다. 최근 보여줬던 악역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인데?
박기웅: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이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악역도 아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이면서 대신들 모두가 반대하는 예문관에 힘을 실어주는 세자라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캐릭터를 분석할 때도 인물의 당위성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대신들에게 맞설 때 억지 부리거나 떼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10. 어떻게 당위성을 끄집어내려 했나?
박기웅: 이진이라는 인물은 세자이지만 대리청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왕의 소리를 대신하는 역할이다. 궐 안에서 대신들과 대립할 때는 같이 부딪히는 에너지를 줘야 했기 때문에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힘 있는 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목소리 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평소 목소리보다 좀 더 저음으로 바꿔 연기했다. 드라마를 본 어떤 지인은 목소리가 바뀌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콧수염을 붙인 상태로 연기를 하는 게 처음이라 소리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입을 좀 더 크게 벌리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안됐다.
10. 바른 군주 역할은 개성 있는 캐릭터에 비해 임팩트가 약할 거라는 걱정은 없었나?
박기웅: 작품이 들어왔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가 대본이 재밌는지이고, 두 번째가 내 캐릭터의 매력이다. 모든 캐릭터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어우러질 때 극이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축구로 치면 모든 사람이 메시일 수 없는 것이다. 누구는 골을 넣도록 도와주는 박지성도 있어야 하고, 공을 막는 골키퍼도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주어진 모든 장면을 임팩트 있게 하려는 욕심이 있었다. 지금은 그게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 혼자 돋보이려고 하면 작품은 망가진다. 이제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돋보이지 않아도 좋다.
10. 주연배우들 중 연기 경력이 가장 길다. 선배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은 없었는지?
박기웅: 스무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내가 무조건 막내였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형, 오빠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외롭기도 하고 책임감도 많아졌다. 내가 현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었다. 특히 이번 드라마 촬영 때는 감독님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디렉션을 거의 주지 않더라. 나를 믿고 맡겨주는 것이라 부담이 많이 됐다. 감사하면서도 힘든 부분인 것 같다.
박기웅: 엄청 살갑고 애교 많은 동생이다.(웃음) 극 중반부쯤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며칠 못 보면 꼭 먼저 연락이 온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내가 취미로 농구팀을 하는데 거기 와서 같이 농구도 했다. 극 중에서도 은우와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예문관 사람들은 다들 또래라 재밌게 놀면서 촬영하는데, 나는 대선배님들과 붙다보니 많이 외로웠다. 유일하게 은우와 함께 하는 장면에서 많이 웃을 수 있어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래선지 마지막에 은우와 부딪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둘 다 감정이 과잉돼서 너무 힘들었다.
10. 차은우는 극 초반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했는데.
박기웅: 내가 은우 나이에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 주인공을 맡았다. 그 때의 나보다 은우가 훨씬 연기를 잘한다. 주인공은 본인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주변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은우가 어린데도 주변을 잘 챙긴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나보다는 훨씬 더 좋은 배우인 것 같다고 느낀다. 너무 기특하다.
10. 세자빈이 있는 상황에서 송사희(박지현 분)와 미묘한 감정이 있었다.
박기웅: 세자가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캐스팅이 됐을 때부터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로맨스는 아니고 사희가 나를 마음에 품고, 나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로 표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댕기를 주는 장면도 최대한 의미를 담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너무나 달라질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아 어려웠지만 그만큼 연기로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10.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박기웅: 굉장히 높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감사했던 게 모난 배우가 없었다. 배우는 가수로 치면 매번 유닛 활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품마다 다른 분들하고 소통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촬영하기 전까지는 그 배우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좋은 배우들만 만난다는 건 굉장한 복이라고 생각한다.
10. 데뷔 시절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
박기웅: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웃음) 확실히 예전보다는 관객들에게 배우로서 믿음을 주는 것 같고. 작품 선택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10. 잘생긴 배우로 주목 받아 연기 잘하는 배우까지 성장했다.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
박기웅: 20대 때 나는 다작 배우였다. 1년에 드라마 4개를 한 적도 있다. 그때는 서울에 혼자 올라와 돈이 필요했다. 경제력이 생긴 다음에는 다작이 습관이 됐다. 그러다 군대를 가게 되면서 강제로 일을 쉬게 됐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돌이켜보면 터닝 포인트가 된 시기나 작품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작을 하면서 얻었던 경험들이 발전해나갔던 것 같다.
