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이별이 떠났다’에서 배우 조보아는 자신보다 타인의 아픔에 더 공감하는 20대 미혼모 정효를 연기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는 상대의 말에 온 정성을 기울이며 ‘공감요정’으로 등극했다. 14개월 경력의 타코야키 사장님 옆에서는 더욱 야무진 솜씨로 타코를 구우며 ‘타코요정’이 됐다. ‘이별이 떠났다’ 촬영 틈틈이 “매일 (타코야키를) 한판씩 연습했다”고 했다. ‘타코요정’은 ‘연습요정’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만난 그는 상대의 말에 집중하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정효와 닮았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듯한 크고 맑은 눈과 조곤조곤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2012년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데뷔한 뒤 드라마 ‘마의’와 ‘잉여공주’에 차례로 도전했지만 언제나 연기력 논란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부탁해요, 엄마’ 이후 점차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별이 떠났다’로는 배우로 한 걸음 더 성장했다.
10.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별이 떠났다’를 끝낸 소감은?
조보아: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매일같이 만나던 관계들이 끝이 났다는 게 아쉽다. 물론 인연은 계속 가겠지만, 이제 다시는 ‘이별이 떠났다’ 현장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채시라 선배님도 너무 보고 싶다. 집에서 쉬는 날이 하루라도 생기면 ‘빨리 촬영현장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즐거운 현장이었다.
10. 무직의 임신한 20대 미혼 여성을 연기했다. 선뜻 선택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조보아: ‘미혼모’ ‘임신’이라는 소재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정 하나 하나가 특이했다. 남자친구가 배신을 하고, 배신한 남자친구의 엄마네 집으로 가서 동거를 하려고 하고, 무작정 아이를 낳으려는 인물이 정효다. 초반에는 정효를 이해하려고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일단 촬영을 시작하니까 궁금증이 해소됐다. 현장에 나를 맡겼고, 그 사이에 이해되는 것들이 많아서 나도 놀랐다.
10. 어떤 장면에서 정효를 이해할 수 있게 됐나?
조보아: 극 초반 서영희(채시라)와 대립구조를 갖는 첫 대면 장면이 있었다. 정효가 서영희를 찾아가 인터폰으로 마주하는 장면인데, 너무 강렬했고,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정효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게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이후에는 같이 병원에 가서 초음파 사진으로 처음 아기를 만났다. 촬영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눈물이 났다. 가짜이긴 하지만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난 거다. 채시라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그리고 정효를 연기하면서 준비하지도 않았던 감정 때문에 놀란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다.
10. 정효는 자신도 힘든 상황인데 늘 서영희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에게 ‘아프겠다’ ‘힘들었겠다’라면서 위로부터하더라. ‘이별이 떠났다’의 공감 요정이 아니었나 했다.
조보아: 여기서도 공감요정인가(웃음). 나도 평소 공감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정효의 그런 점을 볼 때마다 안쓰러웠다. 내가 봤을 때도 정효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사실, 자기가 아프면서 상대방에게 ‘아프겠다’라고 말을 해야 하고, 상대방을 위로해주려고 되게 많은 말들을 해야 했다. 그럴 때 정효의 아픔이 느껴져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따뜻한 캐릭터였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희가 정효를 향해 ‘마음이 아프다. 니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 같아서’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적절한 것 같다.
10. 아빠 수철(정웅인) 캐릭터가 화제를 모았다. 딸의 생리 주기를 다 알고 생리대를 챙겨주는 아빠. 그런 아빠가 있으면 어떨 것 같은가?
조보아: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였다(웃음). 그래도 10대 때였으면 그런 아빠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부모님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라는 거니까. 그런데 성인이 됐으면 서로 예민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그래도 무뚝뚝한 아빠 보다는 그 정도로 친한 관계가 나은 것 같다.
10. 정효는 아이를 갖게 된 걸 알고 남자친구의 엄마에게로 간다. 특이한 설정인데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나?
조보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했다. 정효는 아빠한테 말을 하면 안되는 상황이었고, 주위에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궁지에 몰렸을 때 (선택했던 게) 배신한 남자친구의 엄마다. 그 사람밖에 나를 위해줄 수 없었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이해되기 힘든 상황일 수 있었지만, 채시라 선배가 많이 도와줬다.
