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소지섭과 함께 정인선의 ‘쌍둥이 맘’ 도전도 심상치 않다. 여기에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들의 세계와 국정원·핵 담론으로 상징되는 한국 첩보물의 세계가 섞이고 변주되며 신선한 재미를 줬다. 코믹, 첩보, 유사 로맨스가 다 담겼는데 아직까지는 과하지 않다. 지난 27일 처음 방송된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얘기다.

‘내 뒤에 테리우스’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전설의 국정원 요원이 앞집에 등장한다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경력 단절 여성이자 쌍둥이 남매의 엄마 고애린(정인선)이 앞집에 사는 사라진 전설의 국정원 요원 김본(소지섭)과 만나며 펼치는 수상쩍은 ‘첩보 협업’을 담는다.

이날 방송된 ‘내 뒤에 테리우스’ 1~4회는 전직 국정원 요원 김본이 쌍둥이 엄마 고애린의 ‘베이비 시터’가 되며 얽히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른 아침, 803호에 살고 있는 김본은 늘 마시던 음료를 마시고 조깅을 하며 질서있는 하루를 시작했다. 이와 달리 그의 앞집에 사는 주부 고애린은 여섯 살 쌍둥이들과 전쟁 같은 하루를 열었다. 고애린은 쌍둥이들을 위해 문 앞에 배달된 요구르트를 꺼내던 중, 조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앞집 남자 김본과 마주쳤다. 이때 고애린은 쌍둥이들의 장난으로 김본을 향해 넘어졌고, 그는 코피를 흘렸다.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이후 애린은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진용태(손호준)가 대표로 있는 J 인터내셔널에 면접을 보러갔지만 “아줌마 안 뽑으니까 나가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기회를 달라는 고애린에게 진용태는 “아줌마가 집에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 취직하겠다고 기어나와서 사람 피곤하게 한다”며 짜증을 냈다. 한편 저격수 케이를 쫓던 김본이 J 인터내셔널을 찾아가게 됐고 그곳에서 앞집 여자 고애린을 목격하게 됐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고애린. 평소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1000원짜리 커피를 사먹던 고애린은 빵집에서 식빵 이벤트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쌍둥이들이 케이크에 손을 대는 바람에 애린은 10만원 넘게 물어 망연자실했다. 집으로 돌아온 애린에게 남편 차정일(양동근)은 “집 꼬라지가 뭐냐. 하루 종일 청소도 안 하고. 집 구석에서 뭘 하고 자빠진 거야. 빵집에서 돈 써대느라 그렇지”라고 말했다.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다음날 차정일은 주차 도중 한 남자가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한 뒤 죽음을 맞이했다. 살해된 남자는 국가안보실장 문성수(김명수)였고, 이는 J 인터내셔널 대표 진용태가 저격수 케이에게 사주한 것이었다. 진용태는 차정일이 앞서 면접을 봤던 애린의 남편이란 사실을 알게됐고 애린을 감시하기 위해 그를 비서로 채용했다. 남편이 죽은 뒤 김밥 가게 알바와 우유 배달을 하며 전전하던 애린은 기뻐했다.

한편 김본은 사건 조사차 잠입해 들어갔던 문성수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고애린을 목격했다. 애린의 남편 차정일과 문성수의 장례식장이 같았던 것. 또한 김본은 이후 애린의 쌍둥이를 납치하려 했던 자가 케이임을 직감하게 됐다. 이에 김본은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데 난항을 겪는 애린에게, 그가 직접 시터가 되겠다고 요청했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으로 얽힌 두 사람, 그리고 김본과 쌍둥이 남매들의 전쟁같은 하루가 시작됐다.

소간지의 육아일기X정인선의 분투, 그리고…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사진=MBC ‘내 뒤에 테리우스’ 방송 캡처
‘우리는 같은 공간, 전혀 다른 세계에 살던 누군가였다’는 극 중 내레이션처럼 고애린과 김본은 전혀 다른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차정일의 죽음이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김본이 ‘베이비시터’가 되며 다음 회를 기대하게 했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 고애린의 장난감 총을 보고 진짜라고 생각하는 등 전혀 다른 삶의 환경을 가진 이들의 오해는 새로운 의미의 코믹함을 줬다. 소지섭의 고된 육아 분투기도 물론 관전포인트였다.

단순한 ‘뽀글머리 억척 엄마’라는 전형성을 이용하면서도 그 안에 엄마들의 사연을 부여한 오지영 작가의 대본도 빛났다. 방송 당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정인선은 “(엄마 역할을 위해) 맘까페와 네이트 판에서 팁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오 작가의 대본과 함께 정인선의 연기가 “대출을 풀(full)로 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쌍둥이 엄마” 고애린의 삶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작발표회에서 소지섭은 “시청률은 중요하다면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며 “방송이 끝난 뒤 시청자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는 게 중요하다. 스태프들과 함께 오랫동안 간직될 수 있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시간 시청률 조사회사 ATAM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내 뒤에 테리우스’ 1~4회 중 1·2회는 각각 평균 시청률 5.8%와 8.56%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흉부외과’ 1·2회는 각각 7.83%와 9.23%를 나타냈지만, 두 프로그램 중 최고의 1분 시청률은 ‘내 뒤의 테리우스’가 10.38%(2회)로 가장 높았다. 시청률 1위는 모르겠지만, 과하지 않은 탄탄한 대본이 이어진다면 선방을 기대해볼 만하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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