박기웅: 악역보다 선한 역을 많이 했는데 승률은 악역일 때가 훨씬 좋았다. 임팩트가 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주목받은 건 사실이다. 지금도 악역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사실 악역 연기가 개인적으로는 3배 이상 힘들다. 감정 소모가 훨씬 크다. 예전에는 악역만 들어와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다. ‘선한 역도 잘 할 수 있는데 왜 악역이 많이 들어오지’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내가 악역을 잘하나보다. 그렇다면 더 좋은 악역을 연기하기 위해 연구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하하.
10.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박기웅: 30대가 되고부터 각 잡힌 연기를 많이 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힘을 빼고 애드리브도 많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사투리 연기도 좋다. 내가 원래 경상도 사람인데, 전라도 사투리도 잘한다. 역할이 들어오면 하고 싶어서 혼자 독학했다. 사실 어떤 역할이든 잘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해놔야 부끄럽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 나하고의 약속이니까. 부끄럽지만 질러놓는 거다. 하하.
10. 데뷔 15년 차다. ‘재발견’이라는 말이 서운하지는 않나.
박기웅: 나는 배우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신인 때는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미술 강사를 하면서 연기를 했다. 그때는 배우만 하면서 먹고 살자는 게 꿈이었다. 난 꿈을 이룬 거다. 재발견이라고 하는 것도 내가 가진 능력을 믿기에 그렇게 말하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정말 별로였다면 그런 이야기도 안 하지 않았을까.
10. 앞으로의 계획은?
박기웅: 잡힌 건 없다. 드라마 촬영 중에 겹쳐 들어가는 건 하고 싶지 않아서 감사하지만 고사했다. 지금 컨디션이 굉장히 좋은 상태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하다. 당장이라도 다른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 하하.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지난달 26일 종영한 MBC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왕세자 이진을 연기한 배우 박기웅./사진제공=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각시탈’ ‘리턴’ 등에서 악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박기웅이 따뜻하고 의로운 왕세자로 변신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다. 박기웅은 조선시대 여권 신장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진 역을 맡았다. 그는 근엄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발성에 변화를 줬다.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는 물론, 흠잡을 곳 없는 발성과 탁월한 대사 전달력으로 작품에 무게감을 더했다. ‘박기웅의 재발견’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스스로도 “돋보이지 않더라도 꼭 하고 싶었던 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박기웅을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지난 4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반년 간 드라마 촬영에 매진했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진 않았나?
박기웅: 요즘 드라마 촬영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근무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밤샘 촬영이 많지 않아 잠도 푹 자서 체력적으로 굉장히 좋은 상태다.
10. 2013년 단막극 ‘상놈탈출기’ 이후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했다. 최근 보여줬던 악역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역할인데?
박기웅: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이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악역도 아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이면서 대신들 모두가 반대하는 예문관에 힘을 실어주는 세자라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캐릭터를 분석할 때도 인물의 당위성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대신들에게 맞설 때 억지 부리거나 떼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10. 어떻게 당위성을 끄집어내려 했나?
박기웅: 이진이라는 인물은 세자이지만 대리청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왕의 소리를 대신하는 역할이다. 궐 안에서 대신들과 대립할 때는 같이 부딪히는 에너지를 줘야 했기 때문에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힘 있는 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목소리 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평소 목소리보다 좀 더 저음으로 바꿔 연기했다. 드라마를 본 어떤 지인은 목소리가 바뀌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콧수염을 붙인 상태로 연기를 하는 게 처음이라 소리 내는 게 쉽지 않았다. 입을 좀 더 크게 벌리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안됐다.
10. 바른 군주 역할은 개성 있는 캐릭터에 비해 임팩트가 약할 거라는 걱정은 없었나?
박기웅: 작품이 들어왔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가 대본이 재밌는지이고, 두 번째가 내 캐릭터의 매력이다. 모든 캐릭터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어우러질 때 극이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축구로 치면 모든 사람이 메시일 수 없는 것이다. 누구는 골을 넣도록 도와주는 박지성도 있어야 하고, 공을 막는 골키퍼도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주어진 모든 장면을 임팩트 있게 하려는 욕심이 있었다. 지금은 그게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 혼자 돋보이려고 하면 작품은 망가진다. 이제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돋보이지 않아도 좋다.
10. 주연배우들 중 연기 경력이 가장 길다. 선배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은 없었는지?
박기웅: 스무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내가 무조건 막내였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형, 오빠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외롭기도 하고 책임감도 많아졌다. 내가 현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이었다. 특히 이번 드라마 촬영 때는 감독님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디렉션을 거의 주지 않더라. 나를 믿고 맡겨주는 것이라 부담이 많이 됐다. 감사하면서도 힘든 부분인 것 같다.