10. 출산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조보아: 매 순간, 내가 임신을 겪어본 사람이 아니라서 걱정이 됐다. 살인자, 사이코패스. 이런 역할은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상상해서 채워넣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것은 정말 많은 여성들이 겪었던 것 아닌가. 그 점이 어려웠다. 입덧을 할 때도 내가 평소에 아파서 토할 때와는 다른 느낌일 거고, 배가 아플 때도 내가 평소에 느끼는 복통과는 또 다른 아픔일 거다. 채시라 선배님께서 임신을 해본 사람으로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아기의 태동에 대한 반응과, 뱃속의 태아를 대하는 나의 몸짓 같은 것들. 이런 것들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10. 채시라가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으면 하는 인물로 조보아를 언급했는데.
조보아: 아. 너무 좋았다. 사실은 선배님이 인터뷰에 언급해주신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화보 촬영 차 외국에 나갔었는데, 외국에서 그 안 터지는 데이터로 선배님의 기사를 다 찾아읽었다. 그런데 기사에서 내 얘기를 해주실 때가 있더라. 너무 감동받아 당장 카톡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개인적으로는 응원과 격려차 그런 말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대하는 건, 선배님이 아마 큰 상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거다. 솔직히 욕심을 내보자면, 여자 둘이서 ‘워맨스’를 주제로 ‘베스트 커플상’을 타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상식 때 꼭 뵙고, 옆에 앉아서 선배님이 상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축하해드리고 싶다(웃음).
10. ‘이별이 떠났다’를 부모님도 보셨나?
조보아: 정말 다 보셨다. 원래 시나리오를 받으면 엄마랑 같이 보는 편이다. 그런데 엄마는 정효가 싫다고 하더라(웃음). 남자친구랑 덜컥 임신을 하는 설정, 무턱대고 낳겠다고 하는 설정에 딸 가진 엄마로서 다 이입을 하신 거다. 그런데 아버지는 드라마를 보면서 정효가 울 때 같이 눈물을 흘리더라. 어쩌면 부모님은 내 이전의 모습을 다 알기 때문에, 내 연기에 가장 몰입하기 힘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감동이었다. 평소에도 방송이 나오면 부모님께 가장 먼저 물어보는 편이다. ‘오늘 어땠어, 나 어땠어’라고(웃음).
10. ‘닥치고 꽃미남 밴드’ ‘마의’ ‘잉여공주’로 연기력 논란을 혹독하게 겪었다. 이번엔 제대로 호평을 받았다. 연기력 논란이 연기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조보아: 아직도 그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논란 당시는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좀 더 욕심을 갖고 연기에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게됐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가 스물 한 살이었으니까 21년을 통틀어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을 거다. 그 이후로 무언가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이걸 통해서 좀 더 성장하겠지,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뭐라고 할까. 나중에 연기를 하게 되면 언젠가는 이 감정을 표현할 때가 올 것 같고, 그때 그 감정을 쓸 수 있는 작품을 맡는다면 누구보다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0. 언젠가부터 악플이 호평이 됐다. 그런 기점이 된 작품이 뭐였나?
조보아: 아직은 기점이 될 만한 작품이 있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천천히, 꾸준히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실함 빼고는 시체더라. 노력을 안하면 안된다. 노력과 성실함만 꾸준히 가져간다면 나중에는 호평만 가득한 작품을 갖을 수 있지 않을까(웃음).
10.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는? 추천하고 싶은 미드라든지.
조보아: 미드를 진짜 좋아한다. 요즘 완전히 꽂힌 건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이하 ‘오뉴블’)이다. 시즌7이 이번에 새로 나왔다. 굉장히 자극적이기는 한데 너무 재밌어가지고, 꽂혀가지고 넷플릭스에서 다 찾아보고 있다.
10. ‘이별이 떠났다’도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오뉴블’도 그렇다.
조보아: 생각해보니 그렇네(웃음). 딱히 의도하고 본 건 아닌데, 아마 나도 여자니까 여자들의 이야기에 더 이입이 되는 것 같다. ‘오뉴블’ 말고도 ‘더 헌더레드’도 보고 있다. 지구가 종말을 해서 사람들이 인공 위성 하나에 체류하며 벌어지는 내용인데, 정말 재밌다.
