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신은수./사진제공=JYP
신은수./사진제공=JYP
신은수(16)의 경력은 다채롭다. 2016년 영화 ‘가려진 시간’으로 데뷔하며 강동원과 호흡을 맞췄던 그는 이후 단편영화 ‘장옥의 편지’에서는 배두나의 딸이 됐고,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에서는 폭탄 운반 소녀가 됐다. 최근에는 MBC ‘배드파파’로 첫 지상파 주연에 나섰다. 시청률은 3~4%로 저조했다. 또래보다 화려한 경력에 들뜰 수도 있고, 예상 밖의 고전에 기죽을 수도 있지만 신은수는 차분했다. ‘배드파파’를 통해 한 명의 배우로서 의견을 내도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교훈부터 얻는 그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신은수를 만났다.

10. ‘배드파파’가 드라마 첫 주연이었다. 소감은?

드라마 미니시리즈도 처음인데 주연을 맡아 부담이 컸다. 주변 스태프,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첫 주연도 걱정이었지만, 캐릭터 문제였다. 영선이가 평범한 고등학생이기도 하지만 병에 걸린다. 감독님에게 이 변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많이 질문하고 준비했다.

10. 잘 해낸 것 같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연기를 포함해 선배를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나 혼자만의 연기가 아니라 극 전체를 봐야 하는 그런 것들. 또 이번 드라마에서는 내 의견을 가장 많이 얘기했다. 영선이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장면이 중요한데,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극의 중요한 일부분이니까. 감독님이 내 생각을 많이 수용해주려고 하셨다. 날 믿고 ‘영선이 잘하니까, 그렇게 해’라고 말씀하셨다. 장혁 선배님을 비롯해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많았는데 ‘애드리브 받는 법’도 많이 배웠다.(웃음)

MBC ‘배드파파’에서 댄서를 꿈꾸는 열일곱 살 유영선을 연기한 신은수./사진제공=호가엔터테인먼트
MBC ‘배드파파’에서 댄서를 꿈꾸는 열일곱 살 유영선을 연기한 신은수./사진제공=호가엔터테인먼트
10. 영선이는 시크한 고등학생이었는데, 평소 성격과 비슷한가?

나는 시크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툴툴거리면서 표현하는 게 비슷하다. 나도 오글거리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돌려 말한다. 그런데 평소에 웃기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아는가? 나는 친구들을 재밌게 하고 싶어하는데 별로 재미없는, 가끔 웃기는 애다. 웃기고 싶은데 친구들이 안 웃어주더라. 그래도 애들이 날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10. 학교생활과 병행하기가 힘들지 않나?

‘배드파파’가 첫 주연이라서 최대한 조퇴를 해보려고 했다. 사실 학교 생활을 되게 좋아한다. 재미있지 않나. 예술고니까 같이 연습하는 것도 재미있다. 촬영장과 학교를 오가면서 시너지가 난다.

10. 체력적으로는 힘들 법하다.

원래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다. 대기하는 와중에 머리를 대고 잤다.(웃음) 장혁 선배님의 분량에 비하면 힘들 것도 없었다.

배우 신은수/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배우 신은수/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10. 성인 연기자가 아니라 10대 배우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아역도 아니다. 배우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이때까지 10대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10대 동안은 계속 그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배드파파’처럼 지금 나이대의 이야기로 중심을 끌어가는 이야기가 요즘 많이 나오는 것 같다. 20대가 되어서도 10대를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10대니까 있는 그대로 내 문제를 표현할 수 있다. 나에게도 10대는 2~3년밖에 남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연기에 집중하는 게 20, 30대가 되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10. 그렇게 보여주고 싶은 10대의 생각들이란 뭔가?

내 친구들이 지금 생각이 많은 시기다. 고등학생이 돼서 꿈, 진로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친구들을 보면 인간관계에도 신경을 많이 쓰더라. 이런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10대들의 고민을, 10대의 입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역할을 하고 싶다.

10. 2017년 이와이 ?지 감독의 단편영화 ‘장옥의 편지’에서 배두나와 호흡을 맞췄다. 거장 감독의 작품에 왜 캐스팅된 것 같나?

