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CJ문화재단 공연 부문 총괄 신미영 과장 / 사진제공=CJ문화재단
CJ문화재단 공연 부문 총괄 신미영 과장 / 사진제공=CJ문화재단
‘당신의 꿈을 믿습니다.’ 2006년 설립된 CJ문화재단이 앞세운 표어다.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CJ그룹이 만든 이 재단의 목적은 음악과 영화, 공연 분야의 젊은 창작자를 발굴해 더 넓은 무대에서 빛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음악을 ‘튠 업(TUNE UP)’, 공연을 ‘스테이지 업(STAGE UP)’, 영화를 ‘스토리 업(STORY UP)’으로 나눠 창작자들을 돕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테이지 업’은 창작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공연 부문의 지원 사업이다.

2010년부터 해마다 공모전을 통해 창작자와 작품을 찾아내 워크숍, 공간 지원, 본 공연까지 단계별로 지원했다. 현재까지 총 56개의 작품을 선정했고, 이 중에서 14개의 작품은 상업 공연화됐다. 올해는 공연 창작자 지원 사업을 강화해 처음으로 뮤지컬 제작지원을 도입했다. 지난 3월 첫 제작지원 창작 뮤지컬 ‘판'(연출 변정주)을 무대에 올리며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스테이지 업’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신미영 CJ문화재단 과장을 만나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0. ‘스테이지 업’이란 뭔가요?
신미영 : 크게 뮤지컬 공모사업과 공간 지원 공모사업으로 나눌 수 있어요. 뮤지컬 공모사업은 작가, 작곡가 등 젊은 신인 창작자들이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창작 뮤지컬을 기획,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우수 창작 작품을 리딩 공연(정식 공연을 앞두고 작품의 대본을 읽는 형식의 공연)으로 소개합니다. 올해부터는 지원내용을 강화해 우수 작품의 경우, 본 공연까지도 제작 지원을 하고 있어요. ‘판’이 그 첫 사례죠. 공간 지원 공모사업은 창작자, 소규모 창작 단체들이 더 활발하게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공연장과 음향, 조명 시설, 소정의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는 거예요. 개인뿐만 아니라 공연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6년부터 시작했습니다. CJ문화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은 2016년에 공연 전용 공간으로 CJ아지트 대학로를 새로 개관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10. 공연의 기획·개발 단계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신미영 : 공모 형태로 진행됩니다. 매년 사업의 방향이나 규모 등을 정하고 심사위원 섭외까지 완료한 뒤 홈페이지, SNS 등을 활용해 지원자들에게 공모 진행 사실을 알리죠. 일단 공모를 시작해 창작자들이 1차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형태로 작품을 응모하면 서류 심사를 통해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선정해요. 연출가나 음악감독, 작가 등 전문가 멘토와 작품을 개발하고, 2차 심사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리딩 공연에 올라갈 작품이 정해지는 거죠. 올해의 경우 6개의 작품이 1차 심사에 통과했는데 그 중 ‘붉은 정원’ ‘송 오브 더 다크(Song of the Dark)’ ‘미스 대디’ 등 총 3개 작품이 11월과 12월 두 번씩의 리딩 공연을 했습니다.

10. 리딩 공연으로 향후 행보가 결정되니,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신미영 : 리딩 공연을 할 작품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더 바빠져요. 연출, 음악감독, 반주자, 예술감독을 섭외하고 리딩 공연 당일까지 작품을 계속 개발하죠. 배우 캐스팅과 공연 연습, 무대 디자인도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다행히 CJ아지트 대학로 공연장에 연습 공간이 있어요. 덕분에 업무 효율성과 공연 준비의 완성도가 높아졌죠. 마지막으로 공연을 홍보하고 CJ문화재단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 기능을 살피고, 당일 공연을 마치면 대략의 과정은 끝이 납니다. 음악, 영화, 공연 등 사업별로 중간관리자급 담당자 한 명이 실무 전반을 책임져요. 물론 사업 계획, 기획 부분은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으고 홍보와 공연 준비, 실제 공연 진행 등은 단계별로 전문 대행사가 같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더 다양한 공연을 기획,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는 신미영 과장 / 사진제공=CJ문화재단
“더 다양한 공연을 기획,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는 신미영 과장 / 사진제공=CJ문화재단
◆ ‘붉은 정원’ ‘송 오브 더 다크’ ‘미스 대디’

올해 ‘스테이지 업’이 선택한 리딩 공연 작품은 ‘붉은 정원’ ‘송 오브 더 다크’ ‘미스 대디’ 등이다. ‘붉은 정원’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각색한 작품으로, 첫사랑의 마력을 보여준다. ‘송 오브 더 다크’는 1968년 유럽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소녀 니나의 이야기다. ‘미스 대디’는 유일한 신인 부문 선정작으로 밴드 음악과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았다.