10. 드라마에서 주로 맡는 ‘예쁜 딸’ ‘예쁜 주인공’ 역과 달리 거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조보아: 스릴러를 좋아해서 다 찾아보는 편이다. 너무 다 봐서 이제는 볼 게 없을 정도다(웃음). 연기는 어쩌다 보니까 캐스팅을 해주시는 역할이 그렇게 된 거 아닐까(웃음). 이번에 정효 역할을 하면서 너무 좋았던 게, 화장도 진짜 연하게 하고 입술도 다 죽이고 촬영했다. 땀 범벅이 돼서 펑퍼짐한 병원복을 입고 있었는데 연기는 어렵지만 몸은 세상 편했다(웃음). 참, ‘이별이 떠났다’는 특히 출산의 고통을 표현해야 되니까 땀범벅에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았다. 그런데 김만태 카메라 감독님이 그 와중에 예쁘게 잡아주시려고 애를 써주셨다. 정말 너무 감사했다.
10. 좋아하는 드라마처럼 차기작은 스릴러나 액션을 하고 싶은가?
조보아: 스릴러도 내가 관심이 있는 만큼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20부 내내 많이 울었으니까 발랄한 밝은 캐릭터로 나를 업시키고 싶다.
10.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채시라, 양희경 등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했다. 소감이 어떤가?
조보아: 정말 너무 다들 대단하셔서 할 말이 많다. 한번은 내가 누워 있고 양희경, 채시라 선배님이 앉아서 내 손을 꽉 잡아주는 장면이 있었다. ‘어, 두 선배님이 내 손을 이렇게 동시에 잡고 있어?’ 했다(웃음). 선배님으로서 존경과 배움도 많았지만, 그 장면에서는 정말 순수한 ‘팬심’이 컸다. 그리고 두 분을 보면서… 그 연륜과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음에도 굉장히 한 장면 한 장면을 진지하게 대하시는 모습들, 신인 배우들이 갖는 긴장감 못지않게 현장에서 열정을 갖는 모습들에 감격을 받았다. 지금 내가 선배님들에게 감동을 받는 것처럼, 나도 나중에 조금이라도 그런 선배가 될 수 있다면…
10.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조보아: ‘기억되고 싶은 배우’에 대한 대답은 조금 더 실력을 갖추고 나서 하고 싶다(웃음). 그 이전에 조보아라는 배우는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 ‘아, 저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 편안하고 몰입이 돼서 보기 좋다’는 인식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실제로 만난 그는 상대의 말에 집중하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정효와 닮았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듯한 크고 맑은 눈과 조곤조곤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2012년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데뷔한 뒤 드라마 ‘마의’와 ‘잉여공주’에 차례로 도전했지만 언제나 연기력 논란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부탁해요, 엄마’ 이후 점차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별이 떠났다’로는 배우로 한 걸음 더 성장했다.
10.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별이 떠났다’를 끝낸 소감은?
조보아: 뿌듯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매일같이 만나던 관계들이 끝이 났다는 게 아쉽다. 물론 인연은 계속 가겠지만, 이제 다시는 ‘이별이 떠났다’ 현장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채시라 선배님도 너무 보고 싶다. 집에서 쉬는 날이 하루라도 생기면 ‘빨리 촬영현장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즐거운 현장이었다.
10. 무직의 임신한 20대 미혼 여성을 연기했다. 선뜻 선택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조보아: ‘미혼모’ ‘임신’이라는 소재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정 하나 하나가 특이했다. 남자친구가 배신을 하고, 배신한 남자친구의 엄마네 집으로 가서 동거를 하려고 하고, 무작정 아이를 낳으려는 인물이 정효다. 초반에는 정효를 이해하려고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일단 촬영을 시작하니까 궁금증이 해소됐다. 현장에 나를 맡겼고, 그 사이에 이해되는 것들이 많아서 나도 놀랐다.
10. 어떤 장면에서 정효를 이해할 수 있게 됐나?
