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내안의 그놈’은 그룹 B1A4 출신 배우 진영에게 한 번 이상은 놀라는 작품이다. 40대와 10대의 영혼이 바뀌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지만 진영은 여유롭게 극을 이끌며 재미를 만든다. 40대 라미란과의 멜로부터 이준혁을 부하로 부리는 능청스런 연기까지 다양한 얼굴로 러닝타임 122분을 채운다. 2016년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연기력을 입증한 진영은 지난해 소속사를 옮기고 개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2년 동안 한 차례의 단막극 출연을 제외하면 연기로는 만나보기 어려웠던 진영.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꾸준히 성장해온 그를 만나 연기와 음악에 대한 성실한 고민을 들어봤다.

영화 ‘내안의 그놈’의 주연배우 진영./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영화 ‘내안의 그놈’의 주연배우 진영./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10. ‘내안의 그놈’은 분명 기대작은 아니었는데 개봉 전부터 평이 좋았다.

진영: 사람들이 좋다고 말해주니까 정말 좋다. 일반시사회 때 몰래 보러가기도 했다. 그때가 처음 영화를 본 거 였는데, 관객들이 많이 웃으셔서 좋았다. 코미디 장르의 매력은 ‘다 같이 웃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ㅤ

10. 영화 첫 주연작에, 연기로는 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부담은 없나?

진영: 당연히 있었다. 특히 첫 주연이 1인 2역이다. 감독님도 ‘체인지’ 장르는 베테랑 연기자들도 힘들어한다고 했다. 어려운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말 어려운 걸 하면 다른 건 좀 쉽게 느껴질까 기대해서 도전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연기를 준비하면서 후회할 때가 많았다. 너무 어려워서. 하하. 그래도 돌이켜보면 많은 걸 배웠다.

10. 그렇게 너무 어려웠던 장면이 뭐였나?

진영: 솔직히 말해서 전체가 다 어려워서 꼽을 수가 없다. (웃음) 몸이 바뀌는 것도 어려운데 딸과의 상황, 라미란 이준혁 선배님과의 상황 모두가 다 달랐다. 겪어본 적도 없는 40대 아저씨의 이야기이기도 하고.ㅤ

10. 겪어보지도 않은 40대 아저씨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내는 순간들이 놀라웠다. 그런 능청스러움과 배짱은 어디서 나오나?

진영: 능청스럽다기 보다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웃음) 능청스러운 성격은 아니다. 그냥 연구했다. 박성웅 선배님의 평소 모습, 연기할 때의 모습을 많이 관찰했다. 그 나이대 아저씨에게는 여유로움이 있더라. 농담을 해도 되게 여유롭고. 거기에다 박성웅 선배님은 걸음걸이, 말투도 느리다. 나는 말도 빠르고 걸음도 빨라서 이런 것도 어려웠다. ‘나는 아저씨다’라고 되뇌면서 여유를 가지려고 했다.

영화 ‘내안의 그놈’의 이준혁(왼쪽)과 진영./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영화 ‘내안의 그놈’의 이준혁(왼쪽)과 진영./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10.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어렵기도 하겠지만, 너무 익숙해서 진부하다. 어떻게 보면 밑도 끝도 없는 전개였다. 그런데 이걸 무작정 밀고 나가면서 주는 웃음이 컸다.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

진영: 그냥 (그런 일이)일어났다고 전제하고, 속은 채로 연기했다. 내가 빠져들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으니까. 내가 먼저 상황에 속아야 뭐가 될 것 같았다. 우리 영화가 사실 기대작은 아니었지 않나. 그냥 함께 많이 웃고 가시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행복감을 느낀다.

10. 이번 영화를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무얼 배웠나?

진영: 여유에 대해서 배웠다. 단순한 마음가짐 말고 연기로도. 상대방의 리액션을 받아주는 법도 더 능숙해졌다.

10. 소속사를 옮긴 후 ‘내안의 그놈’이 첫 활동이 됐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은 없나?

진영: 정말 없다.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괜한 걸 신경쓰면 나 혼자만 어두워지고, 내 능력도 더 떨어지는 것 같아서. 소속사를 옮기고 홀로서기를 하면서 변한 건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바뀐 게 없어서 그렇다. 생각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도 없다. 연기도 노래도 너무 사랑하니까.

10. 음악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진영: 당연하다. 곡도 계속 쓰고 있다. 음악으로도 보여주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음악, 연기 중에서 어떤 게 더 좋으냐는 질문을 항상 받는다. 음악을 포기하기에는 연기를 너무 사랑하고, 연기를 포기하기에는 음악을 너무 사랑한다. 욕심이지만 둘 다 열심히 하고 싶다.

진영은 “하고자 하는 것이 바뀐 게 없어서 홀로서기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사진제공= ⓒ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진영은 “하고자 하는 것이 바뀐 게 없어서 홀로서기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사진제공= ⓒ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10. 작곡가이기도 한데 전체를 기획하는 작곡에 비해 연기는 하나의 배역만 표현하니까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나?