박기웅은 “세자 이진의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위해 발성에 변화를 줬다”고 말?다./사진제공=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10. 차은우와 형제 역할로 호흡을 맞췄다. 카메라 밖 차은우는 어떤 동생인가?박기웅: 엄청 살갑고 애교 많은 동생이다.(웃음) 극 중반부쯤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며칠 못 보면 꼭 먼저 연락이 온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내가 취미로 농구팀을 하는데 거기 와서 같이 농구도 했다. 극 중에서도 은우와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예문관 사람들은 다들 또래라 재밌게 놀면서 촬영하는데, 나는 대선배님들과 붙다보니 많이 외로웠다. 유일하게 은우와 함께 하는 장면에서 많이 웃을 수 있어 스트레스가 풀렸다. 그래선지 마지막에 은우와 부딪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둘 다 감정이 과잉돼서 너무 힘들었다.
10. 차은우는 극 초반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했는데.
박기웅: 내가 은우 나이에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 주인공을 맡았다. 그 때의 나보다 은우가 훨씬 연기를 잘한다. 주인공은 본인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주변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은우가 어린데도 주변을 잘 챙긴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나보다는 훨씬 더 좋은 배우인 것 같다고 느낀다. 너무 기특하다.
10. 세자빈이 있는 상황에서 송사희(박지현 분)와 미묘한 감정이 있었다.
박기웅: 세자가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캐스팅이 됐을 때부터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로맨스는 아니고 사희가 나를 마음에 품고, 나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로 표현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댕기를 주는 장면도 최대한 의미를 담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감정이 너무나 달라질 수 있는 지점들이 많아 어려웠지만 그만큼 연기로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10.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
박기웅: 굉장히 높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감사했던 게 모난 배우가 없었다. 배우는 가수로 치면 매번 유닛 활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품마다 다른 분들하고 소통하고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촬영하기 전까지는 그 배우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좋은 배우들만 만난다는 건 굉장한 복이라고 생각한다.
10. 데뷔 시절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
박기웅: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웃음) 확실히 예전보다는 관객들에게 배우로서 믿음을 주는 것 같고. 작품 선택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10. 잘생긴 배우로 주목 받아 연기 잘하는 배우까지 성장했다.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
박기웅: 20대 때 나는 다작 배우였다. 1년에 드라마 4개를 한 적도 있다. 그때는 서울에 혼자 올라와 돈이 필요했다. 경제력이 생긴 다음에는 다작이 습관이 됐다. 그러다 군대를 가게 되면서 강제로 일을 쉬게 됐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돌이켜보면 터닝 포인트가 된 시기나 작품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다작을 하면서 얻었던 경험들이 발전해나갔던 것 같다.
“악역으로 주목받아 스트레스 받았다”는 박기웅./사젠제공=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10. ‘각시탈’ ‘몬스터’ ‘리턴’ 등 악역을 맡을 때마다 화제가 됐다.박기웅: 악역보다 선한 역을 많이 했는데 승률은 악역일 때가 훨씬 좋았다. 임팩트가 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주목받은 건 사실이다. 지금도 악역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사실 악역 연기가 개인적으로는 3배 이상 힘들다. 감정 소모가 훨씬 크다. 예전에는 악역만 들어와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았다. ‘선한 역도 잘 할 수 있는데 왜 악역이 많이 들어오지’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내가 악역을 잘하나보다. 그렇다면 더 좋은 악역을 연기하기 위해 연구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하하.
10.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박기웅: 30대가 되고부터 각 잡힌 연기를 많이 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힘을 빼고 애드리브도 많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사투리 연기도 좋다. 내가 원래 경상도 사람인데, 전라도 사투리도 잘한다. 역할이 들어오면 하고 싶어서 혼자 독학했다. 사실 어떤 역할이든 잘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해놔야 부끄럽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 나하고의 약속이니까. 부끄럽지만 질러놓는 거다. 하하.
10. 데뷔 15년 차다. ‘재발견’이라는 말이 서운하지는 않나.
박기웅: 나는 배우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신인 때는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미술 강사를 하면서 연기를 했다. 그때는 배우만 하면서 먹고 살자는 게 꿈이었다. 난 꿈을 이룬 거다. 재발견이라고 하는 것도 내가 가진 능력을 믿기에 그렇게 말하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정말 별로였다면 그런 이야기도 안 하지 않았을까.
10. 앞으로의 계획은?
박기웅: 잡힌 건 없다. 드라마 촬영 중에 겹쳐 들어가는 건 하고 싶지 않아서 감사하지만 고사했다. 지금 컨디션이 굉장히 좋은 상태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충만하다. 당장이라도 다른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 하하.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