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얼마 전에 집 보일러가 고장났거든요. 자고 일어났는데 으슬으슬 춥더니 감기에 걸렸어요.” 배우 이태환은 코가 막힌 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발음이 뭉개져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천만의 말씀. 코맹맹이 소리로 수다를 늘어놓는 이태환에게서 20대 청년다운 해맑음과 명랑함이 솟아나왔다.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마친 이태환을 만났다.
이태환은 최근 시청률 대박을 낸 ‘황금빛 내 인생’ 포상 휴가로 괌에 다녀왔다. 괌은 천국이었다고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배우들과 어울려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은 건 스카이다이빙.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놀랍고도 새로웠단다.
“죽기 전에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하잖아요. 저도 떨어지는 순간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보잘 것 없이 느껴졌어요. ‘난 뭘 하면서 살았지?’에서 시작해 ‘그동안 생각만 했던 것들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까지 했어요.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실제로는 1분 남짓이라는데 체감상 5분에서 10분 정도는 흐른 것 같았습니다. 하하.”
‘황금빛 내 인생’에서 이태환은 서지안(신혜선)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서지수(서은수)의 연인 선우혁을 연기했다. 이들의 관계는 얄궂다. 지수는 오랜 시간 혁을 짝사랑해왔지만 정작 혁은 지수의 쌍둥이 언니 지안만을 바라본다. 지안이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혁이 지수를 향한 마음을 깨닫는 건 드라마 중반부가 훨씬 지나고 나서부터다. 이태환은 “나도 선우혁이 누구와 연결될지 몰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지안이와 지수, 누구에게도 치우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외줄 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감독님이 ‘(선우혁의 감정을) 모르겠으면 모르는 대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혁이 또한 자기 마음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라면서요. 얘기를 듣고 나니 제가 너무 앞서 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너무 많이 알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 이후로는 어느 정도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김 양식장에서 일하던 서지안을 찾아내 그를 위로하고 설득했던 에피소드는 이태환에게 특별하다.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현장에서 아무 말도 안 들렸다. 심지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그를 잡아준 건 작품을 연출한 김형석 감독과 동료 배우들이었다. 김 감독은 이태환에게 끊임없이 혁의 상태를 설명해줬고 신혜선은 지안의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말해줬다. 이태환은 “내겐 숨 막히는 에피소드였다”며 “촬영을 마치고 나서 한 단계 성숙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번듯한 사업가에 쉽게 이성을 잃지 않는 성격. 지안과 지수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나 나타나 도움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 선우혁은 완벽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선우혁과 교감했던 이태환은 그에게서 어떤 결핍을 발견했다.
“혁이는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찍부터 가장이 됐어요. 궂은 일을 하며 자수성가했죠. 이성적이고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인데, 저는 그게 환경 때문에 만들어진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혁이가 개인적인 욕구를 참느라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수는 자유분방하고 솔직하잖아요. 혁이의 작은 행동이나 말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고요. 그런 지수와 만나면서 혁이도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왜 외로웠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가면서요.”
이태환은 여러 면에서 선우혁과 비슷하다.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 철이 일찍 들었다는 점이나 감정보다 이성이 앞선다는 점이 닮았다. 16세 때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태환은 매니저도 없이 혼자 서울 청담동의 빌딩숲을 헤매고 다녔다. 어깨너머로 운동법을 배워 몸을 만들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생활을 해서 일찍 철들었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는 이태환은 “그런데 요즘은 실제 내 나이보다 높은 연령대의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더욱 성숙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이태환은 “여행 가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괌에서의 기억이 꽤나 강렬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만나는 기자들에게 ‘스카이다이빙을 꼭 해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는 제보가 속속 들려왔다. 기회가 된다면 스카이다이빙 자격증까지 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나를 믿어야 뛰어내릴 수 있다. 내게 용기를 주입시키고 자신감을 얻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스카이다이빙이 그의 야성을 깨우는 계기가 됐을 지도 모르겠다.
“연기력이 많이 는 것 같으냐고요? 그건 당연히! …모르겠어요. 하하하. 자신감이 완전히 채워지지는 않았어요. ‘내가 발전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를 믿고 감독님과 동료· 선후배 배우들을 믿으며 열심히 연기할 생각입니다. 저는 연기를 평생 동안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 말을 늘 새겨요. ‘느려도 괜찮아. 멈추지만 않으면 돼.’”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이태환은 최근 시청률 대박을 낸 ‘황금빛 내 인생’ 포상 휴가로 괌에 다녀왔다. 괌은 천국이었다고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배우들과 어울려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은 건 스카이다이빙.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놀랍고도 새로웠단다.
“죽기 전에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하잖아요. 저도 떨어지는 순간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보잘 것 없이 느껴졌어요. ‘난 뭘 하면서 살았지?’에서 시작해 ‘그동안 생각만 했던 것들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까지 했어요.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실제로는 1분 남짓이라는데 체감상 5분에서 10분 정도는 흐른 것 같았습니다. 하하.”
‘황금빛 내 인생’에서 이태환은 서지안(신혜선)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서지수(서은수)의 연인 선우혁을 연기했다. 이들의 관계는 얄궂다. 지수는 오랜 시간 혁을 짝사랑해왔지만 정작 혁은 지수의 쌍둥이 언니 지안만을 바라본다. 지안이 첫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혁이 지수를 향한 마음을 깨닫는 건 드라마 중반부가 훨씬 지나고 나서부터다. 이태환은 “나도 선우혁이 누구와 연결될지 몰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지안이와 지수, 누구에게도 치우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외줄 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감독님이 ‘(선우혁의 감정을) 모르겠으면 모르는 대로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혁이 또한 자기 마음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라면서요. 얘기를 듣고 나니 제가 너무 앞서 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너무 많이 알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 이후로는 어느 정도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번듯한 사업가에 쉽게 이성을 잃지 않는 성격. 지안과 지수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나 나타나 도움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 선우혁은 완벽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선우혁과 교감했던 이태환은 그에게서 어떤 결핍을 발견했다.
“혁이는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일찍부터 가장이 됐어요. 궂은 일을 하며 자수성가했죠. 이성적이고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인데, 저는 그게 환경 때문에 만들어진 성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혁이가 개인적인 욕구를 참느라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수는 자유분방하고 솔직하잖아요. 혁이의 작은 행동이나 말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고요. 그런 지수와 만나면서 혁이도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왜 외로웠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가면서요.”
인터뷰 내내 이태환은 “여행 가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괌에서의 기억이 꽤나 강렬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만나는 기자들에게 ‘스카이다이빙을 꼭 해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는 제보가 속속 들려왔다. 기회가 된다면 스카이다이빙 자격증까지 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나를 믿어야 뛰어내릴 수 있다. 내게 용기를 주입시키고 자신감을 얻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스카이다이빙이 그의 야성을 깨우는 계기가 됐을 지도 모르겠다.
“연기력이 많이 는 것 같으냐고요? 그건 당연히! …모르겠어요. 하하하. 자신감이 완전히 채워지지는 않았어요. ‘내가 발전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를 믿고 감독님과 동료· 선후배 배우들을 믿으며 열심히 연기할 생각입니다. 저는 연기를 평생 동안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 말을 늘 새겨요. ‘느려도 괜찮아. 멈추지만 않으면 돼.’”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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