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은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에서 싱글맘 황정남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12년 차인데도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여운 매력으로 인기를 모으며 ‘뽀블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박보영에겐 그런 이미지가 벗어야 할 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박보영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놓으면서도 해맑은 미소는 잃지 않았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운명적 사랑을 믿는 여자 승희를 연기한 박보영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올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로맨스 영화다. 기존 로맨스물과 다른 점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첫사랑 이야기라는 점이다.
10. 현실적이라서 몰입이 더 잘 됐을 것 같은데.
고궁으로 데이트를 간 승희와 우연이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승희는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우연은 신발을 털며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그래서 싸움이 시작되고…영화에는 삭제됐지만 원래 계단에 앉아서 두 사람이 더 싸운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진짜 화가 나서 대사도 계속 틀렸다. 촬영이 끝나고 (김)영광 오빠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그런 장면들이 영화 같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10. 극 중 우연은 10년이 넘게 승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에 비하면 승희는 이기적이지 않나?
대본을 처음 봤을 때에는 승희가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쁜 애를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싶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승희의 나쁜 면모를 잘 살리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승희 입장이 돼서 대본을 곱씹으니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보였다.
10. 승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솔직하고 당당해서 멋있었다. 사랑을 할 때는 물론이고 어떤 선택을 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평소 나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 승희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었다.
10. 승희처럼 3초 만에 반하는 운명적 사랑을 믿나?
운명적 사랑을 꿈꿨지만 한 번도 첫눈에 반한 적은 없다. 호감 가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술에 취했을 때는 어떤지 관찰한다. 주사가 있으면 환상이 와장창 무너진다. 그런데 신중히 관찰해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인 것 같다.(웃음)
10. 이상형은?
관심사가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좋다. 연애했던 상대들은 나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했고 내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10. 결혼은 언제쯤 하고 싶나?
빨리 하고 싶은 생각은 확고히 없고 해도 늦게 할 것 같다. 내가 과연 오랜 시간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결혼이 좋다고 느끼게 하는 내 주변의 부부는 딱 두 커플뿐이다. 한 커플은 우리 언니와 형부다. 저 정도라면 결혼해도 좋을 것 같다.
10. 승희와 실제로 비슷한 나이다. 어떤 장면이 가장 공감됐나?
우연에게 ‘나는 네가 그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못 잊는다’며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다. ‘그래 이거야’라며 공감했다. (극 중 우연은 친구에게 승희 때문에 취직을 못한 것 같다고 말하는데, 승희가 그 말을 듣게 된다.) 생각은 해도 되는데 내뱉지는 말아야 했다. 아니면 승희가 아예 들을 수 없는 곳에 가서 말해야 했다. 남자들은 ‘그게 왜?’라고 하더라. 사랑에 대한 남녀의 시각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10.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던가?
여자들은 지나고 나면 ‘내가 쟤를 왜 좋아했지?’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에게는 마지막 사랑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이 제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남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첫사랑의 방이 있더라.
10. 그런 시각 차이로 인해 촬영하면서 의견 충돌은 없었나?
몇 번이나 촬영을 중단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웃음) 감독님에게 “승희가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남자 스태프들은 내 말을 이해 못 했는데, 여자 스태프인 스크립터와 조감독님은 항상 내 편이 돼 주셨다. 촬영할 때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감독님과 긴 대화를 나누는 나를 다른 스태프들이 많이 배려해 줬다.
10. 고등학생 연기도 직접 했다. 전혀 어색하지 않던데.
교복 입고 촬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어려보일까 고민했다. 이제는 내가 봐도 (고등학생 연기는) 무리인 것 같다.(웃음)
10.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을 계속 해오고 있는데, 기존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지 않나?
나름대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다면 큰일이다.(웃음)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이 내게 원하는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주려고 한다. 대신 영화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는 편이다. 내 기준에서는 승희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승희는 힘든 가정사를 겪었고 백마 탄 왕자님만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할 말은 하고 똑 부러진다.
10.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강점일 수도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꼭 깰 필요가 있을까?
과도기를 겪고 있다. 주위에서도 “그냥 너, 잘하는 거 해.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건 네가 잘한다는 뜻이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조언해 주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나한테 까칠하고 이상한 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요즘 “시골 내려가서 농사 지을까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항상 평가가 좋을 수는 없지만 ‘과속스캔들’부터 지금까지 똑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치열한데 그런 평가를 들으면 자괴감도 들고 허무하기도 하다. 사랑스러움에 새로운 모습을 씌워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 지금은 그 정도로 위안을 얻어야 할 것 같다.
10. 영화처럼 첫사랑이 다시 찾아와서 만나자고 한다면?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면 만날 수 있겠지만 헤어졌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준다고 하는 건 실제로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웃음)
10. 첫사랑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다면 어떻겠나?
