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우도환: 큰 스크린에 내가 나오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몇 장면 정도 나오고 나서야 적응이 됐다. ‘마스터’(2016) 이후 두 번째 영화인데, 그때는 대사도 없는 단역이었다. 이번에는 나 혼자 끌고 가는 장면도 많아서 긴장됐다.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한두 번 정도는 더 봐야 정확히 알 것 같다. 하하
10. 배우들끼리 영화를 본 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우도환: 이 작품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컬트 히어로물이라는 복합적인 장르였고, 세계관을 형성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배우들끼리는 서로가 서로를 칭찬했고,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호불호가 나뉘더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웃음) 전형적인 오컬트를 기대하거나 액션물을 기대하거나. 거대한 세계관이 펼쳐질 거라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랄 뿐이다.
10.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사자’를 선택한 이유는?
우도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형화되지 않은 악을 숭배하는 역할인데, 참고할 만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마땅치 않아 소화해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감독님한테 잘 모르겠다고, 감이 잘 안 온다고 털어놨는데 용기를 주셨다. 나에겐 선한 얼굴도 있고, 악한 얼굴도 있어서 상대를 속여야 하는 지신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웃음) 감독님만 믿고 출연하겠다고 했다.
10.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말에 찬성하나?
우도환: 예전부터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이게 나의 장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역할을 보고 사람들이 ‘섹시 빌런’이라고 하더라. 이게 나만의 매력이자 색깔인 것 같다. 하하.
10. 캐스팅 된 데에는 김주환 감독 아내의 추천도 있었다던데.
우도환: 아내 분이 사진작가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감독님께 우도환 얼굴 괜찮다고, 한 번 봐 보라고 추천했다더라.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10.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은 없었는지?
우도환: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이 컸다. 하지만 그만큼 영화에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10.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우도환: 들리지 않는 소리, 보이지 않는 CG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우물에서 어떠한 소리들이 나지만, 난 그 소리가 없는 상황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없는 걸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을 거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신과 함께’는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마음속으로 깊은 박수를 보냈다.
10. 가장 NG가 많이 났던 장면은?
우도환: 생각보다 간단한 장면이었다. 걸어가면서 망토를 쓰는 장면이었는데, 한 번에 망토를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망토를 쓰고 뭘 해본 적이 없어서 스스로가 어색해하고 꺼려한 것 같다. 10번 넘게 NG가 나니 어느 순간부터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더라.
10.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은?
우도환: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지신이 우물 앞에서 주문을 외우며 기도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 장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검은 주교라는 캐릭터가 무너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집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 불을 다 끈 상태에서 촛불 하나만 켜고 앉아 무의식의 상태로 중얼거렸고, 그 목소리를 녹음해 받아 적었다. 처음에는 안 신부처럼 라틴어로 주문을 외울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보단 악마의 언어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무의식의 상태에서는 어떤 말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쓸 수 있는 단어들이 많아 감독님께도 들려드렸다. 감독님도 만족해하면서 단어 몇 개만 바꿔서 가보자고 했다. 손동작도 많이 고민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여러 동작을 생각하고 갔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손을 모아서 거꾸로 깍지를 끼는 손동작을 했는데, 감독님이 바로 오케이를 했다. 그 모양이 마치 우물위에 놓인 소 뿔 모양과 비슷해보였다고 했다.
10. 영화에서는 지신이 왜 검은 주교가 됐는지에 대한 전사(前史)가 없다.
우도환: 전사가 없어서 연기하기는 편했다. 정해진 바가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뛰어놀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설정은 해 놨다. 아마 지신도 용후와 비슷하게 고아로 자랐을 거다. 용후의 주변에 예수님이 계셨다면, 지신에겐 검은 주교가 있었을 거다. 인간이 가장 힘들고 약해져 있을 때 지신이 찾아가는 것처럼 지신이 힘든 시기에 검은 주교가 찾아왔고, 그의 제자로 성장해간 게 아닐까 생각한다.
10. 용후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지신이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데, 둘은 동일 인물인가?