조보아: 극 초반 서영희(채시라)와 대립구조를 갖는 첫 대면 장면이 있었다. 정효가 서영희를 찾아가 인터폰으로 마주하는 장면인데, 너무 강렬했고,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정효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게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이후에는 같이 병원에 가서 초음파 사진으로 처음 아기를 만났다. 촬영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눈물이 났다. 가짜이긴 하지만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난 거다. 채시라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서, 그리고 정효를 연기하면서 준비하지도 않았던 감정 때문에 놀란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다.
조보아: 여기서도 공감요정인가(웃음). 나도 평소 공감을 많이 하려고 하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정효의 그런 점을 볼 때마다 안쓰러웠다. 내가 봤을 때도 정효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사실, 자기가 아프면서 상대방에게 ‘아프겠다’라고 말을 해야 하고, 상대방을 위로해주려고 되게 많은 말들을 해야 했다. 그럴 때 정효의 아픔이 느껴져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따뜻한 캐릭터였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희가 정효를 향해 ‘마음이 아프다. 니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 같아서’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적절한 것 같다.
10. 아빠 수철(정웅인) 캐릭터가 화제를 모았다. 딸의 생리 주기를 다 알고 생리대를 챙겨주는 아빠. 그런 아빠가 있으면 어떨 것 같은가?
조보아: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였다(웃음). 그래도 10대 때였으면 그런 아빠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부모님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라는 거니까. 그런데 성인이 됐으면 서로 예민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그래도 무뚝뚝한 아빠 보다는 그 정도로 친한 관계가 나은 것 같다.
10. 정효는 아이를 갖게 된 걸 알고 남자친구의 엄마에게로 간다. 특이한 설정인데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나?
조보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했다. 정효는 아빠한테 말을 하면 안되는 상황이었고, 주위에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여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궁지에 몰렸을 때 (선택했던 게) 배신한 남자친구의 엄마다. 그 사람밖에 나를 위해줄 수 없었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았다. 이해되기 힘든 상황일 수 있었지만, 채시라 선배가 많이 도와줬다.
10. 출산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조보아: 매 순간, 내가 임신을 겪어본 사람이 아니라서 걱정이 됐다. 살인자, 사이코패스. 이런 역할은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상상해서 채워넣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것은 정말 많은 여성들이 겪었던 것 아닌가. 그 점이 어려웠다. 입덧을 할 때도 내가 평소에 아파서 토할 때와는 다른 느낌일 거고, 배가 아플 때도 내가 평소에 느끼는 복통과는 또 다른 아픔일 거다. 채시라 선배님께서 임신을 해본 사람으로서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아기의 태동에 대한 반응과, 뱃속의 태아를 대하는 나의 몸짓 같은 것들. 이런 것들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조보아: 아. 너무 좋았다. 사실은 선배님이 인터뷰에 언급해주신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화보 촬영 차 외국에 나갔었는데, 외국에서 그 안 터지는 데이터로 선배님의 기사를 다 찾아읽었다. 그런데 기사에서 내 얘기를 해주실 때가 있더라. 너무 감동받아 당장 카톡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개인적으로는 응원과 격려차 그런 말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대하는 건, 선배님이 아마 큰 상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거다. 솔직히 욕심을 내보자면, 여자 둘이서 ‘워맨스’를 주제로 ‘베스트 커플상’을 타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상식 때 꼭 뵙고, 옆에 앉아서 선배님이 상을 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축하해드리고 싶다(웃음).
10. ‘이별이 떠났다’를 부모님도 보셨나?
조보아: 정말 다 보셨다. 원래 시나리오를 받으면 엄마랑 같이 보는 편이다. 그런데 엄마는 정효가 싫다고 하더라(웃음). 남자친구랑 덜컥 임신을 하는 설정, 무턱대고 낳겠다고 하는 설정에 딸 가진 엄마로서 다 이입을 하신 거다. 그런데 아버지는 드라마를 보면서 정효가 울 때 같이 눈물을 흘리더라. 어쩌면 부모님은 내 이전의 모습을 다 알기 때문에, 내 연기에 가장 몰입하기 힘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감동이었다. 평소에도 방송이 나오면 부모님께 가장 먼저 물어보는 편이다. ‘오늘 어땠어, 나 어땠어’라고(웃음).
