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스프레이: 비보잉에는 날 것의 매력이 있다. 싱싱하고 때묻지 않은 느낌이다. 지금까지도 힙합 아티스트 중에서 비보이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좋은 조건은 아니었어도 오랫동안 진심으로 춤출 수 있었다.
10. 디제잉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언제였는지?
스프레이: 한국 비보이 팀이 해외에서 열리는 비보이 대회들까지 우승을 차지해 세계적으로 많이 주목을 받을 때였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월드투어를 떠나서 세계 힙합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장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2007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봤던 디제이들의 공연을 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멋있었다. 그래서 입국할 때 비보이에 관련된 영화 DVD 등 자료를 최대한 공수해왔다. DJ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스크래치’도 그 중 하나였다.
10.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비보이에서 디제이로 전향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스프레이: ‘디제이는 진짜 해야겠다’ 싶었다. 당시 비보이로 소속되어 있던 회사에서 독립하려고 모아뒀던 비자금으로 턴테이블을 살 정도였으니까.(웃음) 350만원 정도였다. 숙소 생활을 하고 있을 때라 연습실에 턴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새벽에 몰래 와서 디제잉을 연습해보고 그랬다. 같이 살던 형이 ‘이렇게 살지 마라’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웃음)
10. 본격적인 디제잉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스프레이: 베드룸 디제이(Bedroom DJ, 집 안에서 디제잉을 하는 DJ)로 시작했다. 관객은 내 방에 모인 친구들 서너 명이었다.(웃음) 베드룸 디제잉 공연을 꾸준히 해서 점점 새 장비도 늘려나갔다.
10. 스프레이가 트는 음악이 유독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비결은?
스프레이: 쑥스럽지만 꼽아보자면 뿌리가 비보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힙합 춤을 10년 넘게 췄으니까 선곡을 하는 방식도, 트는 패턴도 다른 것 같다. 디제잉을 할 때 목표로 하는 것도 사람들로 하여금 ‘이 음악을 트는 사람은 누구지?’라고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디제이에게까지 집중한다면 좋은 음악을 틀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10. 실제로 사람들이 크루 ‘백엔포스’의 이름을 보고 클럽이나 공연장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스프레이: ‘백엔포스’가 추구하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게임의 판도를 바꿨다고도 생각한다. 모든 파티에서 사람들이 다 ‘백엔포스’가 있는 디제이 부스 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도입부의 10분만 들어도 ‘스프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음악을 짜는 편이다.
10. 평소에는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
스프레이: 아침에 일어나면 손부터 푼다. 턴테이블리스트들은 피아니스트와 같아서 손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도 많이 나오니까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DJ지만 연주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10. SBS ‘DJ쇼 트라이앵글’에서 씨잼과 협업해 눈길을 끌었는데 어떻게 성사됐나?
스프레이: 씨잼은 정말 멋있는 래퍼다. 씨잼이 Mnet ‘쇼 미 더 머니5’에 나온 이후 한창 인기도 뜨겁고 개인적인 친분도 두텁지 않았는데 같이 협업을 해보고 싶어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씨잼이 당시 ‘나에게 진지하게 음악을 부탁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협업에 응해줬다. 쿠마파크의 색소폰 연주자도 도와줘서 덕분에 세련된 곡이 완성됐다.
10. 박재범이 오랜만에 비보이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스프레이: 박재범이 비보이로 활동할 당시 한국 비보이들의 영상을 보고 연습했다고 알려줬다. 크루 코리아어쌔신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친해지게 됐다. 디제이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DJ쇼 트라이앵글’에 출연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도와줬다. 방송에는 아쉽게도 잘 나오지 못했지만 현장에서는 정말 멋졌고 반응이 뜨거웠다.
10. 저스트뮤직의 빌스택스와도 끈끈한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스프레이: 내 디제이 인생에서 빌스택스 형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빌스택스 형이 DJ 대회에 왔는데 이후에 따로 연락이 왔다. 새벽에 만났는데 밥을 사주면서 내 디제잉이 진짜 멋있었다며 자신이 시작하는 클럽 ‘시크릿소사이어티’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그 대회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순위가 뭐가 중요하냐면서 다독거려주기도 했던 멋진 사람이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10. ‘시크릿소사이어티’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어땠나?
스프레이: 빌스택스 형은 음악을 트는 시간과 수입 등 모든 면에서 늘 나를 배려해줬다. ‘시크릿소사이어티’에서 빌스택스 형이 랩을 할 때도 많았는데 그때 ‘샷아웃’(Shoutout, 좋아한다, 존경한다는 의미의 용어)을 정말 많이 해줬다. 형의 곡에 내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10. 이제는 프로듀싱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언제쯤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을까?
스프레이: 내게 과거가 현재보다 나았던 적은 없다. 그것이 음악 역량이든 경제력이든 패션 센스든 말이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 틀었거나 만든 음악을 들으면 현재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느낀다. 프로듀싱은 몇 년 전부터 해오고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공을 들이고 싶다. 나만의 색도 확실히 느껴지는 앨범이 되었으면 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스프레이가 트는 음악은 다르다. 1990년대의 전설적인 미국 힙합 그룹 우탱클랜의 음악부터 그 당시 유행했던 한국 가요, 현재 가장 트렌디한 비트까지 유연하게 활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그의 감각에 의해 재창조된 음악은 지루해질 틈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세련됨을 잃지 않은 채 흐른다. 스프레이의 시간이 되면 디제이의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이유다.10. 처음에 비보이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서 시작하게 됐는지?