10. 다양한 작품을 지원했는데, 상업공연이 되는 기준과 조건이 있습니까?
신미영 : 지원작품의 선정 기준은 결국 이야기의 힘입니다. ‘얼마나 참신한가?’ ‘흡입력이 있는가?’ ‘끝까지 관객들을 궁금하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가?’ ‘발전 가능성’ 등을 보죠. 실제 무대에서 구현 가능한지도 중요하게 따집니다. 창작자가 생각하는 작품의 규모와 실제 공연을 올릴 때의 예산 차이가 크면 곤란해요. 소극작용이라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2000석 이상 되는 극장에나 적용 가능한 무대 디자인, 혹은 그래야 작품의 맛이 사는 구성이라면 최종적으로 상업공연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규모가 커도 재치 있는 설정과 무대 장치로 처리할 수 있다면, 그걸 시나리오 구상 단계부터 고려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선정 가능성은 높아지겠죠.

10. 올해의 리딩 공연은 저마다 색깔이 뚜렷했습니다.
신미영 : ‘붉은 정원’ ‘송 오브 더 다크’ ‘미스 대디’는 이야기의 힘과 실현 가능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입니다. 이야기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더 재미있죠. ‘붉은 정원’은 등장인물이 많지 않음에도 1시간 이상의 러닝타임 동안 집중을 잃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았어요. ‘송 오브 더 다크’는 헬렌켈러의 이야기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 감동을 줬죠. 자칫 어두울 수 있는 결말이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해요. ‘미스 대디’는 세 작품 중 유일하게 신인 공모 부문에 선정된 작품이어서 주목할만하죠.

지난 3월 초연한 창작 뮤지컬 ‘판’의 주역들 / 사진제공=CJ문화재단
지난 3월 초연한 창작 뮤지컬 ‘판’의 주역들 / 사진제공=CJ문화재단
◆ 첫 제작지원, ‘판’

‘판’은 2015년 11월 ‘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선정된 뒤 전문가 멘토링 등 작품개발 과정을 거쳐 2016년 6월 리딩 공연으로 발표했다. 당시 탄탄한 구성과 풍자·해학이 주는 시원한 웃음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CJ문화재단이 공연 창작자 지원 사업을 강화하며 올해 첫 도입한 뮤지컬 제작지원 작품으로 결정됐다.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은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15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했다.

10. 상업공연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쉬운 작품은 없습니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요?
신미영 : 모두 좋은 작품이어서 한 가지를 꼽기가 어렵네요.(웃음) 상업화 되지 않은 모든 작품이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부터 창작 작품을 지원해 리딩 공연으로 관객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소개된 작품이 36편 있는데, 2016년 말 기준으로 총 11편이 상업 공연화됐습니다. ‘판’은 12월, 정동극장에서 추가 무대를 갖게 됐어요. 처음 제작지원에 나선 작품이어서 심혈을 기울인 데다 작품의 힘으로 시장 진출에 성공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습니다. 특히 ‘판’은 모든 세대가 즐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어요. 2015년 선정된 뮤지컬 ‘줄리 앤 폴’과 2016년 ‘카라마조프’도 최근 연달아 상업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점점 늘어날 거라고 확신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인 있다면, ‘스테이지 업’ 사업을 맡고 처음 리딩 공연을 진행한 작품인 ‘카라마조프’를 꼽을 수 있겠네요. 이번에 정식 공연으로 관객을 만난다니 선전을 기원합니다.(웃음)

10. 공연 부문 지원 사업을 맡으며 달라진 점도 있습니까?
신미영 : 대학로가 집처럼 편해졌죠.(웃음) 뮤지컬, 연극이라는 장르를 더 사랑하고 즐겨 보게 됐어요. 하나의 이야기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알았어요. 무대 위 배우들의 아름다운 모습뿐 아니라 그들의 치열한 연습, 공연을 올리기까지 창작자와 스태프들의 이야기에도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됐고요. 한마디로 종합예술로서의 뮤지컬을 온전히 즐기게 됐다고 할까요?

10. 무대의 밖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겠군요.
신미영 : 창작 뮤지컬이 활성화되면 배우들만 잘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 문화의 미래를 만들어갈 창작자, 연출가나 음악감독, 조명감독, 무대감독, 연주자, 공연장 관계자 등 문화 예술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을 이어가면서 꿈을 이룰 수 있어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 더 많이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아져 새로운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창작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해요. ‘스테이지 업’이 할 일도 그것이고요. 제2의 ‘판’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죠.

10. 다채로운 공연지원사업 중 CJ문화재단만의 특별함이 있습니까?
신미영 :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완성된 시나리오가 아닌 기획안의 형태로 공모를 받기 때문에 더 많은 신인 창작자들이 도전할 수 있다는 점, 상금만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전문가 멘토링 등을 통해 창작 역량을 향상시키고 공연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 과정을 거치며 공연의 프로덕션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특별하죠. 이야기가 어떻게 무대에 오르게 되는지, 각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고려돼야 하는지를 알면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녹일 수 있으니 상업 공연화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신인 창작자가 공연 기획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젊은 창작자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문화 강국을 만들어가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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