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이성민: 복잡했다.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더라. 인물 모두 양면성을 가진 아수라 백작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역시 이정호 감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방황하는 칼날’ 때도 그랬듯이 늘 두 가지를 놓고 ‘이게 맞나?’ ‘저게 맞나’를 질문하고 관객들이 고민하게 만든다. “후이즈 더 비스트(who is the beast)?” 이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10.’왜 저렇게까지 할까?’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있다.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 공감했나?
이성민: 처음엔 ‘비스트’라는 제목도 이해가 안 됐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알겠더라. 사실 그 정도로 극강의 괴물이 나올 줄 몰랐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걸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다.
10. 전개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편집과 연출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성민: 전혜진 씨가 연기한 춘배도 사실 얻어맞는 버전이 더 있다. 그런 장면들을 봤다면 그가 한수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이해가 됐을 것이다. 더 독한 장면도 많다. 하지만 영화 등급의 문제도 있고 대중성을 고려해서 감독이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배우들도 아쉬워한다.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써야 할지 현장에서 찍을 때도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10. 영화에선 몸무게가 더 나가 보이던데 지금은 살이 빠진 건가?
이성민: 빠졌다. 한수가 몸집이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찌웠는데 티가 별로 안 났다. 키도 큰 편이 아니어서 옷도 두껍게 입었는데 잘 안 보였다.
10. 극 초반에 목이 잠긴 듯 긁는 소리를 냈다. 목이 쉰 건가, 연기인가?
이성민: 연기다. 하하. 감독님이 만들어 낸 거냐며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가능하다’고 말하고 그렇게 했다.
10. 한수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이성민: 나에게도 장점, 단점, 자신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한수는 약간 자신 없는 쪽이었다. 그래서 힘들었다. 가 봐야 아는 건데 살짝 가보니까 더 가고 싶지 않았다. 풍부하게 끄집어내면 좋을 텐데 내게 많지 않은 걸 끄집어 내야 해서 힘들었다.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 없어서 주저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그 경험은 배우에게 중요하다.
10. 가장 힘들었을 땐 언제였나?
이성민: 늘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람 때리는 장면도 힘들었고 극 중 한수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보여주기도 쉽지 않았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늘 현장에서 지쳐 있었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은 것처럼 현장에 나가기 싫었다. (웃음) 인물 특성상 밝고 즐겁게 연기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한수가 받은 스트레스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 것이 힘들었다.
10. 눈의 실핏줄이 터지도록 열연했다. 유재명이 ‘자유자재로 실핏줄을 터트린다’며 부러워했다.
이성민: 한수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늘 혈압이 올라있는 상태였다. 그런 것이 누적돼서 공교롭게도 그 장면을 찍는 날, 그렇게 터졌다. ‘실핏줄 터트려야지’ 생각한다고 막 터지고 그러진 않는다.
10. 유재명과 작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이성민: 여러 색깔을 가진 배우다. 연극부터 지금까지 작업해온 과정이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궁금해 하던 때에 ‘마약왕’을 통해 만났다. 포승줄에 묶였을 때 ‘저 친구구나’ 하면서, 그날 처음 인사했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웃음) 어쨌든 정말 좋았다. 내가 들어갈 곳에서 빠져주고 열어줬다. 치고 빠질 때 호흡이 딱딱 들어맞았다. 그럴 때마다 짜릿함을 느꼈다. 축구에서 사람을 안 보고 패스했는데도 알아서 공이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작품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시각도 남달랐다. 어떤 때는 ‘오, 그런 뜻이 있었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사람이다. 인터뷰할 때 어려운 말이 나오면 유재명 씨한테 마이크를 넘겼다. 하하.
10. 술자리도 많았나?
이성민: 당시에 유재명 씨가 다이어트를 했다. 안주 없이 술만 먹었다. 결혼했고 신혼이고 아기도 낳고…맨날 집에 들어가더라. 하하. 그때는 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
10. 전혜진과도 인연이 남다른데.
이성민: 어릴 때부터 연극을 같이 했고 영화에서도 자주 만났다. 그런데도 늘 어색해 한다. ‘비스트’에서 치고받는 장면이 많아서 마음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그 집(전혜진-이선균 부부) 아들들이 날 별로 안 좋아한다. 다른 작품에서는 아빠를 엄청 때렸고, 이번에는 엄마를 때렸다.
