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K팝 아이돌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그룹 방탄소년단이 K팝 아이돌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얘들아, 이리 와 미리 봐. 한낱 아이돌의 반전.
impossible에 마침표 찍어. I’m possible.
자, 이제 됐니?

(방탄소년단, 데뷔앨범 ‘2 COOL 4 SKOOL’ 수록곡 ‘We Are Bulletproof Pt.2’ 中)

누가 알았을까? 대한민국 중소기획사에서 내놓은 7인조 힙합 아이돌이 데뷔 4년 만에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 초청 받고 현지 유명 토크쇼에 모조리 출연하며 세계적인 팝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월드스타가 될 줄을. 매일 같이 진기록들을 쏟아내는 그룹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방탄소년단은 14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CBS의 심야 토크쇼 ‘제임스 코든의 더 레이트 레이트 쇼’ 녹화에 참여했다. 앞서 NBC 방송의 ‘엘렌 드제너러스 쇼’와 ABC 방송의 ‘지미 키멜 라이브’에도 출연키로 확정해 미국 3대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하게 됐다. K팝 가수 중 최초다.

오는 19일에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2017 American Music Awards(이하 AMAs)’에 퍼포머로 참석한다. 올해 ‘AMAs’가 발표한 퍼포머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켈리 클락슨·셀레나 고메즈·데미 로바토·핑크·다이애나 로스·나일 호란·이매진 드래곤스·칼리드 등이다. 유명 팝스타들이 모인 자리에서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발매 후 빌보드 메인차트 ‘핫100’ 4주 연속 진입, ‘빌보드 200’ 6주 연속 진입, 국내외 누적 판매량 137만 장 돌파 기록을 세운 미니앨범 “LOVE YOURSELF 承 ‘Her’”의 타이틀곡 ‘DNA’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는 ABC 채널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될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Mnet이 생중계한다.

‘AMAs’는 14일 방탄소년단이 미국 공항에 도착한 모습을 공식 SNS를 통해 생중계하는 등 이들의 참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빌보드·포브스 등 현지 유력 매체들도 집중보도하며 관심을 표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음악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5월 ‘2017 The Billboard Music Awards’ 이후로 두 번째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저스틴 비버의 6년 연속 수상 기록을 깨고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K팝의 세계화를 이끄는 위치에 섰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통쾌하기도 하다. 이는 데뷔 때부터 여러 편견과 한계에 부딪혀온 방탄소년단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며 ‘한낱 아이돌의 반전’을 보여준 통쾌함이다.

◆ ‘힙합 하는 아이돌’의 반전

방탄소년단은 오는 24일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 미국 대세 래퍼 디자이너와 협업한 ‘MIC Drop’ 리믹스 버전을 발표한다.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오는 24일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 미국 대세 래퍼 디자이너와 협업한 ‘MIC Drop’ 리믹스 버전을 발표한다.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멤버 슈가가 데뷔 초 발표한 믹스테이프 ‘싸이하누월’에는 “매니아란 놈들은 아이돌이란 이유로 우리 팀을 가차 없이 냉대”라는 가사가 나온다. 2013년 힙합 아이돌을 내세워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가사처럼 힙합 신으로부터 냉대 받았다. 소속사가 철저히 기획해 내놓는 아이돌 시스템과 래퍼 스스로 가사를 쓰는 힙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로부터 4년 뒤, 슈가는 “LOVE YOURSELF 承 ‘Her’”의 수록곡 ‘Mic Drop’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망할 것 같았겠지만 I’m fine, sorry. 미안해 Billboard, 미안해 Worldwide (중략) 혹 배가 아프다면 고소해.”

이제 방탄소년단은 신곡을 냈다 하면 음원차트 상위권을 단숨에 차지하는 ‘음원 강자’가 됐다. 음원 성적이 이들의 음악성을 증명하는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국내외 평단에서 높은 평가도 받는다. 힙합을 기반으로 하되 뭄바톤 트랩·트로피컬 하우스·퓨처 베이스·칠 아웃·일렉트로 팝 등 해외에서 유행하는 최신 장르를 버무리는 시도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빌보드는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를 분석한 칼럼에서 “이들의 음악은 정신적인 고뇌, 아이돌로서의 삶, 여성을 응원하는 노래까지 한국 문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극찬했다.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서태지를 비롯해 싸이·타블로 등 선배 가수들도 방탄소년단의 음악성을 인정했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통해 ‘Come Back Home’을 리메이크했고 서태지의 단독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해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방탄소년단과 협업을 바라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러브콜도 끊임없다. 미국 유명 래퍼 왈레(Wale)는 지난 3월 RM과 협업곡 ‘Change’를 발표했고 팝가수 찰리 푸스는 정국이 자신의 노래를 커버하자 “나도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LOVE YOURSELF 承 ‘Her’” 수록곡 ‘Best Of Me’는 ‘BBMAs’에서 방탄소년단과 인연을 맺은 미국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공동 작업한 곡이다.

