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영화감독 이송희일 / 사진제공=텐아시아DB
영화감독 이송희일 / 사진제공=텐아시아DB
영화감독 이송희일이 제 23회 인디포럼 영화제 개막식 뒤풀이에서 동성의 영화감독 A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인디포럼 측은 지난 8일 대책위원회를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섰다.

A 감독은 지난 10일 독립영화당 SNS 페이지에 이송희일 감독에게서 성적 추행과 성적 대상화에 시달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폭로했다. A 감독에 따르면, 이송희일 감독은 그와 또 다른 프로듀서에게 “난 너희 같은 마초 스타일이 좋다”, “맛있어 보인다”고 해 성적 수치심을 안겼다.

A 감독은 인디포럼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이송희일 감독 및 동석자들의 사과와 인디포럼의 성명 발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내부 직원에 의해 이송희일 감독에게 성추행 신고 사실이 알려지며 피해가 더욱 커졌다. A 감독은 이송희일 감독이 자신에게 연락해 “두 분이 게이라고 생각하고 농담을 한다는 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며 사과했다.

이에 인디포럼 작가회의는 12일 공식 입장을 내서 최초 신고를 1차 사건으로, 신고 유출 및 이송희일 감독의 연락 사건을 2차 사건으로 파악해 따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디포럼 작가회의는 “사건 접수 사실이 내부 유출되고 사건 접수 이후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한 것에 대해 대책위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 인한 신고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신고인에게 깊은 사과를 전한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인 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으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공식입장 전문이다.

인디포럼작가회의는 6월 7일 개막 파티 이후인 6월 8일 새벽 성평등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한 성폭력,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였고, 당일 이를 인지했습니다. 인디포럼작가회의 성평등위원회는 6월 8일 사건 조사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했고 사건 신고인을 1차 면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신고인은 사건 신고 의사를 밝혔고 대책위는 사건을 접수, 사건 조사 절차 및 신고인의 권리를 고지했습니다. 신고인은 1차 면담에서 영화제 기간 내에 사건의 피신고인 및 사건 발생 현장의 동석인들의 실명 공개와 공개적인 사과, 인디포럼작가회의의 공개적인 사과 성명을 요청했습니다.

1차 면담이 끝나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대책위가 피신고인에게 사건 관련 고지를 하기도 전에 사건이 접수된 사실이 인디포럼작가회의 내부에 의해 피신고인에게 유출된 정황과 피신고인이 독자적으로 신고인에게 개별 연락을 시도한 점을 파악했습니다. 대책위는 피신고인이 영화 스탭 구인 사이트를 통해 신고인과 연락이 닿았음을 확인했습니다.

대책위는 피신고인에게 사건 접수 사실을 고지하였고,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지 말 것과 접촉 금지를 통보하며 사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대책위는 최초로 접수된 사건을 1차 사건으로, 이후 사건 접수 내부 유출 및 피신고인의 전화 연락 사건을 별건으로 처리, 2차 사건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서도 따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신고인의 요청사항이었던 ‘영화제 기간 내 사건 종결’이 내규에 따른 사건 처리 절차를 고려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신고인에게 이에 대한 양해와 설명을 하고자 6월 9일 2차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대책위는 신고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최대한 빠르게 사건을 조사할 것임을 밝히고, 조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사건 접수 사실이 내부 유출되고, 사건 접수 이후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한 것에 대해 대책위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신고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신고인에게 깊은 사과를 전하는 바입니다. 대책위는 책임 있는 자세로 해당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추후 그 경과를 성실히 보고하겠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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