10. ‘닥치고 꽃미남 밴드’ ‘마의’ ‘잉여공주’로 연기력 논란을 혹독하게 겪었다. 이번엔 제대로 호평을 받았다. 연기력 논란이 연기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조보아: 아직도 그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논란 당시는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좀 더 욕심을 갖고 연기에 진지하게 다가갈 수 있게됐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가 스물 한 살이었으니까 21년을 통틀어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을 거다. 그 이후로 무언가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이걸 통해서 좀 더 성장하겠지,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뭐라고 할까. 나중에 연기를 하게 되면 언젠가는 이 감정을 표현할 때가 올 것 같고, 그때 그 감정을 쓸 수 있는 작품을 맡는다면 누구보다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0. 언젠가부터 악플이 호평이 됐다. 그런 기점이 된 작품이 뭐였나?
조보아: 아직은 기점이 될 만한 작품이 있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천천히, 꾸준히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실함 빼고는 시체더라. 노력을 안하면 안된다. 노력과 성실함만 꾸준히 가져간다면 나중에는 호평만 가득한 작품을 갖을 수 있지 않을까(웃음).
10.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는? 추천하고 싶은 미드라든지.
조보아: 미드를 진짜 좋아한다. 요즘 완전히 꽂힌 건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이하 ‘오뉴블’)이다. 시즌7이 이번에 새로 나왔다. 굉장히 자극적이기는 한데 너무 재밌어가지고, 꽂혀가지고 넷플릭스에서 다 찾아보고 있다.
10. ‘이별이 떠났다’도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오뉴블’도 그렇다.
조보아: 생각해보니 그렇네(웃음). 딱히 의도하고 본 건 아닌데, 아마 나도 여자니까 여자들의 이야기에 더 이입이 되는 것 같다. ‘오뉴블’ 말고도 ‘더 헌더레드’도 보고 있다. 지구가 종말을 해서 사람들이 인공 위성 하나에 체류하며 벌어지는 내용인데, 정말 재밌다.
10. 드라마에서 주로 맡는 ‘예쁜 딸’ ‘예쁜 주인공’ 역과 달리 거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조보아: 스릴러를 좋아해서 다 찾아보는 편이다. 너무 다 봐서 이제는 볼 게 없을 정도다(웃음). 연기는 어쩌다 보니까 캐스팅을 해주시는 역할이 그렇게 된 거 아닐까(웃음). 이번에 정효 역할을 하면서 너무 좋았던 게, 화장도 진짜 연하게 하고 입술도 다 죽이고 촬영했다. 땀 범벅이 돼서 펑퍼짐한 병원복을 입고 있었는데 연기는 어렵지만 몸은 세상 편했다(웃음). 참, ‘이별이 떠났다’는 특히 출산의 고통을 표현해야 되니까 땀범벅에 자연스러운 모습이 많았다. 그런데 김만태 카메라 감독님이 그 와중에 예쁘게 잡아주시려고 애를 써주셨다. 정말 너무 감사했다.
10. 좋아하는 드라마처럼 차기작은 스릴러나 액션을 하고 싶은가?
조보아: 스릴러도 내가 관심이 있는 만큼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웃음). 그런데 지금은 20부 내내 많이 울었으니까 발랄한 밝은 캐릭터로 나를 업시키고 싶다.
조보아: 정말 너무 다들 대단하셔서 할 말이 많다. 한번은 내가 누워 있고 양희경, 채시라 선배님이 앉아서 내 손을 꽉 잡아주는 장면이 있었다. ‘어, 두 선배님이 내 손을 이렇게 동시에 잡고 있어?’ 했다(웃음). 선배님으로서 존경과 배움도 많았지만, 그 장면에서는 정말 순수한 ‘팬심’이 컸다. 그리고 두 분을 보면서… 그 연륜과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음에도 굉장히 한 장면 한 장면을 진지하게 대하시는 모습들, 신인 배우들이 갖는 긴장감 못지않게 현장에서 열정을 갖는 모습들에 감격을 받았다. 지금 내가 선배님들에게 감동을 받는 것처럼, 나도 나중에 조금이라도 그런 선배가 될 수 있다면…
10.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조보아: ‘기억되고 싶은 배우’에 대한 대답은 조금 더 실력을 갖추고 나서 하고 싶다(웃음). 그 이전에 조보아라는 배우는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 ‘아, 저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 편안하고 몰입이 돼서 보기 좋다’는 인식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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