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차인하: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시놉시스에 홍주가 스파이인 사정부터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홍주가 스파이가 되는 걸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 건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파이가 되어버리는 건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후자로 갔는데 중반부터 살짝살짝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걸 주자고 디렉션을 받았다. 변화를 줄 타이밍을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10. 데뷔작 ‘사랑의 온도’에서 셰프 역을 맡아 오디션에서는 머랭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준비를 했나?
차인하: 이번에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정말 없는 것 같다. (웃음) 홍주는 내가 처음으로 맡은 시크한 캐릭터였다. 바깥 세상은 신경쓰지 않고 눈동자만 굴리면서 컴퓨터만 본다. 사실 내가 직접 쓰는 걸 좋아해서, 타자도 잘 못 친다. 컴퓨터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 혼자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연습도 나름대로는 많이 했다. 표정과 자세, 태도 등을 신경 썼다. 전작들에서는 운동을 하거나 요리 수업을 받거나 외적으로 표현할 거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어서 스스로 더 생각을 해야 했다.
10. 연기를 할 때 보여줄 거리가 없다는 것도 어려울 수 있었겠다.
차인하: 잠깐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전작인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에너지가 큰 친구라서 표현할 게 정말 많았다. ‘표현하는 걸 표현’ 했다. 그런 역할을 많이 하다가 이번에는 밖으로 보여줄 게 없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낯설었다. ‘뭘 더 보여드려야 할 텐데’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른 캐릭터라서 다르게 접근하는 법을 배울 기회였던 것 같다. 이제 막 카메라 앞에서 떨지 않고 능청부리는 게 몸에 밸 때쯤, ‘더 뱅커’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서 많이 배웠다.
10. 스스로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 어떻게 극복했나?
차인하: 혼자 생각하려고 했다. 이전에는 동료들에게 ‘어때, 나 잘하고 있어?’라고 물어본 적도 많았다. 매니저 누나한테는 이번에도 많이 물어봤지만, 다른 배우들에게 그렇게 묻는 건 별로일 수 있겠단 생각을 요즘 들어 했다. 다들 각자의 몫이 있고,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내가 혼란스러워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런데 이렇게 혼자만 생각하는 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계속 고민하고 조율하는 중이다.
10. ‘더 뱅커’는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기회였을 텐데선배들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차인하: 많다. 그런데 김상중 선배는 나한테 너무 큰 배우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대단한 배우라서 많이 긴장됐다. 그래서인지 ‘긴장하지 마’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해주셨다. 촬영하기 전에 먼저 한번 맞춰보자고 말씀해주시는 것도 감사했다. 리허설을 하고 싶어도 ‘선배님 같이 해도 될까요?’라고 말을 하기가 어렵지 않나. 그런데 먼저 하자고 말씀해주는, 그런 태도부터 하나하나 많이 배웠다. 채시라 선배님은 같이 있는 신이 별로 없어서 출퇴근할 때만 인사해서 아쉽다. 항상 따뜻하게 인사하고, 꼭 악수해주시고, 고생했다고 말해주셔서 좋았다.
10. 스스로의 연기에는 만족하나?
차인하: ‘더 뱅커’ 촬영과 겹쳐 본방송은 못 보더라도 모니터는 다 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아쉬웠다. 기록하면서 바꿔나가곤 있지만, 여전히 좀 아쉽다.
10. 영문학과를 다니다 연극영화과로 옮기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들었는데, 그런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나?
차인하: 원래부터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으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는데 남들 하는 대로만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다른 언어를 하나 할 줄 안다는 게 작품을 접하는 데 있어서 한 단계 폭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작품이라도 언어에 따라 뉘앙스가 다르고 간극이 있다. 그런 걸 더 폭넓게 알면서 작품을 보는 게 즐겁다.
10. 극중 문홍주는 안정적인 은행 전산부 생활에 만족하다 감사실로 이동하면서 변화한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차인하: 짧게 산 인생이지만, 나는 늘 안정적인 것에 담겨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선택해왔던 것 같다. 얼마 전에 한 작품을 봤다. 한 인물이 기존에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니 주변에서는 ‘위험하다. 안 된다. 여기서 같이 살자’고 하더라. 그런데 ‘작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느니 큰 세상에서 죽겠다’면서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그런 장면에서 영향을 받고 감동 받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늘 삐걱댄다. 그릇에 안 맞는 선택을 하다보니까 늘 오류가 나는 것 같다. 그래도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10. 자신의 인생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나?