거창한 수식어를 바라진 않는다. 지금은 기본만큼은 잘해내는 게 목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10. 올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로맨스 영화다. 기존 로맨스물과 다른 점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첫사랑 이야기라는 점이다.
10. 현실적이라서 몰입이 더 잘 됐을 것 같은데.
고궁으로 데이트를 간 승희와 우연이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승희는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우연은 신발을 털며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그래서 싸움이 시작되고…영화에는 삭제됐지만 원래 계단에 앉아서 두 사람이 더 싸운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진짜 화가 나서 대사도 계속 틀렸다. 촬영이 끝나고 (김)영광 오빠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그런 장면들이 영화 같지 않아서 정말 좋았다.
10. 극 중 우연은 10년이 넘게 승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에 비하면 승희는 이기적이지 않나?
대본을 처음 봤을 때에는 승희가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쁜 애를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싶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승희의 나쁜 면모를 잘 살리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승희 입장이 돼서 대본을 곱씹으니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보였다.
10. 승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솔직하고 당당해서 멋있었다. 사랑을 할 때는 물론이고 어떤 선택을 할 때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평소 나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 승희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었다.
운명적 사랑을 꿈꿨지만 한 번도 첫눈에 반한 적은 없다. 호감 가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스타일이다.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술에 취했을 때는 어떤지 관찰한다. 주사가 있으면 환상이 와장창 무너진다. 그런데 신중히 관찰해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인 것 같다.(웃음)
10. 이상형은?
관심사가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좋다. 연애했던 상대들은 나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했고 내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10. 결혼은 언제쯤 하고 싶나?
빨리 하고 싶은 생각은 확고히 없고 해도 늦게 할 것 같다. 내가 과연 오랜 시간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결혼이 좋다고 느끼게 하는 내 주변의 부부는 딱 두 커플뿐이다. 한 커플은 우리 언니와 형부다. 저 정도라면 결혼해도 좋을 것 같다.
10. 승희와 실제로 비슷한 나이다. 어떤 장면이 가장 공감됐나?
우연에게 ‘나는 네가 그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못 잊는다’며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이다. ‘그래 이거야’라며 공감했다. (극 중 우연은 친구에게 승희 때문에 취직을 못한 것 같다고 말하는데, 승희가 그 말을 듣게 된다.) 생각은 해도 되는데 내뱉지는 말아야 했다. 아니면 승희가 아예 들을 수 없는 곳에 가서 말해야 했다. 남자들은 ‘그게 왜?’라고 하더라. 사랑에 대한 남녀의 시각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10.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던가?
여자들은 지나고 나면 ‘내가 쟤를 왜 좋아했지?’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에게는 마지막 사랑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만나는 사람이 제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남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첫사랑의 방이 있더라.
10. 그런 시각 차이로 인해 촬영하면서 의견 충돌은 없었나?
몇 번이나 촬영을 중단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웃음) 감독님에게 “승희가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남자 스태프들은 내 말을 이해 못 했는데, 여자 스태프인 스크립터와 조감독님은 항상 내 편이 돼 주셨다. 촬영할 때 날씨가 많이 추웠는데, 감독님과 긴 대화를 나누는 나를 다른 스태프들이 많이 배려해 줬다.
교복 입고 촬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어려보일까 고민했다. 이제는 내가 봐도 (고등학생 연기는) 무리인 것 같다.(웃음)
10.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을 계속 해오고 있는데, 기존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지 않나?
나름대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다면 큰일이다.(웃음)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이 내게 원하는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주려고 한다. 대신 영화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는 편이다. 내 기준에서는 승희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승희는 힘든 가정사를 겪었고 백마 탄 왕자님만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할 말은 하고 똑 부러진다.
10.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강점일 수도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꼭 깰 필요가 있을까?
과도기를 겪고 있다. 주위에서도 “그냥 너, 잘하는 거 해.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건 네가 잘한다는 뜻이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조언해 주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나한테 까칠하고 이상한 면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요즘 “시골 내려가서 농사 지을까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항상 평가가 좋을 수는 없지만 ‘과속스캔들’부터 지금까지 똑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치열한데 그런 평가를 들으면 자괴감도 들고 허무하기도 하다. 사랑스러움에 새로운 모습을 씌워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 지금은 그 정도로 위안을 얻어야 할 것 같다.
10. 영화처럼 첫사랑이 다시 찾아와서 만나자고 한다면?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면 만날 수 있겠지만 헤어졌다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준다고 하는 건 실제로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웃음)
10. 첫사랑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다면 어떻겠나?
거창한 수식어를 바라진 않는다. 지금은 기본만큼은 잘해내는 게 목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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