10. 지난해 ‘공작’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달라진 건 뭔가?
이성민: 자존감이 높아졌다. 배우를 하겠다고 처음 극단에 찾아갈 때부터 꿈꿔왔던 것을 해낸 것 같다. 흔적을 남긴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10.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라이벌로 여기는 배우가 있을까?
이성민: 경쟁을 싫어한다. 특히 연기 경쟁은 싫다. 연기는 조화롭게 해야 한다. 극이란 조화로워야 완성된다. 물론 선의의 경쟁은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경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10.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란 무엇인가?
이성민: 연극을 처음 했을 때 어떤 분이 ‘너는 너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머리가 나빴던 것 같다. (웃음) 군대에 다녀와서 배우라는 게 나를 알아보는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악기는 연주하면 똑같은 소리가 나는데 우린 우리를 연주해야 하니 쉽지 않다. 피아노도 조율하지 않나. 배우는 자신이 어떤 줄 알아야 조율을 하고 구현할 수 있다.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얼굴과 몸, 목소리가 있다. 그걸로 인해 캐릭터가 나오거나, 역할이 결정된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환경, 정서, 감성, 지혜 등이 추가되는 것 같다. 이런 모든 걸 가지고 어떻게 창조하느냐는 자신의 능력이다. 이젠 내가 낼 수 있는 소리,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자신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도 알 것 같다. ‘비스트’가 힘들었던 것도 나에게 없는 걸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를 체득했고, 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 남우주연상도 탔다. 더 큰 꿈이 있나?
이성민: 지난해에 꿈같은 일을 겪어서 정말 행복했다. 이젠 그저 건강하게 오래 일하고 싶다. 일단 영화가 흥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배우 이성민이 심리 스릴러물 ‘비스트’로 돌아왔다. ‘비스트’는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한수를 연기한 이성민은 눈의 실핏줄이 터질 만큼 온 힘을 다해 열연했다. 지난해 굵직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지만 ‘자만’ 따윈 없다. 그는 이번 작품이 어려웠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자신이 없었단다. 그래서 해내기 위해 더 노력했다. “나에게 없는 걸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또 하나를 체득했고, 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배우 이성민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땠나?
이성민: 복잡했다.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더라. 인물 모두 양면성을 가진 아수라 백작 같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역시 이정호 감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방황하는 칼날’ 때도 그랬듯이 늘 두 가지를 놓고 ‘이게 맞나?’ ‘저게 맞나’를 질문하고 관객들이 고민하게 만든다. “후이즈 더 비스트(who is the beast)?” 이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10.’왜 저렇게까지 할까?’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있다.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 공감했나?
이성민: 처음엔 ‘비스트’라는 제목도 이해가 안 됐다. 영화를 보고 나니까 알겠더라. 사실 그 정도로 극강의 괴물이 나올 줄 몰랐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걸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다.
10. 전개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편집과 연출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성민: 전혜진 씨가 연기한 춘배도 사실 얻어맞는 버전이 더 있다. 그런 장면들을 봤다면 그가 한수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이해가 됐을 것이다. 더 독한 장면도 많다. 하지만 영화 등급의 문제도 있고 대중성을 고려해서 감독이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배우들도 아쉬워한다.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써야 할지 현장에서 찍을 때도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10. 영화에선 몸무게가 더 나가 보이던데 지금은 살이 빠진 건가?
이성민: 빠졌다. 한수가 몸집이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찌웠는데 티가 별로 안 났다. 키도 큰 편이 아니어서 옷도 두껍게 입었는데 잘 안 보였다.
10. 극 초반에 목이 잠긴 듯 긁는 소리를 냈다. 목이 쉰 건가, 연기인가?
이성민: 연기다. 하하. 감독님이 만들어 낸 거냐며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가능하다’고 말하고 그렇게 했다.