차인하: 늘 그렇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친구, 동료, 회사와의 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이 매 순간의 선택이니까 그런 점에서 종종 오류가 나곤 하고, 그렇게 다들 채워나가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10. 소외된 인물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신인으로서 멋진 인물을 꿈꿀 수도 있지 않나?
차인하: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거나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건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줄 때였던 것 같다. 그런 장면에서 늘 영감을 받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고, 내가 못 봤던 세상의 일부를 봤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10. ‘사랑의 온도’를 시작으로 ‘더 뱅커’ 까지 꾸준히 달려오고 있다.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차인하: 좀 대담해진 것 같다. 이전에는 늘 수줍어하고 긴장했다. 내 성격이 연기할 때 불편함을 준다는 걸 느낀 후로는 안 그러려고 한다. 외부 환경에 대담하게 맞서려고 하고, 계속 노력하면서 변화해간 것 같다. 전에는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도 얼굴이 빨개졌다. 작품을 하면서 변해가는 걸 느낀다. 계속 쑥스러워하면 안될 것 같다. 그렇다고 나를 잃는 느낌은 없다. 사람은 다 자기 안에 여러 성격을 갖고 있으니까.
10. 배우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차인하: 내가 좋아했던 작품 속 배우들처럼, 끊임없이 세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 그런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2017년 SBS ‘사랑의 온도’에서 온정선(양세종 분)과 한 팀을 이루는 셰프 역을 맡아 데뷔한 차인하는 최근 종영한 MBC ‘더 뱅커’에서 은행장 강삼도(유동근 분)의 스파이 문홍주 역으로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주방에서 데뷔해 은행으로 간 셈”이라고 했다. 차인하는 공식 데뷔작 ‘사랑의 온도’ 이전, 웹드라마 ‘아이돌 권한대행’에서 연극 연출 지망생 출신의 취업 캠프 매니저를 연기했고,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서는 배우를 꿈꾸는 청소요원 역을 맡았다. 짧은 연기 경력이지만 청춘의 꿈과 방황, 분투를 연기해온 차인하를 만났다.10. ‘더 뱅커’에서 가장 조용하게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줬던 것 같다. 스파이인 걸 숨기고 연기하는 게 힘들진 않았나?
차인하: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시놉시스에 홍주가 스파이인 사정부터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홍주가 스파이가 되는 걸 스스로 선택하게 되는 건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파이가 되어버리는 건지 두 가지 선택지가 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후자로 갔는데 중반부터 살짝살짝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걸 주자고 디렉션을 받았다. 변화를 줄 타이밍을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10. 데뷔작 ‘사랑의 온도’에서 셰프 역을 맡아 오디션에서는 머랭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준비를 했나?
차인하: 이번에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정말 없는 것 같다. (웃음) 홍주는 내가 처음으로 맡은 시크한 캐릭터였다. 바깥 세상은 신경쓰지 않고 눈동자만 굴리면서 컴퓨터만 본다. 사실 내가 직접 쓰는 걸 좋아해서, 타자도 잘 못 친다. 컴퓨터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서 혼자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연습도 나름대로는 많이 했다. 표정과 자세, 태도 등을 신경 썼다. 전작들에서는 운동을 하거나 요리 수업을 받거나 외적으로 표현할 거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어서 스스로 더 생각을 해야 했다.
10. 연기를 할 때 보여줄 거리가 없다는 것도 어려울 수 있었겠다.
차인하: 잠깐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전작인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에너지가 큰 친구라서 표현할 게 정말 많았다. ‘표현하는 걸 표현’ 했다. 그런 역할을 많이 하다가 이번에는 밖으로 보여줄 게 없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낯설었다. ‘뭘 더 보여드려야 할 텐데’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른 캐릭터라서 다르게 접근하는 법을 배울 기회였던 것 같다. 이제 막 카메라 앞에서 떨지 않고 능청부리는 게 몸에 밸 때쯤, ‘더 뱅커’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서 많이 배웠다.
