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10. 원하는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2년을 공들였다고 들었다. 그 결과 빈티지한 느낌의 독특하고도 따뜻한 음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2년 동안 노력을 쏟은 이유는?

루시드폴: ‘비싸고 좋은’ 소리는 얼마든지 낼 수 있다. 그러나 왠지 매력이 없었다. 소리는 결국 감동받기 위한 도구이자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니까 뻔하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양질의 소리보다는 더 특별한 소리를 찾고 싶었다. 그러다가 스티브 스왈로우가 1970년대에 발매한 앨범을 들었는데 그 음이 너무 좋았다. 소리가 제일 힙(Hip)하게(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이라는 뜻) 느껴졌다. 어떻게든 이 음을 재현해야겠다 싶어서 악기는 물론이고 스튜디오도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어렵게 그 음을 낼 수 있는 스튜디오를 구했는데 그 스튜디오에 있는 레코딩 엔지니어마저 “이런 소리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나한테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웃음)

10.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지?

루시드폴: “왜요 저 좋은데?”라고 답했다.(웃음) 쉽게 말하자면 아무런 잔향이 없는 깡통 두드리는 소리다. 마치 요즘 사람들이 굳이 필름 카메라를 찾고 LP를 찾는 것처럼 나는 그 낡아보이는 소리들이 너무 좋았다.

10. 책과 음악이 결합되어 있는 이번 8집의 구성이 독특하다. 처음부터 기획한건가?

루시드폴: 처음부터 책이랑 같이 앨범을 발매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음원으로 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앨범을 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했다. 내 앨범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한 읽을 거리를 선물로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에세이와 음악을 결합하게 됐다. 앨범으로 제 새 음악을 접하는 분들은 글이랑 같이 읽으면 더 좋겠다는 마음으로 트랙의 배열도 달리했다. 그래서 CD 안의 곡 배열과 음원 사이트의 곡 배열이 다르다.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루시드폴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10. ‘볼레로를 출까요?’도 그간 보여줬던 음악을 생각했을 때 꽤나 독특한 곡이다. 어떻게해서 만들어졌나?

루시드폴: ‘¿볼레로를 출까요?’는 남미에서 많이 불려졌을 듯한 느끼한 작업 노래인데 나도 그런 걸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웃음) 색소폰이랑 클라리넷 소리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넣고 직접 편곡했는데 한마디 편곡하는 데 네 시간씩 걸렸다.(웃음) 정말 한땀 한땀 편곡했다.

10. ‘바다처럼 그렇게’도 하나의 이야기와 같은 사랑 노래다.

루시드폴: 의도했던 건 아닌데 서사적인 곡이됐다. 옛날에 부산에 살았는데 바로 옆이 부촌인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다. 가난하니까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혼자 축구공이나 들고가서 바닷바람 마시면서 놀았다. 지금도 바다 주변에서 살고 있는데 갯바람이 밀려오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때를 떠올리며, 지금 내 옆에 있는 바다 같은 사람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10. 루시드폴이라는 세계에는 농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에 레몬 농사도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어떻게 됐나?

루시드폴: 모든 정보가 ‘안녕’ 뮤직비디오에 깨알같이 들어있다.(웃음) 귤꽃 장면이 나온 후 보라색 순이 자라있는 꽃몽아리가 있는 장면이 2~3초 정도 나오는데 그게 레몬이다. 2년 전 봄에 레몬을 접목시켰다. 늦후년 정도면 루시드폴의 레몬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10. 과거에 홈쇼핑에서 직접 귤을 팔아 화제가 됐다.

루시드폴: 내 밭에서는 해거리(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드는 일에 ‘힘’을 많이 쓴 나무가 그 이듬해에 ‘쉬고자 하는’ 행위의 결과. -‘모든 삶은, 작고 크다’ 中 발췌)가 좀 심했다. 원래는 책과 앨범과 귤을 동시에 드리고 싶어서 연구를 했는데 해거리가 심해서 하지를 못했다. 농산물 유통업체랑 실제로 접촉해서 귤을 사면 앨범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기획을 했다. ‘귤 매장에서 살 수 있는 CD’ 같은 기획으로. 그런데 또 끝까지 그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면 아마 이 인터뷰 현장에 링거를 꽂고 앉아있었을 거다.(웃음)

10. 농사도 어떻게 보면 창작의 일환이다. 농사라는 육체적인 창작 활동이 음악 창작에도 도움이 되나?

루시드폴: 농사를 함으로써 얻는 것이 너무 많다. 제주의 시골에서 농사를 하면서 사는 내가 없었다면 ‘모든 삶은 작고, 크다’의 곡들과 글들도 못 나왔을 거다. 확실하다. 지금도 다음 앨범을 생각하고 있다. 악기를 만들어 볼 생각도 하고 있다.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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