진영: 작곡도 자유롭지만, 연기도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전부 내 몫이다. 표현에 주어진 한계선이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는 지점이 항상 있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내게 큰 매력이다.

10. 작곡은 디렉팅을 하는 입장이지만, 연기는 받는 입장이기도 하다.

진영: 그렇다. 그런데, 내가 작곡으로 디렉팅을 해봤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더라. 실제로 감독님들도 내가 연기를 잘하고 말고를 떠나서, 말을 빨리 알아듣는다고 하신다. 디렉팅을 주고 받을 때는 말이 중요하다. 언어 자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대가 어떤 걸 원하는 지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작곡가들은 그냥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다 그 노래를 살려줄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연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10. 요즘은 ‘작곡돌’이 많아졌지만, 그보다 오래전부터 작곡을 해왔는데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진영: 이제는 그렇지 않다. 편하게 하다 보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담을 갖게 되면 부담스러운 음악이 나온다. 부담을 잔뜩 머금은 음악. 그것만큼 듣기 힘든 음악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작업시간도 정해두지 않는다. 그냥 생각 나면 TV를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작업실로 들어간다. ‘무조건 이걸 해야 해’가 아니라 ‘편하게’ 또 ‘생각났으니까 하자’ 이런 식이다. 이 루틴이 생활화됐다. 곡 하나를 새로 만들고 들어보고, 또 다시 만드는 작업 자체가 큰 희열을 준다.

10. 음악도 잘하고, 연기도 잘한다. 연기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진영: 연예활동의 시작은 사실 연기였다. 중3 때 연기가 정말 하고 싶어서, 충주에서 주말마다 연기학원을 다녔다. 보조출연, 단역도 많이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대사 하나만이라도 따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면서. 그런데 그때는 끝까지 대사를 안 주더라. 그러다 시간이지나면서 대사가 하나씩 생길 때 오는 뿌듯함과 행복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영화 주연까지 하게 됐다. 감격스러운 일이다. 대사 하나 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10. 좋아하는 장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진영: 어릴 때는 주로 SF나 전쟁이 나오는 큰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감정을 극한까지 써보는 연기를 해보고 싶고, 전쟁 영화도 도전해보고 싶다.

진영은 “순간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사진제공= ⓒ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진영은 “순간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사진제공= ⓒ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10. 좋아하는 장르와 달리 만드는 곡들은 섬세하고 풋풋한 정서를 갖고 있는 같다. 작곡을 맡은 걸그룹 노래에서는 소녀의 마음을 잘 표현하기도 하고. 뜬금없지만 그럼 감수성은 어디서 오나?

진영: 성별을 떠나서 남자들도 느끼는 보편적인 점을 노래했다고 생각한다.(웃음) 소녀들이 불러줘서 예쁘게 나온 것이고. 그런데 내가 낭만적인 걸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분위기’를 좋아한다. 집에서 뭔가를 마실 때도 조명이 중요하고, 조명을 하나 켤 지 두개 켤 지 고민한다. 그때 그 순간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곡에도 녹아나오는 게 아닐까?

10. 작곡가로서의 색채는 명확한데, 배우 진영 만의 색은 아직 많이 보여주지 못한 같다.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

진영: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연기자로서 어떤 색깔을 할 거라고는 아직은 말을 못할 것 같다. 지금은 역할을 잘 흡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갑자기 색깔을 확 바꿀 수도 없고, 뺄 수도 없는 거니까. 예전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싶으냐고 물으면 ‘모든 역할을 잘 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그런데 열심히 해서 그렇게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요즘에는 ‘호감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배우를 떠나서,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사람. 그냥 나를 딱 봤을 때 ‘얘, 괜찮은 애다’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10. ‘호감인 배우’라고 말하면, 연기자로서 표현의 기준이 타인의 반응이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진영: 그건 아니다. 하하.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 배우가 호감이 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연기를 통해서 잘한다 못한다가 판단되는 것이지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는 알기 어려우니까. 배우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좋은,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사람 자체가 호감일 수 있게. 그렇게 살고 싶다.

10. 연기와 음악을 병행하면 두 작업이 서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진영: 그렇다. 분명 상호작용이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 캐스팅 될 때 감독님이 ‘프로듀스101′(Mnet)의 내 모습을 좋게 보셨다고 하더라. 내가 출연자들에게 하는 말투나 태도, 노래에 담긴 감성이 예뻐보였다고. ‘프로듀스101’이 드라마 캐스팅에 영향을 줄 줄은 정말 몰랐다.(웃음) 그리고, 음악에는 가사가 있고 연기에 대사가 있다. 표현법만 다르지 내게는 비슷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안갯길’이라는 OST를 작업했다. 극 중 라온(김유정)을 향한 마음을 노래로 담은 곡이다. 새벽에 녹음하고 바로 촬영을 나간 기억이 난다. 그 곡은 드라마 속 대사를 보면서 작업했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연기를 했다. 이 모든 게 나에게 중요하다. 결국 연기와 음악은 서로 도움을 준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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