차인하: 혼자 생각하려고 했다. 이전에는 동료들에게 ‘어때, 나 잘하고 있어?’라고 물어본 적도 많았다. 매니저 누나한테는 이번에도 많이 물어봤지만, 다른 배우들에게 그렇게 묻는 건 별로일 수 있겠단 생각을 요즘 들어 했다. 다들 각자의 몫이 있고, 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내가 혼란스러워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런데 이렇게 혼자만 생각하는 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계속 고민하고 조율하는 중이다.
10. ‘더 뱅커’는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기회였을 텐데선배들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차인하: 많다. 그런데 김상중 선배는 나한테 너무 큰 배우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대단한 배우라서 많이 긴장됐다. 그래서인지 ‘긴장하지 마’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해주셨다. 촬영하기 전에 먼저 한번 맞춰보자고 말씀해주시는 것도 감사했다. 리허설을 하고 싶어도 ‘선배님 같이 해도 될까요?’라고 말을 하기가 어렵지 않나. 그런데 먼저 하자고 말씀해주는, 그런 태도부터 하나하나 많이 배웠다. 채시라 선배님은 같이 있는 신이 별로 없어서 출퇴근할 때만 인사해서 아쉽다. 항상 따뜻하게 인사하고, 꼭 악수해주시고, 고생했다고 말해주셔서 좋았다.
차인하: ‘더 뱅커’ 촬영과 겹쳐 본방송은 못 보더라도 모니터는 다 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아쉬웠다. 기록하면서 바꿔나가곤 있지만, 여전히 좀 아쉽다.
10. 영문학과를 다니다 연극영화과로 옮기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들었는데, 그런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나?
차인하: 원래부터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으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는데 남들 하는 대로만 가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다른 언어를 하나 할 줄 안다는 게 작품을 접하는 데 있어서 한 단계 폭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작품이라도 언어에 따라 뉘앙스가 다르고 간극이 있다. 그런 걸 더 폭넓게 알면서 작품을 보는 게 즐겁다.
10. 극중 문홍주는 안정적인 은행 전산부 생활에 만족하다 감사실로 이동하면서 변화한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차인하: 짧게 산 인생이지만, 나는 늘 안정적인 것에 담겨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선택해왔던 것 같다. 얼마 전에 한 작품을 봤다. 한 인물이 기존에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니 주변에서는 ‘위험하다. 안 된다. 여기서 같이 살자’고 하더라. 그런데 ‘작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느니 큰 세상에서 죽겠다’면서 문을 열고 나간다. 나는 그런 장면에서 영향을 받고 감동 받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늘 삐걱댄다. 그릇에 안 맞는 선택을 하다보니까 늘 오류가 나는 것 같다. 그래도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10. 자신의 인생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나?
차인하: 늘 그렇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친구, 동료, 회사와의 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이 매 순간의 선택이니까 그런 점에서 종종 오류가 나곤 하고, 그렇게 다들 채워나가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차인하: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거나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건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 한번 더 생각하게 해줄 때였던 것 같다. 그런 장면에서 늘 영감을 받고,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고, 내가 못 봤던 세상의 일부를 봤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10. ‘사랑의 온도’를 시작으로 ‘더 뱅커’ 까지 꾸준히 달려오고 있다.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차인하: 좀 대담해진 것 같다. 이전에는 늘 수줍어하고 긴장했다. 내 성격이 연기할 때 불편함을 준다는 걸 느낀 후로는 안 그러려고 한다. 외부 환경에 대담하게 맞서려고 하고, 계속 노력하면서 변화해간 것 같다. 전에는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도 얼굴이 빨개졌다. 작품을 하면서 변해가는 걸 느낀다. 계속 쑥스러워하면 안될 것 같다. 그렇다고 나를 잃는 느낌은 없다. 사람은 다 자기 안에 여러 성격을 갖고 있으니까.
10. 배우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차인하: 내가 좋아했던 작품 속 배우들처럼, 끊임없이 세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 그런 사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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