현재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파티 크루 중 하나인 ‘백엔포스(Backnforth)’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는 스프레이의 시작은 비보이였다. 춤이 좋아 무작정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했던 소년은 비보이 크루 ‘라스트포원(LastForOne)’ 소속으로 독일 ‘배틀오브더이어’ 우승 등 유수의 국내외 비보이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다. 디제잉에게 매혹 당한 건 그렇게 떠난 비보잉 해외 투어에서였다. 이제는 사람들이 스프레이의 디제잉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됐다. 믿고 듣는 디제이가 된 스프레이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스프레이의 최근 음악은 MBC FM4U ‘미쓰라의 야간 개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스프레이는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출연하며 전파를 탄 음악은 스프레이의 사운드클라우드 계정 https://soundcloud.com/mindjspray
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스프레이: 비보잉에는 날 것의 매력이 있다. 싱싱하고 때묻지 않은 느낌이다. 지금까지도 힙합 아티스트 중에서 비보이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좋은 조건은 아니었어도 오랫동안 진심으로 춤출 수 있었다.
10. 디제잉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언제였는지?
스프레이: 한국 비보이 팀이 해외에서 열리는 비보이 대회들까지 우승을 차지해 세계적으로 많이 주목을 받을 때였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월드투어를 떠나서 세계 힙합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장에서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2007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봤던 디제이들의 공연을 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멋있었다. 그래서 입국할 때 비보이에 관련된 영화 DVD 등 자료를 최대한 공수해왔다. DJ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스크래치’도 그 중 하나였다.
10.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비보이에서 디제이로 전향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스프레이: ‘디제이는 진짜 해야겠다’ 싶었다. 당시 비보이로 소속되어 있던 회사에서 독립하려고 모아뒀던 비자금으로 턴테이블을 살 정도였으니까.(웃음) 350만원 정도였다. 숙소 생활을 하고 있을 때라 연습실에 턴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새벽에 몰래 와서 디제잉을 연습해보고 그랬다. 같이 살던 형이 ‘이렇게 살지 마라’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웃음)
10. 본격적인 디제잉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스프레이: 베드룸 디제이(Bedroom DJ, 집 안에서 디제잉을 하는 DJ)로 시작했다. 관객은 내 방에 모인 친구들 서너 명이었다.(웃음) 베드룸 디제잉 공연을 꾸준히 해서 점점 새 장비도 늘려나갔다.
10. 스프레이가 트는 음악이 유독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비결은?
스프레이: 쑥스럽지만 꼽아보자면 뿌리가 비보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힙합 춤을 10년 넘게 췄으니까 선곡을 하는 방식도, 트는 패턴도 다른 것 같다. 디제잉을 할 때 목표로 하는 것도 사람들로 하여금 ‘이 음악을 트는 사람은 누구지?’라고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디제이에게까지 집중한다면 좋은 음악을 틀고 있다는 방증이니까.
10. 실제로 사람들이 크루 ‘백엔포스’의 이름을 보고 클럽이나 공연장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스프레이: ‘백엔포스’가 추구하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게임의 판도를 바꿨다고도 생각한다. 모든 파티에서 사람들이 다 ‘백엔포스’가 있는 디제이 부스 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도입부의 10분만 들어도 ‘스프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음악을 짜는 편이다.
스프레이: 아침에 일어나면 손부터 푼다. 턴테이블리스트들은 피아니스트와 같아서 손을 유연하게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도 많이 나오니까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DJ지만 연주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10. SBS ‘DJ쇼 트라이앵글’에서 씨잼과 협업해 눈길을 끌었는데 어떻게 성사됐나?
스프레이: 씨잼은 정말 멋있는 래퍼다. 씨잼이 Mnet ‘쇼 미 더 머니5’에 나온 이후 한창 인기도 뜨겁고 개인적인 친분도 두텁지 않았는데 같이 협업을 해보고 싶어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씨잼이 당시 ‘나에게 진지하게 음악을 부탁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협업에 응해줬다. 쿠마파크의 색소폰 연주자도 도와줘서 덕분에 세련된 곡이 완성됐다.
10. 박재범이 오랜만에 비보이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스프레이: 박재범이 비보이로 활동할 당시 한국 비보이들의 영상을 보고 연습했다고 알려줬다. 크루 코리아어쌔신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친해지게 됐다. 디제이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DJ쇼 트라이앵글’에 출연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도와줬다. 방송에는 아쉽게도 잘 나오지 못했지만 현장에서는 정말 멋졌고 반응이 뜨거웠다.
10. 저스트뮤직의 빌스택스와도 끈끈한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스프레이: 내 디제이 인생에서 빌스택스 형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빌스택스 형이 DJ 대회에 왔는데 이후에 따로 연락이 왔다. 새벽에 만났는데 밥을 사주면서 내 디제잉이 진짜 멋있었다며 자신이 시작하는 클럽 ‘시크릿소사이어티’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먼저 제안했다. 그 대회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순위가 뭐가 중요하냐면서 다독거려주기도 했던 멋진 사람이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스프레이: 빌스택스 형은 음악을 트는 시간과 수입 등 모든 면에서 늘 나를 배려해줬다. ‘시크릿소사이어티’에서 빌스택스 형이 랩을 할 때도 많았는데 그때 ‘샷아웃’(Shoutout, 좋아한다, 존경한다는 의미의 용어)을 정말 많이 해줬다. 형의 곡에 내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10. 이제는 프로듀싱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언제쯤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을까?
스프레이: 내게 과거가 현재보다 나았던 적은 없다. 그것이 음악 역량이든 경제력이든 패션 센스든 말이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 틀었거나 만든 음악을 들으면 현재 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느낀다. 프로듀싱은 몇 년 전부터 해오고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공을 들이고 싶다. 나만의 색도 확실히 느껴지는 앨범이 되었으면 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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