10. 한수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이성민: 나에게도 장점, 단점, 자신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한수는 약간 자신 없는 쪽이었다. 그래서 힘들었다. 가 봐야 아는 건데 살짝 가보니까 더 가고 싶지 않았다. 풍부하게 끄집어내면 좋을 텐데 내게 많지 않은 걸 끄집어 내야 해서 힘들었다.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 없어서 주저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그 경험은 배우에게 중요하다.
10. 가장 힘들었을 땐 언제였나?
이성민: 늘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람 때리는 장면도 힘들었고 극 중 한수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보여주기도 쉽지 않았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늘 현장에서 지쳐 있었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은 것처럼 현장에 나가기 싫었다. (웃음) 인물 특성상 밝고 즐겁게 연기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한수가 받은 스트레스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 것이 힘들었다.
이성민: 한수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늘 혈압이 올라있는 상태였다. 그런 것이 누적돼서 공교롭게도 그 장면을 찍는 날, 그렇게 터졌다. ‘실핏줄 터트려야지’ 생각한다고 막 터지고 그러진 않는다.
10. 유재명과 작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이성민: 여러 색깔을 가진 배우다. 연극부터 지금까지 작업해온 과정이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궁금해 하던 때에 ‘마약왕’을 통해 만났다. 포승줄에 묶였을 때 ‘저 친구구나’ 하면서, 그날 처음 인사했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웃음) 어쨌든 정말 좋았다. 내가 들어갈 곳에서 빠져주고 열어줬다. 치고 빠질 때 호흡이 딱딱 들어맞았다. 그럴 때마다 짜릿함을 느꼈다. 축구에서 사람을 안 보고 패스했는데도 알아서 공이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작품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시각도 남달랐다. 어떤 때는 ‘오, 그런 뜻이 있었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굉장히 고급스러운 사람이다. 인터뷰할 때 어려운 말이 나오면 유재명 씨한테 마이크를 넘겼다. 하하.
10. 술자리도 많았나?
이성민: 당시에 유재명 씨가 다이어트를 했다. 안주 없이 술만 먹었다. 결혼했고 신혼이고 아기도 낳고…맨날 집에 들어가더라. 하하. 그때는 가야 하는 게 맞지 않나.
10. 전혜진과도 인연이 남다른데.
이성민: 어릴 때부터 연극을 같이 했고 영화에서도 자주 만났다. 그런데도 늘 어색해 한다. ‘비스트’에서 치고받는 장면이 많아서 마음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그 집(전혜진-이선균 부부) 아들들이 날 별로 안 좋아한다. 다른 작품에서는 아빠를 엄청 때렸고, 이번에는 엄마를 때렸다.
10. 지난해 ‘공작’으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달라진 건 뭔가?
이성민: 자존감이 높아졌다. 배우를 하겠다고 처음 극단에 찾아갈 때부터 꿈꿔왔던 것을 해낸 것 같다. 흔적을 남긴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10.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라이벌로 여기는 배우가 있을까?
이성민: 경쟁을 싫어한다. 특히 연기 경쟁은 싫다. 연기는 조화롭게 해야 한다. 극이란 조화로워야 완성된다. 물론 선의의 경쟁은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경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10.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란 무엇인가?
이성민: 연극을 처음 했을 때 어떤 분이 ‘너는 너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머리가 나빴던 것 같다. (웃음) 군대에 다녀와서 배우라는 게 나를 알아보는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악기는 연주하면 똑같은 소리가 나는데 우린 우리를 연주해야 하니 쉽지 않다. 피아노도 조율하지 않나. 배우는 자신이 어떤 줄 알아야 조율을 하고 구현할 수 있다.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얼굴과 몸, 목소리가 있다. 그걸로 인해 캐릭터가 나오거나, 역할이 결정된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환경, 정서, 감성, 지혜 등이 추가되는 것 같다. 이런 모든 걸 가지고 어떻게 창조하느냐는 자신의 능력이다. 이젠 내가 낼 수 있는 소리,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자신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도 알 것 같다. ‘비스트’가 힘들었던 것도 나에게 없는 걸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를 체득했고, 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 남우주연상도 탔다. 더 큰 꿈이 있나?
이성민: 지난해에 꿈같은 일을 겪어서 정말 행복했다. 이젠 그저 건강하게 오래 일하고 싶다. 일단 영화가 흥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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