우도환: 그건 아니다. 지신은 검은 주교 중 1명일뿐이다. 지신보다 더 큰 악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신의 나이를 불분명하게 설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은 주교들은 악마에게 순수한 영혼을 바침으로서 힘을 얻고 젊어진다. 그걸 통해 세상에는 언제 생겨났을지 모를 수많은 악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 박서준, 안성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우도환: 박서준 선배를 보면 용후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래서 박서준 선배와 붙는 장면을 찍을 때면 항상 걱정이 됐다. 선배와 맞먹을 만한 분위기의 악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그 정도의 능력이 될지, 어떻게 해야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박서준 선배는 실제로도 에너지가 선한 사람이다. 후배들도 너무 잘 챙겨준다. 안성기 선배님도 처음 만나자마자 선생님이라 하지 말고 선배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 정도로 후배들과 허울 없이 지내려고 한다. 그래도 같이 연기할 때는 어렵더라. 하필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내가 안성기 선배님의 머리를 잡는 것이었다. 그 주먹 하나 쥐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선배님도 내가 힘들어하는 걸 아셨는지 더 세게 잡으라고 해줬다. 배려 덕분에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10. 마지막 대결 장면을 위해 7시간에 걸친 특수 분장도 감행했다던데.
우도환: 뱀의 표피와 비슷한 형상의 몸을 구현해내기 위해서였다. CG로 입힐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실사로 가져가고자 했다. 시커먼 입 안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먹물을 바르기도 했다. CG는 용후의 불 주먹이 닿을 때 이글거리는 부분이나, 움직이면서 터지는 부분을 없애는 정도였다. 사실 나보다 더 고생한 사람들이 특수분장팀이다. 나야 7시간이지만 그 분들은 촬영 전날부터 준비하고, 촬영 중간 중간 계속 수정해야 했다. 그런 노고가 있었기에 좋은 장면이 완성된 것 같다.
10. 촬영 중 다치지는 않았나?
우도환: 누구에 의해 다친 것보다 스스로 다쳤다. 머리카락이 눈에 닿는 길이였는데, 왁스를 바른 상태에서 격하게 움직이다 보니 머리카락이 각막을 긁어 상처가 많이 났다. 촬영 직후 연말 시상식이 있었는데, 눈이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시상식장에 도착했는데도 눈물이 계속 나더라. 다행히 수상하러 올라갈 때는 눈물이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다시는 머리를 눈에 닿을 정도로 자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하.
10.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도환: 19살 때 드라마 ‘추노’(2010)의 장혁 선배를 보고 연기자의 꿈을 가졌다. 그 전까지는 연기를 해본 적도, 연기가 뭔지도 몰랐다. 그 때부터 열심히 연기학원을 다녔지만, 입시에서 지원한 13군데 대학에서 모두 떨어졌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 내가 9개월 만에 이루려는 거 자체가 욕심이었다. 그때부터는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빵집, 쌀국수집, 심지어 택배 상하차 일도 했다. 학원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삶 속에서 연기를 배우고자 했다. 그 시간들이 많은 도움이 됐고, 재수해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됐다.
10. 지금까지도 장혁이 롤모델인가?
우도환: 롤모델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추노’의 모든 대사를 다 외우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웃음) 19살 때부터 장혁 선배를 뵙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 현재 촬영 중인 JTBC 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장혁 선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장혁 선배에게 ‘선배님 덕분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선배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해줘서 너무 행복했다.
10. 올해 작품 계획은?
우도환: 10월 정도에 ‘나의 나라’로 시청자들을 찾아뵐 것 같다. 올 하반기에는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촬영도 들어간다. 영화 ‘귀수’도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내년 중반까지는 안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는 곳에서든 계속 일을 하고 있을 거다.
