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월간 신곡 발표 프로젝트인 ‘이든 스타더스트’를 시작한 가수 겸 프로듀서 이든.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월간 신곡 발표 프로젝트인 ‘이든 스타더스트’를 시작한 가수 겸 프로듀서 이든.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이든은 가수이자 프로듀서다. 그룹 비투비의 ‘그리워하다’ ‘기도’ ‘여기 있을게’ ‘말만 해’, 여자친구의 ‘네버랜드(Neverland)’ 등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지난해 2월에는 싱글 ‘어반 힘스(Urban Hyms)’를 내고 가수로도 데뷔했다. “해방감이요? 당연히 있었죠.” 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속에 있지만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얘기들”을 음반 안에 담아내며 느낀 후련함이다.

지난 14일 시작한 ‘이든 스타더스트(EDEN STARDUST)’ 프로젝트는 그의 새로운 도전이다. 이든은 이날 발표한 ‘레이지 러브(LAZY LOVE)’를 시작으로 매달 신곡을 내놓는다. 미리 만들어둔 노래 따위, 없다. 잔반 처리 같은 느낌으로 노래를 발표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이든은 “오래 붙들고 있기보다는 최대한 산뜻한 기분으로 작업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

“데드라인 때문에 초조하지 않느냐고요? 조금은 그래요.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짬밥’이 차서 ‘큰일이다. 어떡하지?’라는 쪽은 아니에요. 약간의 초조함이 굉장한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웃음) 자신에 대한 믿음이랄까요. ‘어떻게든 해내겠지’라는 생각이 있어요. 부디 그 생각이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네요. 하하.”

이든은 신곡 ‘레이지 러브’로 윤하에게서 섹시함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이든은 신곡 ‘레이지 러브’로 윤하에게서 섹시함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했다.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레이지 러브’는 어른들의 사랑을 그린다. 이든과는 데뷔 초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가수 윤하가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두 사람은 일요일 오후 4시, 햇빛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늘어져 있는 연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사를 썼다. 노래를 발표하기 전 이든은 가사 때문에 ‘19금’ 판정을 받지 않을까 잠시 걱정하기도 했다.

녹음은 산뜻하게 끝났다. 이든이 의도한 대로다. 그는 “윤하는 나의 판단을 믿어주는 친구”라고 했다. “큰 문제도 없었고 아쉬운 점도 없었다. 아쉽더라도, 인간적인 면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음반을 내기 전 미리 결과물을 들려줄 만큼 친하다.

“윤하에겐 바른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윤하가 섹시해졌으면 좋겠거든요, 이제 그 친구도 30대인데(웃음)…. 그리고 예를 들어서 빨간 포장지에 빨간 사과를 담으면 눈에 잘 안 들어오잖아요. 제가 준비한 빨간 포장지에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고민하다가 윤하가 떠올랐어요.”

이든은 다양한 가수들과 작업하고 싶어 한다. 그는 아티스트에게서 의외의 면을 끌어내는 걸 좋아한다. 러브콜을 보내고 싶은 가수가 있느냐고 하자 “가요계 전체에게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극도의 여성스러움과 극도의 남성스러움을 모두 가진 까닭에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에서다.

“제 음악을 쓰는 것과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쓰는 과정은 완전히 달라요. 곡을 의뢰받을 때는 상대의 이미지나 콘셉트를 확인하고 참고 자료도 확인하는데, 제 음악을 쓸 땐 그런 과정이 없죠. ‘이든 스타더스트’는 둘 사이에 있는 프로젝트에요. 여흥이랄까요. 예를 들어 마블의 아이언맨과 디씨의 배트맨이 한 영화에 출연하면 얼마나 재밌겠어요. 이 프로젝트가 제게도 재밌는 에너지를 가져다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위해 광합성을 즐긴다는 이든.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행복을 위해 광합성을 즐긴다는 이든.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이든의 생활을 여느 음악가들과 달리 꽤나 규칙적인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 작업실로 출근한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음악도 잘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회사원처럼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이든은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을 구분하기가 힘든 편”이라면서 “평소에도 작업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뭔가가 머릿속에서 계속 굴러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데뷔 싱글에서 알엔비와 힙합에 바탕을 둔 음악을 들려줬지만 이든은 사실 ‘록 키드’다. 특히 영국 음악을 좋아한다. 그는 “브리티쉬 팝의 묘미는 극한의 단순함인데 나도 그런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의 음악을 한 가지 장르로 설명하긴 어렵다고 한다. 록이 유행하던 기성세대와 EDM으로 대표되는 신진 세대 사이에서 자란 그는 “덕분에 이것 저것해도 기본은 한다. 정통 발라드도 쓸 줄 알고 미디엄 템포도 쓸 수 있다”며 웃었다.

“어린 나이에 입봉을 한 편이에요. 요즘에야 어린 친구들도 작곡을 많이 하지만 당시에 전 (작곡가들 사이에서) 가장 막내였어요. 강성하신 분들 사이에서 자란 셈이죠.(웃음) 요즘은 음악시장의 흐름이나 시스템이 엄청나게 빨리 바뀌잖아요.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갈 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에 따른 고민도 많고요.”

이든은 지금 ‘내가 원하던 나’를 찾아 나아가고 있다.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이든은 지금 ‘내가 원하던 나’를 찾아 나아가고 있다. / 사진제공=KQ엔터테인먼트
가수로 데뷔하던 당시 이든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그 즈음 이든의 인생은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지겹더라고요. 김용환(이든 본명)으로 살기가.” 이든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고 싶었고 지금도 그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가수가 되기로 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그는 지금도 궁금해 한다. 스물일곱 살 때까지의 김용환이 진짜 자신인지, 혹은 이든으로 살고 있는 지금이 진짜 자신인지.

“스물일곱 살이 되기 전까진 많이 억누르면서 살았어요. 워낙 오랫동안 주변인으로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가수를) 해보니까 잘 맞는 것 같아요. 사실 데뷔하고 나서 몇 달간은 가수 이든을 못 받아들였어요. 힘들었죠. 나를 보러 온 관객이 아닌데, 그들 앞에서 그들이 모르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프로듀서로서 경력과 가수로서의 경력 사이에 괴리를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까 확실히 편하더라고요.”

이든에게 음악은 하나의 ‘직업’이다.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지만 일이 삶을 잡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나를 표현하는 음악인데 내가 무너지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래서 ‘균형’이 중요하다. 인간 김용환과 가수 이든 사이의 균형, 작곡가와 가수 사이의 균형, 기쁨과 슬픔의 균형. 그는 말미에 “칼로리의 균형(도 중요하다)”이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이든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균형이 맞는지,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어느 정도 알게 됐다.

“멋진 음악은 초연함에서 나온다고 봐요.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여서 나오는 우울함이나 분열, 그것에 바탕을 둔 음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죠. 누군가 ‘넌 그러지 않기 때문에 진짜 음악을 만들지 못해’라고 한다면 ‘그럼 나 음악 안 해’라고 할 거예요. 즐거워야죠. 그리고 음악과 저 사이에 있는 연결고리를 가장 짧게 만드는 거예요. 음악이 허구화되거나 콘셉추얼해지는 과정을 줄이려고 해요. 있는 그대로 툭, 나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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