내가 왜 캐스팅 됐을까.(웃음) 감독님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배두나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선배님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정말 잘하시는 분이지 않나. 쫑파티 때 ‘지금 너의 색깔이 너무 좋아서 이걸 손대지 않고 잘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장옥의 편지’ 첫 신이 원테이크로 쭉 가는 거였는데, 여태까지 연기해본 것 중에 가장 새로웠다. 리허설도 많이 하고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실제로 바쁜 아침에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담은 것 같아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정말 감사한 경험이었다.

10.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강동원, 배두나 장혁, 손여은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했다. ‘JYP 2 수지’로도 불렸다. 부담감은 없나?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아무나 들을 수 없는 얘기니까. 계속 연기를 보여드린다면 앞으로 신은수라는 배우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어주게 만들지 않을까. 워낙 선배님들이 ‘부담갖지 마’ ‘너는 가능성도 많고, 앞으로 연기할 날이 더 많다’ ‘있는 그대로 즐기라’는 얘기를 많이 해 주셨다. 그래서 나도 있는 그대로 ‘네 알겠습니다’라고 해왔던 것 같다.

10. 부천국제만화 홍보대사를 맡았다. 만화 좋아하나?

짱구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 어제도 만화카페를 다녀왔다. 시험 기간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자주 만날 수 없는 친구를 만나서 어쩔 수 없었다.(웃음)

10. 짱구의 매력은?

귀엽다. 재밌다. 귀엽지 않나?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일반 사람들은 절대 안 할 행동을 하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혹시 짱구 보고 매력적이라고 하면 이상할까? 유튜브도 많이 본다. 짱구도 보고 먹방도 본다. 세수하고 로션 바를 때 동영상을 틀어놓곤 한다.

10. 연기하고 싶다고 느낀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연기는 하면서 더 좋아졌다. 어릴 때라 연기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채로 시작했다. 처음 연기의 결과물이 나와서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왔을 때 묘했다. 그 이후로 점점 재밌어지면서, 동시에 고민도 많이 생겼다. 처음에는 큰 고민 없이 열심히 한 건데 결과물이 나오고 다양한 경험을 하니까 생각이 많아졌다. 고민을 해결해나가는 것도 재밌다. 이제는 촬영 현장을 나가는 것 자체가 즐겁다.

배우 신은수/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배우 신은수/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10. 롤모델은 없다고 말할 건가?

좋아하는 배우는 있다. 김태리 선배님이다. 작품을 볼 수 있는 건 최대한 챙겨봤다. 영화 ‘아가씨’를 (19금이라)못 봐서 아쉽고, tvN ‘미스터 션샤인’은 ‘배드파파’ 촬영과 겹쳐 많이 못봤다. 캐릭터마다 연기의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항상 새로운 시도하고, 그걸 해낸다. 눈빛도 좋으시지 않나. 눈이 예쁘고 눈빛이 좋은 배우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나도 눈빛이 좋다는 얘기를 좀 들었는데, 더 좋아지고 싶다.

10. 2018년에 큰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변화된 게 있다면?

아까 말했듯, 감독님과 의견을 가장 많이 나눴던 것. 이전에는 내가 신인이라 말하기가 두려웠다. 내가 한 말이 맞지 않을까봐 걱정한 면이 컸다. 그런데 이번에는 말해보고 감독님이 아닌 것 같으면 ‘이게 더 낫지 않을까’라고 말씀해주신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배우로서 의견을 내도 된다는 걸 배웠다. 의견을 내세웠다기보다는 자연스레 의견을 섞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10. 좌우명이 있나?

좌우명보다는 누가 나한테 해준 말이 있다. 내가 생각이 엄청 많아 보일 때 해준 말인데, ‘그냥, 인생 흘러가는 대로 놔둬라’라고 했다. 하하. 어른은 아니었는데 누구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놔두면 알아서 잘 간다”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표현이 과격하긴 해도 돌이켜보니 정말로 ‘결국 지나가긴 했네’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요즘도 힘들 때는 ‘다 흘러가겠지~’하고 만다.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흘러가지 않을까.

10. 배우로서의 목표는?

꾸준히 다양한 곳에서 연기하는 것. 여운을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극장을 나와 집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그런 배우.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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