10.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우도환: 지켜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는 아직 나에겐 과분하다. ‘이 친구 더 성장 했구나’ ‘좋아 졌네’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날카로운 눈매에 부드러운 미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까지···. ‘섹시 빌런’이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사자’에서 세상에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을 연기한 배우 우도환이다. 영화에서 그는 상대의 약점을 꿰뚫고 이용하는 잔인한 모습부터 자신을 압박해오는 용후(박서준 분)와 안 신부(안성기 분)에 의해 균열이 생기고 불안해보이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구해줘’ ‘매드독’ 등의 드라마를 통해 쌓아온 단단한 연기 내공과 신비한 마스크로 스크린 주연까지 꿰찬 우도환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우도환: 큰 스크린에 내가 나오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몇 장면 정도 나오고 나서야 적응이 됐다. ‘마스터’(2016) 이후 두 번째 영화인데, 그때는 대사도 없는 단역이었다. 이번에는 나 혼자 끌고 가는 장면도 많아서 긴장됐다.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한두 번 정도는 더 봐야 정확히 알 것 같다. 하하
10. 배우들끼리 영화를 본 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우도환: 이 작품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컬트 히어로물이라는 복합적인 장르였고, 세계관을 형성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배우들끼리는 서로가 서로를 칭찬했고,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호불호가 나뉘더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웃음) 전형적인 오컬트를 기대하거나 액션물을 기대하거나. 거대한 세계관이 펼쳐질 거라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랄 뿐이다.
10.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사자’를 선택한 이유는?
우도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형화되지 않은 악을 숭배하는 역할인데, 참고할 만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마땅치 않아 소화해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감독님한테 잘 모르겠다고, 감이 잘 안 온다고 털어놨는데 용기를 주셨다. 나에겐 선한 얼굴도 있고, 악한 얼굴도 있어서 상대를 속여야 하는 지신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웃음) 감독님만 믿고 출연하겠다고 했다.
10.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말에 찬성하나?
우도환: 예전부터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이게 나의 장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역할을 보고 사람들이 ‘섹시 빌런’이라고 하더라. 이게 나만의 매력이자 색깔인 것 같다. 하하.
10. 캐스팅 된 데에는 김주환 감독 아내의 추천도 있었다던데.
우도환: 아내 분이 사진작가다. 나와 인연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감독님께 우도환 얼굴 괜찮다고, 한 번 봐 보라고 추천했다더라.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10.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은 없었는지?
우도환: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이 컸다. 하지만 그만큼 영화에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우도환: 들리지 않는 소리, 보이지 않는 CG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우물에서 어떠한 소리들이 나지만, 난 그 소리가 없는 상황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없는 걸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을 거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신과 함께’는 정말 대단한 영화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마음속으로 깊은 박수를 보냈다.
10. 가장 NG가 많이 났던 장면은?
우도환: 생각보다 간단한 장면이었다. 걸어가면서 망토를 쓰는 장면이었는데, 한 번에 망토를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망토를 쓰고 뭘 해본 적이 없어서 스스로가 어색해하고 꺼려한 것 같다. 10번 넘게 NG가 나니 어느 순간부터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더라.
10.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신경 쓴 부분은?
우도환: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지점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지신이 우물 앞에서 주문을 외우며 기도하는 장면이 많은데, 그 장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검은 주교라는 캐릭터가 무너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집에서 혼자 연습을 했다. 불을 다 끈 상태에서 촛불 하나만 켜고 앉아 무의식의 상태로 중얼거렸고, 그 목소리를 녹음해 받아 적었다. 처음에는 안 신부처럼 라틴어로 주문을 외울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보단 악마의 언어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무의식의 상태에서는 어떤 말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쓸 수 있는 단어들이 많아 감독님께도 들려드렸다. 감독님도 만족해하면서 단어 몇 개만 바꿔서 가보자고 했다. 손동작도 많이 고민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여러 동작을 생각하고 갔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손을 모아서 거꾸로 깍지를 끼는 손동작을 했는데, 감독님이 바로 오케이를 했다. 그 모양이 마치 우물위에 놓인 소 뿔 모양과 비슷해보였다고 했다.
10. 영화에서는 지신이 왜 검은 주교가 됐는지에 대한 전사(前史)가 없다.
우도환: 전사가 없어서 연기하기는 편했다. 정해진 바가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뛰어놀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설정은 해 놨다. 아마 지신도 용후와 비슷하게 고아로 자랐을 거다. 용후의 주변에 예수님이 계셨다면, 지신에겐 검은 주교가 있었을 거다. 인간이 가장 힘들고 약해져 있을 때 지신이 찾아가는 것처럼 지신이 힘든 시기에 검은 주교가 찾아왔고, 그의 제자로 성장해간 게 아닐까 생각한다.