방탄소년단은 이어 오는 24일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가 리믹스하고 미국 힙합 신의 핫한 래퍼 디자이너(Desiigner)가 피처링에 참여한 ‘Mic Drop’의 리믹스 버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국내외 유수의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 ‘흙수저 아이돌’의 반전

방탄소년단은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유기성을 갖는 앨범들을 내놨다.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유기성을 갖는 앨범들을 내놨다.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흙수저 아이돌’ ‘중소돌’… 대형기획사에 비해 성공 확률이 낮다고 평가받는 중소기획사 소속 아이돌을 일컫는 말이다. 방시혁 프로듀서가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1호 보이그룹으로 데뷔한 방탄소년단에게도 따라 붙었던 말이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이전에 걸그룹 글램을 내놨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시 말해 빅히트에는 방탄소년단을 이끌어줄 선배 아이돌이 없었던 셈이다. 그랬기에 방탄소년단 스스로 노력해야 했고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이란 브랜드를 발전시키고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대형기획사의 막강한 자본력 대신 빅히트는 기획력을 앞세웠다. 방탄소년단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그룹’이 될 수 있도록 프로듀싱했다. 멤버들이 스스로 곡을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되 개별 음악을 하나로 묶는 큰 틀을 잡아줬다. 방탄소년단이 데뷔부터 선보인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화양연화 시리즈)’ ‘WINGS 시리즈’ 앨범과 올해 새로 시작한 ‘LOVE YOURELF 시리즈’가 그 결과물들이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자체에 세계관을 부여해 그 안에서 모든 앨범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것들을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프롤로그·아트 필름·쇼트 필름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 콘텐츠로 풀어냈다.

이는 방시혁 대표 프로듀서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방시혁 대표는 지난해 LB엔터테인먼트 창립 20주년 행사에 참석해 “소비자들의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음악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현 시대의 흐름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팬과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올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핸드크림, 여행 가방 등의 상품을 출시했다. 또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와 손잡고 멤버들이 직접 그린 캐릭터 ‘BT21’을 전 세계에 공개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이제 중소돌과 중소기획사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가요 시장에서 콘텐츠의 다양화를 이끄는 선두주자가 됐다.

◆ 세상을 바꾸는 ‘아이돌’의 반전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최소 2년간 글로벌 사회변혁 캠페인 ‘LOVE MYSELF’를 전개한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최소 2년간 글로벌 사회변혁 캠페인 ‘LOVE MYSELF’를 전개한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방탄소년단의 현재 공식 트위터 팔로어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한 뮤직비디오도 9개나 보유하고 있으며 빌보드 ‘소셜50’ 차트에서는 47번이나 1위에 올랐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US위클리가 발표한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욘세·아리아나 그란데 등 팝스타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등이 함께 오른 가운데 방탄소년단은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단순히 ‘인기 아이돌’의 영향력을 넘어선 수준이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알고 이를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유니세프와 손잡고 시작한 사회변화 캠페인 ‘LOVE MYSELF’다. 이는 유니세프가 2013년부터 선보인 범세계적 아동 및 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ENDviolence’와 협약해 준비한 것으로 개인·가족·사회·정부·이해관계자들이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폭력을 범국가적 문제로 인지하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폭력 방지에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방탄소년단과 빅히트는 ‘LOVE MYSELF’ 펀드를 구축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5억 원을 우선 기부했다. 또 향후 2년 간 전개되는 ‘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 판매 순익의 3%, 캠페인 공식 굿즈 판매 순익 전액, 일반인 후원금 등으로 기금을 마련해 ‘#ENDviolence’ 캠페인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일 열린 캠페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방 대표는 “방탄소년단이 콘텐츠를 통해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변화를 주도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역할을 음악 외의 분야에서 수행하려는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즐겨 듣는 젊은 세대들이 이번 캠페인의 주축이 돼 보다 따뜻하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즉각 나타났다. 1일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가 개설된 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국내외 방문자 수 60만여 명을 기록했다. 이날부터 15일까지 #BTSLoveMyself 해시태그 이벤트에 참여한 수는 139만 건을 넘어섰다.

유니세프 관계자에 따르면 캠페인이 공식화되자마자 SNS를 통한 방탄소년단 팬들의 기부 인증이 쏟아졌다. 유니세프에 기부 방법을 문의하는 국내외 팬들의 연락도 계속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음악을 통해 바르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며 “이번 캠페인이 그 첫 걸음이다. 이런 캠페인을 주도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과 리더십을 갖고 앞으로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우리도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가요계에 유의미한 이정표를 세우고 싶다”고 희망했다. 방탄소년단의 바람은 진작 이뤄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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