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SBS TV시네마 ‘사의찬미’에서 이종석과 신혜선이 죽음으로 함께하는 삶을 택했다. ‘사의찬미’는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 한국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의 일화를 바탕으로 했다. 봉건사회와 근대사회의 사이에서 이뤄질 수 없는 연인과 일제강점기 좌절해야 했던 예술인의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6부작으로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이종석과 신혜선의 절제된 감정 연기는 애틋함을 배가시켰다.
지난 4일 방송된 ‘사의찬미’에서 김우진(이종석)과 윤심덕(신혜선)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우진은 심덕을 찾아가 “어디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 달라. 아무래도 당신 없인 안 될 것 같다”며 “동경으로 떠날 거다. 당신과 같이”라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심덕은 일본의 한 레코드사로부터 음반 녹음을 제안 받고 계약했다. 우진은 아버지에게 “심덕과 떠나서 다신 돌아오지 않겠다”며 다음날 일본 동경으로 향했다. 심덕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경성의 부호인 이용문(장현성)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일로 이용문과 적절치 못한 관계라는 추문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조선에서 공연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심덕은 음반 녹음을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우진은 사랑하는 것들과 해야만 하는 일들 사이에서 괴로웠다. 동경에 도착한 심덕은 우진을 만났다. 두 사람은 강가에 나란히 앉아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심덕은 “아리시마 다케오 선생의 책, 죽음. 이제 알겠다. 더 이상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쉬고 싶었을 거다. 나도 이제 쉬고 싶다”면서도 “당신이 너무 그리울까봐 두려워서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우진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볼 생각이다. 설령 그 삶이 곧 생의 종말일지라도… 그러니 당신도 내 곁에서 편히 쉬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음반 녹음을 위해 함께 오사카로 향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글을 쓰는 우진을 뒤에서 껴안은 심덕은 “기다리면서 시를 한 편 지어봤다”며 읊었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심덕이 “이 이상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자 우진이 뒤를 이었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심덕은 레코드사에 가서 노래를 녹음한 후 사장에게 “한 곡 더 부르고 싶다”고 부탁했다. 곡명은 ‘사의찬미’. 자신이 좋아하는 곡인 ‘다뉴브강의 잔물결’에 전날 우진과 함께 지은 시를 가사로 붙였다.
이후 우진과 심덕은 조선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이름을 묻는 선원에게 각각 호(號)인 ‘김수산’ ‘윤수선’이라고 답했다. 심덕이 “비슷하다”며 좋아했던 이름이었다. 그날 밤 우진과 심덕은 아무도 없는 갑판 위에서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춤을 췄다. 그리고 짧게 입을 맞췄다. 심덕은 “이제 가자”면서 우진과 손을 잡고 배 가장자리로 향했다.
6부작으로 짧은 드라마였던 만큼 극을 이끌어가는 이종석과 신혜선의 힘이 중요했다. 두 배우는 극 중 우진과 심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이종석은 유교적 사고방식의 아버지와 갈등하면서도 차마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는 아들의 괴로움을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했다. 쌓여온 감정이 표출되는 장면에서도 적절히 완급을 조절했다. 심덕에게 향하는 마음을 애써 외면해야 했고, 또 외면할 수 없었던 우진의 섬세한 감정도 고스란히 전달했다. 또한 우진이 글을 써내려가는 장면에서는 손끝의 미세한 떨림으로 문학에 대한 그의 갈망을 표현해냈다.
신혜선의 저력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울면서도 웃는 듯하고, 웃으면서도 우는 듯한 복합적인 감정 연기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하는 모습을 표현해냈다. 또한 20대의 심덕을 당차고 밝게, 30대의 심덕을 낙담 하고 고단하게 그려내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두 배우는 정확한 발음과 안정된 톤으로 대사 전달력도 높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지난 4일 방송된 ‘사의찬미’에서 김우진(이종석)과 윤심덕(신혜선)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 우진은 심덕을 찾아가 “어디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 달라. 아무래도 당신 없인 안 될 것 같다”며 “동경으로 떠날 거다. 당신과 같이”라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심덕은 일본의 한 레코드사로부터 음반 녹음을 제안 받고 계약했다. 우진은 아버지에게 “심덕과 떠나서 다신 돌아오지 않겠다”며 다음날 일본 동경으로 향했다. 심덕은 어려운 형편 때문에 경성의 부호인 이용문(장현성)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일로 이용문과 적절치 못한 관계라는 추문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조선에서 공연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두 사람은 음반 녹음을 위해 함께 오사카로 향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글을 쓰는 우진을 뒤에서 껴안은 심덕은 “기다리면서 시를 한 편 지어봤다”며 읊었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심덕이 “이 이상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자 우진이 뒤를 이었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심덕은 레코드사에 가서 노래를 녹음한 후 사장에게 “한 곡 더 부르고 싶다”고 부탁했다. 곡명은 ‘사의찬미’. 자신이 좋아하는 곡인 ‘다뉴브강의 잔물결’에 전날 우진과 함께 지은 시를 가사로 붙였다.
이후 우진과 심덕은 조선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이름을 묻는 선원에게 각각 호(號)인 ‘김수산’ ‘윤수선’이라고 답했다. 심덕이 “비슷하다”며 좋아했던 이름이었다. 그날 밤 우진과 심덕은 아무도 없는 갑판 위에서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춤을 췄다. 그리고 짧게 입을 맞췄다. 심덕은 “이제 가자”면서 우진과 손을 잡고 배 가장자리로 향했다.
신혜선의 저력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울면서도 웃는 듯하고, 웃으면서도 우는 듯한 복합적인 감정 연기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갈등하는 모습을 표현해냈다. 또한 20대의 심덕을 당차고 밝게, 30대의 심덕을 낙담 하고 고단하게 그려내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두 배우는 정확한 발음과 안정된 톤으로 대사 전달력도 높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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