10. 용후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지신이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데, 둘은 동일 인물인가?
우도환: 그건 아니다. 지신은 검은 주교 중 1명일뿐이다. 지신보다 더 큰 악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신의 나이를 불분명하게 설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검은 주교들은 악마에게 순수한 영혼을 바침으로서 힘을 얻고 젊어진다. 그걸 통해 세상에는 언제 생겨났을지 모를 수많은 악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도환: 박서준 선배를 보면 용후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래서 박서준 선배와 붙는 장면을 찍을 때면 항상 걱정이 됐다. 선배와 맞먹을 만한 분위기의 악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그 정도의 능력이 될지, 어떻게 해야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박서준 선배는 실제로도 에너지가 선한 사람이다. 후배들도 너무 잘 챙겨준다. 안성기 선배님도 처음 만나자마자 선생님이라 하지 말고 선배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 정도로 후배들과 허울 없이 지내려고 한다. 그래도 같이 연기할 때는 어렵더라. 하필 같이 연기하는 장면이 내가 안성기 선배님의 머리를 잡는 것이었다. 그 주먹 하나 쥐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선배님도 내가 힘들어하는 걸 아셨는지 더 세게 잡으라고 해줬다. 배려 덕분에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10. 마지막 대결 장면을 위해 7시간에 걸친 특수 분장도 감행했다던데.
우도환: 뱀의 표피와 비슷한 형상의 몸을 구현해내기 위해서였다. CG로 입힐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실사로 가져가고자 했다. 시커먼 입 안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먹물을 바르기도 했다. CG는 용후의 불 주먹이 닿을 때 이글거리는 부분이나, 움직이면서 터지는 부분을 없애는 정도였다. 사실 나보다 더 고생한 사람들이 특수분장팀이다. 나야 7시간이지만 그 분들은 촬영 전날부터 준비하고, 촬영 중간 중간 계속 수정해야 했다. 그런 노고가 있었기에 좋은 장면이 완성된 것 같다.
10. 촬영 중 다치지는 않았나?
우도환: 누구에 의해 다친 것보다 스스로 다쳤다. 머리카락이 눈에 닿는 길이였는데, 왁스를 바른 상태에서 격하게 움직이다 보니 머리카락이 각막을 긁어 상처가 많이 났다. 촬영 직후 연말 시상식이 있었는데, 눈이 너무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시상식장에 도착했는데도 눈물이 계속 나더라. 다행히 수상하러 올라갈 때는 눈물이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다시는 머리를 눈에 닿을 정도로 자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하.
우도환: 19살 때 드라마 ‘추노’(2010)의 장혁 선배를 보고 연기자의 꿈을 가졌다. 그 전까지는 연기를 해본 적도, 연기가 뭔지도 몰랐다. 그 때부터 열심히 연기학원을 다녔지만, 입시에서 지원한 13군데 대학에서 모두 떨어졌다. 연기를 해본 적도 없는 내가 9개월 만에 이루려는 거 자체가 욕심이었다. 그때부터는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빵집, 쌀국수집, 심지어 택배 상하차 일도 했다. 학원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삶 속에서 연기를 배우고자 했다. 그 시간들이 많은 도움이 됐고, 재수해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됐다.
10. 지금까지도 장혁이 롤모델인가?
우도환: 롤모델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추노’의 모든 대사를 다 외우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웃음) 19살 때부터 장혁 선배를 뵙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 현재 촬영 중인 JTBC 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장혁 선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장혁 선배에게 ‘선배님 덕분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선배가 웃으면서 고맙다고 해줘서 너무 행복했다.
10. 올해 작품 계획은?
우도환: 10월 정도에 ‘나의 나라’로 시청자들을 찾아뵐 것 같다. 올 하반기에는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촬영도 들어간다. 영화 ‘귀수’도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내년 중반까지는 안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는 곳에서든 계속 일을 하고 있을 거다.
10.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우도환: 지켜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는 아직 나에겐 과분하다. ‘이 친구 더 성장 했구나’ ‘좋아 졌네’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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